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카운터사이드', 화려함과 산만함의 이면세계

리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84개 |



서브컬쳐 게임은 이젠 서브컬쳐, 즉 주류가 아닌 하위 문화라고 하기엔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직도 종종 "이게 뭔데"라는 다소 멸시 섞인 소리를 듣는 분야이긴 하지만, 매출 순위나 인지도를 살펴보면 그 위상이 달라진 걸 체감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10위권에 들어가기도 하고, 예전에는 해당 장르 게임들의 이름과 설명을 들어도 '뭔 게임인데'라는 질문이 바로 나왔지만 이젠 이름을 듣고 그게 어떤 게임인지 알 정도가 되었으니까요.

심지어 지하철에서 광고를 하기도 하는 등, 몇 년 전까지의 국내 게임 시장을 되돌아보면 지금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 겁니다. 물론 그때에도 국내 게임계에서는 서브컬쳐 유저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맞춘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하면서 틈새시장을 노려왔던 개발자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한 명이 카운터사이드의 개발사인 스튜디오비사이드의 류금태 PD죠.

카운터사이드가 처음 공개됐을 때, 서브컬쳐 스타일의 게임이 다소 낯선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개발진이 다시금 서브컬쳐 게임에 도전한다는 것만으로도 국내 서브컬쳐 유저들의 관심을 끌기는 충분했습니다. 이미 경험이 있는 개발진인 만큼, 국내 서브컬쳐 유저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 갈증을 풀어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CBT는 다소 아쉬웠지만, 정식 출시가 아닌데다가 피드백을 약속한 만큼 서브컬쳐 유저들은 정식 출시까지 기다려왔습니다. CBT에서 평가가 좋지 못했다가 정식 출시 혹은 두 번째 테스트에서 확실히 개선된 사례가 있었고, 카운터사이드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었으니까요.


눈길을 가게 만든 비주얼
다소 산만하지만, 화려함과 자연스러운 동작을 보여주다




한때 서브컬쳐 게임은 캐릭터 일러스트만 좋으면 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캐릭터의 인게임 모습, 컷씬의 퀄리티도 요구하게 되었죠. 워낙에 일러스트가 좋은 게임이 많다보니 더 눈에 띄기 위해서는 일러스트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게 된 셈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카운터사이드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CBT 때도 실제 플레이를 보기 전까지는 이렇게 구현하느라 꽤 애를 먹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SD 캐릭터라면 처음부터 데포르메를 거쳤기 때문에 다소 과장되고 휙휙 움직여도 괴리감이 없지만, 등신대 캐릭터는 다르니까요. 물론 CBT 때는 그 부분에서 다소 약점을 드러냈지만,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그런 어색한 점이 없어졌습니다.

종종 카운터사이드 홍보 영상에서 '횡스크롤 액션' 스타일을 녹여냈다는 언급이 나오는데, 그런 느낌은 분명히 들 정도로 다듬어졌습니다. SD 캐릭터로는 구현하기 힘든 등신대 캐릭터의 시원시원하고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확실히 구현해냈고, 화려한 이펙트도 뒷받침이 되다보니 충분히 눈요기를 할만했으니까요.




여기에 어반 판타지 특유의 모던하고도 미래적인 느낌을 담아낸 디자인들이 잘 조화된 터라, 비주얼과 분위기에선 확실히 눈길을 끌만했습니다. 다만 게임 내적으로 보면 이런 요소들을 금방 체감할 수 없게 되는데, 이 부분은 그래픽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다른 요소까지 복합적인 문제들이라 뒤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CBT에서 일부 캐릭터 디자인이 지적을 받아서 수정을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것도 옥의 티였고요.









▲ 어반 판타지의 모던하고 미래적인 느낌을 깔끔하게 담아냈습니다


익숙한 요소들의 재조합
다소 복잡해도 서브컬쳐 게임을 해왔던 유저라면 적응하긴 쉽다




카운터사이드의 플레이방식을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각기 다른 장르, 스타일을 응용해서 구축해나갔기 때문이죠. 하나하나 차근차근히 밟아서 설명해나가자면 전투 한 번 한 번은 팔라독류의 디펜스, 스테이지 전체로 보자면 턴제 전략 게임, 게임의 루틴을 본다면 코레류에 가깝다고 설명하는 게 아마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우선 전투 쪽을 보자면, 코스트에 맞춰 유닛을 뽑아 아군 기지(함선)을 지키면서 적 기지를 부수는 게 기본 방식입니다. 때로는 적들의 파상공세에서 아군 함선을 지키기만 하는 경우도 있죠. 그 한 번의 전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유저가 스테이지 내에서 각 함선을 움직여서 스테이지별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데 그 방식은 턴제 전략 게임식으로 진행되거든요. 그리고 그런 게 한두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캐릭터를 뽑고 육성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 전체를 살펴보면 코레류의 흔적이 보인다는 점입니다.



▲ 기본 방식은 코스트에 맞춰 유닛을 뽑고 적의 기지나 함선을 3분 안에 먼저 부수는 것이지만



▲ 때로는 아군의 함선만 지키는 것이 승리 조건일 때도 있습니다

함대 콜렉션, 줄여서 칸코레에서 따온 코레류의 특징을 따진다면 우선 인게임 자원을 배분해서 캐릭터를 뽑는 제조 방식이 있죠. 그리고 그 자원은 캐릭터를 뽑는 것뿐만 아니라, 다시 파밍을 할 때에도 쓰이고는 합니다. 그렇게 스테이지를 돌면서 얻은 캐릭터와 재료들을 다른 캐릭터 육성 등에 쓰다가 남은 건 분해해서 다시금 재활용하고 그렇게 얻은 재화로 다시 스테이지를 돌곤 하는 게 일반적인 코레류의 플레이 방식입니다. 물론 코레류가 나온지도 어느 정도 됐으니, 이를 채택한 게임들도 각자가 추구하는 방향에 맞춰서 일부 변화시키고는 했지만요.

카운터사이드는 앞서 설명했듯 여러 가지 요소들을 조합해서 나름대로 구축하고자 한 게임이기 때문에 온전한 코레류라고 하기는 다소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요소를 갖췄고, 플레이하면서 그 루틴의 흔적을 점차 파악하면서 적응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스테이지를 돌면서 크레딧과 캐릭터, 장비 재료를 모으고 그걸로 캐릭터를 육성하다가 남은 건 분해해서 재료를 구매하는 재화를 모으는 방식은 코레류의 기본 루틴과 동일하니까요. 원정 혹은 파견에 해당하는 지부 시스템으로 재료나 재화를 모으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캐릭터 뽑기나 장비 제작은 재료의 비율을 맞추는 정통적인 코레류 형태의 제조식은 아니지만, 이를 약간 변주해서 카테고리와 액수를 맞춰서 제조를 하는 스타일을 취했습니다. CBT 때에는 워낙에 재화 수급량이 부족한 데다가, 제조식이라는 요소가 없고 단순히 뽑을 때 소모되는 시간에 따라서 나오는 캐릭터가 다르다는 것만 차용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드러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식 출시 버전에선 이를 개선하면서 플레이 루틴이 조금은 명확해졌죠.









▲ CBT 때보다는 제조 및 캐릭터 획득 방식을 코레류에 좀 더 가깝게 변화를 주었습니다

여기에 일반적인 수집형 RPG의 레이드와 실시간 PVP가 섞이고, 일종의 로그라이크 탐사인 다이브가 더해지면서 한 층 더 복잡하게 구성되긴 했습니다. 다만 다이브도 그 스테이지에서 뭐가 등장할지 모른다는 것을 제외하면 무한의 탑에 가까운 느낌이고, 레이드와 PVP를 하면서 아이템을 파밍하거나 모은 재화를 각종 재료 및 장비로 교환하는 건 기존 모바일 RPG와 크게 다를 건 없었습니다.

CBT 때에는 이런 시도를 했지만 기본적인 요소들이 어딘가 하나씩은 빠져있었다면,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그런 것들을 잡아내면서 유저들이 플레이 루틴을 잡아가게끔 했습니다. 특히나 기존 서브컬쳐 유저들이라면 친숙한 스타일들을 많이 활용했기 때문에 이론상 콘텐츠 설계 부분에서는 큰 하자가 보이지는 않았고요.













▲ 기존의 콘텐츠들을 카운터사이드식으로 재해석, 배합하면서 볼륨을 갖춰나갔습니다


스토리를 강조하는 시도와 세계관의 컨셉은 매력적이다
그렇지만 이를 어떻게 풀어가고 보게 만드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카운터사이드는 그간 하나의 도시, 두 개의 세계라는 그 테마를 쭉 광고 문구로 삼았습니다. 이면 세계가 침식하게 되면서 세계가 이전까지와 완전히 다르게 변해버리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떤 일을 겪고 어떻게 싸워나가는지가 카운터사이드의 주요 내용이니까요.

그 이면 세계에 진입할 수 있는 '카운터'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그 외에도 게임 내 유닛 타입으로는 솔저, 즉 일반 병사들도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면서 군상극을 이루어갑니다. 메인스토리뿐만 아니라 외전 스토리, 캐릭터 스토리를 통해서 좀 더 세계관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파고들 수 있게 했고, 스토리 중간중간에 단순 대화씬뿐만 아니라 컷씬도 넣으면서 연출적인 부분도 살렸죠.

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으로는 이례적으로 프롤로그가 길고, 그 안에서 튜토리얼 같은 요소도 복합적으로 담아내면서 게임플레이를 스토리적으로 녹여내고자 하는 시도도 보였습니다. 스토리의 흐름이나 캐릭터 자체는 다소 클리셰적이지만, 캐릭터 대화의 비중을 좀 높이고 디테일을 나타낼 수 있는 대사들을 넣는 시도를 하면서 차별화를 꾀하려고 했죠. 조금 과장을 하자면, 모바일 게임보다는 라이트노벨에 가까울 정도로 스토리씬을 꾸려나갔다고 할까요.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카운터사이드는 스토리보다는 내러티브가 최근 유행하는 서브컬쳐 게임의 문법과 상당히 다릅니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최근에 서브컬쳐에 입문한 사람들에겐 "이게 뭔데"라는 말을 듣는 다소 올드한 서브컬쳐 스타일에 가깝다고 할까요.

이면 세계인 카운터사이드가 침식하고 그에 대처하기 위한 조직인 관리국과 여러 회사들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나 그곳에서 발견된 희귀 광물인 이터리움 및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권 다툼 등은 사실 맥락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일이 있었나 정확하게 말도 없어서 유저들은 그냥 맥락적으로 아는데, 유저의 분신인 '나'는 모든 것을 안다고 말하는 것에서 괴리감이 발생해버리죠. 그리고 그냥 기억을 나중에 되찾기로 하고 그때 가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한 채로 로봇 사장에 들어갔다거나 하면 모르겠는데, 중간중간에 나와서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해버립니다.



▲ 정보 비대칭의 대표적인 사례.jpg

서브컬쳐 유저들은 캐릭터와의 관계를 상당히 중시하는 경향이 있죠. 캐릭터들이 박사, 지휘관, 함장 등으로 꾸준히 유저들을 불러대면서 애정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게 꼭 애정 관계가 아니라고 해도, 그 안에서 캐릭터와의 관계를 좀 더 직접적으로 형성해가면서 몰입해나가는 셈입니다.

그런데 '카운터사이드'는 그 지점이 상당히 애매합니다. 타 게임의 신뢰도, 애정도 시스템을 약간 변조한 애사심 시스템을 채용하면서 이를 살리고자 했는데 정작 유저는 게임 내 자기 아바타에 대해서 별로 몰입감을 못 느끼거든요. 포지션이야 사장이자 관리자라고 명시가 되어있으니 그렇게 받아들이면 되겠지만, 그 분신과 유저의 입장 차가 너무 커서 일체화하기가 어려운 거죠.



▲ 레벨업과 애사심 시스템을 섞어버려서 불편하기도 하고, 깡통로봇과 캐릭터의 교감은 몰입감이 좀...

조금 극단적으로 설명하자면, 그 분신이 무언가 안다는 듯이 말할 때 유저 입장에서는 "그게 뭔데"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유저는 그 게임에 막 들어와서 세계관을 처음 접하는데 갑자기 모르는 이야기를 스스로 불쑥 꺼내버리니까요. 그게 처음에만 그랬다면 모르겠는데, 나중에 가서도 가끔 그런 장면들이 나오니까 초를 쳐버리는 느낌이 들어버리죠. 이건 흔히 말하는 항마력과는 다른 종류의 항마력을 요구하다보니 기존 모바일 서브컬쳐 게임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고 하는 유저도 조금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토리에 집중하다보니 초반 콘텐츠들이 너무 늦게 풀려버리는 것도 카운터사이드의 맹점 중 하나입니다. 물론 서브컬쳐 유저들이 캐릭터와 세계관에 심취해서 몰입하는 경향이 크고, 일부 게임은 이를 겨냥해서 정말 소설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텍스트량과 스테이지 길이가 어마어마하게 짜두기도 합니다. 그걸 음미하면서 즐기는 층도 있고요.



▲ 누구를 추가로 채용하고 싶으시다고요? 그럼 여기까지 밀어야 합니다

다만 '리세마라'라는 말이 어디에서 유래됐나 생각해보면, 한 가지 전제조건이 붙습니다. 육성 및 캐릭터 획득에 관련된 콘텐츠의 템포는 별개라는 점이죠. 어쨌든 원하는 캐릭터를 어떻게든 빨리 뽑고, 그 캐릭터를 키우고 덱을 완성해나가면서 게임에 적응해나가는 게 서브컬쳐 모바일 게임 유저들의 플레이 루틴이니까요. 그리고 나서 스토리는 나중에 유저 커뮤니티에서 화자가 되면 직접 확인하러 오거나, 하다가 캐릭터에 대해서 궁금해지면 그때가서야 보는 유저도 많은 편이죠.

그런데 카운터사이드는 유달리 프롤로그가 굉장히 길고, 그 전까지는 할 수 있는 게 극히 제한된 상태에서 계속 플레이를 하니 뭔가 하기도 전에 지쳐버리게 됩니다. 뭔가 준비를 많이 해놨고, 즐기게끔 준비는 해놨는데 너무 초반부터 츄라이츄라이식으로 강제로 끌고 가다보니 반발이 생겨버리는 것이죠.

▲ 초반을 지나고 나면 문제가 덜하지만, 초반을 넘어가는 과정이 문제인 셈이죠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해봤어
그런데 너무 산만하다




앞서 카운터사이드는 여러 가지 장르 요소가 혼합된 게임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사실 장르적인 것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정말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이것저것 채택한 흔적들이 엿보입니다. 다양한 컨셉의 카운터 캐릭터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밀리터리 매니아들이나 기계 매니아들을 겨냥한 듯한 솔저나 메카닉도 그 증거 중 하나죠.

그렇지만 문제는, 이런 요소들을 그냥 갖춰두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죠. 밀덕이라고 해서 그냥 군인 캐릭터 아무나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로봇 좋아하는 사람이 게임에 로봇 나오는 모든 작품에 열광하는 게 아니니까요.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살펴보면 밀리터리 매니아들은 고증과 디테일에 유달리 집착하고, 로봇 좋아하는 사람은 그 로봇이 얼마나 위력적이고 멋지게 나올지, 어떤 무기로 적을 처치할지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카운터사이드는 그런 모든 요소가 다 부족합니다. 특히 메카닉하면 흔히 떠올리는 것과 다른 디자인도 모자라서 그걸 좋아하는 층이 기대하는 멋진 모습과는 괴리감이 있는 편입니다. 그냥 유닛에 섞여서 뭐하는지도 모르게 되어버리거든요.



▲ 메카하면 아마 이런 로봇들을 떠올리지만



▲ 현실은...

또 한 가지 더 큰 문제는, 서브컬쳐 유저 = 밀리터리 매니아 = 메카닉 매니아처럼 단정지어버린 캐릭터 제조 방식입니다. 분명 서브컬쳐 유저들 중 밀리터리에 로망을 갖고 있는 유저의 비중은 꽤 높습니다. 그렇지만 비중이 높다고 해서 모든 서브컬쳐 유저가 다 그런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밀리터리를 해석하는 방식도 제각각입니다. 각 계열에 대한 온도 차이도 제각각이고요. 그런데 이 모든 걸 한 곳에 묶어놓은 터라 자기가 원하지 않은 것을 뽑았을 때 느끼는 박탈감이 더 클 수밖에 없죠. 워낙 각각의 디자인의 갭이 큰 것들이니까요.

어찌저찌해서 좋아하는 유형의 캐릭터를 뽑았다고 해도 그 캐릭터가 어떤 식으로 활약을 하는지 직관적으로 파악이 안 되는 것도 '카운터사이드'가 저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워낙 여러 유닛이 한꺼번에 나와서 뒤엉켜 싸우다보니 누가 뭘 어떻게 하는지 파악이 잘 안 되거든요. CBT 때와 달리 캐릭터와 메카, 솔저들의 Z축 포지션 개선으로 큰 유닛이 작은 유닛을 가리는 일은 없어졌고, 또 포지션에 안 맞게 갑자기 튀어나가는 현상도 줄였지만 모바일의 작은 화면으로는 그 모든 것을 다 담아내기란 어려울 정도로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이루어지다보니 집중하기가 상당히 어렵죠.



▲ 어...음 전 메카닉을 주문한 적이 없는데요

거기다가 전략성을 위해서 복잡한 클래스와 상성 관계라는 요소도 넣었는데, 이 역시도 실제 게임에서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버프 아이콘, WEAK이라는 문구가 화면 중간중간에 뜨기는 하지만 너무도 많은 정보들이 한꺼번에 동시다발적으로 출력되는 상황에서 어디에 시선을 집중해야 할지 어렵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페이트/그랜드 오더에 가까울 정도로 복잡한 클래스 상성 관계를 도입해서 더욱 난잡해졌습니다. 클래스가 이렇게 복잡한 게임의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는 페이트/그랜드 오더 같은 경우에는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게 뭔데"라는 말만 들을 정도죠. 그나마 그런 말이 안 나오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플레이하는 유저 다수가 페이트/그랜드 오더 이전에 페이트 IP를 통해 축적해온 지식이 있는 층이고, 그게 페이트/그랜드 오더에도 어느 정도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혹은 모르고 접했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유저들이 정리해둔 자료들이 있기 때문에 이를 기초로 해서 나아갈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카운터사이드는 시작점이 다릅니다. CBT 때 어떤 데이터가 쌓여있다면 모르지만,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정식 출시 버전에서 데이터를 하나하나 쌓아가고 유저들이 하나하나 알아가야 하는 단계인 거죠. 그런 상황에서 처음부터 복잡한 것들을 단순히 한꺼번에 풀어버리면 혼선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상성에 맞게 대처하고 싶어도 원체 전투 자체가 뒤엉켜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보니 왜 그렇게 복잡한 클래스 구분이 필요한지 현 단계에서는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고요.



▲ 꽤 복잡한 클래스 구도를 편성 화면에서 알기 쉽게 해두긴 했지만



▲ 막상 실제 전투에 가면 이리저리 뒤엉켜서 유불리와 전황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사실 각각 떼어놓고 집중해서 보면 나름의 매력이 있는 요소들입니다. 팔라독식의 게임플레이도, 복잡다단한 재화 관리 시스템도, 캐릭터 구분도, 클래스 상성 관계와 이를 토대로 한 전략성, 차별화를 꾀하고자 한 내러티브를 잘 섞어내고자 한 시도 자체도 인상적이었고요. 여기에 실시간 PVP 등 PVP를 좋아하는 유저들을 위한 요소도 섞으면서 여러 유저층을 잡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모여서 시너지가 나기보다는, 오히려 여러 가지로 너무 복잡해져버린 게 카운터사이드의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너무 이것저것 준비했는데 정리가 미흡해서 오히려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 라고 하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서 일러스트 이야기에서도 잠깐 나왔지만, 그 하나하나의 퀄리티가 아주 독보적으로 뛰어나다고 하기엔 디테일한 부분에서 미흡한 점들이 눈에 밟힙니다.






▲ 개그 요소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왜?"라는 반응이 나올 위험도 있죠

거기다가 "한 번 끝까지 봐봐 츄라이츄라이" 식으로 구성해버린 초반의 흐름 때문에 유저들이 결코 호의적이지만은 않은 상태에서 게임을 접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그런 미흡한 점들이 더욱 확장, 재생산되어버리고 그 때문에 이것저것 갖춰둔 것들이 묻혀버리게 되는 식이죠. 여기에 최근 유저들이 최신 게임의 기본 소양이라고 생각하는 매칭 문제, 앱플레이어 대응, 최적화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더더욱 유저들의 평가가 호의적이지만은 않게 되어버린 것이 현재의 카운터사이드의 상황입니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카운터사이드'
수요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루틴 정착을 위한 빌드업과 안정화가 필요


서브컬쳐 유저들이 그간 국산 서브컬쳐 게임을 비판할 때 자주 나오던 말이 "덕심을 모른다"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브컬쳐 유저들은 그 덕심을 채워줄 국산 서브컬쳐 게임을 기다려왔던 것이고, 카운터사이드는 그 후보 중 하나였습니다.

요소들을 하나하나 살펴봐도 덕심을 자극하는 캐릭터와 디스토피아적인 어반 판타지 세계관,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관심이 있을 택티컬 룩과 장비들, 멋진 함선, 전략성, 화려한 연출, 조금은 색다른 게임스타일과 서브컬쳐 유저들에게 익숙한 코레류의 조합 등 서브컬쳐 유저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다 캐치해내기도 했고요.



▲ 턴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고심해서 함선을 배치, 움직이는 소소한 재미도 있고



▲ 미소녀, 멋진 함선, 밀리터리 요소 등 각각 떼어놓고 보면 매력적이고 비주얼적으로도 좋지만...

그렇지만 현 단계의 카운터사이드는, 너무 과하게 이것저것 다 해보려고 하다가 쏟아진 나머지 오히려 부족한 부분이 드러나버린 느낌입니다. CBT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부족한 재화수급량 때문에 한 재화를 여러 곳에 동시다발적으로 쓰는 코레류식 운용이 어려워졌고, 모든 덕들을 충족시키려다가 오히려 누구도 만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복잡다단한 시스템은 서로 섞이면서 전략성의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뒤엉켜버려서 불편해졌죠. 그런 상황에서 레이드, PVP 등 콘텐츠까지 냈는데 일부 에러가 발생해버리기도 했고요.

이런 문제점은 넥슨에서도 인지한 터라 자원수급량 개선 및 앞으로의 계획을 발표한 만큼, 앞으로는 달라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복잡다단하지만 기본 게임 구조 자체는 그간 서브컬쳐 유저들이 즐겨왔던 게임들의 변주이기 때문에 루틴만 정착되면 쉽게 적응할 수 있기도 하고요.









▲ 지난 6일 그간 문제됐던 자원 수급량 문제 및 기타 사항에 대한 개선안이 공개됐습니다

문제는 그 루틴이 정착되기까지, 유저가 느끼는 심리적인 거리를 좁혀나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보통은 '아 게임 할 게 없네'라고 하지만, 카운터사이드는 그보다는 이것저것 다 넣은 상태로 출시됐기 때문에 어떤 루틴을 거쳐서 캐릭터를 육성 및 장비와 함선을 강화하고, 그 중 어떤 것을 우선시해야 할지 혼선을 빚은 상태입니다. 플레이의 방향성을 쉽게 정하기 어렵다보니 인상이 모호해질 수밖에 없고, 자연히 심리적인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는 셈이죠. 이 윤곽을 빨리 잡아가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카운터사이드가 짊어질 숙제일 것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고, 카운터사이드가 처한 상황이 딱 그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 곳곳에서 여러 가지 피드백과 평가가 계속 올라오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는 곧 그만큼 카운터사이드를 기다려왔던 유저가 많았고, 소비층이 그만큼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서브컬쳐 유저들은 플레이 루틴이 정착되면, 가끔 개선됐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금 연어처럼 회귀하는 일이 꽤 있습니다. 이를 다르게 이야기하면 카운터사이드의 잠재력은 아직도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개선해서 그 씨앗이 꽃을 피우게 될지, 아니면 처음부터 기대를 하지 않으면 배신당할 일도 없다는 씁쓸한 명대사를 떠올리게 될지는 앞으로에 따라 달린 것 같습니다.



▲ 이제 첫 발을 내딛은 카운터사이드, 그 안에 담은 매력을 앞으로 온전히 풀어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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