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광선검 대신 VR로 완벽해진 스타워즈 우주전

리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4개 |

반란군에 대적하기 위해 전설적인 제다이 마스터 요다 밑에서 수련을 시작한 루크 스카이워커. X-윙을 포스로 띄우라는 요다의 가르침에 그는 '좋아요, 한번 해보죠.'라고 말한다. 여기에 요다는 인자한 듯, 단호한 듯 묘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내뱉는다.

"Do or do not. There is no try"
"한다거나 하지 않는다만 있을 뿐이야. 한번 해보는 건 없어."

가히 20세기 성현(聖賢)이라 부르는 게 한치의 모자람 없는 요다의 이 말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이 처음 상영된 지 40년이 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언이다. 오늘날에야 그 의미가 여러 가지로 해석되지만 망설임 없는 확신에 찬 행동이 포스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는 뜻. 두루뭉술한 개념에 그쳤던 포스는 요다의 말을 통해 온전한 개념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적어도 최근 게임판에서는 그런 포스를 보인 스타워즈 게임을 보기 어려웠다.

오더66 이후의 이야기를 파다완 칼 케스티스의 시점에서 착실하게 따라간 '스타 워즈 제다이: 오더의 몰락'은 게임 중후반 힘이 빠지며 평작급 대우를 받았다. 다스 베이더와 직접 라이트 세이버 대결을 펼치는 '베이더 이모탈'은 오큘러스 VR 기기가 없다면 플레이는 꿈도 못 꿀 게임. 그나마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가 충격적인 뽑기 시스템 탓에 영 좋지 않은 쪽으로 '언리미티드 빠와'급 포스를 보여준 게 기억에 남을 정도니 말 다했다. 그래서 팬덤에서는 그냥 2011년 출시된 MMORPG '스타워즈: 구공화국'이나 하자는 분위기가 파다했다.

그리고 또다시 시리즈에 속하지도 않고 에피소드의 이야기를 직접 다루지 않는 스타워즈 게임이 출시됐다. 다스베이더도 없고 한 솔로도 없다. 오롯이 게임 자체로 인정받아야 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주변기기만 완벽히 준비했다면 그 어떤 스타워즈 게임보다 강력한 포스를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스타워즈: 스쿼드론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확신에 찬 마음가짐으로 만들어졌다.




스타워즈: 스쿼드론의 고집은 최근 배틀프론트 시리즈의 게임 모드 파이터 스쿼드론이나 스타파이터 어설트에서 드러났던 아케이드 성향을 줄여나갔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앞선 플라이트 슈터들과 달리 스타워즈: 스쿼드론은 비교적 플라이트 시뮬레이션 성격을 띤다. 단순히 마우스로 적을 따라가기만 하면 레이저 한줄기 못 쏴보고 우주의 먼지가 될 수도 있다.

게임의 상세 조작은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처럼 3축 운동이 중심인데 동체 전체를 기울여 위아래로 고도를 바꾸는 '피치', 동체 방향을 트는 '롤', Z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요우'가 각 조작 버튼에 할당됐다. 물론 마냥 시뮬레이션 성향은 아닌 게 왼쪽으로 이동하기 위해 롤과 요우를 동시에 만지며 몸까지 비비 꼬이는 수준까지의 조작법이 적용된 건 아니다.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며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은 된다는 거다. 이렇게 시뮬레이션 게임의 특징은 가지면서도 아케이드 성향의 플레이를 한 그릇에 비벼낸 게임 플레이는 스타워즈 게임 중에서도 고전 오브 고전으로 꼽히는 스타워즈 X-Wing 시리즈를 계승한 바다.



▲ 국내에도 유통되며 스타워즈로 우주 비행 시뮬레이션의 왕자로 군림했던 X-Wing 시리즈

다만, 아케이드와 시뮬레이션의 경계선을 밟고 왔다 갔다 하는 게임의 특징은 마냥 쏘고 부수는 것만 즐겼던 게이머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덤빈다면 익숙해지는 일 자체를 고역으로 만들 법하다.

근래 나온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덕에 장르에 대해 나름 친숙해진 이들도 있겠지만, 플라이트 시뮬레이션은 언제나 비주류에 속하는 장르였다. 아무리 쉽게 조작법을 다듬는다고 해도 마우스 방향에 따라 휙휙 돌아가는 스타파이터(스타워즈 시리즈에 나오는 전투 비행선의 통칭)를 이쪽 게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따라가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보조 무기와 회복 키트 등 다양한 버튼을 속도를 담당하는 스로틀 버튼과 함께 왼손으로 조작해야 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용어도 생소하다. 이걸 유저가 직접 하나하나 수정해 자기 손에 억지로 끼워 맞출 수는 있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플레이어가 키 변경 부재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걸 보면 메뉴의 직관성이 약간은 부족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

그리고 중요한 건 키보드 마우스 조작은 뭘 어떻게 바꿔도 어떻게든 불편하다.



▲ 피치가 뭔지, 요우가 뭔지 모르면 수정도 마음대로 못한다


그런데 내 맘 같지 않은 조작은 게임 패드를 구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기본적인 조작 체계 자체가 대다수의 해외 게임이 그렇듯 콘솔에 맞춰졌다고 할 정도로 패드 조작에 좀 더 친화적이다. 스틱을 약간만 기울여도 원하는 만큼 시점 이동이나 선회가 가능하다.

FPS처럼 빠른 시점 이동을 위해 마우스를 선택할 이유가 없고 이마저도 너무 빠르다면 감도를 조절해도 되고 방향을 반전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고무줄 비행기 날려버리듯 제멋대로인 조작이 패드를 통해 드론 조작의 느낌 정도까지는 낼 수 있게 된다.

키마보다는 패드가 나았으니 이쯤에서 HOTAS가 등장하면 어떨까? 게임을 위해 연휴 기간 미사일 배송이 가능한 HOTAS를 구해 연결했다. HOTAS는 Hands On Throttle And Stick으로 플라이트 게임에 맞춘 조이스틱과 속도 조절 스로틀이 달린 주변기기다. 휴일이라 구할 수 있는 물품이 한정적이었고 구한 것도 장난감에 가까운 플라스틱 제품이었음에도 HOTAS 조작은 패드와는 비교할 수 없는 편의성을 제공했다.

▲ HOTAS는 1인칭 시점에서 직접 조작하는 느낌을 내기 딱이다


1인칭. 그러니까 콕핏에서 직접 스타파이터를 조종하는 느낌은 HOTAS를 사용해서야 오롯이 전달된다. 게임의 편의성과 몰입도 모두 패드, 그리고 별도의 주변기기를 썼을 때야 가능하다는 의미다. 패드야 다른 게임을 할 때도 쓸 수 있다지만, HOTAS는 정말 플라이트 게임이 아니면 쓸 데가 없는 수준이니 나름 마음가짐이 필요하기도 하고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처럼 그 목적이 명확하게 '비행'에 있는 게임에서야 이런 조작기기에 따른 큰 차이는 이해할 법하다. 하지만 이게 어떤 게임인가. 스타워즈의 스타파이터를 다룬 게임이다. '디즈니 놈들아, 당장 내 지갑에서 돈을 가져가라'라고 외치는 골수 팬덤도 있지만, 단순히 클래식 3부작. 최근에는 프리퀄과 시퀄 3부작으로 입문한 라이트 팬층이 차고 넘치는 게 스타워즈다.

이들 모두 '스타워즈: 스쿼드론'을 향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적어도 이런 라이트 유저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기로도 최대한의 경험이 가능하도록 했야 했는데 이를 이루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 HOTAS와 VR. 이게 있으면 '스타워즈 스쿼드론'을 '완벽'이라고 읽어야 한다



▲ 스타파이터 파일럿으로서의 체험은 키마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게임의 기본적인 방향성과 함께 X-Wing 시리즈의 틀을 따르는 또 다른 특징은 플레이어의 시점과 HUD에서 찾을 수 있다. 에이스컴뱃으로 대표되는 플라이트 슈팅 게임들은 기본적으로 적을 잘 맞추고 파괴하도록 기본적인 1인칭 시점 외에 3인칭 시점을 함께 지원한다. 반면 스타워즈: 스쿼드론은 콕핏에 앉은 파일럿의 시점으로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어딜 감히 일반 파일럿따위가'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파일럿으로서 게임에 오롯이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개발진의 의도가 엿보인 셈이다.

시점이 고정되며 HUD는 스타파이터의 계기판에 전부 박히게 됐다. 기본적으로는 속도와 부스터 보유 현황부터 적과 목표가 표시되는 계기판, 타겟팅한 기체의 정보까지 모두 표시된다. 시야 밖의 목표를 핑으로 알려주고 적의 스캔 상황을 알려주는 인게임 HUD가 있어 편의성에 도움을 주는데 원한다면 이마저도 모두 끌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콕핏 바깥은 아무것도 없는 우주 공간과 운석, 스타파이터의 파편. 그리고 아군과 적만 존재한다.

계기판 구석에 있는 평면의 레이더로 우주 공간 전체를 조감하고 유리 너머로 적의 공격 방향을 관측해야 하는 어려움은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다. 대신 적어도 진짜 파일럿이 된 기분만큼은 두 배, 아니 네 배 다섯 배는 더 오른다.



▲ 추가 HUD를 끄면 작은 레이더로 거리, 위치 모두 파악해야 한다.

시점의 고정을 시작으로 영웅이 아닌 한 명의 파일럿으로서 스타워즈 세계를 바라보도록 한 부분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플레이어는 실제 우주전을 포함해 함선 내부 이동이나 대화 등 모든 부분을 1인칭으로 체험한다. 나름 훌륭한 파일럿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영웅적인 인물이 아닌 만큼 주역들을 보조하는 역할이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롤이다.

이런 보조적인 역할은 스타파이터 파일럿이 가지는 당대 역할에도 일맥상통한다. 실제 게임 내 에피소드 중 하나기도 한 스타 디스트로이어 탈취 작전을 예로 들어보자. 게임에서 파일럿의 역할은 스타 디스트로이어를 호위하는 타이파이터나 타이폭격기를 격추하고 선체에 구멍을 내 지상 병력이 돌입할 장소를 만드는 내 그친다.

클론 트루퍼와의 총격전이나 제다이의 라이트세이버 등 스타워즈 시리즈의 상징적인 장면은 보통 이런 지상전에 등장한다. 최근의 스타워즈 게임 역시 이런 지상전에 집중했다. 스타워즈의 핵심축 하나가 빠진 만큼 당연히 이야기도 중간 부분이 휑하다. 플레이어가 체험할 수 있는 이야기는 발단과 결과뿐. 파일럿으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타워즈 게임으로서의 매력은 한 스푼 덜어낸 셈이다.

스타워즈: 스쿼드론이 이런 과감한 선택을 내린 건 그만큼 X-Wing 시리즈의 특징을 묵직하게 받아들이고 잇는데 전념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타워즈: 스쿼드론은 이것 저것 다 담으려다 맛없는 재료들로 그릇을 넘치게 하느니 잘할 수 있는 요리 하나로 그릇 절반을 채웠다.



▲ 홀로그램 브리핑과



▲ 대화, 영상 등으로 전황 상황을 대충 전해 들을 뿐이다.



▲ 맛없는 거 골고루 먹지 말고 맛있는 비행만 편식하라고!

물론 X-Wing 시리즈의 이름 다른 후속작 자세를 취하고 있긴 하지만, 이미 20년도 더 된 게임이다. 20세기 게임의 특징을 그대로 옮겨 넣기만 해서는 될 일도 안 된다. 그만큼 다양한 변화를 함께 담았는데 스토리는 변화가 눈에 띄는 부분이다. 개발사 모티브는 7~8시간 분량의 이야기에서 플레이어가 어느 한쪽의 이야기에만 집중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캠페인은 플레이어가 직접 커스터마이징한 은하 제국과 신 공화국, 두 파일럿의 이야기를 번갈아 다룬다. 평등과 자유를 기치로 내건 신 공화국은 외계 종족이 인간과 함께 핵심 인사로 자리 잡고 있고 신 공화국 측 스타파이터 편대인 뱅가드 스쿼드론의 지휘관 린든 역시 제국에서 전향한 인물이다. 반면 인간 우월주의를 주장한 은하 제국은 모든 승무원이 인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등장인물들도 은하 제국의 이미지에 걸맞은 호전적인 성향을 자랑한다.



▲ 은하 제국과 신 공화국, 양쪽 모두 커스터마이징하고 두 시점으로 캠페인이 진행된다

기반은 스타워즈의 큰 틀 안에서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은하 제국과 신 공화국 모두 명확하게 선과 악으로 나뉜 인물이 이야기를 주도하지 않는다. 인물들은 플레이어와 대화를 통해 표면적으로 보이는 모습 이면의 이야기를 그리기도 하고 직접 편대 전투 중 대화를 통해 성격을 드러내기도 한다. 각각 대의명분이란 게 있고 양쪽 편에서 이들의 시각을 다룬다. 이런 이야기들이 지상전이 없어 비교적 단조로울 수 있는 이야기에 몰입 속도를 높이는 촉매가 된다.

'도저히 나는 반란군 놈들로는 못하겠다'라든가, '제국 놈들과는 눈도 마주치기 싫다'는 스타워즈 정통파만 아니라면야 이렇게 양쪽의 이야기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각 캐릭터의 사고와 행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어디까지나 기존 시리즈와 비교해 입체적으로 그려졌다뿐이지 인물들의 매력이 충분히 드러내기에는 캠페인은 퍽 모자라다. 두 진영의 모든 인물을 다루기에는 7~8시간의 분량으로는 턱도 없고 대화 -> 브리핑 -> 임무(전투)라는 간결한 게임 진행도 일정 수준 이상의 깊이를 제공하는 데에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기억에 남는 신규 캐릭터는 신 공화국으로 전향한 린든이나 출시 전 CG를 통해 큰 인상을 남긴 그레이 편대장 정도. 나머지는 얼굴 붉은 외계인이나 가면 안 벗는 제국군 정도로 기억되며 큰 인상을 주지 못한다. 재료는 좋았는데 이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는 점은 영 뒷맛이 씁쓸해지는 부분이다.



▲ 제국 쪽은 CG에 등장했던 파일럿 그레이 정도야 기억에 남지



▲ 캠페인 끝나면 얘네는 생각도 잘 안 난다

게임 시점이 엔도 전투 이후인 점도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엔도 전투가 어떤 전투인가. '스타워즈 에피소드6 - 제다이의 귀환'의 마무리이자 팰퍼틴 황제, 다스 베이더 등이 사망하며 신 공화국 창설의 기폭제가 된 전투다. 클래식 시리즈에서 손꼽히는 주요 인물들이 줄줄이 시리즈에서 탈락했다. 천국, 혹은 지옥이 아니고서야 캐릭터들이 죽은 다음 이야기에서 이들을 만날 방법이 없다. 에피소드7의 이야기도 있으니 말도 안 되는 설정을 추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신 공화국은 상황이 좀 낫다. 다크 스타를 2번이나 파괴한 반란 연합의 전설적인 파일럿 웨지 안틸레스가 등장하니 게임패드에서 손을 떼고 일단 경례부터 박고 게임을 이어가도록 만든다. 여기에 애니메이션과 코믹스에서만 등장했던 헤라 신둘라가 처음 게임을 통해 등장한다. 은하제국에선 레이 슬로운이 등장하지만 그게 전부다. 어쩌면 엔도 전투 이후 은하 제국의 눈물겨운 상황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

'스타워즈 제다이: 오더의 몰락'과 비교하면 시간 설정상의 아쉬움은 더 두드러진다. 오더의 몰락이 기존 스타워즈 시리즈와의 관련성을 희석하기 위해 충분히 유명 캐릭터의 등장이 가능함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억제했던 것과는 달리 스타워즈: 스쿼드론은 등장 가능한 인물 자체가 적은 시기다. 웨지나 헤라 외에도 레아 공주나 아크바 제독 등이 짧게 등장한 걸 보면 네임드 인물의 등장이 충분히 가능했음을 유추할 수 있어 아쉬움은 더욱 짙어진다.

적어도 시리즈에서 스타파이터의 우주전이 가장 돋보였던 엔도 전투만이라도 이야기에 포함 시켰다면 더 풍요로운 캠페인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스타워즈: 스쿼드론은 스타워즈 공백기를 기존 설정들과 창작 캐릭터들로 채우는 데 너무 심취했다.



▲ 반란 연합의 전설 오브 레전드 웨지다 웨지



▲ '옛날옛날에 다스베이더라는 제국군 짱짱 센 시스가 있었어요'정도로만 등장하는 루크네 아빠

비교적 아쉬운 점이 도드라진 이야기 구성이었지만, 선과 악이 조화를 이루는 포스의 균형처럼 스타워즈: 스쿼드론은 여러 가지 단점을 상쇄할 장점이 있다. 그건 게임의 핵심인 비행이다. 앞서 말한 키보드 마우스의 한숨 나오는 조작이나 비행 시뮬레이션은 '죽었다 깨나도 내 취향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오직 이 비행 하나만으로 게임의 가치가 피어오른다.

1인칭 시점으로 한정된 콕핏, 시뮬레이션 성향의 조작, 화면에 박힌 HUD. 앞서 말한 게임의 특징은 은하 제국과 신 공화국의 주요 스타파이터들의 특징과 어우러지며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각 진영은 자신들을 상징하는 스탠더드 기종인 X윙과 타이파이터로 불리는 타이/LN 파이터를 필두로 폭격기, 요격기, 지원기 등 4개의 스타파이터 군이 존재한다. 역할에서 알 수 있듯 이들 스타파이터는 콕핏 구조부터 레이더의 형태, 무장까지 각기 다른 무기로 이루어져있다.

비행 감각이야 완전 시뮬레이션이 아닌 만큼 대체로 비슷하지만, 운용 방식은 스타파이터마다 크게 갈린다. 와이윙은 느리지만 강력한 미사일과 여러 목표를 동시에 타겟팅하는 미사일 체계를 갖추고 있어 원거리에서 기함과 호위 병력을 제거하는 데 능하다. 요격기는 보조 무장은 별 볼 일 없지만, 빠른 이동과 함께 적을 제거하는 데 특화됐다.

기본적으로 스타워즈 세계관에 어울리는 스타파이터의 특징을 게임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셈이다.



▲ 네 역할군으로 나뉜 타이파이터의 외형과 무장, 성능 모두 다르고



▲ 내부 콕핏 디자인이 달라 인터페이스도 함께 달라진다

그렇다고 역할에 고정된, 획일화된 플레이만 할 필요는 없다. 파일럿은 엔진과 기본 레이저 무기, 방어막 세 부분에 각각 동력을 분배할 수 있다. 더 많은 동력을 투자한 곳은 더 큰 에너지를 발휘하는 데 엔진 투자 시 최고 속도 추가와 부스터를 사용해 순간적으로 속도를 끌어올리는 게 가능하다.

먼 거리의 적, 혹은 전투에서 이탈 후 리스폰 돼 다시 전장에 합류할 때 동력을 엔진에 투자하고 합류 직전 레이저로 동력을 돌려 공격 횟수를 충전하는 식으로 적진을 휘저을 수 있다. 순간적으로 적을 요격하거나 방어막을 두르고 적의 파상공세를 뚫고 나가는 것도 플레이어 재량에 따라 스타파이터 기종에 관계없이 가능해진다.

이런 동력 분배는 기본적으로 방어막 능력이 없는 타이파이터의 열세를 꽤 재미있는 방식으로 해소한다.

은하 제국의 스타파이터들은 타이/RP 리퍼를 제외하면 방어막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되는 방어막은 방어적인 부분에서 확실한 보험이 되는 만큼 생존력을 크게 끌어올린다. 당연히 타이파이터들은 직접 체력을 깎아내는 신 공화국의 레이저 한방한방이 더 아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대신 동력을 분배하는 방식이 다르다. 어느 한쪽에 투자한 동력을 변환하면 쌓인 수치가 그대로 전달된다. 부스터로 쌓인 엔진 동력을 무기로 전환하면 쌓인 수치만큼 레이저가 과충전된다. 반대도 마찬가지. 순간적으로 화력이나 속도를 끌어올려 예상 못한 방법으로 신 공화국을 괴롭힌다.

X-Wing 시리즈에서 이어진 동력 시스템은 스타파이터의 유불리, 그리고 특징은 그대로 가져오면서 이를 극복할 장치로 그 역할을 다한다. 물론 그만큼 순발력과 센스가 필요하고 손이 많이 가는 플레이기도 하다 보니 초심자는 그냥 신 공화국을 플레이하는 게 낫다 싶을 정도다.

조금은 쉽고 무난한 기체와 난이도는 높지만 플레이어의 실력을 발휘하기 좋은 높은 기체. 이렇게 플레이어 역량에 따라 진영을 선택할 수 있고 그만큼 조작에 익숙해질 시간을 벌 수도 있다.



▲ 방어막이 있는 기체와 없는 기체의 동력 구조가 다르다



▲ 순간 화력에 동력을 몰아 레이저가 과충전된 타이파이터

익숙해지는 게 중요하다는 표현은 사실 한동안 스타워즈과는 게임에 꽤 이질적인 표현이었다. AAA 게임으로 출시된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는 과도한 랜덤박스, 그리고 '지르면 이긴다'는 Pay 2 Win 과금으로 논란이 됐다. 실력이 물오른 플레이어만큼이나 돈이 강한 힘을 낸다는 논리였다. 이 논란은 그냥 팬들이 화 좀 내는 수준이 아니라 연방 거래위, 도박 규제 기관 등에서 집중 포화를 가하는 국제적인 사태로까지 번졌다.

이후 배틀프론트2에 대대적인 개편이 이루어졌고 오더의 몰락, 그리고 이번 스타워즈: 스쿼드론까지. 스타워즈에 악명 높았던 랜덤박스는 더는 없다.

게임 플레이를 통한 레벨업으로 얻는 재화인 리퀴지션으로는 기체의 추가 무장을 변경하고 일반 재화인 글로리로 파일럿을 꾸미거나 스타파이터 외형을 변경할 수 있다. 일정 레벨만 달성하면 무장 해금에 필요한 모든 리퀴지션을 얻으니 따로 구할 필요가 없다. 애초에 모든 재화는 레벨업과 게임 플레이로만 얻을 수 있다.

이제 스타워즈 세계에서 진짜 강자는 스스로를 단련한 자. 오랜 시간을 들인 자다. 돈이 아니다.



▲ 게임마다 얻는 재화는 치장 아이템에



▲ 레벨업으로 얻은 자원은 기체 무장을 변경할 수 있다. 랜덤박스는 없다.

캠페인 분량이 짧다 보니 핵심인 비행의 진짜 재미는 멀티플레이에서 이어진다. 팀 데스매치인 도그파이트야 특별할 게 없지만, 함대전은 말이 좀 다르다. 신 공화국의 MC75와 은하 제국의 스타 디스트로이어 각각 한 대가 주력함으로 적을 향해 포격하며 시작되는 함대전은 스타파이터, 소함대까지 이루어지는 거대 우주전이다.

스타파이터의 파일럿으로 참전하는 플레이어는 우선 도그파이트로 사기 싸움을 하고 2대의 소함대를 파괴한 후에야 주력함을 공격할 수 있다. 주력함은 거대한 크기만큼이나 다양한 방어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좌우현 각각 방어막 생성기를 가지고 있고 동력 시스템과 조준 레이더, 그리고 수많은 터렛이 달렸다.

스타파이터 간의 대전이야 다른 게임을 통해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고 상상할 수 있지만, 거대 함선을 양쪽에 두고 펼쳐지는 우주전은 그 규모도 다르거니와 체계도 다르다. 여기에 사기에 따라 공수가 한 번씩 오가는 최종 전투는 마치 미식축구와 같이 격렬하게 이루어진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이루어지는 10분, 20분 짜리 대전은 수백, 수천의 목숨이 오가는 스타워즈 속 우주전투에서 파일럿이 가진 가치와 중요성을 효과적으로 옮겨놓았다. 대신 이 두 모드를 제외하면 마땅히 즐길 거리가 없다는 부분은 큰 흥행에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 스타 디스트로이어를 파괴한 파일럿. 그게 나야



▲ 다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방어선도 뚫어야 한다

이런 우주 비행의 방점을 찍는 건 다름아닌 VR이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가 지금까지도 손에 꼽는 완벽한 그래픽을 선보인 만큼 스쿼드론의 그래픽이 조금은 아쉽게도 보일만 한데 낮은 요구 사양과 최적화를 통한 VR 구동을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VR 플레이에 적합한 모습을 보인다.

게임의 시점 조작이 기본적으로 스타파이터의 조작과 일치하는 일반 게임과 달리 VR을 이용하면 고개를 돌려 자유롭게 주변으로 시야를 넓힐 수 있다. 특히 신 공화국의 스타파이터는 콕핏 상단부 전체가 유리로 뻥 뚫려있어 좌우 확인은 물론 정수리 위에서 레이저를 쏘아대는 적의 모습도 선체를 돌리지 않고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VR 경험은 언제나 단순히 글만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한데 게임 플레이 경험을 확실히 끌어올린다고 말할 수 있다. VR 체험은 하프라이프 알릭스 급 게임이 아니면 대게 이동이 적을수록 훌륭하니까. 스타워즈: 스쿼드론은 VR 플레이에 가장 적합한 게임 장르기도 하다. 이런 장르적 특징과 VR이 가진 넓은 시야가 플레이어를 우주 에이스 파일럿으로 가는 지름길을 연다.



▲ 베이더 이모탈을 통해 VR로 재미를 스타워즈. 스쿼드론도 VR을 통해 더욱 완벽해진다.

액션과 플라이트 시뮬레이션. 싱글플레이와 멀티플레이. 장르도, 주력 플레이 방식도 다르지만, 스타워즈: 스쿼드론은 오더의 몰락과 유사하다. 다이스 중심의 슈팅게임을 벗어나 리스폰과 모티브가 만드는 새로운 스타워즈 게임으로의 도전. 그리고 둘 다 대중적인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도 비슷하다.

몰락한 오더는 소울본 시리즈의 새 도전으로 평가받던 세키로의 플레이를 다수 의식했다. 인기야 언제나 최고지만 프롬식 액션은 낮은 클리어 비율, 플레이어 비중으로 언제나 편중된 반 비주류 게임에 가깝다. 플라이트 시뮬레이션은 또 어떤가. 아무리 장르적 유연함을 더했다고 해도 스타워즈라는 이름만 봐서는 안 된다.

우주를 무대로 직접 전투기를 조종하는 플라이트 시뮬레이션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지. VR에 HOTAS, 못해도 패드 정도는 가지고 있는지. 생각할 게 많다. 혹은 스타워즈 하나만 보고 이 게임을 즐기려거든 영화를 넘어 스타워즈 세계관의 작은 이야기, 설정까지도 샅샅이 뒤져봐 게임과는 뭐가 같고, 뭐가 다른지 비교할 수준은 돼야 한다.

이런 벽을 넘어서거든 우주전 하나만큼은 그 어떤 게임보다도 스타파이터 파일럿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다. 영화에서 본 이상의 레이저 발사음이 귀를 두들기고 웅장한 배경음이 스타워즈의 분위기를 제대로 낸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고집스럽게 우주 전투에 집중한 게임 경험에 걸맞게 가격도 풀프라이스가 아닌 47,000원이다. 가성비를 논할 게임은 아니지만, 게임에 도전하기 위한 한가지 벽이 낮아진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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