[리뷰] 괜찮은 장르 매시업, 아쉬운 게임 디자인 - 디스인테그레이션

리뷰 | 양영석 기자 | 댓글: 2개 |

지난 6월 10일 진행됐던 멀티플레이의 베타 테스트 이후, 일주일 만에 출시된 디스인테그레이션. 슈팅게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헤일로'의 공동제작자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슈팅게임이자 로봇화된 인류의 이야기를 다루는 소재 자체는 괜찮았고 RTS와 FPS의 조합으로 만들어낸 플레이는 자신만의 매력과 유니크함을 갖췄다고 볼 수 있죠.

멀티플레이 테스트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꽤 괜찮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소 이질적인 부분이나 아쉬운 부분이 있어도, 게임 플레이 자체는 꽤 재미있었거든요. 그러나 현재 디스인테그레이션의 초반 행보는 썩 좋지 못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메타크리틱의 평점도 좋지 않고, 스팀 유저 평가 역시 '복합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이 출시되고 플레이를 하고 보니 어느 정도 이러한 평가가 이해가 가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디스인테그레이션'이 절망적인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점에서 실망을 하는지는, 확실히 다가온 모습이었죠. 두 장르의 결합은 성공적이었으나, 아직은 아쉬운 모습이 많다고 봅니다.




디스인테그레이션의 스토리 자체는 꽤 매력적입니다. 어째서 인류가 '인테그레이션' 시술을 받게 되어 로봇이 되었고, 이러한 시술이 어떤 사회 문제를 만들어내고 사상을 만들었는지 다루고 있으며 주인공인 '로머' 일행은 이러한 사상에 반대하는 저항하는 일종의 저항군이죠. 이러한 스토리의 전개 자체는 꽤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게임의 본격적인 싱글 플레이는 '미션'의 형태로 이어집니다. 플레이어가 미션을 수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동료들이 드러나고 이야기가 진행되고, 때로는 과거의 미션을 다시 플레이할 수도 있죠. 그레이브사이클을 타고 크루를 지휘하면서, 필요에 따라 전선을 지키거나 목표물을 파괴하기도 하고 혹은 다른 동료를 구출하는 미션도 있습니다.

그레이브사이클은 기본적으로 기존 일인칭 슈팅 게임에서의 움직임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때문에 멀미가 올 수도 있지만, 익숙해지면 확실히 다른 느낌으로 슈팅 게임을 진행할 수 있죠. 또한 전략적으로 크루 멤버들을 움직이면서, 스킬을 사용하거나 오브젝트를 파괴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행동을 보여줘야 합니다.



크루 스킬을 잘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화력을 쏟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 자체를 '객관적'으로 보면 어렵지 않습니다. 우 클릭으로 크루 멤버를 움직이고, F를 눌러 다시 그레이브사이클로 불러들이고, 스캔 모드(E버튼)를 사용해서 오브젝트 상호작용을 시키는 정도예요. 그 외에는 HP 정도만 관리해 주면 됩니다. 물론 동료가 죽었다면 빠르게 두뇌캔을 획득해서 부활시켜주면 되고요. 미션마다 사용하게 되는 무기나 크루 멤버들이 조금씩 변화하므로, 전략과 함께 FPS가 어우러지면서 정말로 플레이 자체는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타격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슈팅 감각 자체는 꽤 좋은 편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전황을 파악하고, 적군에게 화력을 쏟아붓는 일인칭 슈팅 시점에서는 전략적으로 크루 멤버들을 움직이는 건 때로는 고된 작업으로 다가옵니다. 왜냐하면 두 조작 모두 플레이어의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죠. 나름 AI가 신경 써서 크루 멤버들을 움직여주긴 하지만, 스킬까지 자동으로 사용하지는 않기에 결국 플레이어의 역량을 시험하게 됩니다. 그래도 이러한 플레이 자체가 '신선하다'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정말 아쉬웠던 커스터마이징.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플레이의 신선함이 거기서 끝이라는 점입니다. 우선 그레이브 사이클이나 크루 멤버들의 '커스터마이징'은 상당히 제한적이면서 정해진 대로만 할 수 있고, 그저 성장한다에서 그칩니다. 미션에서 그레이브사이클의 무기를 매번 다르게 사용할 수 있지만, 내가 원하거나 손에 맞는 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미션에서 정해줍니다. 즉, 커스터마이징 요소는 그저 단순한 잠금 해제식 성장 요소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설상가상으로 기본적으로 잘 잡혀있는 모든 플레이가 거의 모든 미션에서 동일한 흐름을 보여준다는 게 문제입니다. 다양한 무기가 있으면 뭘 합니까, 그저 사용해야 하는 무기가 정해져있는데 말이죠. 크루 멤버들의 스킬도 바뀌지 않고, 그냥 조금 더 세졌다가 끝입니다. 이러한 플레이는 초반에 높은 흥미를 이끌고 신선함을 제공했지만, 변화가 거의 없기에 빠르게 플레이어를 지루하게 만들어버립니다.

더 안타까운 건 때때로 불합리하다고 느낄만한 미션의 높은 난이도와 멍청한 AI, 다양하지 못한 적들의 모습이 탄탄한 기본인 '게임 플레이'의 재미를 지루하게 느껴지도록 한다는 점이겠죠.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이에요. 누구나 헤일로를 플레이하면서 제대로 된 이목구비조차 잘 모르는 '마스터치프'에게 몰입하고 그에게 관심을 쏟았지만, 아쉽게도 로머는 그 정도의 매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 뼈아프다고 생각합니다.



쓸데없이 흐름을 끊는 격납고는 왜 만들었는지 의문입니다.

플레이해봤던 멀티플레이는 테스트 때와 거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멀티플레이는 많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고, 게임 플레이 자체는 꽤 신선하고 탄탄히 잡혀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나아질 길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멀티플레이에 대한 감상 자체는 과거에 작성해 둔 리뷰가 있으니 링크로 대체하도록 하고, 저는 이러한 멀티플레이에 신선함이 더 추가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체험기] 공중전 FPS와 어우러진 가벼운 RTS, '디스인테그레이션'

앞서 언급했던 싱글 플레이에서의 문제점처럼, 멀티플레이도 이러한 문제점이 좀 있습니다. 물론 밸런스 차원에서 이러한 크루 멤버의 스킬이나 화기를 고정시켜놓은 의도가 보이긴 하는데, 싱글 플레이를 경험한 플레이어들은 이를 '제약'으로 받아들이는 성향이 매우 큽니다. 좀 더 자유롭게 쓰고 싶은데, 좀 더 자유롭게 놀고 싶은데 그게 안되는 거죠.

뭐, 그리고 기본은 탄탄한 게임이다 보니 멀티플레이 자체는 꽤 재밌습니다. 싱글 플레이 미션처럼 30분~60분이나 되는 긴 플레이 시간을 요구하지도 않고, 룰 자체도 매우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을 정도로 직관적이죠. 물론 이에 맞춰서 나름대로 팀원 간의 조율도 적당히 필요한데, SF 미래전의 중소규모 교전이라고 생각하면 아주 괜찮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근본적인 문제는 매칭이 잘 안된다는 거죠. 잘 만들면 뭐 합니까? 할 수가 없는데. 평일 낮이나 오후는 거의 매칭을 포기해야 하고, 저녁 즈음에는 드문드문 매칭이 돼서 플레이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초반 유저 유치가 조금만 더 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멀티플레이 자체는 그래도 꽤 재밌습니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과 일인칭 슈팅 게임의 결합은 꽤나 그럴듯해 보이는 조합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조합'이 성공적이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훌륭한 요소 두 개가 합쳐져도 모두가 좋아하는 결과를 내놓는 건 아니까요. 피자위에 파인애플을 얹는 건,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레시피지만 누군가에게는 천인공노할 끔찍한 테러로 다가올 수도 있는 법이니까요.

아무튼 말하고 싶은 요지는 이겁니다. 그럴듯해 보이는 장르의 결합도, 결국은 어중이떠중이가 될 수 있다는 점이죠. 실제로 디스인테그레이션은 이러한 부분을 잘 알고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고, 이에 신경을 쓴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두 장르 모두 플레이어의 순간적인 판단 능력과 반사 신경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기에, 적절한 분배가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FPS를 탄탄하게 다지면서도, 전략은 그래도 최소화한 게 눈에 띄죠. 그래도 결국 두 장르 모두 상당히 플레이가 상당히 피곤하기에, 디스인테그레이션은 기본적으로 쉬운 게임은 아닙니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싱글 플레이 미션의 난이도가 쉽다고 할 수 없기에 이러한 어려움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고 봅니다.

독특한 그레이브사이클의 조작감이나 전투 스타일, 그리고 탄탄한 슈팅 시스템은 충분히 매력적이며 흥미를 이끌 수 있지만, 이를 받쳐줄 요소들이 부족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게임 플레이의 기본 설계와 경험이 좋다고 한들, 부가적인 요소들이 이를 해쳐서는 안됩니다. 그래서 무조건 추천하기에는 망설임이 너무 크게 다가올 게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디스인테그레이션이 구제 불능, 투자할 가치가 전혀 없는 게임은 아닙니다. 우선 소규모 개발팀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좋은 최적화와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주고 있고, FPS와 RTS의 균형은 잘 잡혀있으면서도 게임 플레이 자체는 재밌습니다.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던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나 리뷰어도, 이러한 게임 플레이는 아주 잘 설계되어 있고 재미있다고 칭찬을 하는 편이니까요.

V1인터랙티브는 '디스인테그레이션'이 훨씬 더 멋진 게임이길 바랬을 테지만, 당장은 부족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안되겠죠. 기본이 잘 되어 있고 도약할 가능성도 충분히 보이는 만큼, 앞으로 더 발전된 모습으로 두 장르의 매시업을 더욱 멋지게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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