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콕] 폭력 음악 게임부터 관리 안 하는 건설 시뮬까지!

기획기사 | 박태학 기자 | 댓글: 6개 |


※ 인디콕은 격주에 한 번 연재됩니다.

게임 기자 하면서 가장 힘들 때가 언제인지 아세요?

'게임 불감증' 왔을 때입니다. 직업 특성상 여러 게임을 접해야 하는데, 스킨만 바꾼듯한 게임을 계속 접하다 보면, 어느덧 정신이 멍해질 때가 있어요. 이러면 정말 큰일이죠.

제 나름의 치료법(?)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저는 이 증상이 나타날 때 국내외 인디 게임에서 답을 찾곤 합니다. 나름 잡식성으로 여러가지 게임을 해봤다 자부하지만, 이 곳 게임들은 언제나 제게 신선한 재미를 주곤 했습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게임들이 저만 알고 있는, 다른 어디에도 소개된 적 없던 게임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평소 기사로 다루기엔 그리 중요해보이지 않는, 정말 소박한 게임들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이런 게임들을 모아 2주 단위로 소개하는 이유는, 좋은 인디 게임만이 줄 수 있는 기억과 영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잊혀진 채로 떠내려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게임들이에요. 제 생각엔.

물론, 인디 감성에 기대어 '꼭 사세요'라는 말은 안 할겁니다. 제가 봐도 별로인 건 그냥 솔직하게 말할게요. 기사를 읽고 '이런 게임도 있네' 정도만 생각하셔도 됩니다. 게이머 분들의 시야가 조금만 더 넓어진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 게임명 : Bad North
  • 개발 : Plausible Concept
  • 유통 : Raw Fury
  • 장르 : 전술 시뮬레이션, 로그라이트
  • 가격 : 11,620원 (스팀, 7월 30일까지)
  • 한국어 : 지원
  • 출시일: 2018. 11. 17


  • 작은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전술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병력을 이끌고, 땅을 침범하는 바이킹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배를 타고 상륙하는 적들에 맞서 미리 상륙 지점에 나가 대기하고 있을지, 고지대에 잠복해 급습하는 전술을 쓸지 모두 플레이어의 결정에 달렸죠.

    Bad North는 지금까지 나온 전략, 전술 게임과 비교해 봐도 지형이 가장 작은 편에 속합니다. 게다가 섬 구조는 물론, 배치된 지휘관 및 병사 역시 매번 랜덤으로 바뀌죠. 병과는 보병, 궁수, 창병 딱 3가지로 각자의 특성은 물론, 지형까지 고려해 병력 손실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방패를 들어 멀리서 날아오는 화살을 막는다던가, 고지대에서 뛰어내리며 적을 기습하는 병사 등, 단순한 그래픽이지만 의외로 전투 연출이 다채롭습니다. 형식적인 UI를 최소화하고 캐릭터의 행동으로 상황을 표현하는 방식을 요즘 외국 인디 게임들이 자주 쓰는데, Bad North 역시 그런 모습이에요.

    다만, 로그라이트라는 장르가 무색하게 반복 플레이의 매력이 크지 않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전투 자체는 재미있지만, 그 외 파고들만한 콘텐츠가 없는데다 게임의 중심이 될 만한 스토리도 딱히 없어요. 매번 랜덤 상황이라고 해도, 적의 공격 패턴 변화에도 한계가 있기에 게임에 적응될 때 쯤이면 난공불락의 사령관으로 강제 진급할지도 모릅니다. 목표가 흐려지면 재미도 흐려지는 법인데, 여기서 Bad North는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진 못했어요.

    계속 붙잡을만한 게임은 아니지만, 가끔 꺼내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 할인율이 좀 아쉽긴 하나, 지금 사더라도 제 멱살을 잡을 것 같지는... 않아서 조심스럽게 추천 리스트에 올려봤습니다.

    Bad North 스팀 페이지













  • 게임명 : APE OUT
  • 개발 : Gabe Cuzzillo 외 2인
  • 유통 : Devolver Digital
  • 장르 : 액션
  • 가격 : 11,200원 (스팀, 7월 29일까지)
  • 한국어 : 지원
  • 출시일: 2019. 2. 28


  • 그냥 미친 고릴라 탈출하는 컨셉 정도만 해도 충분히 특이한 게임인데, 개발팀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모습입니다. 이 게임의 진가를 느끼려면 소리를 꼭 켜야 해요. BGM이 단순히 게임 분위기 만드는 요소로 끝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의 행동 그 자체를 표현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APE OUT의 BGM은 재즈를 기반으로 합니다. 예전에 아버지 카세트 테이프에서 들었을 법한 그런 부드러운 재즈는 아니고요. 딱 액션 게임에 맞는, 청취자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그런 음악이에요. 영화 '위플래쉬'를 본 게이머라면 무슨 말인지 아실겁니다.

    그냥 들어도 절로 흥이 나는 이 음악은, 플레이어가 처한 현 상황을 그대로 '들려'줍니다. 드럼은 경비대와의 전투 템포에 맞춰 연주되고, 적을 집어 던질 땐 심벌 소리가 양념처럼 울려퍼지죠. APE OUT의 액션은 그 자체로도 완성도가 높지만, 음악을 연주하는 일종의 장치라는 점에서 새로운 게임 디자인을 제시했습니다.

    만약 재즈 음악에 별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건 없습니다. 그냥 액션 게임으로서의 가치만 놓고 보더라도 제법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만큼 구성이 좋으니까요. 플레이타임이 그리 긴 게임은 아닙니다만, 짧고 굵은 재미를 원한다면, 이만한 게임도 드뭅니다. 아, 그리고 이거 생각보다 어려워요. 시작하기 전,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APE OUT 스팀 페이지










  • 게임명 : Gato Roboto
  • 개발 : doinksoft
  • 유통 : Devolver Digital
  • 장르 : 플랫포머 액션, 메트로배니아
  • 가격 : 8,500원
  • 한국어 : 지원
  • 출시일: 2019. 5. 10


  • 2시간 남짓의 짧은 플레이 타임이지만, 알찬 구성이 돋보이는 게임. 일단 플랫포머 액션의 기본 미덕인 조작감이 뛰어납니다. 메트로배니아식 구성 역시 크게 흠잡을 부분이 없어요. 게다가 고양이는 귀엽죠.

    고양이 좋아한다면 추천. 플랫포머 액션 좋아한다면 추천. 스토리 중시한다면 비추천. 이 게임에서 스토리는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만약 스토리를 좀 더 강조하고 싶었다면 굳이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쓰지도 않았을 거예요. 주인의 로봇 수트에 탄 고양이가 불시착한 행성을 탐색하며 여러 위험을 헤쳐나가고, 다른 병사들을 구해낸다... 정도만 알면 됩니다. 아니, 그냥 별 생각없이 해도 플랫포머 액션 팬이라면 재미있게 할 수 있어요.

    딱 거기까지. 그 이상을 바라면 안 돼요. 전 메트로배니아 게임을 할 때, 맵 탐험에서 오는 재미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데 Gato roboto는 보시다시피 그래픽이 참 단순하죠. 좀 많이 거슬러올라간 레트로 풍을 표방했다고는 하나, 다채로운 지형 표현엔 무리가 있어 보였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짧은 시간 몰입해 즐기는 데는 부족함이 없습니다만, 이 게임으로 7월을 마무리짓겠다 한다면, 다른 게임을 먼저 추천드립니다.

    Gato Roboto 스팀 페이지










  • 게임명 : ISLANDERS
  • 개발 : GrizzlyGames
  • 유통 : GrizzlyGames
  • 장르 : 건설 시뮬레이션, 퍼즐
  • 가격 : 6,500원
  • 한국어 : 미지원 ▶ 지원
  • 출시일: 2019. 4. 4


  • * 8월 17일자로 한국어가 정식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심시티, 시티즈 스카이라인 해보신 분들이라면 건설 시뮬레이션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잘 아실 겁니다. 말 그대로 최고의 도시를 만드는 건데, 이게 어디 쉽나요. 의료, 소방은 물론 교육 환경에 대중 교통에... 신경써야할 게 산더미입니다.

    ISLANDERS는 이런 건설 시뮬레이션의 공식을 따르지 않습니다. 건물이 주어지면, 그 건물을 적절한 위치에 세우면 되죠. 그게 끝입니다. 전력이나 수도 공급 이런 거 신경쓸 필요 없습니다. 말 그대로 '건설'만 하면 됩니다.

    한데 이게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닙니다. 각 건물은 주변 환경 및 기존에 세워진 건물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이 효과의 크기에 따라 점수를 받습니다. 점수가 올라가면 건설 가능한 새로운 건물이 열리죠. 즉, 아무렇게나 배치해선 절대 클리어할 수 없고, 최대한 높은 점수를 받도록 머리를 써야 한다는 거죠. 즉, 외형는 건설 시뮬레이션이지만, 이를 풀어가는 게임플레이는 퍼즐 장르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러한 요소 덕에 ISLANDERS가 심시티, 시티즈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깊이있는 게임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대신 언제 해도 새로운 느낌이 들도록 랜덤맵 시스템을 채용했어요. 이러한 요소가 '보는 맛'이 있는 건설 시뮬레이션 장르와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반복 플레이의 지루함을 덜어내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조금 머리를 써야 하는 게임이기는 하나, 머리를 쥐어짤 만큼 어렵진 않으니 힐링 게임으로 추천합니다.

    ISLANDERS 스팀 페이지













  • 게임명 : Forager
  • 개발 : HopFrog
  • 유통 : Humble Bundle
  • 장르 : 시뮬레이션, 생존, 롤플레잉
  • 가격 : 20,500원
  • 한국어 : 지원
  • 출시일: 2019. 4. 19


  • "Forager는 젤다의 전설 과 테라리아, 스타듀 밸리 &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오픈월드 탐험 게임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소개 문구의 첫 문단입니다. 참 적절한 설명이에요. 클래식 젤다의 전설에서 볼 수 있는 퍼즐 및 전투 구성은 물론, 테라리아나 마인크래프트의 제작 시스템도 볼 수 있거든요. 농사가 주요 콘텐츠란 점에서 스타듀 밸리의 향기도 나고요.

    그렇다고 Forager가 그저 그런 짬뽕 게임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스킬 기반의 흥미로운 전투, 제법 머리를 써야 하는 퍼즐, 후반부의 공장(?) 시뮬레이션 등 게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수준급의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나쁘게 보면 노가다, 좋게 보면 파고들 요소도 충분하기에 플레이타임도 인디 게임치고 제법 긴 편이고요.

    Forager의 가장 큰 장점은 현재까지도 업데이트가 매우 활발한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류의 게임은 콘텐츠 업데이트가 곧 게임의 수명인 만큼, 앞날도 밝은 편이죠. 다만, 지금 가격은 제가 생각해도 솔직히 좀 비싼 감이 있으니, 추후 세일 시즌을 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Forager 스팀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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