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육도 치료도 '게임'으로... 올해 전망은?

기획기사 | 김규만 기자 | 댓글: 5개 |



한 사람의 게이머로서, 우리는 과도한 게임이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또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은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게임에 대한 안 좋은 여론이 형성될 때마다 함께 언급되는 이야기도 알고 있죠. 바로 게임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한 이야기 말입니다.

'기능성 게임'은 이처럼 재미와 오락 이외에, 게임을 플레이함으로써 교육, 의료, 스포츠 등 다양한 사회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설계된 게임들을 일컫습니다. 2010년 초와 비교해 지금은 기능성 게임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ICD-11에 추가하면서 이 기능성 게임에 대한 관심도 다시 상승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최근 중국 베이징시위원회 중앙선전부는 오는 2025년까지 베이징 시 기반 게임 산업의 연간 생산액을 1,500억 위안(한화 약 25조 원)에 이르도록 성장시킬 방침이라고 밝히며, 게임을 통한 군사 시뮬레이션 훈련은 비롯해 의료, 건강, 교육 분야 등과 유합을 통한 기능성 게임에 대한 개발 또한 독려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위 사례처럼 기능성 게임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번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최근 '2019년 기능성게임 사업체 및 수요처 현황조사'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과연, 현재 국내 기능성 게임 시장은 어떤 상황인지, 기능성 게임을 사용하는 이들은 어떤 부분에서 발전을 기대하고 있는지 해당 보고서를 토대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능성 게임(Serious Games) 이란?
"놀이와 즐거움이 주된 목적이 아닌, 교육이 주된 목적인 게임" - 클라크 앱트(1977)



▲ 지금까지도 '기능성 게임'의 주요 사례로 꼽히는 '아메리카 아미'

영어로는 '시리어스 게임(Serious Games)'라고 불리는 용어는 사회과학자 클라크 앱트가 1977년 저술한 '시리어스 게임'이라는 책에서 유래했습니다. 해당 서적에서 앱트는 기능성 게임에 대해 '사용자에게 즐거움이 주된 목적이 아닌, 교육이 주된 목적인 게임'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이후 '기능성 게임(Serious Games)'은 미국에서 점차 그 입지를 넓히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시리어스 게임 이니시에이티브'라는 이름의 단체가 발족한 2002년부터였고, 2년 뒤인 2004년에는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인 GDC에서 처음으로 시리어스 게임 서밋이 진행되기도 했죠.

이와 같은 행사, 단체들의 주도 아래, 각 사회 분야에 게임의 기능을 접목시키는 많은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가장 먼저 두드러진 것인 군사 훈련 분야였는데, 기능성 게임 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아메리카 아미'는 출시 이후 지금까지 좋은 기능성 게임 사례가 되어주고 있죠. '기능성 게임'은 이후 점차 교육과 치료에도 빠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 국내 사례는 KOCCA의 포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국내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기능성 게임에 대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능성 게임의 특성상 이용자가 직접 찾고 비용을 지불하는 콘텐츠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 주로 B2G(정부기관과 기업 간 거래)로 이뤄지고 있어 일반적인 게이머 입장에서 기능성 게임을 찾기는 쉽지 않은 편입니다.

기능성 게임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고 있는 기능성게임 종합포털을 방문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그동안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기능성 게임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재는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몇몇 게임의 경우 서비스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기능성 게임'의 현재
규모는 많이 줄었지만, 꾸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기능성 게임 시장

국내에서는 엔씨소프트, NHN, 한빛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기능성 게임'에 관심을 보이던 2000년대 후반, 2010년대 초반에 들어서 기능성 게임에 많이들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NHN의 경우 통신사인 유플러스와 업무 협약을 맺고 심리 치료, 치매 예방, 아동 교육 등 특수 목적 게임 콘텐츠 개발 활성화에 힘쓴 바 있으며, 엔씨소프트는 문제를 풀어 쌀을 기부하는 게임 '프리라이스' 등을 선보이며 사회공헌에 집중하기도 했죠. 한빛소프트는 자사의 게임 '오디션'을 기반으로 한 영어 공부 콘텐츠 '오디션 잉글리시'로 기능성 게임의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현재에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기능성 게임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년 기능성 게임 사업체 및 수요처 현황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능성 게임 종사자 수는 1,090여 명으로 조사됐지만, 2018년에는 585명으로 그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기능성 게임 매출액 추정 결과 또한 2014년에는 313억 원에 이르렀으나, 2018년 조사에서는 185억 원에 그치고 말았죠.



▲ 2010년 초기에 비해 많이 줄어든 시장 규모

시장 자체는 줄어들었지만, 당시 기능성 게임을 도입한 업체들은 현재까지도 자사의 고객에게 기능성 게임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기능성 게임을 도입한 사업체 중 조사에 응답한 업체의 약 70%는 2015년 이후 기능성 게임을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도입 분야로는 교육 부문이 50.7%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의료/건강 부문이 25.0%, 공공 부문이 11.4%, 스포츠 부문이 8.6%로 뒤따랐죠.

기능성 게임을 주로 이용하는 대상은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이용 대상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5년 조사에서 학생(61.4%), 수요기관의 고객(33.7%), 내부 관계자(3.6%)순으로 나타났지만, 2018년 조사에서는 치매환자, 방문객 등 수요기관의 고객이 42.6%를 차지했습니다. 이후 학생(34.5%), 내부 관계자(동료, 직원 등)가 13.9%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단적으로 현재 '기능성 게임'은 국내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요?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기능성 게임이 ▲ 홍보용, ▲ 치료용, ▲ 교육용, ▲ 체험용, ▲ 스포츠용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홍보의 경우 전시 안내 또는 해설 지원, 기관 내 배포용으로 사용되며, 교육용으로는 진로/취업교육, 역사 교육 및 현장 방문객 체험교육 용으로 쓰입니다. 치료용으로는 주로 인지 재활, 임상 연구 통한 환자 교육 프로그램, 신체 기능 향상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치매환자, 방문객 등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만족도는 '긍정적인 편'
"인지도 제고를 위한 각종 활동이 뒷받침되어야"



▲ 현재 기능성 게임에 평가는 일부 긍정적인 편이다

또한, 이번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기능성 게임을 이용하고 있는 수요기관 및 고객들의 만족도는 평균 69.3점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참여자 중 매우 만족했다는 답변은 17.8%에 해당했으며, 만족했다는 인원 또한 보통이라고 답한 비율보다 높은 43.6%를 기록했죠.

조사 과정에서 불만족스럽다고 답변한 참여자의 경우 기술적인 퀄리티가 저조한 부분과 기능성 게임의 다양성이 부족한 부분, 그리고 자동 인식 반응 등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한편, 2015년 조사에서는 운영 예산 부족이 가장 높은 답변을 차지했던 기능성 게임 운영 애로사항에 대한 질문에서는 '유지/관리의 어려움'이 33.7%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인력 및 운영 예산 부족', '이용/활용도 저조'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게임 콘텐츠 외적으로는 기능성 게임과 관련해 필요한 정보에 대한 수요가 많았습니다. 특히 높게 측정된 것은 기능성 게임과 관련된 도입 사례가 59.4%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기능성 게임 도입 지원 및 신청에 대한 정보가 43.6%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제품 소개나 주용 행사 정보, 기능성 게임 개발 사업체에 대한 정보에 대한 수요 또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도입으로 인한 성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능성 게임 도입 사례에 대한 수요의 경우 공공 의료기관과 기업 부문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 한국콘텐츠진흥원 측의 조사 결과입니다.



▲ 치매 예방 기능성 게임 사례, '젊어지는 마을'

이처럼, 2010년대 초반에 비해서 그 관심이 많이 적어진 '기능성 게임'분야이지만, 한국 콘텐츠진흥원의 조사 결과 현재 기능성 게임을 이용하고 있는 수요처에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기능성 게임을 도입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재미요소를 활용한 자연스러운 학습과 내용 전파 등이 일정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를 보고 있다는 인식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각 수요처에서 기능성 게임을 도입할 때 고려하는 사항 중 하나로 '게임성이 너무 부각된 콘텐츠'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기능성 게임이 도움은 되지만, 게임이라는 속성에 치우쳐 너무 재미만을 추구한다면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우려가 아직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지속적인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능성 게임 또한 일반적인 게임이 그래왔듯 발전을 거듭할 전망입니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바로 VR을 활용한 기능성 게임이죠. 스크린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컨트롤러와 신체를 활용해 직접 가상 세계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VR 환경은 의료용 기능성 게임에 아주 적합한 플랫폼이 될 전망입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향후 도입하고 싶은 기능성 게임 플랫폼으로 VR을 꼽은 업체가 66%로 가장 높기도 했고요.

이제 막 한 해를 시작한 2020년, 기능성 게임 시장은 과연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요? 올해에는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되고 있는 기능성 게임과 관련한 소식을 더 많이 전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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