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020] 내러티브 디자인이 곧 게임 디자인, '동사'에 스토리를 담아보자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19 (COVID-19) 여파로 취소된 세계 최대 개발자 컨퍼런스 GDC가 한국 시간으로 금일(17일)부터 21일까지, 매일 오전 2시부터 트위치 채널을 통해 'GDC 2020 버추얼 토크'를 진행한다.

버추얼 토크는 GDC 주최측에서 기존 행사에 강연이 예정되어 있던 강연자들로부터 녹화된 강연을 전달받아 트위치 채널을 통해 공개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하나의 채널에서만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행사와는 강연의 수에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금일 진행되는 버추얼 토크 기준 약 9개 가량의 강연이 공개된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공유하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누구나 트위치 채널을 통해 강연을 듣는 것이 가능하다.

첫날 두 번째 세션으로는 카피바라게임즈의 케이틀린 트렘블레이 내러티브 디자이너가 준비된 강연이 공개됐다. 토론토 소재 개발사 Laundry Bear Games가 출시한 인디 게임, '장의사 이야기(A Mortician's Tale)'의 리드 라이터를 맡고, 유비소프트 토론토의 리드 내러티브 디자이너를 역임하기도 한 케이틀린 트렘블레이는 AAA게임부터 방탈출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내러티브와 스토리텔링을 도맡아 온 바 있다.

"게임플레이와 내러티브를 통합하기"라는 주제 그대로, 케이틀린 트렘블레이 디자이너는 "내러티브 디자이너와 게임 디자이너가 베프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며 강연을 진행해 나갔다.



▲ 케이틀린 트렘블레이(Kaitlin tremblay) 카피바라 게임즈 내러티브 디자이너

"내러티브 디자인이 곧 게임 디자인"

"우리가 전투 디자인이나, 무기 디자인, 시스템 디자인 같이 게임 개발에 필요한 세밀한 디자인을 열거할 때, 저는 내러티브 디자인 또한 게임 디자인적은 측면으로 접근합니다. 주로 스토리를 플레이어에게 어떻게 전달하는 지에 대한 측면으로 말이죠"

내러티브 디자인에 대해서 '게임플레이라는 조각을 통해 스토리를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케이틀린 트렘블레이 디자이너는 상호작용 가능한 스토리텔링의 중심에는 언제나 액션과 내러티브가 공존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플레이어가 무엇을 하는지'라는 질문에 항상 집중하는데, 개발자의 입장에서 플레이어의 행동은 '어떻게 스토리를 전달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에 대한 해답이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의 행동은 게임의 기본적인 메카닉과 액션, 그리고 개발자가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 모두를 결정하기도 한다.




"여러 다른 장르의 게임들을 이야기하기 전에 저는 꼭 이 질문에 대해 먼저 생각해 봅니다. 플레이어가 무엇을 하는지. 그들이 싸운다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싸우는지 궁금하고, 방어를 한다면 무엇을 지키기 위해 방어를 하는지 더 궁금한 점이 생기죠. 도망친다면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는지도요. 해킹을 한다면 혼자서 하는지, 또는 여럿이서 하는지 궁금할 거에요. 그런 데서 변화가 오니까요"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서 행하는 여러 가지 동사(Verbs)를 나열하면서, 그는 이러한 단어들이 각가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는 의미와 느낌이 다르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대화하다'와 같은 동사는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그는 "게임플레이는 언제나 엄격한 플롯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며, 초반에 세계관이나 캐릭터, 스토리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작은 조각들을 제공한다"며,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행하는 행동과 이를 유도하는 게임플레이 메카닉은 라이터가 작성한 스크립트와 함께 스토리텔링 자체의 힘을 더욱 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 게임플레이와 스토리가 힘을 합치면 스토리텔링이 더욱 강력해진다

게임 메커니즘이 스토리에 힘을 실어주는 사례로, 케이틀린 트렘블레이 디자이너는 1) 게임 메커니즘이 암시하는 문자 그대로의 스토리와 2) 게임 메커니즘을 통해 만들어지는 감정적인 스토리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사례로 그는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뽑았다. 그에 따르면 플레이어가 스토리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전달받지 않고도, 의뢰인을 통해 암살할 대상을 찾고, 암살을 수행한 뒤 보상을 받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이 암살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플레이가 자체가 플레이어에게 감정적인 스토리를 전달하는 사례로는 '테트리스'를 꼽았다. 전혀 스토리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게임이지만, 무작위로 떨어지는 블록을 이리자리 쌓아가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발단과 전개, 절정과 같은 감정의 기복을 느끼게 된다. 일자 블록만 떨어지면 모든 블록을 다 지울 수 있는데 야속하게 그 블록만 떨어지지 않는다거나, 마침내 모든 블록을 지우고 쾌감을 얻는 것은 그 자체로 아주 감정적인 스토리가 된다는 것이 케이틀린 트렘블레이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 게임 플레이 자체가 스토리가 될 수 있는 각종 사례


"그래서 플레이어가 '무엇'을 하는가? "

"'디펜스'를 예로 들어볼까요? 방어라는 단어는 '공격'이란 동사보다 플레이어에게 여러가지 의미를 전달합니다. 실제로 방어를 하고 있어도 공격을 하는 것처럼 보이니, 역시 뭔가 다른 의미가 필요한 거죠. '방어'는 주로 '공격'이라는 단어가 할 수 없는 '무언가를 보호한다'는 감정을 불어 일으키는데 요긴합니다"

이어서 케이틀린 트렘블레이 디자이너는 게임플레이 메커니즘이 문자 그대로 내러티브에 도움을 주는 사례를 설명하며 다시 한 번 플레이어의 행동을 주문하는 동사에 대해서 강조했다. 위와 같이 '방어'라는 동사를 예를 들어 보면, 이는 상대방의 공격으로부터의 방어를 뜻할 수도 있지만, 무언가로부터 생존을 하기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

이처럼 케이틀린 트렘블레이 디자이너는 개발자가 선택하는 단어(동사)는 플레이어에게 무언가를 의미하는 것이며, 더욱 정환한 스토리 전달을 위해서는 해당 단어를 접한 플레이어가 어떤 감정적인 반응을 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그는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을 하게 만드는 게임에서 게임플레이 메커니즘이 스토리텔링에 큰 도움을 주는 사례를 설명했다. 그 사례는 베데스타 소프트웍스의 FPS '디스아너드'와 인기 인디 게임 '언더테일'이었다.

두 게임의 공통점이라면 게임플레이 도중 만나게 되는 적들을 꼭 죽이지 않고 끝까지 엔딩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디스아너드의 경우 NPC를 살해할수록 카오스 수치가 높아져 마을이 점점 황폐해지는 광경을 볼 수 있으며, 언더테일의 경우 불살, 몰살 엔딩이 따로 나뉘어져 있다.

케이틀린 트렘블레이 디자이너에 따르면, 이러한 유형의 스토리는 디스아너드 주인공인 '코르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정의해 주지만, 플레이어가 그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정립해주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눈앞에 보이는 모두를 죽일지, 아니면 살려줄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앞으로의 스토리를 정하는 동시에 주인공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결정을 내리게 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케이틀린 트렘블레이 디자이너는 자신이 직접 제작에 참여했던 작품들의 사례를 나열하며, 플레이어들에게 주문한 각 동사들을 어떻게 내러티브를 전달하는 장치로 사용할 수 있었는지 소개하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 대화하기




첫 번째는 인터렉티브 소설 시리즈를 개발했을 때의 사례로, 당시 작품에서는 '대화'하는 것이 플롯을 전개하는 데 사용했던 주요한 장치이자 플레이어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당시 그는 이 대화 장치를 더욱 흥미롭게 사용하기 위해 '비밀' 시스템을 추가했는데, 등장인물들의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해당 인물의 호감도가 내려가는 요소로 쓰이기도 했다.

여기서 '대화'라는 단어는 전투와 유사하게 등장인물간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로 사용되었고, 상호적으로 이워지는 만큼 결과를 가져오며, 우정을 쌓거나 파괴하는 데 쓰이기도 했다. 또한 드라마를 내재하는 중요한 요소로도 사용되기도 했다.


■ 듣기




인디 게임 '장의사 이야기'는 장의사가 주인공이 되어 시신을 염장하고, 장례를 치르는 모든 과정을 담담하게 게임에 담아냈다. 이 게임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고인의 가족이나 조문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부분인데, 때문에 당시 리드 라이터였던 케이틀린 트렘블레이 디자이너는 '듣기'라는 행동 자체에도 상당한 고민을 해야만 했다.

조문객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그는 조문객의 감정을 더욱 강조해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플레이어는 장례식 과정에서 오로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데, 이를 통해 플레이어를 자연스럽게 관찰자의 입장으로 보낼 수 있었고, 반대로 조문객의 이야기를 더욱 강조하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 퍼즐 해독하기




방탈출 게임의 내러티브를 짜면서 고민했던 요소로, 방탈출 게임에서 암호의 해독이나 퍼즐을 푸는 것은 보통 한 사람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케이틀린 트렘블레이 디자이너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게임의 특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을 강조했으며, 참여자들이 자연스럽게 지식을 공유하고, 더 많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지식을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모든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우리는 게임플레이를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대신, 시스템 뒤편에서 기본적인 스토리를 창조하고, 그 둘을 동시에 완성해 나가죠. 우리는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도움을 통해, 이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 디자인하고, 물론 때로는 그 반대도 성립합니다"

게임플레이 메커니즘과 스토리가 따로 놀면, 게임을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스토리에 깊이 몰입하기 힘들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스토리가 게임플레이 메커니즘에 동기 부여를 하지 못한다면 플레이어는 금방 흥미를 잃게 된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케이틀린 트렘블레이 디자이너는 다시 한 번 내러티브 디자인과 게임플레이 디자이너가 개발 초기부터 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