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클래스는 영원하다, 스위치로 돌아온 게임패드의 전설

리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31개 |



기술의 발전은 때때로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충격을 선사하곤 한다. 그게 사람과 가까운 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더 크게 느껴질 테고 말이다. 사람과 게임을 직접 연결하는 도구, 게임 패드도 그 중 하나다.

플레이어의 속마음까지 읽어낸다는 '메탈기어 솔리드'의 보스 사이코 맨티스가 자신의 염력으로 화면 밖 컨트롤러를 움직이는 장면은 플레이했던 이라면 아마 평생 기억하는 순간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누르고 밀기만 하는게 고작이었던 게임 패드에 진동을 도입했던 듀얼쇼크가 없었다면 그저 잊힐 컷신 하나에 그쳤을지 모른다.

게임의 혁신으로 꼽히는 Wii 리모컨 역시 컨트롤러 변화를 말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것 중 하나다. 무선으로 플레이어의 동작을 인식해 휘두르면 테니스 라켓도, 골프클럽도, 복싱 글러브도 됐다.

이제는 무선, 동작인식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담은 스위치 조이콘이나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다양한 매크로와 편리한 조작감을 자랑하는 Xbox 엘리트 패드까지 등장했다. 새로운 기능이 더 나올 수 있을까 싶은 것들이다.



▲ 희대의 명장면으로 기억되는 '메탈기어 솔리드' 염력신은 진동이 도입된 컨트롤러가 있기에 가능했다

길게 설명했지만, 그럼에도 고전은 영원하다. 시대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클래식 음악처럼 훌륭한 컨트롤러는 어느 손에 쥐여주어도 어색함 없는 조작이 이어진다. 그저 패드 하나일 뿐인데 괜스레 꺼내 놓고, 자랑하고 싶어지는 그런 것. 이 패드는 그런 풍미를 갖췄다. 그렇기에 변화의 바람과 시대의 풍파 속에서 견디고 이렇게 다시금 복각됐다.

명품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은 패드, 슈퍼 패미컴으로 알려진 SNES(Super Nintendo Entertainment System) 컨트롤러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2월 판매를 시작한 SNES 컨트롤러는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가입자 한정으로 구매 가능한 스위치 전용 컨트롤러다. 이름 그대로 과거 SNES 패드와 크기, 색상, 모양이 거의 완벽히 똑같은 게 특징이다. 다른 점이라면 흔히 트리거 버튼으로 조작하는 ZL, ZR 버튼이 달리고 무선으로 바뀌었다는 것 정도랄까.

사실 SNES는 서양 발매 버전의 이름이며 일본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슈퍼 패미컴이다. 유럽식 SNES는 일본 버전과 같은 모양이지만, 북미 버전만 다른 형태로 출시됐는데 컨트롤러의 색상도 약간 다르다. 흔히 슈퍼 패미컴의 상징으로 꼽히는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버튼도 북미 버전에는 밋밋해 보이는 보라색과 연보라. 두 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 우리나라는 유럽 버전으로 나왔다. 행복.



▲ 사실 구성품 자체는 본체와 케이블, 단 2개 뿐이지만



▲ 이 영롱함, 이 아름다움, 고전적인 멋이 고스란히 담겼다.

상술했듯 SNES 컨트롤러는 30년 전 슈퍼 패미컴 출시 당시 그 모습을 거의 고스란히 따왔다. 많은 버튼이 담기며 컨트롤러의 크기가 본격적으로 커지기 이전의 모델인 만큼 최근 출시된 게임 패드와 비교하면 폭과 두께 모두 절반에 불과하다. 또 패드 뒷면은 손에 쥔 모양에 맞춰 굴곡을 가진 여타 패드와 달리 완전 평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은데다 평면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드는 걱정은 바로 그립감이다. 패드를 감싸고 쥐었을 때 잡히는 부분이 없으니 손아귀 힘만으로 잡아챈 채 게임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말이다. 하지만 컨트롤러는 되려 작은 크기 덕에 게임을 즐기는 데에는 더 적합하다.

총을 쏘듯 중지, 약지, 소지, 혹은 약지와 소지로 감싸 플레이하는 최근의 패드와 달리 패드 위에 파지하는 양손 중지만으로 패드를 쉽게 지지할 수 있다. 또 손바닥으로는 패드 양쪽을 꾹 누르듯 잡게 되어 몇 안 되는 버튼을 쉽게 다루게 되어있다. 이런 그립법은 트리거 버튼과 아날로그 패드가 없는 간소한 디자인이 있기에 가능했다.



▲ 손이 작은 경우도 무리 없이 쥘 수 있는 아담한 사이즈



▲ 뒷면은 굴곡이 없는 완전 평면이며



▲ 다른 패드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의 두께다
(좌측부터 듀얼쇼크4, 닌텐도 프로 컨트롤러, SNES 컨트롤러, Xbox One 컨트롤러)

버튼 역시 과거 고전 패드의 그것을 쏙 닮았다. 쫀쫀한 느낌의 L, R 버튼과 달리 ABXY 버튼은 가볍게 튕기는 식이다. 사실 이런 형태의 버튼은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버튼 일부만 눌러도 입력이 되기에 빠른 조작이 가능하다.

SNES 컨트롤러의 핵심은 십자키다. 스위치의 기본 컨트롤러인 조이콘은 십자 대신 상하좌우 버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연스러운 조작이 불가능해 아쉬워하는 유저가 많았다. 고급 사양인 프로 컨트롤러 역시 십자키가 존재하지만, 정방향 입력이 어려운 특징 탓에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SNES 컨트롤러는 대각선 입력 역시 매끄럽게 이루어진다.

끊어지는 듯한 방향키 조작이 필요한 '모탈컴뱃11'과 회전 입력이 주를 이루는 '스트리트 파이터 30주년 콜렉션', 두 게임이 테스트에 이용됐는데 전혀 다른 특징을 가졌음에도 여타 스위치 전용 컨트롤러 이상의 성능을 선보인다.



▲ 요즘 닌텐도 것들에는 없는 그것



▲ 대전 격투도 문제없다



▲ '스트리트 파이터'도 플레이는 괜찮지만, 회전 입력은 십자키를 떠나 그냥 패드로 못한다

여타 스위치 게임 플레이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지만, 컨트롤러 자체가 SNES 및 NES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플레이 전용인 만큼 막상 실행하려고 하면 애로사항이 꽃을 피운다. 아날로그 패드 조작이 필요 없는 게임을 플레이하더라도 먼저 찾아오는 문제는 홈 버튼과 스크린샷 버튼의 부재다.

ZR, ZL을 사용하지 않는 온라인에서는 두 버튼이 홈과 스크린샷 역할을 하지만 일반 게임에서는 그 버튼에 맞는 쓰임새를 가진다. 결국, 스위치 온라인 게임 외에는 조이콘이나 컨트롤러가 있어야 홈 화면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반면 PC에서는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연결만 하면 스팀을 통해 일반 컨트롤러처럼 쓸 수 있다. 게임이 아날로그 스틱이 필요 없는 경우라면 매크로 등을 적용할 필요도 없고 설정도 따로 바꾸지 않고 실행할 수 있다. 그렇기에 컨트롤러는 고전 감성의 플랫포머나 2D 빗뎀업 장르를 플레이할 때 가장 빛이 난다.



▲ 슈퍼 패미콤 로고와 같은 버튼 색상



▲ ZL, ZR은 빠른 입력이 용이하도록 배치된 편은 아니다.



▲ 그래도 스위치에서는 이미지까지 제대로 표현된다

사실 SNES 컨트롤러는 완벽한 게임 조작을 위한 입력장치와는 거리가 멀다. 버튼은 부족하고 가진 성능을 100% 발휘할 상황도 한정적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가 가장 훌륭했던 패드로 기억하는 것 중 하나다. 이는 어쩌면 가장 오래 손을 탔던 패드여서는 아닐까. 또한, 아기자기한 디자인은 오늘날 감성에도 빠지는 부분이 없다. 8BitDo 등의 제삼의 개발사가 앞다투며 슈퍼 패미콤의 패드를 흉내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제는 모조품으로밖에 구할 수 없는 SNES 컨트롤러. 고스란히 복원된 이를 직접 소장할 수 있는 기회라면 사실 성능은 구매의 첫 이유일 필요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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