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풀지 않고 본다, 트릭아트 던전

리뷰 | 김수진 기자 | 댓글: 6개 |



트릭아트, 단어 그대로 속이는 예술입니다. 쉽게 말해 그냥 평면인 그림이 각도에 따라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착시 기법이죠. 분명히 그냥 일자로 된 길이었는데, 슥 돌려서 보면 앞을 가로막는 벽이 된다거나 이런 것 말이에요. 이런 트릭아트를 이용한 게임은 그동안 꽤 많이 나온 편입니다. 퍼즐 게임에 최적화되어있다고도 볼 수 있으니까요. 그중에는 전 세계적으로 잘 된 게임도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아예 '트릭아트'를 제목으로 내 걸고 출시한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트릭아트 던전'입니다. 개발 기간 동안 2018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TOP 3, 게임 창조 오디션 1위 등 화려한 수상 이력으로 이미 유명했던 게임이죠. 그만큼 많은 유저의 기대를 받았었는데요.

실제로 뚜껑을 열어본 트릭아트 던전은 어땠을까요. 일단 제 후기는 '퍼즐 게임은 아닌 것 같다'는 겁니다. 머리를 써서 복잡하게 얽혀있고 꼬여있는 뭔가를 '푼다'는 개념은 없었거든요. 오히려 주인공인 에이든의 시선에서 한 편의 동화책을 '읽는다'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총 챕터 6개, 클리어까지 넉넉잡아 약 두 시간 정도가 걸렸습니다.






동화 같은 그래픽, 아쉬운 트릭아트
퍼즐이 아닌 비주얼 요소로 사용된 트릭아트

우선 그래픽은 차분한 편입니다. 쨍하다는 느낌보다는 부드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게임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비주얼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차분하면서도 알록달록한 색감, 그리고 마치 블록들을 맞춰놓은 것 같은 로우폴리 그래픽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 속 삽화 같았고요. 특히 아이인 주인공 에이든의 이야기에 맞춰 다양한 배경이 펼쳐지다 보니 더더욱 그랬죠.

그런데 정작 이 게임의 주요 요소인 '트릭아트'라는 측면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트릭아트를 메인으로 내세웠음에 비해 그 완성도는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거든요. 트릭아트가 완벽하게 표현되려면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어색한 부분이 없어야 합니다. 화면을 돌리기 전, 화면을 돌린 후, 모두 깔끔하게 그림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거죠.

하지만 트릭아트 던전의 경우, 표현된 대부분의 트릭아트가 화면이 돌아가기 전 이미 '아 여기가 돌아가겠구나, 이게 돌아가면 뭐가 되겠구나'라는 티가 확 나는 편입니다. 억지로 화면을 돌린 후 짜잔 여기가 트릭이었습니다! 라고 보여주기 위한 준비 단계의 느낌이랄까요.










가장 중요한 건 트릭아트가 퍼즐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트릭아트 던전에서 트릭아트는 스토리를 진행하는 과정을 좀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비주얼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아무것도 없던 벽에 그림자를 비춰 문을 만들고, 주인공 에이든이 그 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그 문을 만드는 과정은 그냥 주위에 있는 무언가를 주워서 놓기만 하면 되기에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퍼즐이라고 보기엔 모호한 거죠.

그렇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트릭아트 던전은 독창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트릭아트 자체가 주 컨텐츠가 되어 퍼즐로 사용하는 게임은 모뉴먼트 밸리처럼 유명 게임을 비롯, 꽤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트릭아트를 부가적 요소로 사용하면서도 충분히 보여주려 한 트릭아트 던전의 시도는 완성도를 떠나 일단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손쉬운 조작, 더 쉬운 난이도
조작은 쉽지만 세밀함은 떨어져

게임은 터치와 스와이프, 두 가지 조작만으로 진행됩니다. 이동을 비롯 대부분의 행동은 터치 하나로 이루어지죠. 화면을 돌려야 할 때, 즉 트릭아트와 마주칠 때만 필요한 방향으로 스와이프하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크게 조작할 것은 없습니다. 간단한 조작법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고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조작법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이동 시 터치 감도가 세밀하지 않아서 캐릭터가 터치한 자리보다 더 이동해버려서 사망한다거나, 화면이 줌아웃되는 급박한 상황에서 원치 않던 자리로 이동해버리거나 하는 불상사가 생깁니다. 또한 화면이 작은 모바일에서 플레이하다 보니 터치나 스와이프 시 손가락 때문에 정작 트릭아트가 가려져서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임은 쉬운 편입니다. 주어진 문제를 풀거나, 복잡한 미로를 빠져나가거나 하는 난이도 높은 퍼즐 요소가 없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그동안 트릭아트를 사용한 게임이 대부분 퍼즐 장르이다 보니 당연스럽게 트릭아트 던전 역시 퍼즐 게임이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트릭아트 던전은 오히려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어드벤처 장르에 좀 더 가깝습니다.

주인공 캐릭터인 에이든을 조작해서 진행하는 방식인데, 기본적으로는 캐릭터를 이동시키는 게 주가 됩니다. 뒤에서 쫓아오는 거미들을 피해 이동하다가 트릭아트가 있는 지점에서 화면을 돌려 길을 바꾼다든지, 불을 내뿜는 미이라를 이용해 박스를 태우고 보석을 얻는다든지 말이죠. 대부분의 게임 플레이는 함정을 회피하고, 뒤에서 쫓아오는 뭔가를 피해 도망가고, 다음 진행을 위해 숨겨져 있는 뭔가를 찾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전체적으로 길게 고민하면서 플레이하는 게임은 아닙니다. 그냥 주인공 에이든의 이야기를 따라 동화의 책장을 넘기듯 자연스럽게 진행되죠. 스테이지 클리어 역시 그 일부기 때문에 한 곳에 멈춰 서서 '이 함정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처럼 특정 상황에서 머리를 싸매고 한참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눈에 보이는 걸 그대로 사용하면 진행되니까요. 필요 시 화면 상단의 힌트를 열어볼 수 있지만 굳이 확인하지 않고도 충분히 엔딩까지 클리어할 수 있는 난이도입니다.









짧은 동화와 같은 스토리
생각보다 적은 볼륨의 콘텐츠

개인적으로 트릭아트 던전의 메인 콘텐츠는 스토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게임의 모든 요소가 결국 에이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것이거든요. 할머니의 손을 잡고 박물관에 들어온 에이든이 부모님을 찾아다니며 겪는 모험을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엔딩에 다다르게 되죠. 그리고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아이가 숨기고 있던 비밀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스토리 자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편입니다. 딱히 억지스러운 면이 없이 물 흐르듯 이어지죠. 아이가 주인공이지만 유치하거나 마냥 밝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리고 충격, 놀람 이런 식의 자극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나름의 반전도 가지고 있고요. 스토리의 진행 역시 매끄럽습니다. 에이든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이어서 스테이지가 진행되고, 다시 에이든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끊어진다는 느낌 없이 집중해서 쭉 볼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게임 전체의 볼륨이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스토리 자체가 그리 길지 않다 보니 엔딩 크레딧 장면에서 어, 벌써 끝이야?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억지로 이야기를 잡아끌지 않았기 때문에 스토리만 두고 보면 깔끔하게 끝나는 편입니다.

하지만 서브 스테이지도 없고 게임 내에서 수집하는 콘텐츠도 그냥 플레이하다 보면 자연스레 얻을 수 있는 사진 조각밖에 없기 때문에 메인 스토리가 끝나는 순간 게임 자체가 종료되어 버립니다. 즉, 약 1시간에서 2시간 플레이를 하고 나면 딱히 할 콘텐츠가 없는거죠. 이 부분은 향후 콘텐츠 추가 업데이트 등을 통해 개선 방향을 모색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동화 같은 게임. 트릭아트 던전을 플레이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입니다. 이 게임에서 트릭아트는 퍼즐보다는 스토리를 좀 더 흥미롭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죠. 동화 속 아름다운 삽화의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이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합니다. 저도 이 게임을 퍼즐 요소가 강한 게임으로 기대했으니까요. 하지만 트릭아트 던전을 고민하고 고민해서 막혀있던 것을 풀어나가는 그런 짜릿함을 지닌 퍼즐 게임으로 생각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 있습니다. 일단 너무 쉬우니까요. 퍼즐 장르에 익숙한 게이머들에게는 특히나 그럴 겁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류로 갔다면 그래픽만 다른 흔한 게임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트릭아트 던전은 트릭아트를 '푼다'보다는 '본다' 라는 느낌을 훨씬 많이 살려서 기존 게임들과 차별성을 뒀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기대가 컸던 만큼, 모든 면에서 완전히 만족할 수는 없었습니다. 최적화 문제나, 부족한 볼륨 등 아쉬운 부분 역시 꽤 많았고요. 그렇지만 이미 성공을 거뒀던 다른 게임을 따라하기 보다 트릭아트 던전만의 진행 방식 및 콘텐츠를 보여주려 노력한 것에 의미를 두려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 에이든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마음에 와서 닿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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