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마트폰으로 콘솔급 게임 하는 날이... 진짜 올까요?”

칼럼 | 윤서호 기자 | 댓글: 34개 |



"이걸로 리모트 플레이까지 되면 대박인데 말이죠."

블랙샤크2 리뷰를 쓸 때 동료 기자가 했던 말이다. 카피 논란이 있겠지만, 블랙샤크2의 게임패드2.0은 확실히 모바일에서 콘솔 게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엔 충분했다. 현재까지는 안드로이드는 엑스페리아에서만 지원하기 때문에, 리모트 플레이를 못 해본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물론 아직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격투게임 등 프레임 단위 공방과 세밀한 조작을 요구하는 게임에서는 다소 부족한 느낌은 있었다. 그러나 주류를 차지하는 MMORPG, 액션 RPG, 슈팅 게임을 진행할 때는 달랐다. 다소 과장된 말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콘솔 게임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상황이다보니 저번 GDC, 그리고 이번 E3에서 발표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나 관련 시스템은 자연히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분명 게임 스트리밍은, 많은 변화를 불러올 기술이다. 초기에는 한계가 있을지도 모르고,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질지 모르지만 그 개념 자체는 이미 어느 정도 구현이 되어있기 때문에 유저들에게 낯선 것만은 아니다. 다른 기술을 활용하기는 했지만 PS4의 리모트 플레이도 유사한 개념 아니던가. '콘솔 게임을, 콘솔이 근처에 없어도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 그게 더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플랫폼 자체에 변화가 생기는 만큼, 게임 업계가 마주치게 될 변화의 폭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고, 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 영향권에는 모바일 게임, 그리고 모바일 게이밍 기어도 속해있을 것이다.

이미 모바일 기기는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주요 타겟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번 E3만 한정해봐도 그렇다. 베데스다는 오리온을 설명하면서 둠을 스마트폰으로 시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xCloud 시연대에 스마트폰과 콘솔 패드를 비치했다. 그것으로 구동 가능한 게임들은 보통 게임들이 아니었다. 기어즈오브워4와 포르자 호라이즌, 헤일로5 등 일반적이라면 모바일로 돌리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그런 게임들이다.




물론 일반적인 모바일 환경을 떠올린다면,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가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지 모른다. 당장에 시연장에 나온 모바일 기기를 생각해보면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스마트폰보다 더 큰 패드를 거추장스럽게 누가 들고 다닐까? 그리고 패드 없이 그런 게임을 즐겼을 때 과연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하는 문제도 남는다. 어설픈 것보다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는 코어한 유저층이라면 화면 크기나 모니터 주사율 등도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 중 다수는 게이밍 기어 업체들과 게이밍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꾸준히 개선하고자 노력해온 것들이다. 디스플레이를 보더라도 레이저폰2이나 에이수스 로그폰 등 120hz 주사율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이미 시중에 나와있다. 블랙샤크2의 게임패드2.0 외에도, 다양한 올인원 스타일의 게임패드도 마찬가지다.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것들이 타 플랫폼 게임이 모바일로 스트리밍되는 경우를 고려한 것이 아니라, 순수 모바일 게임을 타겟으로 제작이 된 만큼 초기부터 원만하게 이를 지원할지는 미지수다. 심지어 몇몇 기어들은 일부 기기는 지원하지 않는 상황이기도 하다.



▲ 모바일에 맞춰 가상키 방식을 채택했는데, 이는 게임 스트리밍과는 다소 다른 방향이다

뿐만 아니라 순전히 게임을 하려고 게이밍폰을 산다거나, 혹은 모바일용 게이밍 기어를 구매한다는 것이 지금 당장은 많은 이들, 심지어 게이머들에게도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콘솔과 고사양 PC는 기본에 키보드나 마우스, 컨트롤러는 수집하면서도 외출할 때는 최대한 가벼운 게 최고라면서 지갑도 안 들고 다니고 케이스도 얇은 거 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아마 게임 패드하고 게이밍폰을 항상 들고 다니려고 이 여름날에도 예전에 안 입던 조끼나 외투까지 꼬박꼬박 챙겨입고 다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 이거 두 개 다 들고 다니겠다고 외투 걸치고 다니는 사람 보기가 더 힘들 거다. 있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트리플 A급 게임을 모바일 디바이스로 할 수 있게 된다고 쳐도, 스마트폰 플러스 알파를 들고 다닐 거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혹은 이런 말도 들릴지 모르겠다. "굳이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려고 그런 거 사? 그 전에 스마트폰을 게임하려고 사?"

하지만 최근에 모바일 게임을 패드로 플레이하고 있는 입장에서 말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도 안 쓴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다"라고 말이다.

스마트폰은 게임을 하려고 사는 것이 아니니까 다르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저 선택의 폭이 더 다양해진 것뿐이다. 게이밍 PC도 특별한 것이 아니라 고사양 PC 아니던가. 여기에 추가로 취향에 따라 게이밍 기어를 별도로 갖추거나 해서 완성하는 형태다.

종종 게이밍 기어 업체에서 자사의 퍼포먼스를 알리거나 일부 유저층을 위해 완성된 게이밍 PC를 출시하거나 게이밍 노트북을 출시하고는 한다. 게이밍폰도 그 일환이고, 게임 스트리밍 이후에는 이런 시도들이 좀 더 빛을 발할 여지가 있는 것뿐이다. 패드가 없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한 데다가, 120hz 주사율 지원을 하는 게임이 드문 모바일 게임만 할 때와 '진짜' 콘솔 게임을 모바일로 스트리밍해서 할 수 있을 때와는 상황이 다를 테니 말이다.




또 한 가지 염두할 사항이 있다면, 점차 첫 게임을 모바일로 접하는 유저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저연령층이 컴퓨터보다 모바일, 태블릿에 더 친숙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초등학생들이 컴퓨터를 낯설어 한다는 기사들이 주요 일간지에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이들이 친숙한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으로, 훨씬 더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게 될까?

휴대용 기기로 트리플 A급 게임을 한다는 것은 기존 유저에게도 낯선 것만은 아니다. 스카이림 등 게임들이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됐고, 최근에는 '위쳐3'까지도 닌텐도 스위치 이식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 기기가 휴대용 콘솔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것일 뿐이다. 디스플레이는 조금 더 작아졌고, 그와 유사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악세사리를 구매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 휴대용 기기로 트리플 A급, 혹은 그 이상의 명작을 플레이하는 건 낯선 일이 아니게 됐다

현 단계에서는 그것이 꽤나 특이한 케이스라고 비쳐지긴 하겠다. 그러나 지금은 PC게임을 하는 유저에겐 낯설지 않은 게이밍 기어도, 예전에는 특이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게이밍 키보드를 처음 구매했을 때, "굳이 게임을 하려고 이런 것까지 사냐? 그런다고 잘 할 거 같아? 폼만 내는 거 아냐?"라는 비아냥 섞인 소리를 들었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던가. 모바일 게임이 익숙해진 다음 세대들은, 아마 모바일 게이밍 기어와 관련해 이런 말을 듣다가도 나중에 변하게 되지 않을까. 더군다나 모바일 게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플랫폼의 게임까지 다양하게 즐기려면 게이밍 기어가 필요할 테니 말이다.

그 게이밍 기어들이나 게이밍폰,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의 조합은 유저의 게임 경험을 뒤바꿀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을 패드로 즐기고 있는 입장에서 이미 게임 경험이 바뀐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몇 번이고 반복하는 것 같지만 그렇게 말할 정도로 조작감의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게임플레이의 경험 자체가 바뀌었다. 조작감이 (콘솔에 비하면) 부족해서 결국 자동을 찾게 되는 모바일 게임에서도, 수동 조작의 재미가 느껴졌으니까.

▲ 이젠 패드 없인 밋밋해서 수동 조작을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다

그런 상황인 만큼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는, 지금 모바일 게임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우선 '콘솔급 모바일 게임'이라는 말이 무색해질지 모르겠다. '진짜' 콘솔 게임, 컨트롤러를 들고 손맛을 즐길 수 있는 그런 게임들과 경쟁해야 하니 말이다.

그리고 콘솔 게임에 대한 관심도 예전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모바일 게임의 장점은 누구나 다 그 게임을 돌릴 플랫폼을 갖고 있다는 것 아닌가. 그것이 고스란히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적용이 된다. 플랫폼이 없어서 그 게임을 즐기지 못하던 유저도 접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 최소한의 필요 자금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콘솔용 패드 정도만 있어도, 휴대용 콘솔에서 즐기는 것처럼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런 가능성은 이미 낯선 것이 아니고, 기존에도 있던 것이 더 발전한 것이니 실현 가능성도 충분하다.



▲ 기술은 달라도 비슷한 개념의 서비스는 이미 있고



▲ 패드 지원도 점차 확장되고 있다

물론 모바일 유저 모두가 그런 게임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또 현 단계에서는 인풋렉이나 레이턴시, 대역폭 문제 등이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시연장에서는 괜찮다고 하지만, 테스트와 라이브 서비스가 다른 경우는 그간 여러 번 지켜보지 않았던가. 최악의 경우에는 게임 스트리밍 자체가 그 이슈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빛 좋은 개살구처럼 끝날 수 있다.

혹은 시장성 문제를 넘지 못하고 사장될 가능성도 있다. 그간 여러 좋은 기술들이 결국 이 문턱을 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듯이 말이다. 이건 당장에 예측하기도 어렵다. 스태디아의 가격대가 월 9.99달러에 게임 구매는 별도라고 그 내역이 공개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얼마나 유저의 호응을 얻고, 비용 대비로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속단하기 이르기 때문이다.

특히나 모바일로 국한해서 봤을 때, 이와 같은 서비스에 손을 대려는 유저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스쳐지나간다. 당장 유료 게임과 무료 게임의 매출, 다운로드 수만 비교해봐도 그렇지 않던가. 이런 상황에서 게임 관련 유료 콘텐츠에 쉽게 돈을 투자하리라는 생각을 하긴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앞으로 다가올 유료 콘텐츠의 질은, 기존의 것과는 다르다. '콘솔급'이 아니라 '진짜'가 오는 것이니까. 그리고 이를 그에 걸맞게 즐길 수 있는 기어가 활성화될 환경도 이미 어느 정도 마련이 되어있다. 남은 것은 게임 스트리밍이 예상되는 이슈들을 어느 정도 해결한 채로 나오냐는 것이다. 이것이 어느 정도만 해결되어도, 모바일 게임의 판도가 바뀌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획득 여부가 불확실한 전자 데이터 일부가 아닌,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진짜 재미를 위해 투자하는 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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