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심리학회장, 민관협의체 회의서 "게임이용장애 등재 반대" 주장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3개 |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도입 관련 민관협의체(이하 민관협의체)' 4차 회의가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19일 진행됐다. 이번 민관협의체 회의는 반대 측 관계자 의견 수렴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대 측 인사로 △이승훈 영산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교수, △산업계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 △의료계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법조계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심리학계 조현섭 한국심리학회 회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민관협의체 위원들을 대상으로 △질병코드 도입 반대 이유와 쟁점(이승훈), △도입에 따른 게임 산업계 영향(최승우), △부모자녀 관계에 미치는 영향(윤우상), △헌법적 문제점(황성기), △사회심리학적 접근을 통한 게임이용 장애 해법(조현섭) 의견을 냈다.

이승훈 교수는 "최근 게임이용 장애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학생들을 보면 가정이나 학교에서의 문제가 공존한다"며 "게임이라는 놀이문화 자체를 질병이랑 연계하는 거 자체가 문제이고, 인과관계를 증명하기가 어렵다"고 의견을 냈다. 아울러 이승훈 교수는 "정신의학회는 게임의 부정적인 것만 보고 내세우는데, 긍정적인 효과는 간과하는 거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최승우 국장은 게임산업은 대한민국의 고부가 가치 산업임을 강조하며 "게임이용 장애 국내 도입 시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25년까지 최대 11조 원 피해가 예상된다"며 "또한 게임산업 관계자는 자신이 중독물질을 만든다는 자괴감에 빠질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e스포츠 산업과 관련해 "페이커와 같은 프로게이머는 WHO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페이커를 희망하는 예비 프로게이머는 질병 대상이 될 거란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승우 국장은 "협회는 게임이용장애가 임상 근거와 관련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정신의학회가 억측으로 질병 코드를 미리 만들어놓고 자료를 만든다는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진정한 원인 파악 없이, 국내 등재는 안 된다는 입장이고 종합적으로 체크하기 위해 공동연구가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우상 원장은 의료과잉화를 걱정했다. 그는 "게임이용 장애가 질병으로 인정되면 치료가 이루어질 거라 단순히 생각들 하지만, 지금이랑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우상 원장은 게임이용 장애 질병화에 따른 낙인 효과를 우려했다. 과거 가정에서 아이가 게임을 많이 하면 부모는 훈육 등으로 바로 잡으려 했다. 그러나 질병으로 등재가 되면 부모는 교육보다 병원을 찾아 의사 상담을 받을 것이란 게 윤우상 원장의 설명이다.

윤우상 원장은 "순수 게임중독은 정신의학과 측면에서 치료 방법이 애초에 없다"며 "치료 방법이 없기에 정신과 의사들은 공존질환을 갖다 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성기 교수는 헌법학 관점으로 게임이용 장애 국내 등재를 짚었다. 황성기 교수는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르면 게임은 표현의 자유, 문화 국가의 원리, 예술의 자유에 해당한다"며 "이 3가지 요소는 국가가 권장하고 보호해야 하는 것인데, 질병코드화는 이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질병코드화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때 위헌 가능성도 있다고 황성기 교수는 제기했다.

황성기 교수는 "국제 규약에 의해 존중받는 문화향유권은 모든 국민이 문화생활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 개인적으로 게임은 문화 콘텐츠인데 질병코드화가 도입되면 문화향유권을 침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폄훼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섭 회장은 30년 이상 중독 문제를 연구한 전문가이다. 그는 초기 알콜 중독 예방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조현섭 회장은 "알콜, 도박 중독을 연구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녔지만, 게임중독과 관련해 내가 내린 결론은 정신의학계에선 치료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섭 회장은 "정신의학회에서는 상담이나 약물, 시술 등으로 치료한다고 하지만, 애초에 중독은 죽어야 끝나는 일이다"라며 "죽을 때까지 재발하기 때문에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혀야 한다. 죽을 때까지 병원에 가두고 주사를 놓을 건 아니지 않나?"고 강조했다.

이어 조현섭 회장은 직업재활과 같은 시스템과 상담을 일상처럼 할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심리 치료적으로는 중독 환자는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될 때 회복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직업재활 시스템을 게임중독 상담에 도입하자는 게 조현섭 회장의 의견이다.

끝으로 조현섭 회장은 "게임중독 질병화에 분명히 반대하며, 이들에게 제대로 된 삶을 살게 하는 게 목적이라면 우리가 어떤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게 필요한지 생각해보는 게 순서"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관협의체 4차 회의는 초청인사 의견청취 이후 국무조정실 주재로 별도 안건 논의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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