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누적 다운 1억 2천 만, '월드오브탱크 블리츠'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1개 |



'월드오브탱크 블리츠'가 얼마 전, 서비스 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간 누적 다운로드는 1억 2천만 건, 일일 이용자 수는 150만 명을 넘어섰죠. 모바일 게임 치고 5년 간 서비스한 게임이 굉장히 드물다는걸 생각하면, 5년 간 점진적인 성장을 이룩했다는 건 보기 드문 성공이라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월드오브탱크 블리츠는 모바일 게임을 독자적인 PC 게임으로 포팅한 드문 사례이기도 합니다. 원작 PC 게임이 굳세게 위치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노선으로 발전을 거듭해왔죠. 지금에 이르러 월드오브탱크 블리츠는 원작과는 아예 다른 모습의 월드오브탱크로 거듭났습니다.

서비스 5주년을 기념해 본사인 벨라루스 민스크에 위치한 월드오브탱크 블리츠 팀의 핵심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스케쥴 문제 상 직접 대면은 어려웠지만, 화상 연결을 통해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죠.



▲ 안드레이 리아보폴(좌)와 나탈리아 퍼쉬츠(우)

Q. 이렇게 대화를 나누게 되어 반갑습니다. 먼저, 간단히 본인 소개를 해줄 수 있나요?

나탈리아: 전 나탈리아 퍼쉬츠(Nataila Pershyts)라고 해요. 월드오브탱크 블리츠의 퍼블리싱 디렉터를 맡고 있죠. 구체적으로는 마케팅, 커뮤니티, e스포츠, 유저 관련 데이터 분석 등 게임 개발 외에 거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고 있어요.

안드레이: 안드레이 리아보폴(Andrey Ryabovol)입니다. 2013년에 월드오브탱크 블리츠의 글로벌 오퍼레이션 디렉터로 워게이밍에 합류한 이후, 5년 째 월드오브탱크 블리츠의 디렉터로 일하고 있어요. 사실상 블리츠의 모든 프로젝트를 총괄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Q. 월드오브탱크 블리츠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5년을 채웠어요. 처음부터 이런 성과를 기대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현재 심정이 어떤가요?

안드레이: 블리츠는 5년 간 서비스되었고, 누적 다운로드 수로 1억 2천 만 건을 달성했어요. 엄청난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많은 게이머가 플레이한 것은 아니에요. 블리츠는 점진적으로 꾸준히 성장했고, 우리는 5년 간 꾸준히 게임을 관리해왔죠. 한 순간도 나태하지 않고 신경을 써온 것이 별 탈 없이 계속 서비스를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이라 생각해요.

나탈리아: 블리츠는 '강력한 IP'라는 태생적인 장점이 있었어요. 기존의 유저 베이스가 탄탄했기 때문에 성공적인 출발을 할 수 있었죠. 이후 한 번도 개발팀을 축소하지 않고 유지해오면서 꾸준히 개선과 콘텐츠 확충에 힘썼어요.



▲ 고증보다는 '게임'으로서 콘텐츠는 계속 늘어났다.


Q. 말씀하신대로 5년 간 월드오브탱크 블리츠는 꾸준히 콘텐츠를 늘려왔어요. 지금도 월 1회 가량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업데이트의 방향을 결정하는 어떤 철학이나 기준이 있나요?

안드레이: 우리는 세 가지 개발 기조를 세워 업데이트를 진행해요. 첫 번째는 지속적이고 꾸준한 콘텐츠의 확충이에요. 끊임없이 디자인을 개선하고, 새로운 기능을 적용하면서 게임을 더 좋게 가꾸어 나가는 거죠. 그 과정에서 일관된 방향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린 늘 업데이트 내역을 정리하면서 다음 업데이트 내용까지 미리 생각해두는 편이에요.

두 번째는 지표의 활용이에요. 블리츠와 관련된 모든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게임의 현 상태와 수정 현안을 결정하죠. 하나의 게임이 만들어내는 지표는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이 지표들은 업데이트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마지막 기조는 플레이어의 피드백이에요. 블리츠를 플레이하는 게이머층은 여러 영역에 분포되어 있고, 굉장히 많은 채널에서 블리츠와 관련된 대화가 이뤄지죠. 저흰 모든 SNS와 커뮤니티, 유튜브 등을 모니터링하고, 게이머층의 의견을 수집해 하나의 거대한 통계를 만들어내 업데이트에 참고합니다.


Q. 월드오브탱크 블리츠는 기존의 '월드오브탱크'에 비해 고증과 시뮬레이션으로서의 완성도보다는 캐주얼함, 아케이드성에 집중한 업데이트 기조를 유지해 왔어요. 이런 방향은 어떻게 정해진 거죠?

나탈리아: 기존의 '월드오브탱크'와 블리츠의 경우 게이머층의 분포가 상당히 다른 편이에요. 원본 게임의 경우 블리츠에 비해 유저층의 평균 연령이 높은 편이죠. 우리는 최대한 많은 게이머들이 '월드오브탱크'라는 게임을 접하길 바랐고, 기존의 '월드오브탱크'를 어렵게 생각하는 게이머층에게 좋은 대체제를 선보이고 싶었어요. 블리츠의 업데이트 노선은 그렇게 정해진 거죠.



▲ 고증보다는 아케이드. 캐주얼을 코드로 발전된 블리츠


Q. 월드오브탱크 블리츠는 모바일 게임인데도 '스팀'을 통해 PC로 플레이할 수 있어요. 이미 PC 원본 게임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굉장히 보기 드문 경우인데, PC로 블리츠를 서비스한 이유가 있나요?

안드레이: 먼저, 블리츠는 처음부터 '모바일 게임'이 아닌 '멀티플랫폼 게임'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작품이에요. 게임을 구동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기에서 큰 차이 없이 구동할 수 있는 게임을 목표로 만들어졌죠.

'월드오브탱크'와 '월드오브탱크 블리츠'는 일견 비슷한 게임이고 뿌리는 같다고 할 수 있지만 엄연히 다른 게임이에요. 더 빠르고, 덜 복잡하며, 더 '게임적인' 성향의 타이틀이죠. 복잡한 각도, 장갑 계산이나 정밀한 수 싸움이 힘든 게이머들도 가볍게 시작해 치고박고 싸울 수 있는 월드오브탱크가 블리츠라고 할 수 있어요. 마우스 말고 손가락이 실력을 가른다는 점도 원본 게임과의 차이라 볼 수 있겠죠.

아마 '월드오브탱크'에서 수백 판을 플레이하고, 플레이 노하우를 익힌 유저라 해도 블리츠에서 그대로 플레이한다면 승리하기 어려운 거예요. 그리고 저흰 앞으로도 블리츠를 원본 월드오브탱크와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켜갈 계획이죠.



▲ '스팀'에서도 서비스 중인 월드오브탱크 블리츠


Q. 과거 게임 내에서 프로포즈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게이머층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이뤄지는지 설명해줄 수 있나요?

안드레이: 프로포즈는 저희가 도움을 준 기억이 있습니다. 터키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였는데, 여자친구와 게임 내에서 만났다고 들었죠. 그가 저희 쪽에 프로포즈에 대한 도움을 달라고 여러 요청을 보냈었는데, 솔직히 말해 모든 요청을 다 들어주기는 어려웠어요. 그래도 해줄 수 있는 만큼의 도움은 주고 싶었고, 게임 내 메신저 기능을 응용해 프로포즈에 대한 '수락' 버튼을 구현했죠.

나탈리아: 게이머와 워게이밍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굉장히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요. 선물도 굉장히 많이 보내주셔서 회사 내에 게이머들이 보내준 선물을 전시하는 전시실이 따로 있을 정도죠. 저희는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매우 기껍게 생각하고 있어요.


Q. 그럼 앞으로 업데이트될 내용에 대해 간단하게 말해줄 수 있나요?

안드레이: 처음 블리츠를 출시했던 시기와 비교해보면, 첨단 기술은 굉장히 가파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요. 처음엔 여러 기기에서 초당 30프레임으로 구동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지금은 그 이상의 성능 구현도 얼마든지 가능하죠. 그러다 보니 기술적으로 맞지 않은 부분이 꽤 있어요. 최적화가 잘못된다거나, 새로운 기술 아키텍쳐와 프로그램 구동 체계가 딱 맞지 않다거나 하는 문제들이죠.

지금의 목표는 9월 중으로 새로운 UI를 포함한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거예요. 정확히 그 때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단 목표로 삼고 있어요. 동시에 현시대에 맞는 수준의 최적화를 이뤄내고,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는 것이 지금의 지상과제입니다.



▲ 전면적인 UI 개편을 계획 중이다.


Q. 작년 즈음 해서 블리츠에 '스마트 다운로드 시스템'이 도입되었어요. 어떤 시스템인지 설명해줄 수 있나요?

안드레이: 저희는 스마트DLC(SmartDLC)라고 부르는 기능이에요. 블리츠의 경우 게임 구동에 필요한 어셋이 꽤 되는 편이라 게임 용량도 큰 편이고, 리소스가 다소 무거운 편이에요. 스마트DLC는 이론적으로 블리츠의 리소스를 동적으로 불러오는 기술이에요.

간단히 설명하면, 전투에 참여할 때 게임에 참여한 플레이어들의 전차에 따라 필요한 게임 리소스를 파악해 그것만 불러오는 기능이에요. 모든 과정은 백그라운드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따로 기다릴 필요도 없고, 게임 클라이언트의 용량도 줄어들죠. 이 기능이 불러오는 긍정적인 효과만 정리하면, 전체적인 다운로드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게임 용량이 줄어들어 기기의 여유 저장 공간이 늘어나죠.

지금은 안드로이드에서만 사용 가능한 기능이지만, 차후 다른 플랫폼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끔 개발 중에 있어요.



▲ '스마트DLC'는 안드로이드에 우선 적용되었다.


Q. 안드레이에게 묻고 싶어요. 워게이밍 입사 이후 5년 간 블리츠만을 바라보며 일해왔는데, 서비스에 대한 열정이 식거나 매너리즘이 생기지는 않나요? 어떻게 의지를 이어올 수 있었죠?

안드레이: 저는 블리츠를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 5년 간 꾸준히 성장해오는 아이와 같죠. 당연히 때로는 속을 썩이기도 하고, 마음대로 안될 때도 있지만 아이를 포기하는 부모는 없잖아요. 모바일 게임은 전체적으로 수명이 그리 길지 않아요. 모바일 게임으로 5년을 서비스했으면 꽤 오래 서비스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죠.

블리츠를 지금 이상으로 더 키워나가는 것도 저에게는 굉장히 도전적인 일이에요. 저흰 꾸준히 게이머들의 피드백을 수집하는데, 실제로 게이머들이 준 부정적 피드백에서 게임을 발전시킬 단초를 많이 찾을 수 있었어요. 그 게이머들이 한때는 중학생이었다가 지금은 대학생이 되고, 대학생이었다가 사회인이 되었으며, 싱글이었다가 아이의 아버지, 어머니가 되고 있죠.

사람 사는게 그렇잖아요?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인생의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죠. 저는 블리츠가 나아갈 스테이지가 아직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고, 지금처럼 꾸준히 발전해나간다는 생각을 하면 행복해요. 앞으로도 계속 블리츠를 서비스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Q. 그럼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월드오브탱크 블리츠를 플레이하는 게이머분들께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요?

안드레이: 먼저, 블리츠를 늘 플레이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전하고 싶어요. 몇 년 전, 연말마다 열리는 블리츠 대회에서 한국 팀이 준우승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보여준 굉장한 실력에 매우 감탄했던 기억이 있어요. 한국 게이머들이 모든 게임의 평균 실력을 올린다는게 과언이 아니었죠. 저 또한 언제나 한국 게이머들을 응원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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