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협회의 이상한 K-논리

칼럼 | 이두현 기자 | 댓글: 85개 |



논리학에 '훈제청어(Red herring)'라는 말이 있다. 후각을 마비시켜 사냥개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행위, 그러니깐 논점을 흐리기 위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일종의 대화 기법이다. 지난 4일 한국게임산업협회(협회장 강신철) 관계자가 모 언론사와 인터뷰한 내용을 듣다 보니 이 말이 생각났다.

이 협회 관계자는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보니 아직까지 게임이 학업을 방해하는 인식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라며 "그래서 이런 규제 법안이 시작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24시간, 전 세계 게임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무한경쟁에서 법으로 인해 뒤처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 중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관해 입장을 묻는 과정에서 나왔다.

전형적인 논점 흐리기 발언이다. 협회 발언이 여성가족부가 주도하는 '셧다운제'에 관한 의견이었다면 적절했다. 그러나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에 관한 의견으론 잘못됐다.

규제 대상부터 틀렸다. 게임이 아니라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는 것이다. 학업에 방해되어서가 아니라 과도한 사행성 논란 때문이다.

24시간 전 세계 게임유저를 대상으로 한 무한경쟁에서 뒤처진 거란 의견도 낯 뜨겁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 국내 등재 이슈였다면 옳은 의견이다. 그런데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관해서는 다르다. 전 세계 게임시장을 K-가챠로 선도할 계획이었을까.

이번 전부개정안 초안은 게임산업 진흥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했다. 확률형 아이템을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은 지난해 5월 박양우 당시 장관이 발표했다. 박양우 장관은 게임업계 숙원이었던 PC 온라인 게임 월 결제 50만 원 한도를 풀었다. 게임사에 세제혜택을 줘야 한다는 발언도 여러 차례 했다. 이 규제 해소로 박양우 장관은 게임산업에 친화적인 인물로 평가받았다.




이상헌 의원이 게임산업을 부정적으로 본다고 보기도 힘들다. 이상헌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부터 e스포츠 관심 촉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 신중함 요청, 중국 판호 문제 촉구, 지역 e스포츠 경기장 문제점 지적, 샤이닝니키 한복 동북공정 지적 등 꾸준히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의정활동을 이어갔다.

실제로 해당 인터뷰가 나온 뒤 이상헌 의원실은 협회 관계자 발언에 유감을 표시했다. 이상헌 의원실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와 학업 방해가 무슨 상관성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리고 미성년자보다 성인의 과금률이 훨씬 높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임에 친화적인 의정활동을 꾸준히 해온 국회의원을 상대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에 매우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해당 인터뷰 발언 앞뒤 맥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별도의 답을 하지 않았다. 협회가 게임업계의 이익과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직면한 현실을 바라보지 않고 딴소리를 하는 것이 과연 업계를 대변하는 길일까. 그저 수상한 냄새만 풍기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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