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분석] 언더로드? TFT? '오토 배틀러', 무엇으로 입문할까?

기획기사 | 정재훈 기자 | 댓글: 66개 |



2017년부터 2년동안 게임업계는 사실상 '배틀로얄'의 시대였다.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 수도 없이 쏟아졌고, FPS좀 만든다 싶었던 기업들은 너도 나도 배틀로얄에 한 발을 걸쳤다. 이미 널리 알려진 것만 해도 다섯 손가락을 가득 채우고, 덜 유명한 게임들까지 치면 발가락이 모자랄 거다.

그리고 지금, '대세'의 깃발을 물려받은 장르는 '오토 배틀러'다. '오토체스'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면서 대흥행한 후, E3 2019에서는 밸브와 라이엇 게임즈가 앞다퉈 오토 배틀러를 내놓았다. '언더로드'와 '전략적 팀 전투(이하 TFT)'. 장르의 유사성이니, 기업 윤리니 하는 문제는 일단 뒤로 밀어놓고 생각하면, 두 개발사 모두 실력 하나는 끝장나는 회사들이고, 보유 캐릭터 베이스 또한 탄탄하다. 룰이야 이미 증명됐으니, 사실상 만들기만 하면 그만이었던 상황이다.

그렇게 두 게임이 모두, 6월 중에 공개되었다. E3 2019가 6월 초순에 진행되었으니, 이미 다 만들어 놓고 발표한 셈이다. 고민되는 상황이다. 두 게임 다 하면 되는 것이지만, 우리에게도 삶과 인생이 있으니까. 둘 중 하나를 딱 잡고 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뭐가 더 나을지 쉽사리 감이 잡히지 않는다. 당장 내 주변 친구들도 '뭐가 더 재밌냐?'라고 수도 없이 물어본다.

그래서 시원하게 둘 다 할 만큼 한 다음 두 게임을 비교해보고자 했다. 무엇이 더 쉽고, 무엇이 더 생각할 거리가 많으며, 무엇이 더 나에게 맞을까? 항목별로 나눠 놓았으니 천천히 보시면 된다.(어차피 하다 보면 다른 것도 하게 되지만...)




접근성, 그리고 난이도
어떤 게임을 시작해야 할까?

◈ 언더로드

'스팀' 이용법을 안다면 쉽게 접속 가능, PC 연동이 되는 모바일 버전도 있기 때문에 접근성은 매우 뛰어난 편이다. 다만 모바일 버전은 아직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전반적으로 게임의 난이도는 기존의 모드 개념인 '오토체스'보다도 쉽다. 물론 조합과 전략이 존재하는 오토 배틀러의 특성 상 아무 생각 없이 플레이해도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UI가 깔끔하고 실수를 방지하는 여러 장치가 되어 있기 때문에 불쾌한 경험 없이 게임에 적응할 수 있다.

다만, 등장 캐릭터들이 '도타2'를 플레이하지 않은 유저들에게는 꽤 낯설기 때문에 어떤 유닛이 어떤 스킬을 사용하는지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은 필요하다. 일단 등장하는 유닛들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비슷한 장르의 오토배틀러 중에서는 플레이 감각이 가장 쾌적한 편.



▲ 용량도 작은 편


◈ TFT

'리그오브레전드' 클라이언트를 설치해야 하므로 기존의 LOL 유저가 아니라면 조금 귀찮을 수 있지만, 일단 설치 후엔 클라이언트 상에서 편하게 게임을 시작할 수 있다. 다만 폭증한 유저 수 대비 서버 확충이 아직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피크 타임이 되면 5분 이상의 대기 시간이 소요되곤 한다. 이 점은 곧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TFT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인 제2의 민속놀이형 게임인 'LOL'의 캐릭터 베이스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 때문에 처음 봐도 이 캐릭터가 대충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어떤 스킬을 사용하는지 감을 잡기가 쉽다. 익숙한 소재가 쓰인다는 건 생각보다 큰 장점이다. 다만 언더로드에 비해 게임 시스템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이 많고, 더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가볍게 시작하긴 어렵지 않지만, 수 판을 플레이하기 전엔 왜 지는지도 모르고 질 수 있다.



▲ 기존의 LOL 유저들은 매우 편하다. 아니라면 좀 귀찮지만.


같은 장르, 미묘한 차이
두 게임이 추구하는 플레이 방향은?

◈ 언더로드

두 게임이 여러모로 유사하지만, 차이를 꼽자면 언더로드는 '전체적인 조합'을 생각하며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 가령, 오토체스 시절부터 이어진 언더로드의 주류 조합인 '트롤 - 나이트' 조합을 예로 들면, 총 7개의 유닛이 확보되어야 4기사, 4트롤로 기본적인 최적화를 할 수 있다. 이후 기사를 더 추가하든, 혹은 다른 시너지를 확보하는 식이다.

때문에 늘 게임을 크게 보아야 한다. 종족, 직업 시너지가 없이는 아무리 강력한 유닛도 혼자 게임을 파괴할 수 없다. 이런 언더로드의 성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특징적 부분이 '오토체스'부터 이어진 '창고 컨트롤'이다. 8칸뿐인 창고가 모자랄 때 유닛을 필드로 빼놓고 빠른 '리롤'을 통해 필요 유닛을 확보, 카운트다운이 끝나기 전 다시 원상복구하는 컨트롤인데, 전체적인 조합의 파워를 올리기 위해 여러 유닛을 모두 일정 등급 이상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정 실력에 다다른 후엔 필수로 요구되는 테크닉이다.



▲ 빠른 최적화와 유지가 핵심


◈ TFT

TFT 또한 '조합의 최적화'를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언더로드에 비하면 그 중요성이 다소 밀린다. 아니, 그만큼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고 해야 할까? TFT는 아이템 시스템이 워낙 강력하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아이템 하나만을 사용할 수 있는 언더로드와 달리 TFT는 하나의 유닛이 세 개의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는데, 이 효과가 모두 중복된다. 때문에 조합의 완성만큼이나 '핵심 유닛에게 핵심 아이템을 주는 것'을 신경써야 한다.

TFT는 잘 큰 캐리 유닛의 경우 혼자서 게임을 지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버전에서 두 개의 '쇼진의 창'을 장비한 파이크는 조합 없이 사용해도 굉장히 강력한 모습을 보인다. 때문에 TFT의 전략은 자신의 '키 유닛'을 어떤 조합으로 보조할 것인가에 맞춰진다.

관련 커뮤니티에서 흔히 보이는 조합들은 대부분 '아우렐리온 솔'이나 '드레이븐', '그레이브즈' 등 하나의 유닛에 집중하고, 이를 보조하는 전략들로 꾸려진다. 때문에 공통 선택 라운드(A.K.A 회전초밥)에서 상대를 견제하는 방법이라던가, 다양한 아이템의 효능, 해당 유닛에 필요한 조합 시너지와 구체적인 효과 등을 늘 생각해야 한다. TFT는 일정 수 이상의 유닛을 필드에 올려둘 수 없어 '창고 컨트롤'은 불가능하다.



▲ 이런 거 하나 있으면 게임이 확 쉬워진다.


지금 할 만한가? 나중엔 어떨까?
쭈욱 한다면 무엇이 더 나을까?

◈ 언더로드

전체적으로 '완성된 게임'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게임을 잘 정돈해두었다. 기존 오토체스가 '장르 대중화의 시작'이었다면, 언더로드는 장르의 중간 정리라 보면 될 정도. 게임 자체가 오토 배틀러가 가지는 기본기에 집중한 모습이며, 사실상 시스템적 측면에서는 자잘한 부분(UI나 편의성 등) 외에는 개선의 필요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언더로드가 갈 길은 수직적 개선이 아닌 수평적 확장이다. 더 많은 유닛들과 시너지를 추가하고, 미세한 밸런스를 조절하며 동시에 게임 외적인 시스템(mmr 시스템이나 랭크 등)을 정비하는 쪽으로 업데이트 방향이 잡힐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언더로드'를 플레이하는 와중 번역이나 음성 등의 문제를 제외하면 '게임이 덜 만들어졌다'라는 느낌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 정보 탭까지도 잘 정리되어 있다.

정리하면, 언더로드는 이미 완성된 게임으로서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아직은 다소 심심하다. 더 다채로운 양념이 추가되는 방향으로 꾸준한 업데이트가 이뤄진다면, 진입 허들은 점점 높아지겠지만 향상성을 유지한 채 계속 좋은 게임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 TFT

기존의 오토 배틀러에 라이엇다운 양념을 팍팍 뿌려 만든 느낌은 좋지만, 급하게 만든 느낌을 여러 부분에서 느낄 수 있다. 가장 크게 드러나는 부분은 '아이템' 관련 시스템인데, 현 시점의 아이템 시스템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적절한 아이템 배분을 통해 게임 내 변수를 창출한다는 점은 게임의 깊이를 늘리는 장점이지만, 몇몇 아이템의 과도하게 좋은 성능과 일부 유닛과의 조합으로 무상성의 위력을 보여준다.

현재 가장 논란이 많은 '쇼진의 창'은 마나 수급을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아이템인데, 유닛마다 정해진 스킬 쿨다운 없이 마나가 전부 다 차면 스킬을 사용하게 되는 구조라 쉴 새 없이 스킬을 사용하는 그림이 나온다. 아이템의 중복 적용을 막거나, 일부 유닛의 마나 생성량을 조절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 다만 오토 배틀러라는 장르 특성 상 하나를 건들면 이곳 저곳이 흔들릴게 뻔하다. 이른바 '황밸'을 맞추기까지는 꽤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순 유닛의 추가 외에도 아이템이라는 큰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게임이 가진 깊이의 잠재력은 언더로드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가지 더 급조한 티가 나는 부분이라면 UI 문제. 하나만 더 모으면 업그레이드가 되는 유닛을 하이라이트로 강조하거나, 경험치량의 폰트를 키우거나, 게임 내에서 아이템 조합 정보를 더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하는 등 대충 살펴봐도 개선할만한 부분이 굉장히 많이 보인다.



▲ 기존 LOL 유저가 아니면 한 눈에 알아보기 힘들다.

정리하자면, TFT는 놀랍도록 새로운 맛을 보여주지만, 아직은 정돈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 단계의 문제점을 하나씩 정리하고, 밸런스를 맞춰간 후 점진적 콘텐츠 확충을 노린다면, 언더로드 못지 않은 완성도와 깊이를 모두 잡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 3줄 요약

- 언더로드는 장르적 기본에 충실했고, 완성도가 뛰어난 편

- TFT는 여러 실험적 요소가 들어갔지만, 정돈은 덜 된 모습, 익숙한 캐릭터가 강점

- '오토 배틀러'라는 장르에 적응하려면 언더로드, LOL 캐릭터에 익숙하다면 TFT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