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초 만에 뉴욕으로, PS5로 더 빠른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

리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15개 |
드라마나 영화 이상의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AAA 게임들. 이런 게임들 대부분이 7자리 수 판매량, 그러니까 밀리언 셀러라 불리는 백만 장대의 판매를 기준에 두고 만들어집니다. 그 10배인 플래티넘셀러를 기록하는 게임의 수는 오랜 게임 역사를 뒤져봐도 100개가 채 되지 않죠.

시작부터 이렇게 머리 아프게 숫자 이야기를 꺼낸 건 소니, 그러니까 SIE의 마블 프랜차이즈, '마블 스파이더맨'을 이야기하기 위함입니다. 따로 원작을 두지 않은 오리지널 게임으로 등장한 인섬니악 게임즈의 '마블 스파이더맨'은 PS4 독점 게임임에도 1,300만 장 이상을 판매하며 그야말로 대박 성공을 이뤄냈습니다.




당연히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높았고 전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이어받은 '마블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Marvel's Spider-Man: Miles Morales, 이하 스파이더맨MM)'가 12일 출시됩니다. 특히 같은 날 출시되는 PS5의 런칭작으로 함께 출시되는데요. 차세대기 최초의 게임답게 한층 강력해진 그래픽과 하드웨어 레이트레이싱. 그리고 SIE가 자신한 초고속 SSD 로딩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고 알려졌죠.

스파이더맨MM은 차세대 게임에 대한 팬들의 기대. 거기에 어울리는 작품일까요? 출시에 앞서 먼저 플레이한 게임 이야기를 살짝 전해드립니다.

(* 본 리뷰는 소매용 게임이 발매되는 11월 12일 이전에 진행된 리뷰로 모든 부분에서 출시 버전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게임 내용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별도의 표기가 없는 이미지는 PS5 버전의 그래픽 모드로 촬영되었으며 클릭 시 확대됩니다.)



보여주고 싶은 거 다 보여준 그래픽

스파이더맨MM은 PS5에 최적화된 버전 말고도 PS4 버전이 함께 출시됩니다. 아직 PS5를 구하지 못한 플레이어도 게임을 즐길 수 있죠. PS4가 이미 황혼기에 접어들며 그 능력을 100% 다 살린 게임들이 속속 등장한 만큼 PS4 버전도 모자란다고만은 할 수 없는 그래픽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지난해 등장한 SIE 월드와이드 스튜디오의 게임들이 소니 퍼스트 파티라는 이름에 걸맞은 그래픽과 연출을 선보였듯 스파이더맨MM PS4 버전의 그래픽도 기대 이상입니다. 아마 컷신이나 작은 사진 한두 개만 보여준다면 PS4인지 모를지도 모릅니다. 재밌게도 PS4 버전을 플레이하는 동안 몰래 지켜본 동료들은 이게 PS5 버전인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다만, 일부 구간에서는 PS4의 한계를 체감하기도 하는데요. 폭발 장면이나 물건들이 한꺼번에 부딪히는 장면에서는 파티클 효과가 비교적 거칠게 표현되고 특히 일부 디테일이 뭉개지는 구간도 발생했습니다. 또, 두 기종을 직접 두고 비교했을 때는 차이가 크게 눈에 띄죠.

우선 앞서 말했던 텍스처 디테일 부분에서 차이가 또렷합니다. 같은 2160p 해상도에서 촬영했음에도 이런 격차가 이는 건, 단순히 고해상도와 저해상도 차이라고는 할 수 없겠죠. 특히 PS5에 와서야 가능해진 하드웨어 레이트레이싱으로 물이나 유리에 사물이 반사되는 모습은 PS4 버전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래 이미지를 클릭해 확대하고 물웅덩이나 쓰러진 경찰 차량을 비교해보세요.



▲ PS4 버전의 스파이더맨MM. 그냥 보면 훌륭한 그래픽이지만
(사진 PS4 버전)



▲ PS5 버전과 직접 비교하면 그 차이가 느껴진다
(사진 PS5 버전)

사실 두 기종의 차이를 가장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처음 로딩 화면에서 주인공 마일즈의 복장입니다. 마일즈의 후드 부분에 잔뜩 부풀어 오른 털은 PS4 버전의 경우 뭉쳐진 떡처럼 표현되어 있습니다. 반면 PS5 버전은 실사 수준까지는 아니라더라도 훨씬 자연스럽게 묘사되어 있죠. 머리카락과 동물의 털 같은 경우 게임에서 원체 구현하기가 어려운 부분 중 하나라 더 차이가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게 PS5의 성능 우위를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차이가납니다.



▲ 빛이 덜 드는 저녁, 차량 뒤편에서는 빛 반사를 민감하게 잡아낸 PS5 버전이 더 자연스럽게 묘사된다
(좌: PS5 버전, 우: PS4 버전)

PS5 모델 하나만 놓고 본다면 4K 해상도를 살린 디테일 표현과 앞서 설명한 레이트레이싱이 있습니다.

스파이더맨MM은 기본적으로 꾸준히 4K 해상도를 유지하고 레이 트레이싱 효과도 크게 살린 '그래픽 모드'와 가변 해상도로 60fps 고정 플레이가 가능한 '성능 모드', 둘로 나뉘어있는데요. 일반 1080p 해상도에서 플레이하는 경우 게임 중에는 체감이 어려워 성능모드로 60fps 플레이의 이점을 살리는 게 좋다고 보였습니다. 하지만 4K 모니터에 연결하면 그 차이가 확실히 체감되죠.

꼼꼼한 디테일이 유지되는 것과 안정적인 프레임, 둘 중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될 것 같네요. 물론 게임 중 언제든 변경 가능하고 변경 시 최근 체크포인트부터 곧장 적용되니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요.



▲ 매끄러운 바닥 반사는 물론 작은 흠까지 그대로 표현된다



지금 인게임인데 왜 조작 안 합니까! 자연스러운 연출, 그리고 로딩

연출과 실제 게임플레이 사이의 간극이 점점 적어진다는 점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걱정해왔던 부분인데 이번 작품에서 드디어 현실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게임의 이벤트 장면은 대개 별도의 영상 대신 리얼 타임 랜더링으로 처리하죠. 인게임과 동일한 상황에서 컷신을 만드는 셈인데 사실 컷신은 보통 인물도 확대되고 배경 연출도 적어진데다 이미 의도한 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연출에 힘을 줄 선택과 집중이 편합니다.



▲ 묘하게 어정쩡했던 인물 연출은 한결 자연스러워졌고

그래서 컷신은 등장인물의 표정, 피부 등 보여주는 몇몇 장면에만 처리 장치의 연산을 집중해 일반 인게임보다 훌륭한 연출이 이루어집니다. 인게임에서야 적들도 다수 등장하고 액션 파티클도 플레이어의 조작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니 인물에만 연산을 몰아주기 어렵죠. 그래서 리얼 타임 랜더링으로 아무리 격차를 줄이더라고 둘 사이의 차이도 느껴지고 전환 시 로딩도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스파이더맨MM에서는 이런 게임의 공식 아닌 공식이 완벽하게 깨졌습니다. 일단 인게임 연출과 컷신 연출의 차이는 크게 없을뿐더러 앞서 말한 로딩이 정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보스한테 얻어터지다 한 대 더 맞으니 '이것도 컷신 연출이구나' 생각하죠. 하지만 게임은 이미 시작됐던 거고 이미 한 대 맞고 플레이해야 하는 겁니다. 이제는 컷신은 맘 편히 보고 로딩 끝나면 게임 하는 여유도 없고, 잠시 물 뜨러 갈 시간도 없습니다. 언제 게임이 시작할지 모르니까요.

물론 불만인양, 걱정인양 말했지만, 행복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긴 로딩과 컷신 대신 인게임과의 모호해진 경계는 게임에 대한 집중력과 긴장감 모두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만듭니다. 게임에 몰입하는 시간도 그만큼 더 길어지겠죠. 일단 스파이더맨MM을 통해 그 가능성은 확실히 봤습니다.

▲ 전투와 연출의 자연스러운 전환

그리고 로딩은 스파이더맨MM, 나아가 PS5가 가장 자신있어 하는 부분인 만큼 그간 자랑했던 차세대 성능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얼마나 빠르냐면 아예 로딩 화면이 없습니다. PS4 버전은 전작과 같이 스파이더맨이 수트를 입은 화면과 팁이 동시에 표시되는 로딩 화면이 표시되는데 그 화면 뜰 시간이면 PS5 버전은 이미 로딩이 끝나 게임을 시작하고 있죠.

보통 타이틀 화면에서 세이브파일을 불러오고 게임을 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초가 채 되지 않습니다. 실제 로딩 시간은 1.735초에 불과했습니다. PS4 버전의 로딩은 11.028초가 걸렸죠. 이런 로딩 속도의 차이가 스파이더맨 그 자신이 되는 데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오픈 월드의 심리스 로딩이야 이번 작품에서도 건재하니 빠른 이동이나 첫 로딩 외에 게임을 즐기는 구간에서야 당연히 로딩 압박 없고요.

▲ 로딩이 없는 수준



때론 친근하게, 때론 새롭게,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

그래픽과 연출, 모든 면에서 큰 진화가 이루어진 스파이더맨MM. 하지만 스토리나 게임 플레이는 전작인 '마블 스파이더맨'의 확장팩과 후속작 사이쯤 위치한 타이틀입니다. 전작과 플레이 자체가 거의 같죠.

여기에 슈트를 입고 얼굴을 가리면 목소리만 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마일즈의 스파이더맨은 피터의 스파이더맨 성격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쉴새 없이 떠드는 떠벌이 속성이 그대로 살아있죠. 코믹스, 만화, 이제는 영화를 통해 너무나 대중적으로 알려진 스파이더맨. 그러니까 피터 파커를 다른 주인공으로 바꿨음에도 그 변화의 이질감이나 충격을 덜 받고 새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 슈트 입은 모습은 피터의 스파이더맨과 얼핏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다만, 같은 도시, 같은 조작을 가진 게임에 등장 인물과 스토리마저 같다면 후속, 확장팩보다는 추가 미션팩 정도의 느낌이겠죠. 여기서 마일즈의 또 다른 속성인 '신입 스파이디'가 부각됩니다. 시작 미션부터 사고 제대로 치고 마는 마일즈는 피터의 스파이더맨을 보조하는 느낌입니다.

실제로 뉴욕 시민들 역시 비슷한 생각입니다. 그래서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 도움을 자처해도 다들 '너 말고'를 시전합니다. 원조를 데려오라 이거죠. 게임은 이렇게 '마블 스파이더맨'을 통해 내 근처에 있는 영웅 스파이더맨 대신 신입 스파이디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도둑 잡기나 물건 찾아주기 등 가벼운 일부터 해나가도록 하는 당위성을 부여했습니다. 슈퍼 빌런 다 때려잡다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주러 다니는 건 영 그러니까요.

이렇게 새롭게 차근차근 이야기를 쌓아가며 이미 베테랑 슈퍼 히어로였던 '마블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로는 느끼지 못했던 성장하는 히어로의 모습을 체험하게 됩니다.



▲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 아직은 SNS 반응도 반반이다


다른 모습, 다른 재미가 있긴 있어요

거미줄을 내뿜으며 수영하듯, 그래서 웹 스윙이라고도 불리는 거미줄 타기는 상상하던 스파이더맨의 웹 스윙을 그래도 구현해내며 호평받았습니다. 오죽하면 빠른 이동보다 느려도 거미줄타기로 가려는 플레이어가 많을 정도였죠.

전투 부분에서는 약간 아쉬운 부분도 보여줬습니다. 프리플로우 전투 특유의 간편함에 다양한 스킬을 이용한 속도감, 여기에 수다스러운 스파이더맨의 모습이 잘 어우러져 호평받긴 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전투 패턴이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이라 흥미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단순히 거미줄만이 아니라 마일즈가 내는 생체 전기와 같은 새로운 기술로 전과 다른 전투 양상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또 잠입한 상태에서 적을 조용히 하나씩 처치하는 퍼치 제압과 지루하다 싶을 때 나오는 보스전의 새로운 패턴도 역동적인 플레이를 만들어내죠. 전체적인 게임 구성이 전작보다 더 집약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보니 이런 장점이 더 부각된 게 아닐까 싶네요.



▲ 전작과는 다른 특수 스킬을 사용하는 마일즈

▲ 물론 기본적인 전투는 비슷한 편

흔히 비슷한 슈퍼 히어로 오픈 월드 게임에서 탐정 요소로 불리는 퍼즐 풀이도 여전히 게임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단순하게는 막힌 길을 뚫고 문을 열거나 미션 진행에 꼭 필요한 아이템을 찾아내야 하기도 합니다. R3 버튼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게 핵심이죠.

꼼꼼히 읽으면 숨겨진 이야기나 시민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재미를 줬던 SNS는 한층 보기 편한 소셜 피드로 변경됐습니다. 여기 연결된 게 미션 네비게이션인 앱 '친절한 이웃 1.0'인데요. 시민들이 주는 서브퀘스트는 물론 주변 범죄 상황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죠. 사실 맵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는 해도 터치 패드 옆으로 쓱 밀어서 띄우는 화면은 플레이어와 마일즈를 동일시하고 몰입하는 데는 더 도움이 됩니다.

다만, 큰 의미 없는 수집요소는 여전합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 하나씩 해금되는 수집품들은 이미 지나온 지역을 다시 탐험하도록 유도하고 성장에 연관되며 수집 이유를 설명하기는 하는데요. 전작처럼 모아야 할 당위성이 부족하고 수집 이유나 재미도 그리 빼어나질 않아 수집광, 혹은 업그레이드를 위해 억지로 진행해야 하는 건 비슷합니다.

아마 이 부분은 다음 작품에서 획기적인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비슷하게 유지될 거 같아 더 아쉽기도 하고요.



▲ 맵 위에 하나둘 쌓이는 수집품 위치. 이걸 안 모을 수도 없고...


뉴욕의 유일한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

게임은 거미 능력을 얻은 마일즈가 피터와 함께 2명의 스파이더맨으로 활동하는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앞서 설명했듯 아직은 시민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마일즈는 유럽으로 휴가를 간 피터를 대신해 뉴욕의 유일한 스파이더맨이 되죠.

아직은 미숙한 마일즈 앞에 나타나는 적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아직 출시일이 남은 만큼 게임의 모든 이야기를 풀어내서는 안 되겠지만, 간략히 설명하면 주요 빌런들의 정보는 게임 초반부터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스파이더맨 세계관에서 천재 발명가로 통하는 팅커러, 마일즈가 주역인 코믹스 얼티밋 스파이더맨의 핵심 인물이자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프라울러가 게임 초반 언급되고 플레이어들이 반길만한 인물의 정보도 게임 중 만날 수 있습니다.

또 게임의 튜토리얼은 요즘 스타일답게 최대한 간결 담백. 아마 전작을 플레이한 유저라면 큰 무리 없이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을 거고 스파이더맨MM을 먼저 플레이한다면 구간 구간 짧게 등장하는 조작 안내만으로 쉽게 따라올 수 있을 겁니다.

멀티플랫폼 출시가 기본이 된 요즘. 12일 데몬즈 소울과 함께 PS5만을 위해 준비된 마일즈 모랄레스의 뉴욕 이야기를 함께 해보는 건 어떨까요?






▲ 스파이더맨 덕에 뉴욕은 오늘도 평화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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