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 대학은? 취업은? 업계 경력자가 알려주는 Q/A 토크

게임뉴스 | 정수형 기자 | 댓글: 18개 |


▲ (좌측부터) 이번 Q/A 토크를 맡은 한대훈 대표, 정종필 교수

미래 산업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는 게임.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이에 따라 소비 시장 역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해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제공하는 2019년 상반기 콘텐츠 수출액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9%에 달한다. 절반 이상의 수익이 게임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모바일 빅데이터 아이지에이웍스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모바일 게임의 매출은 2조 8천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렇듯 게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자 이를 만드는 게임 개발자 직업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게임 개발을 지원하는 정부의 프로그램이 늘어났으며, 게임 개발을 알려주는 학교나 학원도 있다.

하지만, 다른 직업과 비교하면 처음부터 끝까지의 교육 과정이 체계적으로 잡혀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막상 하고 싶어도 어떤 식으로 해야하는지 모르니 게임 개발을 막막하게 생각하게 된다.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해야 하고 또 무엇이 필요한 걸까?

게임업계에서 25년간 활동했던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정종필 교수와 1인 개발자 studio HG의 한대훈 대표가 유나이트 서울 2020에서 만나 게임 업계 진로를 꿈꾸는 학생 혹은 지망생을 위한 조언을 Q/A 토크로 전했다.



▲ 대학 진학은 필수? 혹은 경력을 위한 빠른 취업?

정종필 교수 : 게임 개발에 대학 진학이 꼭 필요하진 않다. 대학을 안 나왔다고 해서 게임 개발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당수가 대학을 졸업하고 게임 회사에 들어간다.

예를 들어서 해외 취직을 할 기회가 생겼다고 치자. 얼마 전에 들었는데 중국은 4년제 이상만 취업이 가능하고 미국도 학위로 취업을 끊는다고 한다. 혹은 나라에서 취업 비자를 낼 때 학위에 따라 비자 발급을 끊기도 한다.

혹은 사업체를 꾸려 직접 게임을 개발하는 상황이 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정부에서 대표 혹은 팀원의 학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지금 당장은 게임 개발에 있어서 대학 졸업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만 살다 보면 대학 타이틀이 필요한 상황이 올 것이다. 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대훈 대표 : 대학을 졸업하면 연봉 테이블이 바뀐다. 중소기업은 인력 채용이 우선이니 크게 와닿지 않지만, 대기업은 다르다. 취직만을 생각했을 땐 무의미하지만, 취직 이후의 경력을 생각한다면 대학 졸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에게 스스로 한번 물어봤으면 좋겠다. 정말 빨리 게임 개발을 하고 싶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공부가 싫어서 그런 건지를 말이다. 사람마다 정답은 다르니 스스로 생각해서 행동했으면 좋겠다.



▲ 그래픽카드는 어느 쪽에 맞춰 개발할지 고민할까?

정종필 교수 : 고민해본 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원래 직업이 이런 것을 고민하는 직업이다. 당연히 항상 고민한다. 게임은 하드웨어의 영향이 크다. 그래서 게임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그래픽카드를 고려하는 편이다.

사람마다 최소 사양의 기준이란 게 다르다. 따라서 장르에 따라 최소 사양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 이후 개발이 얼마나 걸릴까를 염두에 둔다. 만약 개발 기간을 2년으로 잡았다면 현재 최상위 스마트폰에서 중간 사양으로 돌아가는 것을 기준으로 잡는 등의 예측을 한다.

만약, 2년 후 생각보다 하드웨어의 성능이 높지 않아 만든 게임이 너무 무겁게 돼버렸다면 덜어내면 된다. 그래픽카드 사양에 맞춰 게임의 사양을 내리기는 쉽지만, 반대로 올리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한대훈 대표 : 그래픽카드를 스마트폰으로 비유해보자. 모바일게임은 최소 지원 핸드폰이 있다. 최소 스펙을 정해뒀으면, 무조건 최소한 여기선 게임이 돌아가야 하고 그 위쪽은 중간 정도로 돌아가야 한다를 기준으로 세우고 게임 개발을 진행한다. 나는 주로 액션 장르를 만들다 보니 최소 기준을 30프레임으로 잡는 편이다.

그래픽카드의 변화는 개발자라면 누구나 당연히 고민하는 주제다. 개발하기 전에 최저 사양과 최고 사양을 예측하고 진행한다.



▲ 게임 개발과 이과 진학의 관계는 정말일까?

정종필 교수 : 프로그래머를 지망한다면 이과에서 공부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마치 그림을 배우려면 미술과로, 컴퓨터를 배우려면 컴퓨터공학과에 가라는 말과 같다. 게임과에 온다면 게임만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다.

게임 외에 여러 가지를 배우는 것이 미래를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 나중에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다면 다양한 관점에서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할지도 모른다. 일례로 서양학과에 다닌 친구들이 가끔 3D로 무언가를 만들어서 주면 굉장히 신기한 작업물이 나온다.

한대훈 대표 : 어느 정도 자신이 깊게 공부를 하냐에 달려있다. 물리를 몰라도 게임은 만들 수 있다. 요즘 엔진이 워낙 좋게 나와서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이과를 나왔다면 본인이 직접 물리 엔진을 만들어서 적용할 수 있다.

나 역시 아티스트지만 컴퓨터 공학과를 나왔다. 미묘한 라이프를 살았는데, 어떻게든 도움이 됐다. 큰 관점에서 보면 분명 좋은 점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문과를 가도 도움이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본인의 생각에 따라서 판단하면 될 것 같다.



▲ 친구들과 게임 개발을 시도했다가 한번 무산됐다는 질문자

한대훈 대표 : 유니티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유니티 볼트'를 만들었다. 원래 유니티 에셋 스토어에 있던 건데 흔히 말하면 비주얼 스크립팅 방식이다. C언어를 직접 쳐서 만드는 것보다는 접근성이 훨씬 쉽다. 받아들이는 처지에선 편하게 작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유니티가 인수를 해서 내부 프로그램처럼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시킬 테니 한번 사용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정종필 교수 : 유니티는 초보자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유니티 말고 다른걸 만들 거면 엑셀로 만들어도 된다. 게임의 폭을 넓힌다면 엑셀로 보드게임을 만들어도 된다.

'유니티 볼트'는 비주얼 스트립팅 방식으로 네모난 상자를 선으로 연결해서 프로그래밍하는 방법이다. 최근 대세처럼 등장한 건데, C언어보다 접근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C언어가 한 줄로 끝낼 수 있는 게 비주얼 스트립팅은 한 페이지를 쓸 수 있다. 따라서 처음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니티 볼트'가 좋을 것이다.



▲ 취준생들이 가장 궁금할 질문이 아닐까 싶다

정종필 교수 : 이 질문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지금 게임을 만드는 즐거움보단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진다. 분명히 이 업계에도 사람이 없는 파트가 있고 취업에 유리하기도 하다. 그러나 파트에 사람이 없는 이유도 분명하다. 그쪽이 접근하는 것과 배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임 쪽은 의외로 실력 위주로 돌아간다. 내 실력이 충분하다면 어디를 가도 충분히 취업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수준을 높이는 것이 먼저지 빈 곳을 찾는다고 해서 유리해지진 않을 것이다.

게임 업계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재미있지만 정말 힘들다는 점이다. 적성에 맞으면 재미있지만, 맞지 않는다면 힘들다. 따라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분야에서 실력을 쌓는 것이 취업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대훈 대표 : 질문에서 원하는 답변을 주면 '테크니컬 아티스트'라던지 아까 말했던 그래픽 퀄리티를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다만 이러한 곳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딱히 없다. 일이 어려우므로 사실상 신입이 하는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특정 사람이 회사 내에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저절로 하게 되는 느낌이 크다.

게임업계는 취업 이후에도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곳이다. 기술 지향적이기 때문에 본인이 즐거운 것을 하지 않으면 힘들다. 취업을 위해서 억지로 안 했으면 좋겠다. 본인이 즐겁게 생각하는 곳에 가서 오랫동안 개발하길 바란다.



▲ 기획자는 게임의 어떤 부분까지 관여할 수 있을까?

정종필 교수 : 기획자가 오히려 알고 있고 관심을 줘야 불편을 안 줄 수 있다. 알아야 일의 경계를 명확히 할 수 있다. 기획자의 업무는 학원에서 따로 배우기가 어렵다. 진짜 기획을 배우려면 프로젝트를 해보는 것이 좋다.

기획자는 어쩔 수 없이 팀원에게 폐를 끼쳐야 공부가 된다. 실수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여러 분야를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획자야말로 넓게 알아야 한다고 본다.

한편, 기획자가 다른 분야를 배울 때 중요한 것은 용어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단순히 '깨졌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술적 부분에서 안 좋게 반영이 된 것인지를 알려줘야 명확하게 소통할 수 있다.

한대훈 대표 : 기획자가 게임 구조를 알게 되면 똑같은 것을 만들어도 응용할 수 있다. 가령 퀘스트를 만들어도 기술적인 부분을 알고 있다면 이쪽을 바꿔서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알고 있는 만큼 색다른 규칙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된다.



▲ 오랜 개발자 경력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부분에서 뿌듯함을 느낄까?

정종필 교수 : 맨 처음에는 내 게임을 하는 것을 보는 것이 너무 좋았다. 지하철이나 PC방에 갔을 때 내가 만든 게임을 하는 것을 봤을 때 기분이 좋다.

그런데 10년, 20년이 흘러가니 내 동료가 잘되는 걸 보는 것이 좋아졌다. 10년 전 사진을 뒤져보면서 그 사람들이 게임 업계를 안 떠나고 개발을 진행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요즘에는 가르친 학생들이 취업에 성공한 이후 만든 게임을 보여주고 성공했을 때가 제일 뿌듯하다.

한대훈 대표 : 나는 조금 속물적인 것 같다. 옛날에 회사를 다닐 때는 비슷한 생각이었다. 내가 담당한 게임 리소스로 만든 펫이 만들어져서 사람들이 쓰는걸 봤을 때 기분이 좋았다. 실제 매출과도 연결이 되니까 말이다.

이후 1인 개발을 시작하니 판매량이 높을때 가장 뿌듯하다. 수익은 팬들의 사랑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수치라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혹은 게임을 개발할 때 느끼는 감정인데, 프로그래머로 시작한게 아니다보니 어려운 프로그램을 구현했을 때 한 번에 잘되면 기분이 좋다. 아니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각종 커뮤니티에서 내 게임을 칭찬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 현업 종사자들은 레벨 디자인에서 어떤 부분을 중요시할까?

정종필 교수 : 레벨 디자인은 범위가 정말로 넓다. 기획적 레벨 디자인과 그래픽적 레벨 디자인이 있는데 이 두 개가 묘하게 섞인다. 플레이어를 문 앞까지 가게 한다고 했을 때, 살짝 열린 문틈으로 빛이 새어 나오면 플레이어는 거길 안 갈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유저의 행동을 유도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굉장히 어렵다.

유니티는 개발 중에 편하게 테스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플레이 모드'란 게 있어서 플레이 중에 게임의 코드를 고칠 수 있다.

한대훈 대표 : 최근에 레벨 디자인으로 감탄했던 게임이 '하프라이프: 알릭스'다. 게임을 하는 내내 정말 감탄했었다. 알릭스는 플레이어의 행동을 세련되게 처리했다.

또한, 장르별로 레벨 디자인이 정말 달라질 수 있다. 결국, 테스트를 많이 하는 것과 개발 중에 게이머의 시점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 수백가지의 대답 속에서 본인의 생각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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