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멀티버스'로 이어지는 이야기, 아키에이지 '정원' 업데이트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24개 |



2012년에 '아키에이지'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 국내 MMORPG 시장은 '테라'와 '블레이드앤소울'로 양분되어 있었다. 꽤 벅찬 상대들이었음에도 아키에이지는 망설임 없이 출사표를 던졌고,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경쟁작들과는 확연히 다른 게임성이 게이머들의 모험욕구를 자극했고, 곧 게이머들이 모여들었다.

아키에이지의 방향은 명확했다. '울티마' 시절 클래식으로의 귀환. 대부분의 장르는 '옛 게임'일수록 콘텐츠가 적고, 자유로움이 낮아지지만, MMORPG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 왔다. 복잡함은 곧 어려움이었고, 많은 게이머를 유치해야 하는 MMORPG의 발전 방향은 '편의'와 '간편함'으로 맞춰졌다. 그럼에도, 아키에이지는 다시 과거로의 귀환을 선택했고, 현시대에 맞는 복잡함과 다양함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는 아키에이지가 7년의 서비스를 이어올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세계에서 플레이어는 세계를 탐험하는 재미를 느꼈고, 게임 내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그리고 올 겨울, 아키에이지는 '정원' 업데이트를 통해 또 한번의 변화를 예고했다.



▲ 좌측부터 함용진 PD, 주재익 AD, 이재황 기획팀장, 강중권 프로그램팀장


Q. 먼저, 이번에 적용된 세력 이전 시스템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다. 캐릭터 변경을 통하지 않고 진영 간 세력 이전을 하는게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지 않나?

이재황 기획팀장: 아키에이지라는 게임 자체가 원래 세력 간의 갈등을 전제로 시스템이 짜인 게임이다 보니, 필드에서 세력 간 전투가 많이 일어나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세력 간 인구 불균형이 생기다 보니, 이에 기반한 콘텐츠 대부분이 영향을 받게 되었다. 아무래도 타 게임보다 불균형이 더 도드라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그렇게 7년 정도 서비스를 이어오면서 우리는 늘 세력 불균형을 해결하려고 노력했으나,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다. 때문에 올해 상반기부터 세력 조절과 관련된 여러 장치들을 준비하고, 데이터를 쌓아 이전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었다.



▲ 서대륙 소속 페레가 가능해졌다


Q. 내부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세력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이재황 기획팀장: 비율로 따지면 서대륙과 동대륙이 각각 40%, 무법자가 20% 정도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무법자는 소수 세력이지만, 콘텐츠를 조절해 다른 포지션으로 받아들여지게끔 유도했다. 실제로는 4.5:4.5:1 정도의 비율을 보이고 있다. 무법자 세력의 인구 제한을 풀면서 무법자가 너무 많아질 것을 걱정하긴 했지만, 실제로 게임 내에서 어려움이 많은 포지션이다 보니 이정도 비율이 유지되고 있다.


Q. 지난 7년 간 한 세력에서 활동하면서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한 유저들도 꽤 많을 것 같다. 세력 이전이 진행되면 종족도 섞이게 되는 셈인데, 세력에 대한 소속감이 희미해지지는 않을까?

이재황 기획팀장: 사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기존의 세계관과 충돌하는 부분도 있었고, 익숙해진 배경이 바뀌는 것이 썩 좋은 경험도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오랜 기간 스토리 라인을 가다듬었다. '협정'이라는 설정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함용진 PD: 지난 7년 간 세력 이전을 도입하지 못한 부분이 유저의 몰입도를 해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부분은 각별히 더 신경을 썼다. 퀘스트나 게임 내 장치를 통해 내러티브를 만들고, 세력 이전에 대한 당위성과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어차피 세력 이전 자체야 게임 외적인 영역에 걸쳐 있지만, 게임 내적으로도 어색하지 않게끔 말이다.



▲ 기본적으로 '망명'의 개념


Q. 실제로 세력 이전을 하는 유저 수가 어느 정도였나?

이재황 기획팀장: 걱정이 안 될 수는 없었다. 세력 이전 시스템이 우세 세력에서 열세 세력으로만 이전할 수 있게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열세 세력으로 이전하려 할까 싶었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 보상도 넣고, 내러티브를 통해 유도하다 보니 실제로 몇몇 서버에서는 꽤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전에는 몇몇 서버의 경우 세력 간 다툼이 완전히 종식된 사례도 있었다. 세력비가 너무 안 맞다 보니 아예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되어버린 건데, 이런 서버의 경우 새롭게 활기를 주기 위해 유저들이 알아서 이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Q. 전략적인 캐릭터 이전, 그러니까 스파이를 심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재황 기획팀장: 당연히 가능하며, 이 또한 게임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내가 게임을 즐기는 서버에서도 의심되는 분들이 꽤 보인다.(웃음)


Q. 수년 간 적으로 만나던 플레이어들과 같은 세력이 된다는 것에서 감정적인 괴리가 생기지는 않을까?

함용진 PD: 정체성의 희석이나 감정적 충돌은 어쩔 수 없지만, 게임 내적으로 어색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실제 역사에서도 적 세력이 합류하면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아무래도 본인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보니 어쩔수 없는 부분은 있더라도 납득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재황 기획팀장: 앞으로 뽑히는 영웅 중에서 외국인, 그러니까 세력 이전을 한 타 세력 원주민이 영웅으로 뽑힐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종족과 세력이 다른 차원의 개념으로 인식될 것으로 보인다.



▲ 세력 이전한 플레이어들을 위한 소속도 마련되어 있다.


Q. 그럼 이제 12월에 진행될 차기 업데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자. 업데이트의 주요 키워드가 '정원'이다. 간단히 설명해줄 수 있나?

이재황 기획팀장: 아키에이지 시나리오의 모든 것이 '정원'에서 시작되었다. 정원에서 세계가 만들어졌고, 주요 사건들도 모두 정원에서 일어났다. 아키에이지 세계관에서 가장 임팩트있는 지역이 정원이라 할 수 있다. 7년 전, 아키에이지를 처음 런칭할 때 시네마틱 영상에서 영웅들이 하나의 문을 열면서 영상이 끝이 난다. 그 문의 뒤에 정원이 있다.



Q. '정원' 자체는 전부터 구현하려고 했던 설정인가?

이재황 기획팀장: 전민희 작가님이 정원에 대한 묘사는 많이 해주셨다. 이 묘사를 재해석해 시나리오를 확장하고, 아트를 만들어 구체화를 시킨 것이 이번에 추가되는 정원이다.

함용진 PD: 정원을 게임 내 공간으로 추가하겠다는 구상은 언제나 하고 있었다. 강한 카드가 필요한 시점에 임팩트 있게 추가하려 했는데, 지금이 딱 그 시점이 아닌가 싶다.


Q. '정원'은 어떻게 진입할 수 있고,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가?

이재황 기획팀장: 원대륙의 중심에 정원으로 통하는 문이 있다. 게임 내에서 정원의 입구는 곧 '세계의 배꼽'으로 통한다. 정원은 일반적인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마법적인 공간이다. 런칭 트레일러에서 정원의 문을 열었을 때, 굉장히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이는 결국 원대륙의 멸망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오늘날 다시 '정원'에 진힙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콘텐츠적인 측면에서는 정원과 관계된 메인 시나리오가 있고, 정원에서만 등장하는 몬스터와 악마들이 존재한다. 당연히 파밍과 관련된 콘텐츠도 있고, 세계관 내에서 가장 유명한 적들을 정원 내에서 만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제작 장비, 고대 장비가 모두 한 티어가 상승하지만 기존처럼 종적 성장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방식은 아니며, 무기/방어구 간의 상성 성장으로 확장된다. 기본적으로 정원은 상위급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난이도가 높지만 세계관과 밀접한 다양한 콘텐츠가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던전 장비는 내년 초 정원 에피소드에서 연결되는 신규 던전 추가와 함께 티어가 상승할 예정이다.



▲ 세계관 끝판왕인 '키리오스'도 등장할 예정


Q. 그럼 그 '마법적인 공간'이 기존의 필드와 정원의 차이점인가?

이재황 기획팀장: 정원은 하나의 큰 땅덩어리로 이뤄진 공간인데, 여기서 다른 필드와 차별화되는 아주 큰 차이점이 있다. 정원은 서버의 수만큼 존재한다. 하지만 어느 정원으로 가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Q. 정확히 무슨 뜻인가?

이재황 기획팀장: 말 그대로다. 전민희 작가님과 작성한 초기 세계관 설정에 따르면, 정원은 낮과 밤이 섞여 있으며 사계절이 동시에 나타난다고 묘사되어 있다. 또한, 정원에서는 시간의 흐름도 각자에게 다르게 적용되며, 어린 아이의 모습부터 노인, 심지어 죽은 뒤의 자신도 만날 수 있다고 했다.일종의 평행 세계들이 하나로 모이는 곳이자 일반적인 물리 법칙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불규칙한 시공간이다. 이런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서버와 동일한 수의 정원을 만들었고, 주기적으로 다른 정원이 서버와 연결되게끔 만들었다. 같은 서버, 같은 세력이라면 동일한 정원으로 이어지지만, 다른 세력과는 정원이 갈릴 수도 있다. 어떤 주기에 어느 정원으로 연결되는지는 정해진 알고리즘이 있지만 공개할 수 없다.

때문에, 정원 내에서는 다른 서버의 다른 세력을 만나게 된다. 주기적으로 다른 세력을 만날 수 있고, 어쩌면 다른 서버의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플레이어를 만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타 서버 플레이어들과 분쟁이 생길 수도 있고, 타 서버 플레이어의 용병으로 활동할 수도 있다.


Q. 그럼 일반적인 필드와 생김새도 차이가 있을법한데, '정원'의 모습에 대해 알려줄 수 있나?

주재익 AD: 현실이 아닌 이계라는 느낌을 주어야 했다. '정원'이라는 단어 자체는 아름답지만, 공간의 컨셉은 강력한 몬스터와 그간 본 적 없는 악마가 함께 녹아있는 땅이다. 아름답지만, 동시에 정화가 필요한 땅. 그리고 이계 느낌을 섞어 공간을 구현했다.

정원의 컨셉은 '사계절'로 꾸며져 있으며, 여러가지 자연 환경이 하나의 땅에 녹아있다. 일단은 '가을'과 '겨울'을 테마로 한 지역이 공개될 것이다.


Q. 서버와 동일한 수의 정원이 존재한다고 했는데, 접속 단계에서 서버 간 교류 단계에서 부하가 생길 일은 없는가?

강중권 프로그램팀장: 정원 업데이트와 관련된 시스템은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준비되어왔다. 2년 전부터 통합 전장을 구현하면서 서버 간 교류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왔고, 일시적인 서버 부하도 일어나지 않게끔 마련해두었다. 개인적으로는 서버 간 교류가 굉장히 많은 콘텐츠를 창출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함용진 PD: 서버 간 교류에서 생기는 콘텐츠는 앞으로 더 많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타 서버 공성전에 용병으로 활동한다던가 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고... 기반 시스템 자체가 확장성이 매우 크다.



▲ 정원에 대한 예고는 꾸준히 있었다.


Q. 마지막으로, '정원' 업데이트를 통해 아키에이지라는 게임이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지 말해줄 수 있나?

이재황 기획팀장: 아키에이지라는 세계에 '멀티버스'의 개념이 추가되는 것이 아마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늘 대립하던 상대가 아닌, 전혀 다른 이들과의 만남, 그리고 이들과 쌓아나가는 관계가 정원의 메인 콘텐츠가 될 것이다. 또한, '정원'이라는 공간에는 '생존'이라는 컨셉도 녹아 있다. 정원 내에서 죽으면 정원 입구에 해당하는 '문지기의 홀'로 강제로 튕겨나오게 된다. 정원 내에서 얼마나 오래 버티고, 또 어떤 위업을 쌓아나가는가가 플레이어들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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