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현실 속 마리오 카트가 추억을 더듬다

리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7개 |
비디오 게임을 하면서 기분 좋게 웃을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단순히 어릴 적의 놀이가 이제는 일이 되어서만은 아니다. 인상을 한껏 쓰며 중후한 이야기에 빠져들기도 하고 내 총알이 적의 가슴팍을 뚫느냐 못 뚫느냐가 한순간에 결정되니 긴장감에 눈알 굴릴 틈조차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순히 재미가 있고 없고의 개념은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언제 그렇게 맘 편하게 웃으며 게임을 해봤느냐고 물으면 오랜 기억을 머릿속 기억 상자에서 꺼내느라 꽤 골머리를 앓는다. 아니 정확히는 '앓았다'. 가장 최근의 기억이 이걸로 바뀌었으니까.




'마리오 카트 라이브: 홈 서킷(마리오 홈 서킷)'은 그간 시리즈로 여러 작품이 나온 마리오 카트를 RC카로 불리는 무선조종 카트로 옮겨냈다. 물론 그저 단순히 RC카라면 캐릭터 상품 정도에 그쳤겠지만, 닌텐도 스위치를 만나니 이야기가 달라진다.

카트 머리에 달린 카메라가 실제 장면을 스위치로 보내고 그 화면을 보며 닌텐도 스위치로 직접 조작한다. 그리고 스위치는 그 화면 속 모습을 내가 아는 현실과는 다른 모습으로 색다르게 그려낸다. 사무실이나 집 안을 쿠파 주니어들과 달리며 코인도 먹고 바나나 껍질도 던지기도 하고.

어릴 적 가지고 놀던 미니카나 좀 살던 형들 손에서 뺏어 잠깐 가지고 놀던 무선 자동차. 그때의 감정으로 잠시나마 돌아간 기분이다. 대개 기술의 발전은 삭막하고 이유모를 차가운 이미지로 그려지긴 하지만, 마리오 홈 서킷에서만큼은 동심으로 돌아가는 매개로 쓰인 게 기술이다.


준비는 간단하게




마리오 홈 서킷은 AR 기술과 무선 연결, RC카 조작 등 마냥 쉽다고만은 하지 못할 기술 조합이 나열되어 있다. 하지만 닌텐도의 게임이 으레 그렇듯 기본적인 연결부터 조작. 그리고 플레이 모두 장난감을 떠올렸을 때와 비슷하다. 쉽게 말해 '설치는 간단하고, 즐기는 건 쉽도록'이다.

구성품은 굉장히 심심한 편인데 트랙을 만들 몇 가지 도구들과 함께 주인공인 '카트를 탄 마리오'. USB 케이블 정도가 전부다. 화면 표시와 조작이 함께 이루어지는 마리오 홈 서킷 게임은 닌텐도 e숍에서 무료로 다운받으면 된다.

연결도 짐짓 간단한데 카트를 켜고 게임 화면에 표시된 QR코드를 카트 카메라로 표시하면 된다. 그전까지는 그냥 카트 모양 장난감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조이콘으로 다룰 수 있는 진짜 마리오가 된다. 잘 연결 됐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놀 시간이다.



▲ 도색부터 깔끔한 디자인까지 닌텐도 공식 제품에 걸맞은 만듦새가 느껴진다



▲ 앞바퀴 움직임도 정말 부드럽다



▲ 스위치 화면으로 세상을 새롭게 전송할 카메라



▲ 스위치 화면에 표시된 QR코드를 비추기만 하면 알아서 연동된다


놀이 1 - 서킷 만들기

마리오 홈 서킷의 기본은 AR. 포켓몬GO처럼 실제 현실 위에 가상의 물체를 띄우고 그를 인식해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4개의 게이트. 그리고 2개의 커브 안내판을 실제 내 방에 어떻게 설치하느냐에 따라 주행 코스가 달라지는데 이렇게 카드 없이 서킷을 꾸미는 것 자체가 하나의 놀이가 된다.



▲ 동봉된 게이트는 실제로는 그냥 골판지지만



▲ 화면에서는 통과해야 할 게이트로 인식

일단 스위치는 잠시 치워두고 앞과 뒤가 구분되는 방향, 그리고 어디를 어떻게 지나갈지 생각해 게이트를 설치해두기만 하면 된다. 장애물을 어떻게 설치하는지도 자유다. 평소 읽지 않던 책들을 책장에서 꺼내 높은 벽을 쌓아도 되고 책상이나 의자 다리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도록 꾸며도 된다.

물론 실제로 코스의 구분을 물건들로 하나하나 채울 필요는 없다. 그건 마리오가 알아서 다 해주니 걱정 없다. 게이트를 모두 생각한 대로 두었다면 게이트1번 앞에 가 코스 만들기를 진행하면 된다. 잠시 밀어뒀던 스위치를 보면 마리오의 카트 바퀴에 페인트가 칠해지고 게이트 1번부터 4번까지 순서대로 지나가면 그 길이 바로 코스가 된다.

거대한 원형 코스부터 8자, 혹은 지그재그 마음대로 달리면 된다. 아마 가족들끼리 어떻게 길을 꾸미고 어떤 장애물을 둘지 고민하면 더욱 복잡한 코스도 만들 수 있다.



▲ 1, 2, 3, 4 게이트만 지나면 코스 모양은 어떻게든 만들어도 OK



▲ 페인트칠해진 길 그대로 코스가 된다


놀이 2 - 레이스

서킷을 모두 만들었다면 이제 직접 운전할 차례다. 마리오를 1번 게이트 앞에 가져다 두고 게임을 시작하면 직접 만든 코스를 달릴 수 있다. 이걸 맨눈으로 직접 확인하면 앙증맞게 달린다라는 말이 어울리겠지만, 화면을 보고 직접 조작하는 이에게는 단순한 RC카 조작이 아니라 손색없는 마리오 카트 레이싱이 펼쳐진다.




실제 코스 위에 덧입혀진 인터페이스는 흡사 실제 레이싱 게임의 모습과 유사하다. 현재 순위부터 랩 스코어, 그리고 함께 달리는 쿠파 주니어들까지 제대로 된 레이스가 이루어진다.

RC카의 최고 속도나 조작 모습 등은 수십만 원 나가는 것들과 비교할 수 없지만 이를 AR 화면으로 다양하게 극복한 점도 레이싱에 가까운 모습을 그려내는 데 힘을 더했다. 게임 안에서 버섯을 먹고 대시를 쓰거나 드리프트 버튼을 쓰면 이전 시리즈처럼 실제 가속이 이루어지고 카트를 살짝 띄우며 코너를 도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물론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조금 더 빠른 카트가 실제로 드리프트를 할 리가 없다. 현실 속 카트는 드리프트를 하면 앞바퀴가 짧은 시간 급격하게 꺾이는 수준. 하지만 게임에서는 마리오가 들썩 거리는 움직임에 실제로 급격한 코너링이 더해져 진짜 드리프트를 하는느낌을 낸다.



▲ 날씨나 아이템에 따라 카트 조작이 어려워지며 진짜 게임 마리오 카트다움을 전한다

이것 말고도 바람이 불면 카트를 흔들어 조작이 불안정해지고 바나나 껍질을 밟으면 핸들링이 잠시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다양한 플레이가 그려진다. 물론 이것도 현실 카트의 움직임을 조금 제한할 뿐이다.

이처럼 마리오 홈 서킷은 카트가 지닌 기기 한계를 눈에 보이는 반응과 약간의 기교로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카트가 마냥 장난감 수준이라는 건 아닌데 게임 화면 속 조작을 이전 시리즈에 가깝게 구현해낸다. 순간적인 반응과 미세한 조작을 유사하게 구사하기 때문. 그 덕에 핸들이 아니라 조이콘으로 조작하는 아케이드 성향의 레이싱을 무리 없이 즐기는 게 가능하다.



▲ 레이스 자체는 실제 카트 이상의 속도감이 느껴지지만



▲ 현실은 마냥 귀여움


놀이 3 - 내 집 탐험

우디와 버즈. 그리고 장난감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룬 토이스토리를 보면 집은 마치 거대한 세계와도 같다. 물론 일반적인 가정보다 훨씬 큰 미국 주택이 배경이라는 게 가산 요인은 있겠지만, 더 낮고 작은 시야로 그리는 세계의 다른 모습은 평범한 일상이면서 특별하기도 하다. 아이 한 명 뉘일 침대는 놀이터마냥 크고 귀여운 강아지는 그 어떤 괴수보다 크고 위협적이다.

마리오 홈 서킷은 이렇게 색다른 시야로 내 집을 바라보는 것. 그 자체로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흔하게 보는 물건이라도 낮은 눈으로 올려다보는 건 전부 거대해 보이고 평소 보지 못했던 책상 아래, 작은 틈새도 하나의 탐험 장소가 된다.




개발진도 이렇게 자유롭게 집안 곳곳을 탐험하는 걸 자유롭게 허락했다. 그저 서킷을 달리며 주변 상황을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레이스가 없어도 스위치와 카트의 연결이 가능한 거리라면 편하게 달릴 수 있다. 이때는 별다른 UI 없이 카메라에 전달되는 모습을 그대로 감상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한없이 눈을 낮춰 작은 카트가 되면 의외로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무서운 적이 되기도 한다. 하물며 허리춤이 겨우 보이는 사람은 또 얼마나 무서운지. 마치 내가 카트에 탄 마리오가 된 기분마저 낸다.

어디까지나 내가 아는 장소를 새롭게 본다는 시각 탓에 공식 트레일러나 다른 이들의 플레이 영상만으로는 이런 재미를 대리로라도 체험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 매일 보는 장소도 낮은 눈높이로 보면 거대하고 색다르다

이처럼 마리오 홈 서킷은 각각에 따른 재미 요소를 구분하고 자기 입맛에 맞춰 즐기도록 한다. 나만의 서킷을 만드는 재미는 현실과 이어지는 크래프팅의 재미가 담겼다. 레이싱은 간단한 경쟁과 타임어택, 그랑프리 등 갖출 건 갖춘 메뉴에 마리오 의상과 더 빠른 경쟁이 가능한 150cc-200cc 해금 등 보상 요소도 착실히 갖췄다.


혹시 집이 적당히 넓은가요

다만 이런 홈 서킷의 재미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게임을 구현할 장소가 있어야 한다. 장애물을 피하는 레이싱이 마리오 카트의 기본이라지만 충분히 달릴 공간 자체가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단순히 넓기만 해서도 안 된다. 카트가 달릴 수 있는 곳은 어디까지나 평지로 문지방이 있는 가정이나 계단 등으로 구분된 집이라면 아무리 넓다 해도 그 공간을 제대로 쓸 수 없다.

인터넷 환경에 따라 끊기는 구간도 더러 발생한다. 이럴 땐 눈으로 보이는 단순한 반응이 느려지는 걸 넘어 클라우드 게임이 끊어지는 것처럼 화면이 갈라지고 밀려버린다. 게이트 같은 물건들이 골판지로 만들어져 조금 세게 부딪히면 밀려 코스를 변형시킨다는 점도 더 정확한 조작을 필요하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가장 불편한 점은 카트가 방 곳곳에 있는 머리카락과 먼지를 죄다 붙이고 달린다는 점이다. 조금만 달리면 붉은색 카드가 먼지로 하얗게 변할 정도. 아무래도 평소 손이 잘 닿지 않는 바닥을 훑고 지나가는 게 이유인데 내가 평소 생활하는 공간이 얼마나 더러웠는지 깨닫는다면 당장 마스크를 쓰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물론 평소 청소와 담을 쌓았다면 카트가 알아서 더러운 것을 닦아주니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 집안 먼지 다 달라붙는데 뒤에 걸레를 달아놓으면 놀면서 청소할 수 있지 않을까


게임이 거드는 상상력

나이를 먹고 사회의 찬바람을 맞을수록 지식이라는 게 조금씩은 쌓였다. 하지만 반대로 머리의 유연함은 점점 사라진다. 이 지식이라는 녀석은 때론 상상력을 밀어내고 자리 잡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어릴 때는 장난감 자동차 하나만 있으면 전 세계 트랙 위를 음속으로 달리게 만드는 상상력이 굳어버린 머리에서 더는 나오지 않는다. 장난감 자동차는 그저 장난감일 뿐이다.

마리오 홈 서킷은 부족한 상상력을 게임의 형태로 보조한다. 상상만으로는 그려내기 어려웠던 부분을 AR 기술로, UI로, 그리고 마리오 친구들의 이야기로 눈에 볼 수 있도록 그려준다. 이게 닌텐도의 힘인지, 아니면 먼저 협업을 제안한 개발사 벨란 스튜디오의 역량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게임의 힘을 빌린 상상력 덕에 어릴 적 느끼던 즐거움을 다시금 체험하게 한다.

비록 방대한 콘텐츠와 빠져드는 스토리로 무장한 대작 게임들이 가진 재미를 주지는 못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서로의 창의력을 더해 코스를 만들고 실제 눈에 보이는 것들로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재미를 주는 게임 역시 마리오 홈 서킷이 아니면 얻기 어려운 경험이다. 그리고 이게 마리오 홈 서킷을 재미있는 마리오 카트 중 하나로 만드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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