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제작의 모든 일을 내가 한다? '천만관객돌파'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10개 |

게임의 핵심 가치는 '체험'이며 일부 게임은 '체험'에 모든 포커스를 맞춰 개발된다. 흔히 '이런 게임도 있어?'라는 반응을 자아내는 게임들, 'PC 조립' 시뮬레이터나 '하우스 플리퍼', '서전 시뮬레이터' 등이 이에 해당되는 게임들일 거다. 하지만 모바일 시장의 '대세'를 이룬 게임 중 '체험'에 집중한 게임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저우게임(Zhougame)이 개발하고 '펀셀123'이 서비스하는 '천만관객돌파'가 시선을 끈 이유다. 모바일 게임이면서 칼도, 마법도, 신족과 마족도 나오지 않는다. 게이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소재다. 영화 제작. 자본 확보부터 시나리오 선정, 배우 캐스팅과 상영까지, '영화'에 관련된 거의 모든 일들이 하나의 게임에 담겨 있다.

물론 영화 제작을 소재로 한 게임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말, 라이온헤드 스튜디오의 '더 무비'는 세트 제작부터 배우 관리까지, 디테일한 영화 제작 과정을 게임에 담았고, 꽤 훌륭한 완성도로 호평을 받았다. '천만관객돌파'는 아무래도 '더 무비'에 비하면 더 불리한 환경이다. 모바일이라는 플랫폼 환경도, 지극히 대중적인 코드를 따라가는 시장의 성향도 다르다.

그런데도 '천만관객돌파'는 CBT에서 95%에 가까운 게이머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매니지먼트 시뮬레이터로서의 자존심과 모바일 게임으로서의 현실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낸 것 같았다. 역삼에 위치한 퍼블리셔 '펀셀123'을 찾아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천만관객돌파', 과연 어떤 게임인가?



▲ 펀셀123 박세준 PM(좌), 박병찬 본부장(우)


Q. '영화 제작'이라는 소재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진다. 기획 단계에서 어떻게 결정이 된건가?

개발사가 있는 중국의 대부분 게임들은 100명에서 많게는 200명 단위의 개발자가 모여 게임을 개발한다. 반면, '천만관객돌파'의 개발사는 채 10명이 안 되는 소규모 개발 스튜디오였다. 개발 인원이 차이가 나니 같은 소재로 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느껴졌다. 아시다시피 중국 시장엔 비슷비슷한 수많은 게임이 쏟아지지 않나.

그래서 소재 선정부터 다른 노선을 타기로 했다. 중국과 아시아 외에 유럽과 서구 시장까지 함께 아우를 수 있는 대중적인 소재이면서도, 동시에 새롭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소재를 찾아보았는데, 생각해보니 전 세계에 한 번에 영향력을 주는 소재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동시에 개봉하고, 한 번에 영향력을 만드는 산업이다. 이렇게 '영화 산업'를 뼈대로 삼고, 게임적 부분들로 살을 붙여 게임을 만들었다.


Q. 생소한 소재다 보니 개발 과정도 다른 게임과 조금 달랐을 것 같은데, 어떤 점들이 달랐나?

게임 개발에 있어 '걱정'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다만, 개발진 입장에서도 이 소재를 어떻게 해야 더 재미있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늘 있었다. 가장 큰 화두는 모바일 게임 소비층에게 익숙한 시스템에 영화라는 소재를 녹여내는 것이었다. 정작 개발 과정에서는 기대가 더 많았다. 과연 대중이 이 게임에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 늘 궁금해했다.



▲ 영화 제작 전반에 관련된 내용을 다룬다.


Q. 영화 산업도 파고 들어가면 굉장히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을 텐데, 이걸 모두 표현하기는 힘들지 않나?

말한 대로 영화 산업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영화나 게임이나 한 사람이 만들어가는 산업이 아니다 보니 여러 업체가 하나의 영화에 묶여 있고, 그 사이에서 온갖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가 조사해서 알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내부 상황의 경우, 게임에 딱히 필요한 부분은 아니다.

'천만관객돌파'는 영화 산업을 소재로 한 게임이지만, 영화 제작 과정 하나하나를 신경 써야 하는 시뮬레이터보다는 많은 이들이 부담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캐주얼 모바일 게임의 성격이 더 강하다. 그러다 보니 게임적인 허구가 섞일 수밖에 없다.


Q. 그럼, 게이머가 게임 내에서 영화 제작에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어느 정도인가?

기본적으로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의 역할은 '영화사'의 대표이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영화 감독, 제작자, 상영관 관계자, 나아가 배우 매니지먼트의 역할을 모두 한다고 보면 된다. 시나리오를 선택, 각색하고, 배우를 캐스팅하고, 영화 제작에 필요한 자본을 투자받아 영화사의 시설을 개선하는 일도 해야 하며, 촬영중인 영화의 마케팅과 배우 관리까지 직접 하게 된다.



▲ 시나리오 고르기부터가 일의 시작


Q. 이런 매니지먼트 시뮬레이터 게임의 단점이 게임이 어느 순간 궤도에 오르게 되면, 더 이상 손 댈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콘텐츠의 순환이 굉장히 중요한데, 게임 디자인이 이를 해결해 줄 수 있게끔 되어 있는가?

게임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콘텐츠의 순환 구조는 가장 쉬우면서도 널리 쓰이는 방법이긴 하다. 던전을 돌고, 아이템을 얻어 더 어려운 던전에 도전하는 구조가 아마 대표적인 순환 구조일 것이다. '천만관객돌파'는 콘텐츠의 순환 자체는 매우 단순하게 만들어져 있다. 영화를 제작하고, 수익을 올리고, 수익으로 제반 시설을 업그레이드해 더 높은 수준의 영화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다만, 이 순환 구조만으로는 충분한 플레이 타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병렬 구조의 콘텐츠 배치를 겸했다. '천만관객돌파'에서 하나의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주겠다.

먼저, 시나리오를 선택해야 한다. 시나리오는 다른 게임에서 '수집형 아이템'과 비슷한 위치를 갖는다. 시나리오를 선택한 후 시나리오에 맞는 배우를 찾아 섭외해야 한다. 배우는 영화사 소속으로, 다른 게임으로 치면 캐릭터 콜렉팅 요소와 비슷한 위치다. 이 과정에서 시나리오를 각색할 수 있는데, 각색하는 내용에 따라 적합한 배우가 달라지고, 없던 배역이 생기는가 하면 영화의 내용 자체가 완전히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로맨스 영화라면 로맨스에 강한 배우가 흥행력을 갖고 있겠지만, 시나리오를 각색해 로맨스 치정극, 복수극으로 내용을 바꾸면 막장 영화에 강한 배우가 더 높은 흥행력을 보이게 된다. 시나리오와 배우 선정이 끝나면 영화 제작에 필요한 자본을 확보해야 하는데, 자신이 가진 자산만으로 실행할 수도 있고, 부족한 경우 투자를 끌어와 자본 유치를 진행할 수도 있다.



▲ 단순하지 않은 결과창. 생각할 거리를 준다.

촬영이 되고 나면 배우의 팬 미팅이나 세계 각국을 방문해 홍보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고, 이 모든 변수들이 종합되어 영화의 흥행도가 결정된다. 영화가 개봉하면 수익이 생기는데, 이 수익도 단순히 영화 관람비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해당 영화와 관련된 굿즈를 제작해 판다거나, 영화 개봉 전, 후로 주식을 매입, 매각해 별도의 수익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천만관객돌파'는 기본적으로 단순한 콘텐츠 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그 과정 하나 하나에 다양한 병렬적 변수를 넣어 플레이 방식의 변화를 주었다.


Q. 그럼 출시 빌드에서 준비되어 있는 시나리오나 배우의 수는 어느 정도 되는 건가?

일단 시나리오는 500여 종이 준비되어 있고, 배우의 수도 150명 정도 준비되어 있다. 다만 오픈 시점에 모든 시나리오와 배우가 공개되는 것은 아니며, 차후 검증 기간을 거쳐 점점 더 늘어날 예정이다. 시나리오의 경우 지금은 간단한 수준의 각색이 가능하지만, 차후 더 디테일한 편집 기능을 도입할 예정이다.


Q. 시나리오가 여러 장르로 나뉠 텐데, 이 장르의 선정 또한 흥행에 영향을 주는 부분인가?

흥행도는 장르와 배우의 적합성에 맞춰 결정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변수가 있는데, 플레이어의 성향이 반영된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주구장창 공포물만 제작한다면, '공포물의 거장'이 되어 더 높은 흥행을 보장받을 수 있다.



▲ 장르 선정에 따라 '거장'이 될 수도 있다.


Q. 차후 이뤄질 업데이트에서 배우와 시나리오 정도는 추가될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외에 생각중인 큰 업데이트의 방향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말씀대로 배우와 시나리오는 꾸준히 업데이트가 이뤄질 것이다. 현재 생각하는 업데이트 방향은 영화 제작보다는 게임으로서의 성격이 강한 부분인데, 일종의 영화사 협회같은 길드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공동 제작을 한다거나, 서로 자본을 투자한다거나 하는 형태를 생각 중이고, 실존 배우와의 제휴도 생각 중이다. 나중에 잘 되면 실제 영화와도 제휴가 이뤄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건 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웃음)

하지만 이 내용들은 지금의 계획일 뿐, 기본적으로 큰 업데이트의 방향은 피드백을 따라갈 것이다. 병렬적 콘텐츠 확충이야 어떤 게임이든 다 하는 업데이트고 리스크도 없지만, 업데이트의 방향성 자체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 디테일한 로컬라이징은 확실히 매력적인 부분


Q. 최근 모바일 게임은 장르를 불문하고 '경쟁' 요소를 도입하는 추세인데, '천만관객돌파'에도 경쟁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가?

매일 밤 10시를 기점으로 시상식을 개최한다. 매일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영화나 작품성이 좋은 영화를 대상으로 여러 상을 수여하고, 이에 따른 보너스를 지급하게 되는데 이게 사실상 '천만관객돌파'의 랭킹 시스템이라 볼 수 있다.



▲ 관객 평가는 냉혹하다.


Q. 이번 작품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특별히 조심한 부분이나, 신경 쓴 부분이 있나?

개발과 서비스 과정 모두에서 늘 조심하고자 하는 부분은 확실히 있다. 게임 자체가 '영화'를 소재로 하고, 영화는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담는 미디어다. 그러다 보니 여러 시나리오에서 실존 영화나, 소설 등과의 유사점이 발견될 수 있다. '삼국지'와 같이 저작권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소재야 상관 없는 일이지만, 게이머가 봤을 때 비슷한 소재의 시나리오가 보여도 '베꼈다'라기보다는 '패러디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끔 노력했다.


Q. 출시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식 서비스에 앞서 게이머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나 서비스 전 각오를 들어볼 수 있는가?

우리 게임이 트렌드와는 조금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대세'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 있는 느낌 아닌가. 하지만 '천만관객돌파'는 RPG로 가득 찬 게임 리스트에 지친 게이머분께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천만관객돌파'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며, 비록 가상의 과정일망정, '영화 제작'이라는 과정이 충분히 흥미로운 소재라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 만전을 기해 준비했고, 최선을 다해 서비스할 것이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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