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24] 유머와 캐릭터가 만들어낸 '데이브 더 다이버'의 매력

게임뉴스 | 김규만 기자 |


▲ 황재호 민트로켓 디렉터

현지시각 2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중인 GDC 2024에서는 넥슨 민트로켓의 황재호 디렉터가 '데이브 더 다이버' 속 유머와 캐릭터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황재호 디렉터는 '데이브 더 다이버'의 개발 비화를 소개함과 동시에, 개발 과정에서 만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캐릭터와 유머가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조언했다. 이를 증명하듯, 그는 강연에서도 특유의 유머를 발휘하며 청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 낮과 밤을 주축으로 구성된 '데이브 더 다이버'의 코어 루프

강연을 시작하며, 황재호 디렉터는 '데이브 더 다이버'가 다이빙과 초밥집 경영, 두 가지 다른 장르를 합한 게임으로 탄생한 과정을 공유했다.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게임"이라는 게이머의 코멘트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디자인 결정 과정이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한 그는 "개발 당시 팀에 특정 장르에 깊은 조예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새로운 재미를 만들고 싶었던 부분이 크다"고 전했다.

그렇게 시작한 '데이브 더 다이버'의 초기 프로토타입은 심해를 던전, 그리고 물고리를 루팅하는 아이템으로 상정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다이빙을 하는 플레이어가 고기를 잡아 돈만을 버는 것은 너무 일차원적이고, 또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생선을 포획하는 시스템과 함께, 밤에 운영하는 초밥 집이 덧붙여지게 됐다.

낮에는 심해에 뛰어들어 생선을 포획하고, 밤에는 잡은 물고기로 초밥집을 경헝하고, 이를 통해 축적한 재화가 상위 콘텐츠로 이어지는 코어 루프는 재미있게 들렸지만, 여기에도 또 고민은 많았다. 그것은 심해라는 콘셉트가 갖는 고질적인 문제점이기도 했다.

황재호 디렉터는 첫째로 바다에서 마주치는 물고기들이 플레이어에게 달려들거나, 또는 무는 것 밖에 못한다는 점을 꼽았다. 물고기의 제한된 움직임은 곧 액션의 다양성을 줄 수 없다는 것이기도 했다. 거기에 수중에서는 캐릭터의 움직임을 느리게 표현할 수밖에 없고, 점프나 달리기 등 갑작스러운 동작을 추가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캐릭터의 움직임을 빠르게 한다면 바다 속에서 잠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잘 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반복적인 다이브와 요리 사이에서 느껴질 지루함 또한 해소할 요소였다.



▲ 심해의 속성, 지루함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입된 다양한 사이드 콘텐츠

이를 타파하기 위해 결정한 것이 최대한 다양한 사이드 콘텐츠를 넣는 것이었다. 황재호 디렉터는 유사한 사례로 세가의 '용과 같이' 시리즈를 꼽았다. 코어 게임플레이의 재미를 유지하면서, 주변 활동을 더해 플레이어게 추가저인 재미를 전하는 접근 방법이다. 그렇게 추가된 농작물 재배, 해마 경주, 수집 도감 등은 지루함을 덜어줌과 동시에 핵심 게임플레이와 시너지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됐다.

이어 그는 초기 개발 과정에서, 특히 플레이어에게 게임의 기능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겪은 문제를 공유했다. 초반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테스터 피드백이 많았던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팝업 형태로 뜨는 튜토리얼을 추가해보기도 했지만, 돌아온 것은 튜토리얼을 모두 스킵해 버리는 플레이어의 모습이었다.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튜토리얼을 지원하지 않으면 게임 플레이에 어려움을 느끼고, 또 일반적인 게이머들은 튜토리얼을 무의식중에 스킵해 버리는,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을까. 황재호 디렉터는 여기에서 '캐릭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 아무도 튜토리얼을 읽지 않는데, 게임은 어려워하면 어떻게 하지?



▲ 캐릭터를 통해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방법이 유효했다고 한다

딱딱한 형태로 게임의 기능을 설명하는 튜토리얼 대신, 특징적인 캐릭터를 도입해 스토리 진행과 시스템 해금을 연결하는 것으로 플레이어가 보다 자연스럽게 기능을 이해하도록 할 수 있었다는 것이 황재호 디렉터의 설명이다. '반쵸', '데이브', '코브라' 같은 주요 인물들 사이에 오고가는 대화와 상황에 따라서, 게임의 핵심 콘텐츠인 물고기 포획이나 초밥 판매 등의 시스템을 익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이후에도 초밥 주인 '반쵸'의 과거와 관련된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는 것으로 '특별 손님', '종업원 채용'등 시스템을 소개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데이브 더 다이버 속 캐릭터들을 자세히 보면 각각 기능에 따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카드 수집가인 '사토상'을 들 수 있다. 황재호 디렉터에 따르면 카드 수집 시스템은 리스크를 안고 심해로 들어가기를 꺼리는 이용자들에게 심해에 들어갈 동기를 부여할 목적으로 개발되었는데, 이를 보다 유머러스하고 부드럽게 소개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디자인으로 사토상을 그려냈다.



▲ 그야말로, 수집 기능을 설명함에 있어 손색이 없는 캐릭터 디자인이라 하겠다

그러나, 기능을 하나씩 소개할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를 계속 등장시키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황재호 디렉터는 이와 같은 고민을 해결하는 데 '유머'가 큰 역할을 한다고 내다봤다. 일본 코미디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보케(엉뚱한 행동을 하는 역할)와 츳코미(엉뚱한 사람의 행동을 바로잡는 역할)를 바탕으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에게 보케의 역할을 주인공인 데이브에게 츳코미의 역할을 맡기며 보다 역동적인 관계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다.

컷씬 또한 픽셀 그래픽 게임에서 이용자의 감정 이입을 강화하기 위해 유용한 수단이었다. 캐릭터의 개성을 일일이 표현하는 대신 유머러스한 컷씬으로 전달하면서, 이용자들이 점점 캐릭터 자체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수 있었다는 것이 황재호 디렉터의 설명이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지난해 글로벌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였는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게임' 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 게임은 낮에 죽음을 무릅쓰고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고, 밤에는 이상한 손님이 찾아오는 초밥집을 운영하느라 정신이 없는 게임이다.

황재호 디렉터는 "이처럼 쉽지 않은 게임임에도 많은 이들이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캐릭터와 유머를 통해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며, "'동물의 숲'도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너굴이 플레이어를 빚더미에 앉히는 걸 현실 세계에서 당했다고 생각하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포탈'의 감자나, 파이널 판타지7에서 여자 옷을 입은 클라우드를 생각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는가. 플레이어에게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순간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들은 여러분의 게임을 생각보다 오래 기억해 줄 것 이다"라며, 전 세계의 팬들이 보내 온 '데이브 더 다이버'의 팬 아트가 그려진 슬라이드와 함께 강연을 마무리했다.



▲ 플레이어는 웃음을 지은 순간을 생각보다 오래 기억한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