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스토브] 국내 인디개발사의 '웰메이드 공포'

리뷰 | 김수진 기자 | 댓글: 5개 |

제한된 시각, 그 이상에서 다가오는 청각의 공포


모 기자가 그랬었다. 공포게임 그거 도대체 왜 하는 거냐고. 그건 공포게임의 참맛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공포라는 건 사람의 감정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특히나 누군가 뒤에서 쫓아오기라도 한다면, 그 짜릿함은 배가 된다.

더 코마 2: 비셔스 시스터즈는 그런 '숨바꼭질', 나를 찾아다니는 살인마를 피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서 오는 공포를 정말 잘 살려냈다. 심장 떨어지는 쫄깃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달까. 횡 스크롤 화면임에도 사운드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는 공포를 완벽하게 연출했다.

사실 시작 전에는 그래 봤자 횡 스크롤 게임인데 뭐 별거 있겠어, 나와봐야 양옆에서 튀어나오는 게 전부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해본 지금은 안다. 그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게임명: 더 코마 2: 비셔스 시스터즈
장르: 공포
출시일 : 2021. 3. 12.
개발 : 데베스프레소 게임즈
배급 : 데베스프레소 게임즈
플랫폼: PC(Stove, Steam)


시각 그 이상의 공포, 청각




개인적으로 공포게임이 필수적으로 가져가야 하는 요소 중 공포게임을 가장 '공포스럽게' 만들어 주는 건 다름 아닌 사운드라고 생각한다. 팔다리의 솜털을 바짝 서게 하고, 마른 침을 삼키게 하며, 나도 모르게 온몸을 쪼그리며 게임을 하게 하는 건 바로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다.

공포 영화만 하더라도 솔직히 사운드 다 꺼놓고 보면, 그냥 편안하게 볼 수 있다. 헤드셋이나 이어폰을 착용하고 공포 영화를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잡아 던진 적, 분명 한 번쯤은 있을 테다. 여튼 그 정도로 공포라는 감정을 극한까지 이끌어내는 데는 '청각'이 정말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런 면에서 더 코마 2는 사운드를 완벽하게 활용했다. 복도를 또각또각 울리며 다가오는 킬러의 발소리란, 들어보지 못한 자는 그 공포를 절대 알 수 없다. 생각보다, 아니 상상 이상으로 그 또각거리는 소리가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한다. 조용한 복도에서 내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발소리가 울리는 순간, 식은땀이 흐르고 입술을 꽉 깨물게 된다.

당장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그 너머, 즉 상상의 공간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는 시각이 제한된 상황에서 청각을 통해 긴장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횡 스크롤의 단점이자 한계로 작용하는 이동의 단순화라는 부분을 오히려 사운드를 통해 공포를 강화하는 요소로 승화시켜버린 것이다.

쫓기고 있다는 긴장감, 그리고 누군가 나를 찾아다닌다는 긴장감 등을 모두 그 어느 것도 아닌 사운드 하나만으로 해결해버렸다.

또한 적이 나를 발견하는 순간, 즉 청각에서만 존재하던 공포가 시각적으로도 확인되는 그 순간 역시 사운드를 활용해 강렬한 효과를 줬다.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와 급박한 배경음악은 미친듯이 달려오는 검은 인영과 어우러져 정말 나도 모르게 으악하는 비명을 내지르게 만든다.




더빙, 성우의 목소리 역시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중요한 컷씬마다 풀보이스를 입히면서 몰입감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이러한 장점은 컷씬과 게임 화면, 그리고 캐릭터의 대화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장면에서 더 확연히 드러난다.

한창 집중해서 진행하던 도중 등장하는 캐릭터의 목소리로 아 이건 이벤트 장면이구나, 하지만 게임 화면이 사라지지 않는 걸 보니 바로 조작이 이어지겠구나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다 떠나서 공격자의 비명소리, 간간이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정말 '으'다.


고정된 시점에서 오는 공포




연출적인 측면이 정말 뛰어나다. 횡 스크롤이라는 고정된 시점을 활용해 그 어떤 공포게임보다 더 공포스러운 게임을 만들어냈다.

화면상 보이는 공간이 매우 좁기 때문에 대부분의 요소가 '갑툭튀', 즉 시야 밖에서 휙 하고 나타나는 편이다. 사이드뷰가 아닌 공포물들도 다 그런 식이니 그게 뭐가 독특해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점을 360도 돌려가며 이곳저곳을 볼 수 있는 경우, 그리고 이동 방향이 자유로운 게임의 경우에는 어디서 뭔가가 툭 튀어나오더라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아니 쉽지 않더라도 여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하지만 횡 스크롤은? 심지어 이 게임은 오로지 캐릭터가 가운데에 위치한 상태에서 보여지는 만큼만이 시야로 주어진다. 즉, 갑자기 발소리와 함께 왼쪽이나 오른쪽에서 뛰쳐나오는 그것들을 피할 방법이 아주 제한되는 것이다. 회피하거나, 미친 듯이 반대편으로 달려가 숨거나, 그 두 가지를 제외하면 그 공포스러운 것들로부터 도망칠 방법이 없다.




심지어 시야는 플레이어 캐릭터가 쥐고 있는 라이터의 불빛으로 한 단계 더 제한된다. 불빛은 충분히 주변을 확인할 정도로 밝지만, 딱 캐릭터 근처 범위만을 동그랗게 밝혀준다. 시야의 제한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라이터 불빛을 끄는 것 역시 가능하며, 이럴 경우 게임 화면을 확인하기가 매우 힘들지만 대신 적에게 들킬 위험성은 줄어든다.

숨바꼭질, 런 앤 하이드, 정말 이러한 용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게임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 나를 쫓아오는 게 확실한데, 시야의 제한으로 언제 어디서 휙 하고 나타날지 확인할 수 없기에 계속해서 숨을 곳을 확인하고, 잔뜩 움츠러든 채로 긴장해서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


스토리도, 그래픽도, 모두 합격점 그 이상




공포게임임에도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추리 측면도 괜찮은 편이다. 단순히 메인 요소인 공포에 모든 것을 다 걸고 가지 않는다. 세계관이나 캐릭터들의 개성이 뚜렷하며, 플레이어에게 왜 내가 여기서 이런 전개를 겪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큰 틀이 확실하다.

배경 역시 하나를 반복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경찰서, 시장, 지하철 역, 병원 등 매우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각 배경이 하나의 스테이지가 되며, 지하통로부터 중간중간 무너져 내린 지름길 등 숨겨진 장소를 꽤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다만 추리 요소가 강하다는 건, 힌트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다. 공포게임임에도 온 맵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녀야 페널티 없이 제대로 된 루트를 통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다. 페널티가 최대 체력 수치 감소라는 어마어마한 것이기에 맵 훑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다.

문제는 가장 이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페널티가 있다는 것 자체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편. 또한 스테이지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벤트 아이템을 얻기 위해 한 번 지나쳐온 곳을 다시 돌아가야 하기에 공포를 강제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차라리 페널티를 강제하지 않고, 그냥 추가적인 도전 목표 정도로 뒀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픽은 마치 웹툰을 보는 듯 깔끔하다. 대화문도 캐릭터의 상체 일러스트와 함께 나타나며, 컷신 연출도 딱 컷마다 이미지가 등장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굳이 영상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컷신이 나오면 잠깐이나마 숨을 돌릴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솔직히 만화풍의 그림체라 게임 소개를 볼 땐 에이 이게 뭐가 무섭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을 '또' 가졌었는데, 이 역시 아주 오만한 생각이었다. 깔끔하지만 진한 그림체의 그래픽이기에 분위기와 맞물려 아주 무섭고 임팩트 있게 다가온다. 실제로 게임을 할 때 옆에서 같이 보고 있던 친구가 적이 등장할 때마다 같이 깜짝깜짝 놀라던 것만 봐도 아주 효과적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더 코마 2: 비셔스 시스터즈는 시리즈 작품이기에 전작이 존재한다. 하지만 전작을 해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 나 역시 전작은 소문만 들었을 뿐, 시리즈 입문은 이번 더 코마 2로 했다. 몰라도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물론 너무나 당연하지만 전작을 플레이할 경우 이어지는 스토리, 세계관, 심지어 등장인물들도 비슷하기 때문에 훨씬 몰입도 있게 즐길 수 있다.




뭐랄까, 공포게임이라는 장르를 정말 부족함 없이 잘 연출해낸 수작이라고 생각된다. 빛, 사운드, 일러스트, 여기에 '갑툭튀'까지, 뭐 하나 아쉬운 점 없이 잘 어우러져 있다.

왜 그렇지 않나, 공포게임이라는 건 극한으로 치달은 감정을 밀어내며 '해결'이라는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리는 게 가장 메인이 되는 장르다. 문을 열기 위해, 탈출하기 위해, 안전한 장소를 찾기 위해,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등등 그 목표 하나를 바라보며 귀신이, 좀비가, 크리쳐가 우글우글한 곳을 헤쳐나가는 게 바로 공포게임이다.

더 코마 2는 그런 시점에서 봤을 때 실사 그래픽의 3D 공포게임들에 비해서도 어디 하나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그런 볼륨이 큰 사실적인 공포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제한된 공포를 제대로 플레이할 수 있다. 그리고 일단, 국내 인디 개발사가 이런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데에 엄청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장점

+ 시야 그 이상을 느낄 수 있는 사운드 효과
+ 어두운 화면 속 쫓길 때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UI
+ 다양한 한국식 배경과 그 특징을 살린 독특한 분위기
+ 횡 스크롤의 시야적 한계를 완벽하게 이용한 연출
단점

- 페널티로 인해 반 강제되는 파밍 요소
- 확실히 알아차리기 힘든 두루뭉술한 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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