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재미는 과연? 모바일 협곡 '와일드 리프트'

리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41개 |



다른 게임의 장점을 따 이루어진 만듦새와 시스템 정립의 과정이야 어쨌든 지금 당장 성적만 놓고 본다면 리그 오브 레전드(LoL)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MOBA, 아니 가장 인기 있는 PC 온라인 게임이 되었습니다. LoL은 영웅(챔피언) 선택부터 아이템 구매와 성장, 전투, 그리고 승리까지 짧은 플레이 타임 안에 기존 게임의 특징을 얇게 꽂아넣으며 완성된 재미 전달을 이뤄왔죠.

당연히 LoL의 위세에 조금이나마 몸을 실으려는 개발사들도 많았습니다. 일부는 게임의 주요 특징만 따와 여기에 자신들의 창의력을 더하기도 했고 몇몇은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지독하게 LoL의 특징을 분석,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움직임은 PC를 넘어 모바일에서도 이어졌죠.

LoL의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의 모회사이기도 한 텐센트의 왕자영요는 전 세계 모바일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고 다른 중국 공룡 기업 넷이즈는 음양사, 마블 IP 기반의 '결전! 헤이안쿄'와 'MARVEL 슈퍼워'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모바일 MOBA는 '베인글로리' 정도를 제외하면 대개 'LoL의 특징을 작은 액정과 터치 컨트롤 안에 어떻게 옮겨낼까'에 대한 많은 고민과 시스템 개발에도 오랜 기간 힘썼습니다.

재밌는 건 이런 노력이 되려 LoL이 모바일로 가는 길을 더 수월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와일드 리프트) 입장에서 이런 LoL류 모바일 게임은 떳떳하게 참고할만한 게임들이니까요.




와일드 리프트는 LoL을 모바일로 온전하게 옮겨낸다는 목적에 충실합니다. 탑, 미드, 바텀 등 위치에 따라 구분된 레인과 중립 몬스터들이 존재하는 정글. 그리고 포탑과 넥서스 파괴라는 '소환사의 협곡' 특징이 얼핏 그대로 구현됐습니다.

하지만 세세한 특징을 뜯어보면 그간 출시된 모바일 MOBA를 얼마나 착실하게 분석하고 적용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여러 LoL 스타일의 모바일 MOBA가 보여준 특징을 자신들 게임으로 온전하게 구현했다고 할까요.

먼저 듀얼 스틱을 통한 모바일 조작은 이미 여러 게임을 통해 검증받은 드래그 방식을 지원합니다. 스킬에 손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방향을 지정하면 해당 위치로 스킬을 시전합니다. 아리가 현혹의 구슬을 적 방향으로 던지기도 하고 가렌의 궁극기 같은 경우는 공격 방향에 있는 적을 직접 지정해 공격하기도 합니다.



▲ 이렇게 잘라보면 PC 협곡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 모바일 그 자체

반대로 급박한 순간에서 공격 방향까지 챙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도 있을 텐데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스킬은 그냥 누르면 체력이 적은 적을 향해 나갑니다. 이마저도 최대 체력 비례, 혹은 절대 체력 기준으로 남은 체력이 가장 적은 적을 우선 공격하도록 설정할 수 있죠.

그 덕에 대충 버튼만 눌러도 나름 머릿속으로 그린 수준에 가깝게 게임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키보드와 마우스로도 자유로운 연계가 어려운 제드와 그림자의 스킬 콤보도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이어 넣을 수 있죠.

와일드 리프트를 플레이하는데 PC 앱플레이어들이 키보드와 마우스로 조작의 이점을 가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앞선 드래그와 타겟 지정 탓에 마우스로 스킬 하나하나를 끌어 공격하는 건 한계가 있죠. 결국은 PC 앱플레이어가 아니라 모바일 플레이가 더 훌륭한 컨트롤 실력을 뽐내게 됩니다. 이건 그간 다른 모바일 MOBA도 비슷했고요.

다만, 아무리 스킬 조작이 쉽다고 해도 그저 버튼만 누르면 원하는 목표에 빗나감 없이 정확하게 조준, 명중하는 타겟팅 공격만큼의 위력을 내지는 못할 겁니다. 와일드 리프트는 애니의 Q스킬 같은 여러 타겟팅 스킬들을 논타겟팅 스킬로 바꾸며 이를 해소하고자 했습니다.

대신 타겟팅 공격인 일반 공격의 비중이 높은 원거리 딜러들이 더 쉽게 적을 제압하는 경향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밸런스 측면은 아직 출시가 한참 남기도 했고 일부 국가 한정 베타와 국내 CBT를 거치며 수차례 개선되고 있는 만큼 꾸준히 나아지리라 봅니다.



▲ 제드의 Q스킬 예리한 표창 버튼을 오른쪽으로 밀어 가렌 방향으로, 손을 떼면 스킬이 나간다



▲ 그냥 대충 버튼 누르면 알아서 조준된다. 대신 피하기도 쉽겠지

터치 조작에 더해 UI 역시 왕자영요로 대표되는 여러 게임을 개선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각각 하나의 버튼으로 구성된 스킬과 적 챔피언 하나하나의 얼굴을 터치해 공격 대상을 고정하기도 하고 미니언이나 포탑을 우선 공격하는 버튼도 존재합니다.

버튼의 배치와 이를 활용하는 유저들의 경험을 위해 아이템도 개편이 이뤄졌습니다. 하나만 구매할 수 있는 기본 장화와 그 업그레이드 장화는 터치 시 일정 시간 속도를 끌어올립니다. 이후 존야의 모래시계나 수은장식띠 등 액티브 아이템은 이 신발의 업그레이드 형태로 구매할 수 있죠. 장화가 1개만 구매할 수 있으니 액티브 아이템도 1개만 가질 수 있는 셈입니다. 조작의 단순화를 이룬 거죠.

이렇게 버튼 구성에 신경 쓴 모습이지만, 여전히 버튼은 다닥다닥 붙어있고 손가락이 큰 플레이어라면 충분히 다른 스킬을 누를 법하게 구성되어있습니다. 소환사 스킬을 하나만 구현하거나 와드 기능을 과감히 제거한 타 게임과 달리 2개의 소환사 스킬, 그리고 와드에 핑 기능까지 중앙 아래부터 오른쪽 위까지가 버튼들도 빽빽하게 차있죠. 한 챔피언에 10개 가까이 되는 상태 이상 효과도 작은 아이콘으로 오밀조밀 모여있어 확인하기 쉽지 않고요.

와드, 점멸과 강타를 동시에 든 정글러 등 LoL의 상징적인 시스템은 크게 유지하는 개발진의 방향성이 여기 적용된 셈인데요. 그나마 유저가 직접 레이아웃을 수정하는 기능은 남겨둬 수정 가능성이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이래저래 바꾸다 보면 결국 기본 설정이 가장 편하다는 느낌도 드네요. 이미 수년 동안 여러 회사의 UI, UX 디자인 노하우가 담긴 결과물이니까요.



▲ 신발에서 업그레이드되는 초기형 벨트. 다른 액티브 아이템도 하위템이 신발이다



▲ 버튼 위치를 직접 바꿀 수 있지만, 이게 제일 편하다

PC 유저들이 가장 기다리던 진영 회전은 와일드 리프트에서 처음으로 적용됐습니다. 밴픽의 유불리와는 별개로 대각 시야 게임에서는 아래에서 위로 공격하는 팀이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안에서 밖으로 밀어내는 조작 방향의 유리함이 존재합니다. 즉 블루팀이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약간의 이점을 가지고 있는 셈이죠.

와일드 리프트에서 레드 팀은 화면이 회전되어 기존 블루 팀과 동일한 시점에서 게임을 진행합니다. 화면이 180도 회전했으니 바텀 듀오가 탑으로, 혼자 라인에 서는 챔프가 바텀으로 이동하죠. 당연히 탑과 바텀의 의미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명칭도 에픽 몬스터의 위치에 따라 드래곤 공격로, 혹은 내셔 남작 공격로로 불립니다.

이렇게 온전하게 맵을 회전해도 플레이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정글 몬스터의 위치와 캠프 모양도 변경이 이루어졌습니다. 칼날부리나 푸른 파수꾼처럼 디자인과 강력함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돌거북의 위치가 심술 두꺼비처럼 공격로에 가깝게 이동했고 좀 더 개방된 형태가 됐죠.

동일한 시점과 같은 조작 방향이 매 게임 반복되도록 설정되며 플레이어는 더 쉽게 게임에 녹아들고 적응하기도 한결 용이해졌습니다.

맵이 회전된 상태에서는 아나운서가 레드 팀을 플레이한다고 알려주고 드래곤 공격로로 2인이 이동하라고 큼지막하게 소개해 라인 정리를 돕습니다. 다만, CBT 기간에는 튜토리얼을 깊게 플레이하지 않은 유저가 많았는지 원거리 딜러가 혼자 바텀인 내셔 남작 공격로로 이동하고 서포터와 근접 브루저가 드래곤 공격로인 탑에서 듀오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빈번했죠. 단순히 시작 지점 외에도 명확하게 진영을 안내할 방법이 필요해 보입니다.



▲ 레드 진영이 걸리면 이렇게



▲ 카메라가 회전해 블루 진영 시점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여태 설명한 변경점은 와일드 리프트에 잘 압축되어 구현됩니다. 한판의 플레이타임은 더 짧게, 성장은 빠르고 전투는 더 일찍 일어나도록 말이죠.

우선 맵 자체가 작아졌습니다. 넥서스가 직접 적을 공격하는 대신, 넥서스 포탑을 없애며 그 거리만큼 맵 길이가 짧아지기도 했고요. 적과 만나는 맵 중앙에서 더 빠르게 교전에 들어가고 귀환 복귀도 빨라졌죠. 골드 수급은 더 원활해졌습니다. 미니언 막타 골드는 1.5배 수준으로 늘고 근처에서 미니언이 죽었을 때 골드도 칼바람 나락과는 비교 불가 수준으로 꽤 넉넉하게 들어옵니다. 아이템 자체의 가격은 크게 변하지 않았으니 더 빠르게 아이템을 모으는 거죠.

여기에 소환사 스킬과 궁극기 쿨타임이 크게 줄고 레벨업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궁극기 획득 레벨은 5레벨로 1레벨 당겨졌는데 이른 시간 모든 스킬을 익히는 만큼 라인 솔로킬과 정글 개입력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게임의 경험 자체는 소환사 협곡의 그것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속도를 급박하게 올리며 총 플레이 타임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10분 내외 경기도 종종 나오고 15분 정도면 이것저것 해보다 승리나 패배 화면을 맞이하는 수준이죠. LoL이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게임에서 5인 만장일치 칼서렌을 해야 15분에 끝나는 걸 생각하면 속도 변화가 더욱 체감되죠.



▲ 막타 구간을 알려줘 CS 챙기기도 어렵지도 않은 편



▲ 한 웨이브 미니언 수가 적긴 하지만, 근거리 미니언 65, 원거리 미니언 40 골드를 준다.

단순히 구조적인 시간 줄이기에 더해 플레이어가 신경 써야 할 부분 자체를 줄인 점도 짧은 플레이 타임에 온전히 몰입하는 힘을 더합니다.

캐릭터별로 최대 3개까지 구성이 가능한 프리셋을 미리 설정해두면 게임 내에서 정해진 아이템 순서대로 하위 아이템부터 코어 아이템까지 여기에 따라 돈 되는대로 구매 안내가 이루어집니다. 룬 세팅 역시 이 프리셋에 포함되어 매번 새로 설정할 필요가 없죠.

아이템이야 상대 조합과 딜 비중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지만, 초보라면 적당한 범용 아이템 빌드를 따르기만 해도 1인분 할 기회가 생긴 셈입니다. 여기에 상점 내 한 화면에 보이는 아이템 수가 적어 직접 아이템을 선택해 구매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기도 하고, 일단 이런 거 다 고민하면서 하기에는 게임이 너무 금세 끝나버리기도 합니다.

프리셋 시스템은 타 게임에 적용된 시스템이기도 한데요. 이미 적용된 시스템이 존재하는 만큼 프로게이머나 고승률 플레이어, 일명 장인들의 프리셋을 다운받아 저장하는 기능도 정식 버전에서는 기대해봄 직합니다.



▲ 주요 챔피언의 아이템 트리와 룬 세팅도 미리 설정해두면 편하다



▲ 룬은 숫자와 설정 가능 수 모두 간결해졌다

처음 언급했듯 와일드 리프트는 이미 잘 완성돼 뒷배를 봐주는 LoL이 있고 먼저 LoL을 모바일로 구현했던 여러 게임을 참고할 수도 있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적었고 여분의 개발력을 모바일에 어울리는 LoL 구현에 쏟았죠.

세밀한 시스템 다듬기에 맵이 작고 화면이 더 커지며 덩달아 눈에 잘 띄게 된 챔피언 그래픽은 깔끔한 외곽선이 더해지며 PC 버전보다 더 미려한 느낌마저 전합니다. 2D가 아니라 3D로 구현된 챔피언 모습은 마치 와일드 리프트가 정식 후속작은 아닐까 하는 느낌마저 들고요.

이런 선택과 집중은 수많은 같은 장르 게임이 LoL의 시스템에서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당연하게 보입니다. 괜히 다른 것 잘못 더하느니 그저 잘 옮겨내기만 해도 나름의 고정 유저층을 확보할 수 있고, 그리고 그게 비슷한 후발 음식점이 쏟아져나오는 유명 맛집의 장점이니까요.



▲ 3D 스킨 보는 맛, 이게 또 색다르다

'와일드 리프트'는 몇 차례 CBT를 통해 충분히 그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PC 앞에 앉아 짧게는 몇 분을 매칭과 준비 과정에 쏟고 초반 10분 ~ 15분여가 성장에 집중된 LoL의 경험을 꾹꾹 뭉쳐 담백하게 전했죠. 군더더기 없는 몰입감에 이미 모바일에서 입증된 여러 장점을 엮어낸 점도 따로 성공 여부를 증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LoL의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점도 기존 플레이어들에게는 장점이 될 겁니다. 그만큼 재미만은 확실했죠.

하지만 LoL의 모바일 버전이라는 점이 와일드 리프트의 또 다른 위험 요소이기도 합니다. LoL에 익숙한 플레이어와 와일드 리프트로 MOBA를 처음 접하는 유저는 게임 출시와 함께 같은 선상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조작 방식의 차이야 있겠지만, 게임 적응력에서 뒤처진 초심자들이 이른바 영혼까지 탈곡 되어 게임을 그만둘지도 모르죠.

또, LoL이 출시 당시에야 '배우기 쉬운 MOBA'라는 점을 앞세웠지만, 이 장르는 언제나 복잡하고 새로운 챔피언, 업데이트에 따라 배울 것이 많은 장르입니다. 또 시스템과 아이템 등이 추가, 변경되며 서비스 초창기보다 더욱 어려워지기도 했죠.

그렇다고 한판한판의 무게감을 심히 덜어낼 경우 자칫 탈주나 AFK 등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보완 시스템으로 별도의 포인트를 통해 패배 페널티를 없애고 탈주 플레이어가 AI로 대체되는 기능도 있지만, 이미 타 게임에서 검증됐듯 트롤 플레이의 완벽한 방패막이는 되지 못했죠.



▲ 원하는 라인을 미리 선택하는 등 제한된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 이런 조합이면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세계 1위 게임이라는 이름에 건 라이엇 게임즈의 기대에 비해 'TFT'나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매출 성적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와일드 리프트가 해줘야 할 게 더욱 많은 상황이죠.

그래도 큰 사랑을 받는 PC 버전의 압축률 높은 이식과 CBT에서 보여준 훌륭한 게임 지연(ping) 및 유연한 조작, 그리고 이미 검증받은 시스템의 개선 등 게임 내적으로는 아쉬움을 달래기 충분해 보입니다. 남은 건 이제 기존 LoL 게이머들이 모바일로 협곡을 즐겨야 하는 이유. 그리고 MOBA를 전혀 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LoL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다가설 수 있을지만 남았습니다.

10월 28일. 오픈 베타와 함께 더 많은 플레이어가 참여하면 나침반이 가르키는 방향이 성공일지, 아니면 또 다른 아쉬움일지 확실히 알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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