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를 찾아서#10] 고전 명작하면 이거지! 디스크 스테이션 명작, '환세취호전'

기획기사 | 양영석 기자 | 댓글: 53개 |



과거 PC 패키지 시장이 거대하게 흥행했을 무렵, 여러가지 트렌드 중에 하나는 바로 게임 잡지였습니다. 게임 잡지들은 각자 서로 다양한 번들게임을 제공하면서 판매고를 올렸고, 많은 유저들도 이런 잡지를 통해서 새로운 게임들을 접해보곤 했죠. 부정적인 일면도 있었지만 이를 통해 많은 게임이 알려진 것도 하나의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런 게임중에는, 다른 패키지 판매 없이 잡지 번들로만 출시된 독특한 게임들도 있었습니다. 일본의 한 개발사는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게임의 데모나, 새로운 게임들 중 용량이 적고 간편히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모아 패키지와 잡지를 합친 형태로 발매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컴파일의 '디스크 스테이션'이죠.

컴파일은 이른 무렵부터 한국에도 진출하면서, 디스크 스테이션은 국내에도 발매되는 잡지중 하나였습니다. 높은 가격이 발목을 잡았지만, 그래도 상당히 게임들의 퀄리티가 좋아서 많은 유저들이 기억하고 있죠. 그리고 한국에서 발매된 버전중 '디스크 스테이션 2호'는 거의 없어서 못살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갈구합니다.

오늘 소개할 게임은 이 디스크 스테이션 2호가 큰 인기를 끌게된 만든 원동력이기도 하고, 국내에 '컴파일'이라는 회사의 이름을 알리는데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작품입니다. 국내에도 높은 퀄리티로 한국어화가 되어서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으며 고전명작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작품, '환세취호전'입니다.





'환세취호전'은 어떤 게임인가?
빠른 턴제 전투와 가벼운 분위기,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RPG




'환세취호전'(幻世酔虎伝)은 일본 게임사 '컴파일'에서 제작한 게임으로, 1997년에 발매된 턴제 RPG입니다. 환세취호전은 컴파일에서 제작한 게임 패키지이자 잡지인 '디스크 스테이션'에 수록된 게임으로, 윈도우에 맞춰 넣은 깔끔한 그래픽과 속도감있는 턴제 전투가 특징이었죠.

환세취호전은 디스크 스테이션 14호에 수록되었으며, 국내에도 발매된 디스크 스테이션은 2호에 수록된 게임이기도 합니다. 게임 개발 기간도 매우 짧고 용량도 매우 적은게 특징인 게임이기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완성도와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고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대 인기를 누린 게임이기도 하죠. 환세 시리즈의 첫 게임인 '환세희담'에 이어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환세취호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체적으로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를 지향하는 환세시리즈 답게, 환세취호전도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비슷합니다. 환세취호전은 호랑이 권법가 '아타호'가 주인공이고, 이 아타호가 도장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한 여정속에서 겪게 되는 일들을 담고 있습니다.

조상을 모시던 선산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던 아타호에게 맹호권 도장의 밀사가 찾아 오면서 이야기가 진행되죠. 밀서의 내용과 무투대회 참가 신청서를 본 아타호는 이내 결심을 하고 도장을 구하기 위한 여정을 떠납니다. 이 과정에서 우연찮게 환세희담의 주인공이자 후배인 개 검객 '스마슈'를 만나고, 또 암각권의 계승자이자 고양이 권법가인 린샹도 만나서 인연을 맺습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암각권 도장과 맹호권 도장이 얽힌 거대한 음모를 밝혀내고 이를 막아내는 여정을 떠나게 되죠.

재미있는 점은 게임이 '아타호' 중심으로만 돌아가긴 하지만, 동료들과 조연들도 상당히 매력적이고 여기저기서 활약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 외에도 환세희담에 등장했던 캐릭터들도 등장하곤 하는데, 사실상 "그냥 친구였구나"하는 정도로 이해해도 전체적으로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정도입니다. 중간 선택지에 따라서 엔딩에서 약간씩 변화하는 모습도 보여주기도 하고요.




게임의 분량은 생각보다 짧은 편입니다. 스피디한 진행을 하면 단 몇 시간만에 엔딩을 볼 수 있을 정도지만, 이래저래 기술의 신기를 찍거나 고단을 목표로 하면 게임의 진행도 길어집니다. 또한 레벨링 시스템도 캐릭터들의 레벨에 맞는 몬스터를 사냥해서 HP나 MP증가량이 높은 등 밸런스 조절도 꽤 되어 있는 편이고요.

캐릭터의 기술도 좀 독특한데, 매 플레이마다 기술의 대미지가 다릅니다. 때로는 신기까지 엄청 빠르게 상승하는 기술도 있는 반면에 느리게 성장하는 기술도 달라집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들은 꽤 대미지가 좋고, 느린건 약하고 해서 플레이마다 맹호룬룬권이나 맹호단공아등을 제외한 주력기술이 조금 달라지기도 해서 나름 신선하죠. 그리고, 재미있게도 패드도 지원하는 게임입니다. 또, 캐릭터가 기절해도 게임오버가 되지 않고 최대 HP가 조금 깎이는 등의 시스템도 채용되어 있어서, 난이도 자체도 어렵지 않습니다.

이름이 '취호전'인 만큼, 주인공인 아타호는 술을 먹고 취하면 기술이 변하기도 합니다. 취(호)권의 특징도 잘 캐치해서, 기술이 제대로 나가지 않기도 해요. 곤드레만드레 상태가 되면 행동불능이 되고, 졸림 상태가 되면 싸우다 말고 잠들어버립니다. 대신 최종 취기인 '대호'는 고단의 필수 조건이라서 깊게 플레이 하시는 분들은 꼭 챙기는 부분이기도 하죠.



노가다도 별로 안해도 클리어에 무리가 없습니다.

독특하게도, 꽤 마이너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환세 시리즈 중에서도 이 '환세취호전' 만큼은 국내에서 정말 잘 알려진 게임입니다. 컴파일의 대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뿌요뿌요', '마도물어' 시리즈 만큼이나 잘 알려진 게임이죠. 턴제를 싫어하는 유저들도, 상당히 빠르고 연출이 괜찮은 환세취호전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매력있던 타이틀이었습니다.

2015년에는 이벤트성으로 트위치에서 '트위치 플레이'로 환세취호전이 진행되기도 했고, 가끔씩 고전게임을 플레이하는 스트리머나 유튜버들 중에서 이 환세취호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만큼 '호랑이'라는 캐릭터로 아타호가 잘 알려졌고, 어느정도 상징성도 가졌을 정도죠.

아이러니하지만 환세취호전이 잘 알려진 계기는 정식 발매된 디스크 스테이션보다는 다른 루트가 많습니다. 특히나 한국 시장에서 패키지 게임이 크게 유행하던 무렵에는 이 환세취호전이 번들로 제공되는 잡지가 잘 팔렸을 정도니까요.



게임 진행이 빨라서, 몰입력도 괜찮습니다.







'환세취호전'의 IP 홀더는 누구?
몰락한 컴파일, IP는 D4 엔터프라이즈로...



환세취호전은 현재도 판매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환세취호전의 제작자인 '컴파일'은 의외로 국내에서도 꽤 잘 알려진 게임사입니다. 또한 비디오게임 시장 역사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기에, 비디오 게임이나 게임 역사에 관심이 높으신 분들은 아마 꽤 잘 알고 있는 회사이지 않을까 합니다.

1982년 발족한 컴파일은, 초기에 MSX 기기 게임을 제작하면서 게임 개발을 시작했죠. 초기 대표작인 슈팅게임이자 명작인 자낙(Zanac)은 엄청난 히트를 기록한 MSX의 게임이기도 합니다. 매우 빠른 시기에 비디오게임 시장에 뛰어든 컴파일은 이후로 성장가도를 달리면서 사업을 확장합니다.

또한 이 시기에 컴파일은 '디스크 스테이션'이라는 패키지(CD+잡지)를 발행하는데, 여기에는 컴파일에서 제작한 미니게임이나 신작, 혹은 차기작 데모등이 함께 모인 종합 패키지였습니다. 이 디스크 스테이션은 13년간 유지되면서 윈도우 플랫폼이 등장한 이후에도 발매됩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한 '환세취호전' 역시 원래는 디스크 스테이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었죠.



디스크 스테이션 14호에 실린 게임 중 하나가 환세취호전입니다. 1,980엔!

1990년대에 이르러 컴파일은 황금기를 맞이합니다. 이 시기에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이 바로 '뿌요뿌요'입니다. 마도물어 시리즈에서 파생된 스핀오프격의 작품이, 거의 대표 타이틀이 되면서 큰 성공을 거머쥐죠. 이후로 컴파일은 다른 타이틀보다도 '뿌요뿌요'에 많은 코스트를 쏟게 됩니다.

이렇게 나름대로 걸출한 타이틀을 확보하고 경쟁력있던 중견회사로 성장한 컴파일의 상승세를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규모를 생각하지 않은 경영으로 인하여 급격한 하락세를 겪었는데, 이를 해결할만한 대작들도 나오지 못했죠. 2002년에는 간판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던 뿌요뿌요의 저작권마저 세가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2003년 회사는 파산선고를 받았고, 이듬해 2월에는 파산폐지되면서 무너집니다. 파산선고 직후인 2003년에 '아이키'가 컴파일이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지적 재산권을 인수하는데, 이 '아이키'가 컴파일의 후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키 역시 길게 가지 못하고 또 도산됩니다.

이렇게 컴파일은 역사속으로 사라지면서 IP와 지적재산권 또한 행방이 애매해졌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는 'D4 엔터프라이즈'라는 고전게임 판매를 주력으로 삼는 회사가 있었고, 이 회사가 최종적으로 컴파일의 거의 모든 IP들을 사들입니다. 그래서 현재 '환세취호전'의 IP는 'D4 엔터프라이즈'가 가지고 있죠.



현재 D4 엔터프라이즈가 '환세취호전'의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재미있는점은, 일본 게임 개발사중에 '컴파일 하트'가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에도 아가레스트 전기와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로 꽤 잘알려져있는 회사지요. 국내에서도 CFK가 꾸준히 많은 작품을 한국어화하여 발매를 한 덕분이라고 할 수 있죠.

아무튼, 이 컴파일 하트는 원래 컴파일과는 전혀 관계가 없던 회사입니다. 회사또한 '아이디어팩토리'의 자회사이며 발매한 타이틀도 좀 다르죠. 그런데 이 컴파일하트가 2010년 D4 엔터프라이즈와 계약을 맺고 컴파일 게임의 콘솔 관련 사업권을 획득하면서 접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과거의 게임이나 음악들을 '컴파일 스테이션'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개 발매되고 있죠. 대표적으로 마도물어나 디스크 스테이션 등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컴파일은 한국 시장에 발빠르게 진출했던 회사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게임 기업으로서는 손에 꼽힐 정도로 빠르게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다양한 타이틀을 내놓았어요. 그만큼 '환세취호전'역시 1997년에 완벽한 한국어화로 발매되거나 '디스크 스테이션'이 국내에도 발매될 정도였으니까요. 이 덕분인지, 뿌요뿌요와 함께 한국 유저들에게 '컴파일'이라는 이름을 잘 알려준 타이틀이 바로 환세취호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혀 관련없던 컴파일하트도, 이제 컴파일과의 접점이 생겼습니다.




'환세취호전'이 부활한다면?
모바일도 어울릴 것 같은 게임, 하지만 가능성이...




환세 시리즈 자체는 일본 내에서도 상당히 마이너하고, 팬층이 매니악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국내에 잘 알려진 환세취호전이 특이한 케이스일 정도입니다. 지금 해봐도 상당히 쾌적하고 빠른 플레이를 제공하고, 속도감 있는 턴제 전투와 괜찮은 도트 애니메이션은 매력이 만점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있고, 때로는 방송에서 다뤄지기도 하죠.

하지만 부활할 가능성은 다소 낮습니다. 일단 게임의 판권 자체는 원작자가 아닌 다른 D4 엔터프라이즈가 가지고 있고, 이 회사는 고전 게임을 주로 판매하는 형식의 BM을 취하고 있죠. 컴파일하트에서도 계약을 맺긴 했지만, 결국 원작자인 컴파일이 환세 시리즈의 권리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활의 가능성을 높게 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컴파일은 현재 과거의 위상을 잃어버린, 컴파일의 정통 후계인 '컴파일o' 역시, 환세 시리즈보다는 마도물어 시리즈에 좀 더 높은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전작 언급도 제법 많았지만 내용상으론 몰라도 큰 무리가 없던게 특징.

그래도 게이머라면 이 게임이 부활하는 걸 보고 싶어 할 수도 있죠. 그럼 일단 이 게임이 가진 매력이자 특징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환세취호전'의 매력은 가벼운 동양 무협의 분위기와 아타호, 스마슈 등의 독특한 캐릭터, 그리고 빠른 템포의 턴제 전투 정도로 꼽을 수 있습니다.

출시 당시 환세취호전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은 놀라운 최적화와 용량, 그리고 다소 메뉴의 뎁스가 깊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편리한 UI 등이었죠. 버그와 최적화가 불리했던 과거 게임들에 비해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 쾌적한 플레이 가능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와닿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다른 플랫폼보다는 모바일에 이식해도 큰 무리 없이 정말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초에 인터페이스와 연출 자체는 과거부터 나눠져 있었으니 가상 패드로 이런 형태를 구현해도 큰 상관이 없을 겁니다. 문제는 UI의 간편성을 어떻게 보여주는 것이냐와 장점 중 하나였던 도트 그래픽을 어떤 느낌으로 구현하느냐겠죠.

대체적으로는 현대적으로 다시 해석하면서 다양한 의상이나 무기, 커스터마이징을 보여주는 것도 게임의 볼륨을 풍성하게 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아닐까 합니다. 메뉴의 뎁스를 줄이고 빠른 템포를 위한 전투는 이미 몇몇 SRPG에서 방식을 보여준 바가 이를 벤치마킹해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요? 현재 게임처럼 전투 시에 바로 전투 커맨드 입력 부분으로 이동하고, 공격기를 선택하고 입력하면 바로 다음 캐릭터로 가는 식을 그대로 해도 괜찮을 것 같네요.

어차피 어차피 머릿속에서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는 행복 회로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원작 회사는 후계로만 남아있는데다가 다른 시리즈에 집중하고 있고, 저작권은 다른 회사에 가있는 데다가 그렇게 엄청난 타이틀이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니까요.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다시 컴파일이 크게 부활해서 환세취호전이나 환세 시리즈를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감님 아직 잘 쉬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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