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해국 교수가 짚은 '게임이용장애' 등재의 의미와 전망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42개 |



이해국 교수(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가 어제(5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간담회에서 게임이용장애 등재의 의미와 전망을 짚었다. 해당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되었기에 참석자들의 현장 발언과 서로의 자료 등은 공유되지 않았다.

인벤이 입수한 이해국 교수의 문서에는 게임업계가 오해를 풀고, 가짜뉴스를 만들지 말며, 게임사의 자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최근 논란이 있었던 '게임산업이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는가'에 대해서 이 교수는 "각종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받아왔으며, 그 결과 게임 산업은 매출 10조의 핵심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했다"는 입장이었다.

이 교수는 문서에서 게임사가 "기업 중심 상업적 게임 위주의 불공정한 게임개발 및 콘텐츠 산업 생태계 문제 등이 게임산업의 가치와 인식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아닌지 되돌아보길 권한다"며 "내부의 이러한 비민주적, 불합리한 행태에 대한 문제 제기를 회피하려 ‘게임의 질병화’라는 사실 왜곡을 통해 존재하지도 않는 게임업계 외부의 ‘늑대’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 되묻기도 했다.

아래는 이해국 교수가 짚은 게임이용장애 등재의 의미와 전망에 대한 문서다. 이 교수의 주장을 왜곡하지 않기 위해 전문을 실었다. 다만, 게임중독, 게임과몰입, 게임사용장애, 게임이용장애 정도만 문맥에 따라 정리했다.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진단분류체계 등재의 의미와 향후 전망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해국
세계보건기구(WHO) 정신건강(중독)영역 자문위원
‘중독없는 세상을 위한 다학제연구협력 네트워크 중독포럼’ 상임이사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중독특임이사
국제행위중독학회지(JBA) 편집위원


ㅇ 기본적 입장

1. 세계보건기구의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진단 등재는 엄연히 현실에 존재하는 건강 문제에 대해 매우 가치중립적이고, 기술적이며, 자연스러운 국제 공중보건 대표 기구의 보편타당하고 일상적인 책임 있는 반응이다.

2. 이미 회원국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게임이용장애의 진단체계 등재에 대한 사실 왜곡과 가짜뉴스에 근거한 소모적 문제 제기를 중단하고, 건강시스템과 게임산업 시스템이 각각 이번 결정을 국민건강 보호,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게임산업생태계, 게임 이용자 보호 환경 구축의 계기로 삼아야 하며, 이를 위해 각각의 후속 조치에 대한 생산적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

3. 억지 프레임을 동원하여 본질을 흐리고 소모적 논쟁을 이어가지 않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ㅇ 세계보건기구 등 건강체계의 이번 결정의 의의와 배경

1. 이번 결정은 ‘게임의 중독적 사용으로 인해 일상생활 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를 질병으로 분류하여 적절한 건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보건의료, 건강체계 반응의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2. 그동안 게임은 미래 산업의 핵심 아이템으로 각종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받아왔으며, 그 결과 게임 산업은 매출 10조의 핵심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 성장 이면에서 ‘게임의 중독적 사용’ 행태로 인한 수많은 사건, 사고가 발생해 왔고, 청소년의 정신건강 발달상의 폐해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게임업계와 게임과몰입 예방 치유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의 중독적 사용에 대한 예방 및 대안적 환경을 구축해야 할 책무는 방기한 채,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위해 최소한의 정책 도구인 셧다운제도의 폐지에만 골몰해 왔을 뿐이다.

이러한 관련 부처, 업계의 불합리한 대처가 게임과사용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으며, 이러한 실존하는 건강 문제에 대한 보건의료 건강체계의 당위적 책임성이 이러한 결정의 가장 큰 배경이다.


ㅇ 게임이용장애 진단체계 등재의 필요성

1. 이미 학교 상담, 지역사회기반 상담서비스 체계, 보건의료복지서비스 체계에서 게임의 과도한 사용문제를 주 문제로 내원하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그러나, 방문하는 서비스 기관, 서비스 제공자에 따라 각기 표준화되지 않은 기준과 방법으로 이들을 평가하고 치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또는 현재에도 치료 서비스는 제공하고 있지만, 진단은 기타 충동조절장애나 공존질환으로 기록을 하기에, 정확한 문제의 크기를 통계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일차적으로 현존하는 병을 병이라고 부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던 ‘게임과몰입’이라고 소위 ‘퉁’쳐 부르던 것을 바꿔야 문제 심각도에 맞는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2. 즉, 게임의 중독적 사용상태 중 일상생활 기능의 심각하고 유의미한 손상이 발생한 가장 극단의 경우를 게임이용장애라고 정의함으로서, 상태가 심각하여 보다 집중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사람과 해당되는 서비스, 자기조절력 향상을 통해 게임의 중독적 사용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 사람과 해당 서비스, 건강하게 게임을 즐기는 사람과 이를 위한 서비스 등의 적절한 개발과 배치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게임산업의 가치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ㅇ 표준 질병분류체계등재 후 무엇이 어떻게 변하게 될까?

1.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에도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는 있지만, 말 그대로, 대상 문제에 대한 정의와 이에 걸맞은 서비스의 정의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진단분류체계 등재 이후로는 예방, 조기개입, 집중치료 수준에 맞는 각각의 표준화된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제공되게 된다.

2. 따라서, 이를 위해 새로운 서비스 체계와 공급자를 만들 필요는 없으며, 각 서비스 영역에 존재하는 실무자와 전문가들이 새롭게 정의되는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을 받을 필요가 있다. 또한 정확한 문제의 크기에 대한 자료 축적이 가능해져서, 서비스 수요와 이에 대한 정확한 공급계획의 추계가 가능해진다. 즉, 정확한 질병 수준의 역학조사 및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건강통계자료의 축적이 가능해져 다양하고 효과적인 예방, 치료정책 수립이 가능해진다.

3. 그러나, 그렇다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가 갑자기 늘어날 일은 없다. 현재 질병으로 등재가 되어 있는 ‘도박장애’도 추정환자의 0.2%만이 의료 기관의 치료를 받는다. 또한 병원에서의 치료도, 새로 등재된 질병코드로 기록하고, 기존의 정신행동건강 문제에 대한 기본적 면담치료와 약물치료 등을 제공하면 된다.

다만, 기존의 예방, 교육, 상담, 치료체계에 대한 보다 표준화된 질적 관리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중요하다.


ㅇ 게임업계 등(문화체육부 차관 기고문 등)의 사실 왜곡 관계, 확인

첫째,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일부 아시아 국가의 청소년에 국한된 연구를 근거로 재정되었다는 주장에 대하여

= 이러한 주장은 명백한 가짜뉴스다. 게임이용장애 관련 연구는 이미 질병으로 등재된 도박장애보다 2배 이상의 연구 결과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한다. 미국국립의학도서관 검색 플랫폼에만 4,000개 이상의 논문이 등록됐다. 또한,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유럽과 미주를 포함한 전 세계의 50개 장기추적연구, 이 중 2013년 이후 비아시아 국가 7개, 아시아 국가 2개를 근거로 질병 등재가 이루어졌다는 면에서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둘째, 게임이용장애의 원인이 게임인지, 개인인지, 환경인지 밝히지 않고 섣불리 등재했다는 주장에 대하여

= 알코올사용 장애, 우울증 등 많은 정신행동 장애는 일반적으로 원인과 무관하게, 병적인 현상 자체가 지속되는 상태를 기준으로 질병 기준을 제정한다. 우울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전 세계 연구자들이 수십 년을 밝혔지만, 아직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정신행동 건강 문제의 원인을 쉽게 특정화할 수 있는 Disease가 아니고, 일정 기간 지속되는 기능(order)의 이상(dis), 즉 Disorder의 개념이기에, 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그러기에, 이러한 질병으로서의 기능손상상태가 실존한다는 것을 근거로 진단체계에 포함이 된다. 이를 비건강영역에서 비판한다면, 이는 기본적 학제 간 예의의 문제다.


셋째, 게임이용장애를 통해 게임에 대한 규제와 게임세 등 죄악세를 징수하여 정신의학계가 이익을 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 세계보건기구는 의사 이익단체가 아니며, 의학, 보건학, 심리학, 간호학, 사회복지학 등 다학제 전문가들이 공중보건향상을 미션으로 일하는 도덕적 정당성을 매우 중시하며 엄격히 여기는 세계 최고의 공중보건대표 공익기관이다. 함께 일하는 세계 어느 누구도 이 기관이 정신과 의사의 이익을 위해 복무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또한, 알코올사용 장애 카페인사용 장애 등이 등재가 되어 있지만, 소위 죄악세가 별도로 부과되지 않고 있다. 게임이용장애 등재가 곧 죄악세로 이어지고, 규제로 이어진다는 것은 근거 없는 논리의 비약일 뿐이다.


넷째, 게임과몰입의 원인은 게임이 아니고,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통제, 스트레스는 외적 환경 요인이므로, 게임이용장애는 그 근거가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 논문으로 출간된 장기추적 연구 결과는 이러한 주장과는 반대로 오히려 ‘아이들의 과도한 게임사용이 부모의 과도한 간섭과 통제를 유발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게임과몰입을 유발하는 요인이 복합적이라는 것이 게임이용장애 등재를 반대하는 명분이 될 수도 없다.

특별히 게임산업협회가 근거라고 주장하는 게임이용장애 원인들은 논문과 같은 공식 연구 결과가 아닌, 이해관계 상충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보고서 형태의 자의적 해석일 뿐이다.


ㅇ 정부 부처 및 각계에 대한 요구

첫째, 세계보건기구의 결정에 대한 국내 적용은 철저하게 건강권 보장이라는 보건복지원리에 맞춰 건강전문가에 의해 그 후속 사업이 시급히 진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무조정실은 건강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우선적으로 국내 진단체계 적용을 위한 작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하는 한편, 부처 간 대립의 기계적 중재를 넘어, 관련 전문가들의 균형 있는 의견수렴이 가능한 협의체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게임산업진흥과 국민의 건강권 보호가 함께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보건복지부는 세계보건기구의 결정을 국내 건강예방치료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하여 의학, 보건학, 심리학, 간호학, 사회복지학 등 관련 전문 직역, 나아가 청소년, 가족, 놀이, 교육 영역 등이 총 망라된 전문가협의체를 별도로 구성하여 실질적인 후속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셋째, 게임업계는 전 세계 건강전문가의 공중보건에 입각한 노력을 무시하거나 왜곡하지 말고,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게임이용환경을 만드는 일에 나서고 이를 위해 보건의료전문가들과 협력하길 촉구한다.

넷째,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산업진흥부처의 편향된 정책에 치우치지 말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12조에 명시한 게임과몰입과 중독의 예방 치유업무에도 충실하여야 한다. 나아가, ‘게임만’ 하는 환경이 아닌, 진정으로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하는 ‘게임도’ 하는 균형 잡힌 문화체육놀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

다섯째, 우리 건강영역의 전문가들은 게임의 중독적 사용에 대하여, 예방부터, 조기개입, 상담, 집중치료까지 다양한 건강서비스가 빈틈없이 체계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나아가, 시민사회구성원과 함께 우리 아이들이 디지털과 아날로그, 즉각적 만족과 미래만족을 균형 있게 추구할 수 있는 게임사용환경과 사회환경을 갖추어 나갈 수 있도록 관련 기관, 학계, 단체들과 연대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ㅇ 특별히 게임업계 및 관련 부처에 바라는 말씀

게임업계는 매출 10조 규모다. 청소년이 가장 많이 즐기는 놀이 중 하나가 게임이다. 현재까지의 비즈니스 역사상 이렇게 청소년이 즐기며 주된 소비자층을 형성하는 산업은 없었다.

그러나 게임업계가 청소년의 용돈을 털어 아이템을 구입하도록 해서 얻은 수입 중 일부라도, 청소년을 위해, 게임소비자를 위해 어떤 사회적 책임을 지는 데 쓰고 있는지 묻고 싶다.

게임문화재단, 게임과몰입힐링센터, 게임이용자보호센터가 정말 게임소비자를 위한 사업인지, 아니면 게임업계의 영향력 아래에서 게임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를 피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이들 기관들을 설치해 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길 권한다.

한국 게임계는 인권 감수성이나 노동문제(게임업계 종사자들의 포괄임금제)에도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심심치 않게 대두된다. 사행성을 조장하는 게임을 계속 접하거나 지나친 폭력성과 선정성, 인권 감수성 없는 콘텐츠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이 성장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과학적 근거를 굳이 제시하지 않아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대기업 중심 상업적 게임 위주의 불공정한 게임개발 및 콘텐츠 산업 생태계 문제 등이 게임산업의 가치와 인식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아닌지 되돌아보길 권한다. 무엇이 게임산업을 위협하는 것인지 게임과 게임산업을 진심으로 아끼는 분들에게 묻기를 권한다.

내부의 이러한 비민주적, 불합리한 행태에 대한 문제 제기를 회피하려 ‘게임의 질병화’라는 사실 왜곡을 통해 존재하지도 않는 게임업계 외부의 ‘늑대’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길 권한다.

더구나, 성인 대상의 고액아이템판매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게임비즈니스모델을 감안하면, 질병코드 등재를 통해 단지 게임의 중독적 사용상태로 진행해버린 취약한 일부 게임이용자에 대한 보건의료복지상담서비스를 제공을 강화하는 것이 게임산업의 수익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기능성 게임의 존재나 게임의 장점과 인기를 게임 전체의 가치와 등치시켜, 게임의 중독성, 게임의 중독적 사용의 가능성을 부인하는 논리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러한 억지로 게임산업의 가치가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게임의 중독적 사용,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보건의료심리복지체계의 개입을 보장하는 것, 게임의 과도한 사용을 예방하고, 적절한 사용을 보장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게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게임산업의 지속가능성과 가치를 높일 수 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분류체계 등재로 근거 기반의 효과적인 예방과 치료서비스 제공이 촉진되면, 결국 그 잇점은 전체 사용자에게 돌아가며, 게임산업에도 이점이 있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부디 이 시간 이후로 소모적 공방을 중단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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