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드림즈'를 통해 처음 깨닫는 창작의 즐거움

리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2개 |




⊙개발사: 미디어 몰리큘 ⊙플랫폼: PS4 ⊙장르: 샌드박스 ⊙출시: 2020년 2월 14일


그간 마인크래프트나 게리 모드, 그리고 미디어 몰리큘의 리틀빅플래닛 같은 게임들은 어디까지나 명확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다들 훌륭한 작품이지만, 게이머 모두를 위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창작에 재미를 느끼는 이들을 위한 게임이라고 말이다. 특정 타깃이 존재하는 게임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이번 '드림즈 유니버스(이하 드림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직 국내에서 마땅히 이 작품을 다룬 자료가 없을 때부터 관심을 드러내긴 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다른 이의 창작물을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무언가를 짜맞추고 조립하는 일에는 영 관심이 없으니 그보다는 참신한 게임의 공유 장으로 여긴 거다.

게임 출시 전 적어낸 [궁극의 게임툴! "3D 게임, 26분이면 만들어요"]라는 기사에서도 그런 기대감이 담겼다. 직관적이고 쉽게 만드는 게임. 그저 게임 제작 툴로서의 가치만을 담았다.

이쯤되면 눈치 빠른 독자라면 어떤 말이 이어질지 대충 짐작하리라. 드림즈는 게임 제작툴 정도로 분류할 수 있지만, 그 어떤 제작 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창작 본연의 재미를 선사한다. 그간 창작 자체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것을 깨달을 수 있는 계기와 자연스럽게 접근할 기회를 끊임없이 만들어준다.




창작과 그걸 발현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 작품은 그런 이들을 격려하고 응원한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그 누구보다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자체에 몰두하게 한다. 조립하고 만드는 것에 관심이 없는 것은 단지 창작의 재미를 느낄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라는 듯이 말이다.

리뷰를 빙자한 이 글은 창작이라는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해준 미디어 몰리큘을 향한 존경이자 지난 30여 년의 게이머 인생에 대한 반성이다.


재즈 음악과 함께 전하는 창작, 그 본질
마음의 두려움을 깨고 창작의 날개를 펴라




게임을 처음 켜면 조작법을 간단히 소개받고 바로 본 게임에 돌입한다. 게임을 만드는 드림셰이핑, 타인이 만든 작품을 즐기는 드림서핑 중 원하는 것을 바로 시작하면 된다. 별다른 부연 설명은 없지만, 기본 안내가 끝나면 자연스레 미디어 몰리큘이 제작한 게임 '아트의 꿈'에 먼저 눈이 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클리어까지 넉넉하게 잡아도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아트의 꿈'은 밴드에서 더블 베이스를 연주하는 재즈 뮤지션 '아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는 주변으로부터 인정받는 음악가지만 정체 모를 불안감과 두려움을 품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에 동료의 곁을 훌쩍 떠나버린다. 게임은 아트가 이런 불신을 이겨내고 원래의 자기 자신과 동료의 믿음을 되찾는 이야기다.

사실 이야기 자체나 만듦새 하나하나는 PS4로 판매되는 기존 게임들과 비교하면 화려하지도 않고 세밀한 디테일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짧은 작품이 드림즈를 시작하는 유저들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꽤 크다.



▲ 가장 처음 접할 수 있는 게임인 '아트의 꿈'

'아트의 꿈'은 특별한 게임 엔진이나 별도의 기기가 아닌 드림즈의 툴로 제작됐다. 투박하게 다듬어진 3D 디자인이나 전개 방식, 그리고 게임 전체를 아우르는 재즈 음악까지도 유저가 마음만 먹으면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이를 증명하듯 게임 속 아트는 다양한 게임 장르로 구현된 세계를 탐험한다. 기본적인 게임 진행은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방식의 아트 파트와 추억 속 장난감 폭시와 프랜시스가 진행하는 액션 어드벤처. 그리고 2기의 로봇 디-버그와 엘이-디의 3인칭 퍼즐 어드벤처 등 크게 3종류로 구분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틀일 뿐이다. 실제로 게임은 위 장르 외에도 플랫폼의 형태를 취하다가 리듬 액션, 플라이트 게임, 비행 슈팅에 인터랙티브 드라마와 뮤직비디오의 형태 등 다양한 장르 변화를 이룬다.

사실상 유저가 '드림즈 툴이 어느 특정 장르를 구현하지 못하지는 않을까'라는 의구심을 본격적인 개발에 도전하기 전 해결한 셈이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즐기며 자신이 좋아하거나 만들고 싶었던 장르의 게임 개발에 대한 욕구를 끌어 올릴 여건도 만들었고 말이다.



▲ 아트의 이야기는 고전적인 그래픽 어드벤처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 다양한 장르의 변화를 주며 드림즈의 넓은 제작 가능 영역을 드러낸다

'아트의 꿈'이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재기 넘치는 스토리도, 장르를 넘나드는 게임플레이도, 어깨를 흔들게 하는 재즈 음악도 아니다. 드림즈에 속한 하나의 게임일 뿐인 '아트의 꿈'은 게임 너머 드림즈, 심지어 그 밖에 있는 유저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일종의 메타게임 쯤이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주인공 아트에 불안감을 주는 주요 적은 손빅이다. 손빅은 게임 초반 주인공의 어릴 적 인형을 가둬 놓는 새로 그려지지만, 스토리를 진행하며 아트에게 직접 시련을 주는 열차 승무원으로, 때로는 아트 그 자신으로 그려진다.

사실 손빅은 아트가 품고 있는 일련의 불안감과 낮은 자의식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를 통해 아트는 연주라는 예술 활동을 손에서 놓게 된다. 그리고 이는 플레이어게도 통하는 이야기다. 게임 창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이는 타인이 아닌 유저 스스로에게서 나온다.



▲ 주인공에게 끊임없이 시련을 안기는 손빅은 아트 자신의 불안감이 형상화된 인물이다

재밌는 점은 이를 극복하는 방식이다. '아트의 꿈'에서 현실을 다루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아트의 상상 속 이야기다. 이를 해결하는 주인공은 장난감이나 연인 라일라와 나눠 가졌던 로봇이다. 이들은 아트의 창의적인 발상과 상상력의 산물이며 아트가 손빅을 이기도록 격려하는 것 역시 그들이다.

이렇게 드림즈는 창의적인 발상과 그리고 물러서지 않는 도전, 창작에 대한 의심을 깨부수는 것 자체를 논한다. 그리고 이를 아트를 통해 그려냈으며 플레이어 스스로 아트의 감정에 이입하고 도전하도록 한다. 이런 발상은 그간 리틀 빅 플래닛이나 테어어웨이 등 뇌를 흠뻑 취하도록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주무르는 작품을 다수 만든 미디어 몰리큘의 특징이 한계 없이 발현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 결국, 주인공 내면의 갈등을 해결하는 건 창의력과 상상력이 발현된 꿈속 친구들이다


쉽게 만드는 과정, 그 즐거움
눈에 보이는 그대로,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 나가는 꿈의 세계

마음 가짐을 갖췄다면 이제 진짜 창작에 들어갈 차례다. 드림즈의 창작 메뉴인 드림셰이핑은 무언가를 만드는 데에 익숙하다면 기본적인 조작 튜토리얼만을 따라 해보고 이것저것 직접 만져보며 접근하면 된다. 각 기능에 대한 설명이 세세하게 나와 있고 제작 방식도 직관적이다. 눈에 보이는 곳에 도구나 아이템을 올려두고 직접 설정하거나 준비된 설정을 따르면 전부니 말이다.

하지만 제작이 처음이라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미디어 몰리큘은 그 어느 제작 툴보다도 자세한 튜토리얼을 제공하고 있다. 사실 튜토리얼이긴 한데 그보다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임'이라는 말이 더 적합할 정도로 능숙하게 튜토리얼을 다루고 있다.



▲ 기본적인 오브젝트 조작부터 세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튜토리얼은 세계에 물건을 두고 월드를 만들어 캐릭터를 이동하는 기본적인 조작을 시작으로 한다. 여기에 아트, 오디오,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 연출의 핵심이 되는 로직까지 세세하고 깊이 있는 내용까지 다룬다.

여타 제작 툴에서는 긴 문장이 끊임없이 나열되는 매뉴얼로 소개될 법한 제작 기술들. 드림즈는 이를 선생님, 혹은 친구가 직접 알려주듯 이야기와 실제 적용 영상으로 함께 설명한다. 단순히 오브젝트를 세계에 가져다 두고 애니메이션을 입히는 등 실제로 개발에 업을 둔 사람이라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할 부분까지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튜토리얼은 하나씩 단계를 거치며 천천히 진행된다. 또 이를 잘 따라왔다면 제작에 쓸 수 있는 에셋을 주기도 한다. 이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배우려는 도전 욕구와 성취감을 자극한다.

물론 이런 튜토리얼을 전부 들을 필요도, 이유도 없다. 획득하는 에셋이야 유저가 충분히 제작할 수 있다.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구간 구간 넘겨도 되고 중급, 고급, 응용 단계 튜토리얼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마저도 만족스럽지 않다면 개발진이 직접 개발을 진행하는 영상도 드림즈 튜토리얼을 통해 제공되니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 익히면 된다.



▲ '아트의 꿈'에 등장한 캐릭터와 창작물을 직접 확인하거나 다듬을 수 있고



▲ 여러 방식으로 준비된 튜토리얼을 먼저 진행해도 된다

드림즈는 기존 코드 대신 비주얼 스크립팅으로 자신의 창작물을 만들어나간다.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 대신 연출을 통해 비교적 직관적으로 제작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여타 게임 엔진이나 시각화 툴이 제공하는 수준과 비교하면 섭섭할 정도로 정직하게 표현되어 있다.

캐릭터를 디자인하려면 적당한 형태의 물체를 꺼내 찰흙 다듬듯이 주무르면 된다. 다양한 물체를 통과하듯 겹쳐 하나의 오브젝트로 만들 수도 있다. 캐릭터가 움직이거나 움직이는 발판 같이 게임에 필요한 애니메이션은 직접 움직여보고 이를 녹화해 반복하거나 옵션을 줘 적절히 변형하면 된다. 조금 깊이 들어가면 키 프레임에 따른 움직임을 다루게 되는데 이 역시 직관적이고 튜토리얼을 통해 꾸준히 반복 학습할 수 있다.

로직은 미리 준비된 함수나 연산 과정이 담긴 가젯을 끌어와 화면에 두고 이들을 각각 선으로 연결하면 쉽게 완성물에 적용할 수 있다. 캐릭터로 버튼을 밟으면 다리가 내려오는 간단한 과정부터 게임의 목적이 되는 점수 인식이나 체크 포인트 시간과 조작에 따른 난이도 변경, 장르 전환 등 다양한 연산이 손쉽게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구상만 해두었던 장르, 게임 특징의 구현을 쉽게 도전해볼 수 있다.

게임 내 로직은 다양한 캐릭터를 움직이고 연출을 진행하는 등 작품을 구성하는 핵심이자 가장 자주 만나는 메뉴다. 이 조작의 편의성을 끌어올린 만큼 게임 제작에 대한 벽이 한층 낮아졌다 할 수 있다.



▲ 끌고 잇고 조절하면 꽤 복잡한 연산 과정도 끝난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작곡 메뉴가 지원된다. 기본적으로 게임 커서를 작곡판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버튼을 눌러 자연스러운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직접 악보 위에 노트를 두고 더 정확한 곡을 만드는 방식도 지원한다. 준비된 악기 수도 다양해 '아트의 꿈'에 구현된 재즈부터 일렉트로닉까지 게임 성격에 맞는 음악을 작곡하면 된다.

다만 손에 들고 직접 조작하는 PS MOVE가 없다면 약간은 조작을 헤맬 수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순간적이고 정확한 조작이 필요한 부분이 많은데 듀얼쇼크4의 모션 센서만으로는 이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PS3 시절에 출시돼 큰 반향을 끌지 못했고 PS VR 이용자가 아니라면 여전히 별 필요가 없는 PS MOVE를 따로 구하기란 쉽지 않은 편이다.



▲ 악보, 노트 조작, 직접 연주 등 작곡 방법은 다양한데



▲ PS MOVE가 있다면 더 편하고 빠르게 조작할 수 있다


그래도 만드는 게 어렵다면 꿈속 탐험을
타인의 창작물을 통해 얻는 새로운 경험

아무리 만드는 과정 자체를 쉽게 풀어냈어도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사람도 있을 테다. 드림즈는 이러한 유저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을 잘 이해하고 있다.

우선 일정 기간 특별한 주제를 주고 이에 맞는 작품을 출품하는 커뮤니티 파티를 꼽을 수 있다. 음식, 핼로윈, 사랑 등 자유로운 주제를 통해 제작자는 영감을 받아 창작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작품은 다른 플레이어가 체험할 수 있다. 만족스러운 플레이였다면 추천 기능을 켜면 되는데 우수한 작품은 명예의 전당을 통해 꾸준히 기록에 남는다.

특히 명예의 전당에 올라온 작품들은 일반 서비스 게임 수준의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것도 있지만, 만듦새가 떨어져도 기상천외한 발상을 보여주며 유저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게임도 있다. 이를 통해 하나의 주제를 풀어나가는 방식, 장르 해석 등도 참고 할 수 있다.



▲ 이제는 플레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사일런트 힐즈 P.T.도 이미 제작

게임 에셋 자체를 불러와 참조하는 기능도 존재한다. 미디어 몰리큘이 직접 만든 것 외에 다른 플레이어의 창조물, 게임 요소, 심지어 음악 클립까지 공유가 허용된 것이라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그대로 써도 되고 수정이 가능한 경우엔 이를 조정해도 되는데 창작자는 자신의 이름을 새겨 저작권을 보존할 수도 있다.

드림즈는 게임만이 아니라 인터랙티브 뮤직비디오, 혹은 3D 모델링 작품 제작에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실제로 상위권 작품 중에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 수는 적은 편이다. 베타 버전부터 작품들이 쌓였다고는 하지만 실제 베타 이용자는 적었고 정식 출시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만큼 고품질 게임 제작에 필요한 시간이 모자랐다 할 수 있다.

다만 일부 모델 구현도나 에셋 하나하나의 만듦새는 충분한 만큼 이를 재활용해 창조한 세계의 완성도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부분이다.



▲ 하나의 완성된 게임도 많지만, 단편 영상이나 정지 화면 모델링의 퀄리티는 특히 높다





말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창작의 즐거움
미디어 몰리큘이 꿈꾸는 자유로운 세상

사실 앞서 제일 처음 게임을 켜면 간단한 조작법을 소개한다고 적었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조작 체계를 간단히 익히는 면에서는 간단한 게 맞지만, 여기서부터 플레이어의 마음을 다독인다는 점을 보면 미디어 몰리큘의 창작에 대한 핵심이 담겼다고 할 수 있다.

게임 시작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것은 플레이어가 가진 의심의 벽이다. 그리고 누군가 말한다. 처음엔 누구나 스스로를 의심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리뷰 내내 전했던 창작에 대한 자신감. 드림즈는 그 시작부터 작품의 구성, 그리고 자신의 창작물을 완성하고 공유하는 순간까지 이 주제를 온전히 전하고 있다.



▲ 모든 플레이어는 창작에 대한 마음속 불안과 의심을 깨부수며 드림즈를 시작하는 셈이다

마땅한 정보나 작품의 세부 안내 몇 없이 공개된 PS4 퍼스트 파티 게임. 그리고 메타 크리틱(지금은 89점까지 떨어졌지만) 90점 이상에 주어지는 Must-Play 딱지를 받으며 '드림즈'가 어떤 게임인지 궁금해하는 유저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글과 영상만으로는 게임이 주는 경험을 온전히 체험하기란 쉽지 않다. 감동적인 스토리도, 화려한 액션도 없는 게임 툴인지 게임인지 모를 이 작품은 오롯이 플레이어 본인만이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게임 경험을 주니 말이다. 그러니 절대 보고 듣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기회가 될 때 꼭 플레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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