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이야기" - M.O.E가 전하는 훈훈한 소식

기획기사 | 양영석 기자 | 댓글: 23개 |
최근 여러 가지 게임들을 접하면서, 아직까지도 유저들이 기억하는 게임들은 무엇이 좋았나? 하고 돌아보게 됐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경험을 제공하면서 '명작'으로 기억에 남는 게임이 있는 반면, 게임이 추구하던 한 가지가 확실히 뇌리에 남아서 기억하는 '수작'도 있다. 때로는 '악명'을 남기면서 기억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와중에, 수작도 명작도 아니지만 "그 게임 괜찮았지..."라고 기억하는 게임들이 다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시스템이 혁신적인 것도 아니었고, 게임이 정말 몇십 년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 막연한 재미를 주지도 않았다. 하지만 뭔가 '뚝심'있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한 게임들이 이렇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마음'을 움직인 게임이라고 해야 하나... 온라인 게임이 한창 많이 출시되던 시절에도, 돌아보면 서비스 종료가 안타깝지만 훈훈했던 기억들이 조금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모바일 게임이 유행을 하기 시작하면서는 이런 훈훈한 광경을 거의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나마 사상 초유의 점검 시간에도 적극적이며 열심히 대응하고, 유저들에게 상황을 알리면서 노력하려고 했던 '큐라레: 마법도서관'정도.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은 많은 비난을 들었다. 그 와중에 M.O.E의 서비스 종료는 오랜만에 들려왔던 미담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인상적인 이야기였기에 과거(링크)에 한 번 다룬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의 서비스 종료 소식은 많은 유저들에게 썩 좋은 반응 자체를 낸 적이 드물다. 그런 와중에 M.O.E는 비록 아쉬웠을지언정 유저들이 따뜻하게 보내주었던 게임이었으니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M.O.E는 더욱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화, 미담을 만들어냈다.


훈훈하게 여정을 마친 M.O.E
마무리된 아스가르드함 승무원과 픽시들...




2016년 9월 출시된 이후, 2019년 4월 30일까지 약 2년 6개월간의 항해를 마치고 M.O.E는 서비스를 종료했다. 서비스 종료 절차는 확실하게, 차근차근 진행되었고 씁쓸하지만 마지막으로 유저들이 게임 속에서 많은 걸 해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이벤트도 진행했다. '아디오스!'라는 이름을 단 안타까운 이벤트였지만, 서비스 종료까지 남아있는 유저들은 상당히 강한 지원책으로 여러 가지 콘텐츠를 즐겨볼 수 있다는 '배려'가 있었다.

M.O.E는 따로 라이트 노벨까지 출간할 정도로 스토리에 큰 비중을 둔 모바일 게임이기도 했다. 이런 스토리는 서비스를 이어가던 중 지표가 나빠지면 흐지부지하게 끝나거나 어설프게 마무리 짓지 못하고 종료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도 M.O.E는 꾸준히 업데이트를 이어나가며 스토리를 마무리 지었다. 개발팀이 그만큼 서비스에서 스토리를 상당히 중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시라고 할 수 있었다.

패키지 게임으로 치면 게임의 엔딩을 본 셈이다.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어나가는 온라인 혹은 모바일 게임에서, 엔딩을 본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는 스토리와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자신들이 만들었던 매듭을 깔끔하게 풀었다. 그러고 나서 유저들에게 여정의 끝을 알린 셈이다.

물론 서비스 종료 소식이 공지되자, 공식 카페를 비롯한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보통 이런 서비스 종료 공지가 올라오면 참 냉소적이거나 비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M.O.E는 상대적으로 그런 목소리가 적고, 그동안 수고했다는 느낌이나 아쉽다는 뉘앙스가 매우 강했다. 일본에서는 담당 성우가 그동안 수고했다는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근래 보기 드문 미담 중 하나였다. 그렇게 4월 30일, M.O.E의 여정은 마무리되었다.



서비스 종료날 공식 카페의 모습

몇 년 전부터 모바일 게임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창궐한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게임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중 빛을 본 게임을 제외한 수많은 게임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모바일 게임은 수명이 짧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서비스를 오래 이어가는 게임은 드물었다. 그래서 유저들은 이런 수명이 짧은 모바일 게임에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짧은 시간이라도 자신이 시간과 애정,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키워놓은 모든 것들이 "서비스 종료"라는 단어 하나로 허사가 되어버리니까. 과거에는 서비스 종료 공지도 정말 갑작스러웠고, 종료를 얼마 앞두지 않고 과금 이벤트를 하는 등의 모습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법도 제정되고 움직임이나 자율 규제가 강해져서 이제는 그런 일은 별로 없다.

유저들은 자신이 힘겹게 쌓아둔 모든 노력이 허물어져 버리기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의 서비스 종료 소식이 등장하면, 많은 유저들은 비난했고 분노했다. 그렇기에 M.O.E의 서비스 종료 소식의 반응은 상당히 흥미로웠고, 미담으로 남을 수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M.O.E는,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서비스 종료, 하지만 끝나지 않았던 이야기
개발팀으로 도착한 소포

서비스를 마무리하고 2주가량이 흐른 5월, 넥슨의 M.O.E의 개발팀으로는 하나의 택배, 소포가 도착했다. 업무상이나 서비스상, 혹은 직원이 구입한 물품이 도착한 게 아니었다.




다름이 아니라 유저들이 보내준 감사의 선물이자, 응원의 선물이었다. M.O.E를 즐겼던 유저들은 그동안의 서비스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종료에 대한 아쉬움,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손편지와 굿즈, 그리고 M.O.E. 팀에게 여러 가지 간식거리가 담긴 선물 박스를 개발팀에게 전달했다.

개발팀도 놀라움을 금치 못한 응원의 선물. 개중에는 일러스트를 그린 원화가에게 전달해달라는 굿즈도 있을 만큼 유저들의 마음이 듬뿍 담겨있었다. 픽시들의 모습을 담을 안경닦이는 유저들이 직접 제작해서 보내준 선물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이렇게 유저들은 그동안 M.O.E를 플레이하면서 느낀 소감과 고마움, 그리고 개발팀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소중하게 손편지로 전달했다.








개발팀에게 전달된 유저의 손 편지.

"몇몇 분들은 너무 급하게 스토리를 완결시킨다는 느낌도 있다는 얘기를 하였지만, 저는 스토리의 끝을 봤을 때 M.O.E.의 완결을 볼 수 있어서 정말 기뻤던 기억 밖에 없네요. 아직도 M.O.E. 스토리를 봤을 때의 감동이 잊혀지지 않아요."

"M.O.E. 유저로서 소망이 하나가 있다면, 언젠가 될지는 몰라도 다른 게임에서 우리 M.O.E. 캐릭터들이 카메오로서 출연을 했으면 좋겠네요. 우리 픽시들이 있는 곳이라면, 우리 카페 회원들 모두 어디든지 달려갈 텐데요! 그리고 M.O.E. 스토리 작가님이 준비하고 계시다는 ‘리비전즈’도 매우 기대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M.O.E.를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희에게 영원한 주인(Master of Eternity)니까요. 영원한 주인, 영원한 픽시, 영원한 사랑, 영원한 기억, 절대 잊지 못할 것입니다. 정말 잊지 못할 게임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유저들이 보내준 롤링 페이퍼

"900일 넘게 인생게임이 되어줬던 M.O.E. 그 빈자리가 너무나도 허전할 것 같네요. 그래도 이런 게임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디오스 M.O.E.!"

"오랫동안 함께해오고 추억했던 게임으로서 정말 아쉽네요.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M.O.E.!"

"나의 영원한 M.O.E. 이제 보내야만 하는 현실이 슬프네요. 나의 영원한 친구, 나의 영원한 영웅, 마스터 오브 이터니티."

"M.O.E.가 없는 인생은 너무 공허할 것 같네요. 지금까지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잊지 못할 거야. 잘가 얘들아, 마음만은 항상 함께 하자."

"처음부터 끝까지, 도중에 계정을 다시 만들어 처음부터 다시 할 정도로 사랑한 게임입니다. 레아스, 라헬, 노엘, 라시스, 카나, 라비, 리타… 헤어지기 싫네요. 어떤 식으로든 다시 만나고 싶어요."

"처음 나왔을 때부터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해온 게임입니다. 갑작스런 아디오스 이벤트에 덜컥 눈물이 나려고 하더군요. 픽시 하나하나 다 정들어서 소중한 친구를 잃는 기분이 듭니다. 다시 플레이하며 사진으로라도 남겨두려고 스크린샷을 모두 찍어뒀네요. (생략) 잊지 못할 게임입니다, M.O.E."


과거에도 개발팀에게 고마움의 선물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은 이런 고마움의 선물이나 응원의 메시지를 '서비스를 하는 도중'에 전달받았다. 또는 유저들을 초빙하는 행사에서 개발팀들이 이런 선물을 받곤 했다.

이렇게, 서비스가 종료된 이후 개발팀에게 고마운 마음과 응원을 담아서 선물을 보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만큼 유저들은 애정을 가지고 게임을 플레이하고 즐겼으며, M.O.E가 유저들의 마음속 깊게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마음을 움직인 게임, 미담을 남기다
M.O.E, 기억속에서 영원하길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M.O.E도 분명히 많은 일들을 겪었다. 모든 게임이 다 그런 법이다. 서비스를 하면서 때로는 유저들의 환호와 응원을 받은 일도 있고, 반대로 비난받는 일도 있다. 그런 와중에 끝맺음이 어떻게 되었느냐가 중요하다. 게임 서비스 종료를 보면서, 유저들이 그럴 줄 알았다고 하거나 잘 망했다며 비난과 함께 보내줄 때도 적지 않다.

그래도 M.O.E는 호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들릴 정도로, 유저들이 깔끔하게 보내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깔끔한 이별, 미담으로 남을 이별을 보내준 게임은 온라인 및 모바일 시장이 열린 역사 속에서도 많지 않은 사례다. 특히나 게임 서비스 중에 응원을 받은 게 아니라, 그동안 수고했다고 보내주는 팬들의 선물은 의미가 크다. 그만큼, M.O.E가 유저들에게는 '추억'으로 남았음을 뜻한다.

넥슨의 M.O.E.팀은 이런 유저분들의 마음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선물을 잘 받았다는 인증 사진과 함께 직접 손편지로 작성한 편지로 답장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M.O.E. 개발을 총괄한 넥슨 구현우 디렉터와 개발팀은 직접 감사의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개발팀 또한 유저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롤링페이퍼도 전달했다. 개발팀과 유저들이 서로 고맙고 감사하다고 메시지를 주고받는 이 모습. 정말 오랜만에 보는 훈훈한 광경이었다.




“유저분들이 M.O.E.에 대한 아쉬움과 고마움을 담아 작성해주신 손편지를 직접 받았습니다. 지금 저를 포함한 M.O.E. 팀원분들이 정말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M.O.E 개발진들은 지금 devCAT에 합류해서 다음 작품도 열심히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M.O.E와 개발팀에 보내주신 응원과 성원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좋은 게임으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M.O.E 개발팀이 제작한 롤링페이퍼

"유저 여러분의 깜짝 선물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도 자식 같은 게임 꼭 다음에 다시 뵙는 걸로…" - 디렉터 K

"M.O.E.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해요! 유저 여러분 덕분에 좋은 추억 생겼네요!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성원에 감사 드립니다. 더 멋진 작품으로 찾아 뵐 수 있도록 정진 하겠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추억을 만들어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저분들과 함께 게임을 만들어가는 느낌을 M.O.E.를 통해 받았습니다. 영원히 잊지 못할 거에요. 감사합니다!" - 니아 전투 전속(?) 레벨 디자이너)

"10년이라는 게임 개발을 하는 동안 유저 분들의 편지를 받았을 때 가장 보람을 느끼고 뿌듯했습니다. 서비스 종료가 아쉽지만 그 마무리를 좋은 추억과 감동으로 마무리 지어준 모든 유저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 챕터 15 후편 에벨스 전투 제작자 올림

개인적으로는 스마트폰의 게임들은 이러기가 쉽지 않아 잘 지우지 않는 몇 가지 게임들이 있다. 이미 서비스를 종료했지만, 뭔가 아쉽고 아련해서 남겨두는 게임들. 일종의 아카이빙이다. M.O.E도 어느새 그렇게 스마트폰 한자리에 자리 잡게 됐다. 잊지 않기 위해 남겨둔다고 해야 할까?

게임뿐 아니라 영화, 소설, 만화, 드라마 등 수많은 미디어에서도 '기억 속에서 잊혀질 때' 진정으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묘사는 매우 자주 등장한다. 지금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게임들은 기억 속에 남았고, 아직까지도 회자되면서 하나의 추억으로 남았다.

아쉽게 여정은 종료됐지만 유저들도, 그리고 개발자들도 행복했던 게임. 그렇게 M.O.E는 여정을 마치면서도 훈훈함을 남겼다. 정말 오랜만에 미담을 남긴, 모두의 '마음을 움직인 게임'이 아닐까. 그렇기에, 계속해서 기억 속에서 M.O.E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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