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2033'의 반지하 게임즈, 그들이 고집하는 철학과 고민

인터뷰 | 허재민 기자 | 댓글: 8개 |



반지하 게임즈의 ‘서울2033’가 출시된 지도 벌써 반년 이상이 지났다. ‘서울2033’은 핵전쟁으로 멸망한 서울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텍스트 어드벤처로, 주어지는 다양한 상황에 따라 어떻게 행동할지를 선택하면서 스토리를 진행하게 되는 게임이다.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달라지고 진행방법도 여러 가지로 나누어진다.

‘서울2033’의 반지하 게임즈는 이유원 기획자와 고등학교 동창들이 함께 만든 인디게임 팀이다. 모두 평일에는 학생, 직장인으로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가 토요일마다 모여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1월에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반지하 게임즈는 바쁜 일상의 시간을 쪼개서라도 게임을 개발하는, 정말 게임 개발을 즐기는 팀이었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2019에서 TOP 10에 선정된 반지하 게임즈를 다시 만나볼 수 있었다.

TOP 10 투표가 이루어지기 전 자신 없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당당하게 TOP 10에 선정된 ‘서울2033’. 이유원 개발자는 이런 행사는 처음이라며, 긴장된 모습으로 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정말 기대하지 않았는데, 선정되어서 기뻤고, 무엇보다도 유저분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실제로 유저분들을 만나본 것은 처음이라서요. 재밌게 플레이해주셔서 상상도 못했던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희 사진도 찍어가는 분들도 있었어요!"



▲반지하 게임즈 이유원 기획자

지난 1월과 같이, 반지하 게임즈는 계속해서 학업, 직장과 게임 개발을 병행해 나가고 있다.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이제는 반지하가 아니라 리모델링된 1층으로 이사 갔다는 점. 근데 같은 건물이라고 한다. 사실 일상과 개발을 병행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둘 다 잡다가 둘 다 놓치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 특히 ‘서울2033’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점점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고, 언젠가 병행하기가 어려워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반지하 게임즈는 지금 그 과도기에 놓여있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해서 학점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반지하 게임즈는 이제 그 분기점에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일단 최선을 다해보고, 앞으로의 비전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무리 힘들다고 하더라도, 게임을 만들지 않게 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직 해답을 찾고 있는 반지하 게임즈.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많지만, 게임 개발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2033’은 확장팩 개념으로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으며, 새로운 BM 구조도 구상하고 있다. ‘이유원 기획자는 “이전까지는 어떻게 ‘서울2033’의 업데이트를 이어갈지 고민이 많았는데, 확장팩으로 가자고 구체화했습니다. 특정 주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모아 확장팩 방식으로 업데이트할 생각인데, 유저 반응을 보고 어디까지 진행할지, 새로운 작품으로 변화를 줄지 판단할 예정이에요”라고 설명했다. BM의 경우, 쿠키를 통해 콘텐츠를 해금할 수 있도록 하고, 쿠키는 게임 내에서 모을 수도 있지만 구매할 수도 있게 구성되어있다.




‘서울2033’의 업데이트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게임에 대한 접근성 부분에 대해서도 이루어졌다. 지난봄 이루어진 시각장애인을 위한 업데이트가 그 예다. 작년 겨울부터 시각장애인 유저들에게 피드백을 받아서 진행된 보이스 오버를 활용한 업데이트는 직접 유저들과 소통하며 개발됐다. 시각적으로만 전달됐던 이미지들은 보이스 오버 기능을 활용해 시각장애인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전달한다.

"사실 아이디어 자체는 그전부터 논의되어왔어요. ‘서울2033’은 텍스트로만 되어있는 게임이고, 소리로만 플레이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다만 음성으로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어려웠는데, 보이스 오버 기능을 통해 가능하다는 피드백을 받고 설렜죠. 우리가 생각했던 것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니까요.

배려라기보다는 인디게임으로서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접근성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존 형식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접근성이 넓어지니까요.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바로 결정하게 된 이유기도 합니다."


그는 이번 업데이트 외에 아직 계획된 부분은 없지만, 반지하 게임즈는 계속해서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대로 점점 넓혀나가는 팀의 개발 성향을 고려할 때 언제 어떤 업데이트가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이유원 기획자는 접근성 개선은 우선순위가 높은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서울2033’ 외에 반지하 게임즈는 어떤 게임을 계획하고 있을까. 이유원 개발자는 “완전히 다른 게임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서울2033’이 좋은 성과를 보여주면서 기대감이 높아졌다는 것이 걱정이라고.

"아마 다음 작품은 기대감을 낮추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웃음). 물론 애를 쓰지 않아도 특이한 게임이 만들어질 거라 기대합니다. 대부분 재미있을지 검증하지 않고 개발하는 편이라서요. 다행히도 저희의 감성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인터뷰에서 인상 깊었던 말이 있었다. 백승민 개발자가 언급했던 부분이지만, 반지하 게임즈 답지 않은 게임을 만들게 되면, 그때는 ‘반지하 게임즈’라는 이름을 쓰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서울2033’에 대한 유저 반응은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대중적이지 않은 색깔을 가진 개발사는 조금 대중성을 포용할 수 있도록 게임의 색깔을 수정하거나, 또는 아예 일정 팬들을 타겟으로 색깔을 강조해나가는 선택을 하곤 한다. 반지하 게임즈는 여기서 어떤 방향성을 선택하게 될까.

"후자일 것 같습니다. 대중성을 생각했다면 ‘서울2033’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에요. 처음 게임으로 300원, 700원 벌었을 때 느꼈던 기쁨이 기억나요. 우리의 감성을 좋아하는 팬들, 반지하 게임즈의 게임을 좋아하는 팬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기쁨도요. 우리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만을 위해서 만드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아류로 어설픈 성공을 거두는 것보다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우리의 게임이라는 것이 두드러지는 게임만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금전적인 생각은 계속 들어요. 다행히 저희 팀이 이 부분에 대해서 연연해 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웃음).

경제적 성공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우리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게임을 만드는 것. 그런 가치를 유지하는 반지하 게임즈가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방향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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