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금 놓치면 내내 아쉬울 PSP 명작들

기획기사 | 박광석 기자 | 댓글: 25개 |
지난 3월, PS Vita(이하 비타)와 PS3, 그리고 PSP의 콘텐츠 구매 서비스가 모두 종료될 것이라는 소식이 처음 공개됐습니다. 기기 단종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 상황이기에 더이상 신작이 출시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직 해보지도 못한 게임들을 앞으로 구매조차 할 수 없게 된다는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었죠. 한국어 지원 여부를 포함하여 여러 면에서 다소 부족할지라도, 놓치기엔 아쉬운 게임들이 아직 잔뜩 남아있었거든요.

지금 구매해두지 않으면 개발사 측에서 리마스터 계획이라도 발표하지 않는 이상 영영 플레이할 수 없는 게임들이 되어버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소니가 예고한 서비스 종료일인 7월이 다가오기 전에 하루빨리 '놓쳐버리기엔 아쉬운 PS3, 비타 게임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오직 비타, PS3로만 플레이할 수 있는 놓치기 아쉬운 작품들이 너무 많았죠

어떤 게임을 목록에 넣고 뺄지 고민하던 찰나, 소니로부터 'PS3와 비타의 신규 콘텐츠 거래 중단 철회'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SIE 짐 라이언 CEO는 "PS3와 비타 스토어 운영을 계속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 기쁘다"며, 섣부른 종료 결정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시인하기도 했습니다.

비타의 수명이 오는 8월보다 더 연장되었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잠시, 안내글 한편에 적힌 'PSP 스토어 폐쇄 결정은 번복 없이 7월에 그대로 진행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곧 만날 수 없게 될 PS3와 비타 게임들을 조명하는 대신, PSP 게임들을 주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PSP로 출시된 게임들은 대부분 10년을 훌쩍 넘긴 고전 게임들뿐이지만, 여기에도 '이대로 사라지기엔 너무 아쉬운 게임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여전히 PSP를 현역으로 사용하는 유저들, 그리고 비타로 PSP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그때 사둘걸"이라고 후회하지 않는 미래를 위해, PSP 스토어 지원이 모두 종료되는 7월 2일 전에 미리 쟁여두면 후회하지 않을 명작들을 추려보았습니다. 목록을 통해 공개된 모든 게임은 현재 PS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 비타에서도 PSP 게임을 구매하고,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PSP '갓 오브 워' 시리즈
'체인 오브 올림푸스', 그리고 '고스트 오브 스파르타'




시리즈로 이루어진 명작 IP 게임을 즐길 때면 매번 '시간 순서에 맞춰 주인공의 모든 여정을 그대로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강박감이 생기곤 합니다.

넘버링이 이어지는 신작이 출시됐을 때 게임 개발자들은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아도 충분히 신작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라고 입버릇처럼 소개하곤 하지만, 역시 모든 시리즈를 숙지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접했을 때의 감동과는 비교할 수 없는 법이죠. 스토리가 잘 짜인 게임이거나, 혹은 자신의 그 시리즈의 열렬한 팬인 경우엔 이러한 특징이 더욱 두드러지는 편이고요.

PSP 독점으로 출시된 두 편의 '갓 오브 워' 시리즈도 같은 맥락에서 봤을 때 놓치면 아쉬운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각각 본편 시리즈 1편과 2편의 프리퀄 성격을 띠고 있으며, 시리즈 전통의 주인공 '크레토스'가 어떤 인생의 굴곡을 거쳐왔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놓쳐선 안 될 핵심 스토리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죠.




PSP로 출시된 갓 오브 워 시리즈를 놓치기 아쉬운 이유는 스토리 뿐만이 아닙니다. 두 게임 모두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게임성 역시 함께 인정받은 작품들이기 때문인데요. 먼저 출시된 '갓 오브 워: 체인 오브 올림푸스'는 메타스코어 91점을 기록했으며, 이후 출시된 '갓 오브 워: 고스트 오브 스파르타'는 신선함이 다소 부족하다는 혹평에도 불구하고 메타스코어 86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2018 최다 고티 수상작인 '갓 오브 워'로 시리즈를 처음 접한 뒤 머리숱은 없지만 마음만큼은 따뜻한 시리즈 전통의 주인공 크레토스의 팬이 됐다면, PSP로 출시된 이 두 작품은 결코 건너뛸 수 없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PSP 혹은 비타를 보유 중이라면, 꼭 이 두 작품을 미리 체크해두시길 바랍니다.


파타퐁3
파타퐁 시리즈의 진짜 매력은 PSP에서 발현된다




'파타퐁' 시리즈는 PSP를 대표하는 리듬 액션 게임입니다. 노트 타이밍에 맞춰 커맨드를 입력하는 단순한 리듬 게임 스타일에서 벗어나, 액션 게임 요소를 더한 독특한 게임 플레이로 주목받은 작품이죠.

플레이어가 신이 되어 북소리로 파타퐁족을 이끌어나가는 게임 플레이는 리듬 게임 유저들은 물론 액션 게임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습니다. 인기를 얻은 시리즈는 3편까지 제작된 것은 물론, 추후 PS4 플랫폼으로까지 리마스터됩니다.

PS4로도 할 수 있게 된 게임들을 굳이 PSP에서 놓치기 아쉬운 명작으로 꼽은 이유는, 리마스터 과정에서 사라져버린 몇 가지 요소들 때문입니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3편은 아직 리마스터 계획조차 확실치 않은 상황이기도 하고요.

먼저 1편은 다른 두 시리즈에 비해 엄격한 판정을 자랑하는 편인데, PS4 리마스터 버전은 미세한 인풋랙으로 인해 피버를 이어나가는 것이 어려워졌고, 이 때문에 과거에 출시된 PSP 버전보다 더 박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편의 리마스터는 무려 4K 해상도까지 지원하게 되었지만, 알짜배기 기능인 멀티 플레이 요소를 제외한 버전으로 공개됐죠.


게임의 매력을 이야기할 때 그래픽이 차지하는 부분이 그리 크지 않은 시리즈임에도, 정작 중요한 부분에 소홀한 모습으로 팬들의 아쉬움을 산 셈이랄까요. 이 때문에 무려 10년도 더 된 시리즈를 리마스터로 부활시켰음에도, PSP로 즐기는 것이 온전하게 파타퐁을 즐기는 법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파타퐁3는 다른 두 게임보다 더 멀티 플레이 요소가 중시되는 작품입니다. 리마스터가 될 것인지 그 여부조차 확실치 않은데다가 여태까지의 행보로 보아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놓치면 아쉬운 PSP 명작 중 하나로 '파타퐁3'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여신전생 페르소나3 포터블
페르소나4 골든은 PC 이식도 됐는데, 페르소나3는 리메이크 안 될까요?




PS2 플랫폼을 통해 처음 발매된 '페르소나3'는 역대 페르소나 시리즈 중 스토리와 연출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히는 작품입니다.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많은 주인공 파티 캐릭터가 등장하는데다가, 시리즈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매력적인 로봇 캐릭터 '아이기스'도 처음 등장했고, 특히 게임의 엔딩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JRPG 팬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입니다.

추후 확장팩 개념으로 FES가 발매됐고, 이후 FES 버전 베이스를 PSP에 이식한 '페르소나3 포터블(이하 P3P)'이 발매됩니다. P3P는 여자 주인공을 선택할 수 있게 된 점부터 휴대용 기기 최적화된 신기능 탑재, 그리고 여러 미사용 데이터 수록으로 원작과는 사뭇 다른 매력을 가진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죠. 원작을 휴대용 기기로 이식하는 과정에서 애니메이션 연출이 삭제되는 등 소소한 아쉬움도 남았지만, 결과적으로 P3P는 메타스코어 89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지금이야 그 개념이 많이 희박해졌다지만, 10년 전만 해도 휴대용이 되었건 거치용이 되었건, 콘솔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가장 큰 요인은 '독점작'이었습니다.

한 편의 매력적인 게임은 해당 게임을 구동할 수 있는 콘솔 구매까지 동시에 유도하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했고, 저에겐 P3P가 바로 그랬습니다. 그만큼 P3P는 매력적인 게임이었고,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그에 걸맞은 성공을 거뒀습니다. 실제로 P3P는 경영난으로 망하기 직전이었던 개발사 아틀러스를 다시금 안정 궤도에 올려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이처럼 개발사 아틀러스는 물론, 페르소나 시리즈 팬들에게도 여러모로 상징적인 작품이 된 페르소나3는 이제 PSP, 혹은 비타로 밖에 만나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PSP 스토어가 폐쇄된 이후에는 지금보다 더 플레이하기 어려운 게임이 되어버리겠죠. 이는 시리즈 팬들이 페르소나3의 리메이크를 그토록 고대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총성과 다이아몬드
기기 성능에 제한받지 않는 명작 텍스트 어드벤처




PSP 게임이라고 하면 전체적으로 알게 모르게 피어오르는 '오래된 구식 게임'이라는 이미지를 지울 수 없습니다. 눈이 돌아갈 만한 그래픽과 편의성으로 무장한 최신 게임들이 가득한 지금 왜 굳이 옛날 게임을 플레이해야만 하나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한데요. PSP 플랫폼으로 발매된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 '총성과 다이아몬드'는 낡은 시스템이나 그래픽에 대한 아쉬움 없이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품입니다.

총성과 다이아몬드는 '교섭'이라는 다소 생소한 주제를 게임 속에 녹여낸 작품입니다. 벌써 10년도 더 전에 발매된 PSP 게임이지만 높은 퀄리티의 한국어 번역이 적용되어 변역문 특유의 어색함 없이, 이야기 자체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죠.

게임 속에서 '교섭'은 실시간으로 진행됩니다. 프리랜서 교섭인인 주인공 오니즈카와 상대의 얼굴이 화면에 동시에 표시되고,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대화 속에서 교섭에 필요한 단서를 찾아내야만 하므로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이 이 게임의 특징입니다. 또한, 사전 조사를 통한 프로파일링 결과와 플레이어의 실시간 교섭 역량에 따라 70종이 넘는 엔딩이 존재하므로 다회차 플레이의 재미도 동시에 제공합니다.

깔끔한 한국어 번역, 교섭의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BGM, 그리고 실사화 캐릭터 디자인 채용했기에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에 거부감이 없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만족할만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PSP 스토어 서비스가 종료되어 플레이할 수 없게 되면 아쉽다고 느낄만한 작품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 작품의 상징이 된 BGM (영상 출처 : Khaos Magmus 유튜브)


몬스터 헌터 포터블 시리즈
'빚지모토'의 시작, 그리고 올드 훈타들이 그토록 외치는 '몬헌다움'의 집약체




"거기는 양반이야. 인도 가보면 더해. 인도 안 가봤으면 말을 하지마~"

외국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항상 인도에 다녀온 이들이 꺼내는 단골 멘트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어떤 여행지에서 하는 고생이건 '인도만 못 하다'라는 식으로 귀결되는 이야기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그 대단하다는 인도, 어느 정도인지 내가 직접 가보고 말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게 되곤 하는데요.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게임에서도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몬스터 헌터(이하 몬헌)' 시리즈의 예입니다.

PS4 플랫폼으로 몬스터 헌터: 월드가 처음 공개됐을 때, 손에 '몬헌잡기'로 인한 굳은살이 깊게 남아있는 일부 올드 팬들은 '몬헌다움'의 부재를 언급하며 아쉬움을 토로하곤 했습니다. 조신하지 못하게 걸어 다니면서 물약을 먹게 된 모습이나, 물약을 먹고도 만세 포즈로 경의를 표하지 않게 된 점, 페인트볼을 맞추지 않아도 사냥감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게 된 점 등이 대표적이죠.

질리지도 않고 계속되는 올드 헌터들의 과거 무용담을 가볍게 받아넘기고, 그들이 말하는 '몬헌다움'을 몸소 이해하려면 PSP 플랫폼으로 출시된 몬스터 헌터 포터블 세컨드G와 몬스터 헌터 포터블 서드를 플레이해야만 합니다. 이 두 게임이야말로 '몬헌다움'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서두에서 다소 부정적인 느낌으로 소개했지만, PSP로 출시된 몬헌 포터블 시리즈가 지금의 몬헌의 기틀을 세운 교과서 격인 작품임은 절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몬헌 포터블 세컨드는 현재 많은 몬헌 팬들에게 '빛지모토'라 불리는 츠지모토 료조 프로듀서가 처음으로 데뷔한 작품인데다가, 시리즈 최초로 100만 장을 판매한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후속작인 몬헌 포터블 서드는 PSP 게임 최초로 400만 장 이상 판매된 최고의 흥행작이기도 하고요.

월드에 이어 라이즈까지 자타공인 '명작' 시리즈임을 연달아 증명하고 있는 몬스터 헌터의 근원이 궁금하다면, 그리고 '베테랑 훈타'를 자처하는 수많은 올드 유저들이 뉴비들의 기강을 잡을 때 활용하곤 하는 그 게임이 궁금하다면, 추억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꼭 PSP 버전 몬헌 포터블 시리즈를 접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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