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젤다 팬이라면 꼭 해봐야 할 외전 아닌 외전, '케이던스 오브 하이랄'

리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10개 |




⊙개발사: 브레이스 유어셀프 게임즈 ⊙플랫폼: 닌텐도 스위치 ⊙출시: 2019년 6월 14일


'이 게임은 역대급 게임이야'라는 말을 주변에 꽤나 많이 한다. 하지만 절반 정도는 흔히 '멋대가리' 없는 시큰둥한 반응만 돌아오곤 하더라. 그나마 대중적이고 유명한 게임을 이야기할 때는 좀 나았다. 조금만 옛날 게임 이야기를 꺼내면 게임 정말 좋아하는 사람 아니고서여 그 멋없는 대답이다.

'젤다의 전설'이 딱 그런 게임 중 하나다. 패미콤 디스크라는 까마득히 먼 옛날옛적의 기기로 게임에 모험이단 단어를 처음 새겨넣은 게임. 거대한 맵을 탐험하고 조사하는 자유가 주어진 게임. 그당시 게임들이 스테이지 기반의 단방향 게임이다보니 선구자인 셈이다.

하지만 지금이 그때도 아니고 온갖 찬양의 말을 늘어 놓아도 '라떼는 말야'를 시전한 오래된 겜돌이 정도로 보일 테지. '신들의 트라이포스'는커녕 '시간의 오카리나' 정도를 해본 게이머도 사회생활을 한참 전에 시작했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BOTW라는 요즘의 역대급 게임이 있으니 30년 전 젤다의 전설 눈에 들어올리도 없다.



▲ 왼쪽 링크보다는 오른쪽 링크를 익숙해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그런데 눈이 아니라 귀를 트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슈퍼 마리오 테마곡과 함께 비디오 게임에서 손에 꼽을 대표곡인 메인 테마 말이다. 뚝뚝 끊기는데다 채널 수도 단조로운 비트음이지만 듣기만 한다면 '아! 이곡!'하고 몸이 먼저 반응한다. 언제나 그랬다. 다양한 탐험요소와 절묘한 난이도의 퍼즐. 그리고 어느새 흥얼거리며 따라부르는 사운드트랙이 언제나 한몫 하고 있었다.

젤다라는 이름과 함께 아래 글을 본다면 음악이 뇌내 자동 플레이 될 거다.

'단↗단↘︎ 단다라라란↗~ 다라라란↗ 다라라↘︎ 단↗ 다란↘︎'

자, 이정도면 오늘 게임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할 말은 다 한 거 같다. 로그라이트(Rogue-lite) 리듬 액션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맨서' 개발진이 젤다의 이야기를 새로 그려낸 게임. 바로 '케이던스 오브 하이랄: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 feat. 젤다의 전설'이다.



▲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구독자라면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젤다의 전설'

기본적인 게임틀은 개발사 브레이스 유어셀프 게임즈의 전작인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에 가깝다. 끊임 없이 반복되는 음악 속에서 박자를 타고 비트를 쪼개며 움직여야한다. 엇박에 움직여도 안 되고 적의 공격 타임에 멍때리고 있어도 안 된다. 정확한 박자에 적 방향으로 움직이여 적을 모두 물리쳐야 한다.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는 던전 탐험 RPG의 성장, 장비 수집의 요소가 있음에도 리듬 액션의으로서의 특징이 강하다. 그렇기에 정확한 박자 감각을 지원해 줄 배경음악은 게임의 핵심이다. '케이던스 오브 하이랄'의 중심 축도 이 음악으로 세워졌다. 그리고 이 바탕에 완벽에 가까웠던 역대 '젤다의 전설' 원곡이 있다.

▲ 박자에 따라 움직이고 공격하는 방식은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의 그것이다

개발진은 역대 젤다의 전설 음원 20곡 이상을 재해석해 게임에 담았다. 초대 '젤다의 전설' 테마인 Overworld. 신비로우면서도 평온한 분위기를 함께 전달하며 신들의 트라이포스에 쓰였던 Kakariko Village, 3D화와 함께 충격적인 비주얼과 게임플레이를 선보인 와 시간의 오카리나의 Title Theme 등 시리즈 팬이라면 귀에 익숙할 음악들을 새롭게 수록했다.

특히 전작의 특징인 경쾌한 8비트 음원만이 사용된 건 아니다. 피아노를 이용해 부드러움을 전하기도 하고 전자음악 효과와 함께 전투의 긴장감을 높이기도 한다.

리메이크된 젤다의 전설 곡들은 하나가 아닌 2가지 버전으로 즐길 수 있다. 같은 곡으로 만들어진 배경음악은 적이 존재할 때와 마을이나 적을 무찌른 뒤 다르게 흘러나온다. 적과 전투 중에는 박자가 강조되어 보다 쉽게 전투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적이 없는 지역에서는 보다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음악이 흘러 원작 느낌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다양하고 수려한 배경음악은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은 대니 대니 바라노스키(Danny Baranowsky, 대니 B)의 천재성이 제대로 발휘됐다 할 수 있다.



▲ GDCA 2016서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로 베스트 오디오 상을 수상하기도 한 대니 B

대니 B는 본격적으로 게임 음악 제작을 시작한 2010년 '슈퍼 미트 보이'의 음악을 담당하며 세간을 주목을 받았다. 이후 '아이작의 번제', '데스크탑 던전',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 등 다수의 게임의 음악을 맡으며 특유의 인디 감성을 전했다.

이번 작품은 대니 B가 레트로풍 전자 음악 외에 얼마다 다양한 음악적 재능을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젤다 팬에게는 매번 새로운 감동을, 팬이 아니라면 게임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으로 경쾌한 리듬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 원작 느낌이 살아 있는 디자인

게임의 틀이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라면 상세한 게임 플레이는 고전적인 2D '젤다의 전설'과 유사하다. 아니 고전 젤다의 감성을 고스란히 전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다.

게임은 SFC 첫 출시 이후 다양한 기종으로 이식과 리메이크 된 3번째 작품, '젤다의 전설: 신들의 트라이포스'를 꼭 닮았다. 전장은 탑뷰 시점에서 내려다보는 형태. 하지만 층층이 내려가며 던전을 탐험하는 '던전 크롤' 형태는 벗어났다. 게임은 거대한 하이랄 왕국, 그리고 이를 쪼개 엮은 여러 전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런 부분은 '젤다의 전설' 1편과 유사하다.

거대한 맵 곳곳을 탐험하고 퍼즐처럼이어지며 하나둘 풀리는 깔끔한 퀘스트도 연계도 고전 젤다의 감성을 전한다. 도마뱀 리잘포스와 옥타록, 츄츄 등 젤다의 전설 시리즈 전통의 적들도 게임에 등장 역시 팬들에게는 반가운 점이고.



▲ 이번 작품에서도 꼬꼬를 괴롭히다간 제대로 혼날 것

젤다의 전설 감성을 가장 크게 전하는 것은 눈에 직접 보이는 스프라이트 아트다. 아름답게 재현된 2D 그래픽은 리얼 링크와는 또 다른 감동을 전한다. 높아진 해상도 덕에 표현은 더 다양하게 구현했으면서도 특유의 도트 아트를 사용한 덕에 가능했다.

단, 죽음과 부활이라는 로그라이트의 특징도 새롭게 재해석했다. 체력이 다해 쓰러지면자원, 아이템을 잃고 상점으로 이동한다. 여기서 게임 중 얻는 다이아를 사용해 무기나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이후 저장 포인트가 된 시커 스톤으로 이동해 게임을 이어하게 된다.

매 게임이 별개로 이루어진 로그라이트와 달리 스토리를 기반으로 연속성을 가진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모은 돈과 장비는 잃고, 특수 재화로 게임을 유리하게 풀어낸다는 식으로 전작과의 연속성도 부여했다.



▲ 사망 시 잃는 아이템과 달리 획득한 다이아는 무기, 소모 아이템에 쓰인다

다만 한창 몰입해서 플레이하다 벌써 끝이 났나 싶을 정도로 맞는 엔딩은 아쉬운 부분이다. 플레이타임 자체가 짧게 느껴진다는 의미다.'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를 통해 게임 방식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긴 했지만, 리듬 게임에 약함에도 10시간 정도 만에 게임을 클리어했다.

다만 이야기 곳곳에 산재한 복선이 회수되지 않은 것은 적고 스토리가 중간에 뚝 끊겼다는 느낌도 없었다. 단순하지만 정도를 걷는 고전 젤다의 느낌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또한, 기본 난이도 자체는 '크립트 오브 더 네크로댄서'보다 쉽지만, 초심사를 위해 비트 없이 플레이하는 모드와 키 입력 박자가 더욱 빨라지는 모드 등 플레이어가 원하는 대로 다시 즐길 수 있다.

짧은 1회차 이후 고속 모드로 플레이해 얼마나 빨리 손가락을 튕길 수 있는지 도전해봤다. 이후에는 2인 모드로 동생과 함께 젤다와 링크를 함께 조작해보기도 했다. 추후 DLC까지 생각해보면 여타 풀프라이스 게임의 2/5 가격에 놀거리는 충분히 마련했다 할 수 있다.



▲ 맵이 그리 넓지 않다보니 이것저것 하면서 놀다 보면 어느새 엔딩이다



▲ 단 곳곳에 숨겨진 던전이 있어 탐험 요소는 더 많다

플레이 타임보다 아쉬운 점은 젤다 특유의 퍼즐 요소가 많이 희석됐다는 점이다. 젤다의 전설 시리즈가 가진 퍼즐은 절묘한 난이도와 성취감으로 시리즈의 핵을 담당해왔다. 도저히 해결 방안이 안나온다 싶은 경우에도 이리저리 시도해보고 하나의 힌트로 답을 유추할 수 있고, 공략집 없이 도전해볼 만한 수준의 퍼즐. '케이던스 오브 하이랄'은 그 부분이 약하다.

게임 자체가 음악에 맞춘 액션과 전투에 집중되어 있어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단서를 찾고 아이템을 사용해 클리어하는 식의 퍼즐은 규칙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다양한 모드로 놀거리를 주며 플레이 타임을 스스로 늘릴 수 있는 것과 달리 퍼즐 부분은 이에 특화된된 DLC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어 더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 오묘한 전략보다는 약간 머리를 쓰면 풀수 있는 간단한 퍼즐 위주로 구성됐다

닌텐도는 그 어떤 기업보다 자신들의 게임 자산에 대한 애정이 투철했다. 그만큼 다른 플랫폼, 다른 회사와의 협업도 극히 제한되어 왔다. 그런만큼 '케이던스 오브 하이랄'은 그 시작부터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작은 인디개발사와의 콜라보, 그것도 대표 IP인 '젤다의 전설'이다. 하지만 브레이스 유어셀프 게임즈는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젤다의 전설이 아니면서도 가장 젤다의 전설 스러운 게임으로.

만족스러운 게임으로 닌텐도의 더 다양한 콜라보 작품을 기대해도 좋을 법하다. 하지만 기대는 기대. 다음 작품을 기다리기 전에 시리즈 팬이라면 당장 이 게임을 놓쳐선 안 될 것이다.



▲ 젤다로도 꼭 플레이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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