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확률형 아이템,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칼럼 | 이두현 기자 | 댓글: 42개 |



2020년 들어 게임업계에선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논의가 뜨겁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9년 국정감사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관(官)이 직접 다룰 것이라 국회에 업무보고를 했다. 이어 개정안을 마련해 1월 16일까지 행정예고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미 자율규제를 시행 중이라며, 공정위가 집도하는 자율규제는 득보다 실이 많다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자율규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게임사와 유저들의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 게임사는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하기에 자율규제가 잘 지켜진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유저들은 '뽑기 확률 0.0001% 미만'을 공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반응이다.

지난 13일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을 공표했다. 이번이 14번째다. 목록을 살피면 대부분 중국산 양산형 게임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굳이 미준수 게임물로 지적받는 게 의아한 게임도 있다. 대표적으로 '도타2'는 누적공표횟수가 14회이고, '브롤스타즈'는 10회, '궁수의 전설' 5회다. 이들 게임이 확률을 공개하지 않아 게임산업에 해가 된다고 누군가 지적한다면, 많은 커뮤니티 유저들은 의문을 가질 것이다.

유저와 기구의 온도 차이는 관점에서 비롯된다. 유저는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에 불만을 가지는 한편, 지금껏 기구는 '투명성'을 강조해왔다. 기구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관하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논의에서 투명한 공개가 잘 지켜진다 알리고, 외국계 게임사가 동참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유저가 지적하는 '사행성'에 관한 문제를 기구와 협회는 "투명하게 잘 지킨다"며 프레임을 바꿔 답하려는 모양새다. 또한, 정부가 나서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기 전에 '투명성'을 근거로 스스로 만든 면죄부를 제시하려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이미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개정안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 사행성 규제를 예고했다. 확률이 1/10 이하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물은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분류한다는 게 골자다. 현재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차기 국회에서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있을 때 이원욱 의원 개정안이 다시 떠오를 수 있다.

이제 업계는 그동안 애써 감췄던 확률형 아이템 사행성 문제를 스스로 꺼내야 한다. "그래도 매출은 잘 나온다"며 재무제표만 보면, 감춰진 사행성 문제가 언제 곪아 터질지 모른다. 자율규제는 아직 한참 부족하다.

한편, 확률형 아이템 사행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 업계 관계자는 "안될 확률이 높아 당첨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른다"며 "만약에라도 되면 기쁜 거고, 그게 하기 싫은 사람은 안 하면 된다"고 말했다. 부디 이러한 생각이 게임사 사업 담당자 대부분의 생각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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