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EZ2ON, 덜 익은 요리

리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31개 |

추억 속 그대로니까 튕기지만 말아줘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오락실을 다니던 세대면 기억할 거다. 온갖 게임 소리가 들려오기 전에 테크노와 댄스 사운드가 먼저 문앞에서 반겨오고, 그 리듬에 맞춰 신나게 발을 굴러대거나 키를 두드려대는 형들의 모습을 말이다. EZ2DJ는 그때 그 시절, 오락실에서 빠질 수 없는 게임이었다.

현란한 스크린에 반짝거리는 리듬을 타고 판을 돌려대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당시 한창 귓등으로 듣던 DJ가 저런 건가? 싶어서 가슴이 두근거렸던 때도 있었다. 물론 직접 해보면 게임오버되기 일쑤에, 다른 게임보다 몇 배 비싸서 자주하지 못하긴 했지만 지금도 그 두근거림은 계속 남아있다. 악보도 못 외우는데 채보는 외워보겠다고 낑낑거리기도 하고, 옆에서 쭉 구경하면서 손놀림을 대강 흉내내보기도 하는 등 어떻게든 그 멋진 곡을 연주해보겠다고 아등바등거리던 그런 추억은 가슴 한 켠에 아직 담겨있으니까.

그런 추억도 어느 덧 오락실이 하나둘 사라지고, 아케이드 기판도 점차 소식이 끊어지면서 옛말이 됐다. 그나마 PC 버전인 EZ2ON이 나왔어도 어느 새 서비스가 종료되어버리고, 기약 없이 시간이 흘렀다. 그 뒤로 몇 년이 지나, EZ2ON은 다시 우리들 앞으로 다가왔다. 추억 그대로지만, 그 추억을 음미할 틈을 주지 않는 다소 야속한 느낌으로.



게임명: 이지투온 리부트:R(EZ2ON Reboot:R)
장르: 리듬 액션
출시일 : 2021. 3. 18.(얼리액세스)
개발 : 네오노비스
배급 : 네오노비스
플랫폼: PC

형형색색 화려한 배경화면과 날카로운 신디의 음, 휘끼휘끼 턴테이블판을 돌리는 소리. 조금 과장하자면 이지투온은, 켜는 그 순간 오락실에 들어간 그 느낌이 들었다. 그때 그 기판은 없어서 직접 턴테이블을 막 돌려대듯 폼을 잴 순 없지만, 그 휙휙 넘어갈 때 특유의 착착 감기는 사운드는 생생했다. 돌리지는 못해도, 위아래 키를 누르면 휘끼휘끼 스크래칭과 판 가는 소리가 섞여 나는 그 맛이 왜 이렇게 착 달라붙는지. 그 찰떡 같은 감촉을 언젠가 기판으로 찰지게 느낄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중간중간 판을 휙휙 돌리다보면 낯익은 비트에 잠시 멈추게 된다. "더 쀄이쓰 뮤직~ 더 쀄이스 뮤직~야아아!" 몬데그린만 들어도 둠칫거리며 신디사이저의 날카로운 음과 비트에 빠져드는 'The Future', 90년대 애니메이션 주제가 스타일이 흠씬 묻어나는 'Back for More' 국내에선 드물었던 유로비트를 선보인 'Say That You' 등등. 명곡들은 시대를 타지 않는다는 그 말이 머리를 스쳐가기도 전에 가슴에서부터 와닿고 있다. 물론 몇몇 곡들이 아직 수록되지 않았지만, 얼리액세스 단계인 터라 정식 출시까지 기다릴 법했다.


90년대 네온사인 간판처럼 화려한 BGA는 지금 봐서는 조금 낯설지도 모르겠다. 옛날에 한창 EZ2DJ를 하던 사람이면 그리울지 모르지만, 다소 눈이 아플 정도로 현란한 그 BGA는 현 세대에선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찌됐건 그 추억도 고스란히 화면에 담아냈다. 일부 게임이 리마스터 없이 그냥 추억 그대로 포팅해서 다소 튀는 느낌이 있었던 것과 비교해보자면, 이지투온엔 성의가 보였다. 화면 해상도가 바뀐 것에 맞춰서 리마스터하거나, 배치를 바꾸면서 지금 시대의 모니터에 알맞게 보여준 것이다. 일부 음원도 리마스터를 진행, 좀 더 깨끗하고 선명한 음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직은 얼리액세스이기 때문에 모드나 세팅 편의성은 완벽히 지원하지 않았지만, 당장 플레이에 필요한 기본은 다 갖춰져 있었다. 배속 기능이나 스킨 선택, BGA 투명도나 노트 투명도 등 플레이 퍼포먼스를 높이기 위해서 한두 번씩 건드려보는 것들은 다 지원하고 있었다. 그 특유의 현란한 BGA를 오래 보면 옵션을 조율해도 눈이 좀 아프긴 했다. 그래도 비교적 덜 눈부시게 조율하는 옵션을 넣었다는 건 개발진도 이 이슈를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니, 앞으로를 기대해볼 법한 요소랄까.



▲ 이 눈 아픈 BGA를 옛날엔 어떻게 버텼지 싶지만



▲ 다행히 투명도 옵션 조절로 어느 정도 처리는 가능하다

그렇게 추억에 잠겨서 곡을 고르고 세팅을 다 한 뒤, 접속할 때부터 반응이 조금 애매해지기 시작한다. 화면이 갑자기 멈춰버리고, "어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다행히 로딩 시간이 조금 길었던 것일뿐 곡은 정상으로 진행된다.

고수들은 노트 판정이 조금 애매하다는 평가를 하곤 했지만, 원체 이지투온 시리즈 자체가 노트가 자비없기로 유명한 시리즈 아니었던가. 초보들에겐 그저 내려오고 있는 노트를 어떻게든 빨리 파악해서 처리하기에 급급하다. 그건 아케이드 버전이나, 이전의 이지투온 시절에도 그랬다. 그렇게 채보가 자비가 없긴 했어도, 채보를 치면서 곡을 연주하는 키감은 뛰어났기에 그 맛에 빠져드는 것이 이지투디제이 그리고 이지투온의 매력 아니었던가. 그 키감은 리부트:R에서도 살아있었다.


그나마도 아케이드 버전보다는 유해져서 몇 번 틀렸다고 바로 게임오버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곡에 도전해볼 마음이 들게끔 했다. 이젠 기계식 키보드 등이 보편화되었으니, 키보드 이슈로 동시입력이 씹히는 일은 없어서 채보 처리는 훨씬 깔끔하게 할 수 있기도 했고. 키가 씹히거나 판정이 아예 안 먹는 심각한 오류까지는 없으니, 세세한 부분은 조금씩 다듬어가면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어찌저찌 클리어한 다음이 문제다. 분명 메인 메뉴로 나와서 음악은 들리는데, 화면은 까맣게 변하고 곧 이어 '응답없음'이 뜨고는 한다. 혹은 아무 음도 없이 까맣게 변한 채 감감무소식이다. 그나마 첫날보단 훨씬 나아진 거다. 첫날엔 아예 접속이 안 되서 점검에 들어갔고, 둘째날에는 메인 화면 문턱에서 몇 번 걸렸었다. 그렇게 가까스로 들어간 뒤, 10분 정도 플레이하면 "아 튕기겠네" 마음의 준비를 하는 건 덤이었다.

출시 첫날 스팀 평가 '압도적으로 부정적', 이건 게임을 못 만들어서 그랬던 게 아니었다. 추억 속 그 모습을 기껏 잘 만들어서 내왔는데, 안 들어가져서 그랬던 게 컸다. 그 다음에는 어찌저찌 들어갔는데, 한 판하고 뚝 끊어지는 바람에 추억에 잠겨들었다가 현자타임과 허무함이 와버린 것이 컸고. 이마저도 한 차례 출시가 연기됐는데 이렇게 나와버렸으니, 기대감이 실망감에서 분노까지 바뀔 수밖에 없었으리라.

개발사에서는 필사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루가 멀다하고 스팀 페이지에 점검 현황과 공지를 띄웠다. 그리고 그때마다 조금씩 나아지는 게 체감됐다. 10분 정도하면 자동으로 셧다운되던 게임이 몇 판을 연달아 해도 문제가 없어지고, 로딩 시간도 조금씩은 줄어들었다. 서버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서 임시로 월드 레코드 기능을 닫는 등 완벽하지는 않지만, 임시방편으로라도 더 쾌적한 플레이를 즐기게끔 시도가 이어졌던 것이다. 그러면서 압도적으로 부정적이던 평가도 복합적까지 회복됐다.



▲ 출시 후 매일 점검과 패치를 통해 조금씩 개선해나가고 있긴 하다

오래된 게임이 다시 출시됐을 때, 새로운 유저층에겐 아무래도 "라떼는 말이야" 같은 인상이 들 것이다. 레트로 감성이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불호가 없진 않으니 말이다. 거친 선이 드러나는 선화에 다소 투박한 색감의 90년대풍 애니메이션 BGA나 눈이 따가울 정도로 현란한 BGA, 지금 듣기엔 다소 낯선 날 것 그대로의 신디사이저의 전자음 등등. 거기다가 초보는 동전이 남아나지 않는 아케이드 시절의 무자비한 채보까지 거의 그대로 살려냈으니, 아마 새로 리듬 게임을 접하는 유저층에겐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 과장 조금만 더 보태자면, 우수수 떨어지는 노트가 마치 성적표의 F를 암시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니까. 거기에 아직은 모드도, 기능도 다 완성되지 못했다.

그러나 신규 유저들에게 어필해나가는 건 지금의 이지투온으로선 훗날의 이야기다. 추억을 찾아 다시 돌아온 손님들이 정착하고, 온전히 영업을 해줘야 기틀이 잡히는 그런 류의 타이틀이니 말이다. 그래도 첫날의 악몽에서 벗어나 차츰차츰 궤도에 오르고 있으니, 정식 출시가 됐을 무렵에는 이지투온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을 언급할 만한 단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 당장은 무르익기 전에 급하게 냈다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추억 속 그 모습을 그대로 담아서 나왔기에 더욱 더 게임 최적화와 서버 이슈 같은 오류가 너무도 아쉽다. 그게 아니었다면 당장에라도 자신있게 권했을 텐데. "한 번 해보실?"이라고. 하다못해 테스트를 먼저 거치고 얼리액세스로 넘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이제 패치로 플레이가 끊기는 문제는 줄어들고 있으니 지켜볼 필요는 있겠다.

▲ 그래도 22일을 기점으론 끊기는 현상은 현저히 줄고, 안정화되고 있다


장점


+ 일부 리마스터를 거쳐 완벽 복원한 추억의 그 느낌
+ 얼리임에도 세팅 및 옵션 편의성은 잘 갖춰짐


단점


- BGA, 노트가 옛날 그대로라 상당히 어지럽다
- 특유의 자비없는 난이도도 거의 그대로
- 최적화, 서버 이슈가 완벽히 해결되지 않음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