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잘 미친 게임, 매드월드

리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12개 |



HTML5 기반. 인터넷만 연결된다면 PC와 모바일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작품. '매드월드'의 알파테스트가 24일 마무리됐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클라이언트 설치형 PC MMORPG와 비교해도 몇몇 부분은 더 뛰어난 모습이었다. 반면, 예상하지 못했던... 그러니까 기본기 면에서 의외의 약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매드월드'는 게임 제목답게 한 숟갈쯤 미친 맛이 살아있는 게임이었지만, 보다 확실한 성공을 조준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많아 보였다. 알파 테스트 체험해보고 느낀 점을 지금부터 풀어보겠다.









분위기
이번 알파테스트를 제외하고, 가장 최근에 해본 빌드는 2017년 10월 말에 진행된 할로윈 스페셜 테스트 버전이었다. 당시 기억을 되짚어보면, 매드월드는 북미 감성의 스타일리시한 그래픽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럭저럭 귀여운 맛이 살아있던 게임이었다. 즉, '그로테스크'와는 약간 거리감이 있었다.

반면 이번에 체험한 알파 테스트 버전은 튜토리얼부터 강렬한 분위기로 긴장감을 자아냈다. 산처럼 쌓인 시체 사이를 헤집고 나오는 주인공의 모습은 이 게임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편린에 불과하다. 튜토리얼을 지나도 이런 분위기는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 이어진다.






▲ 스웩 넘치는 튜토리얼


처음 도착한 마을, 시체 정리로 부산한 NPC의 얼굴은 과거 행적을 의심케 할 만큼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 옆 NPC도 무슨 일을 겪었는지 나이대보다 지능이 한참 모자라 보였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NPC도 만났다. 체험하는 동안 약 네다섯 군데의 거점을 지나쳤고 그 이상으로 많은 NPC를 만났지만, 행복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녀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필드 디자인 또한 NPC 못지않게 비범했다. 군데군데 시체가 즐비한 벌판(심지어 시체는 대부분 훼손되어 있었다), 약품 냄새와 썩은 내로 가득한 연구실, 치안대 말 안 듣는 NPC가 줄줄이 매달린 사형장 등, 개발진이 이거 만들 때 뭘 참고한 걸까 의문이 들 만큼 강렬한 배경이 연이어 펼쳐졌다.

몬스터 디자인도 예외는 없었다.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게 여우였는데, 이마저도 특정 장소의 여우는 감염된 토끼 사체를 뜯어먹고 몸이 반쯤 썩어버린 상태였다. 그 외 몬스터는 이미 태생부터 정감 있는 비주얼은 아니었다. 특히, 보스는 크툴루 신화가 연상될 만큼 그로테스크한 디자인의 정점을 보여줬다.



▲ 처음 만난 NPC라 분명 반가워야 하는데...



▲ 겨우 두 번째 마을인데 이미 말이 필요없는 분위기.



▲ 이쯤 되면 맨정신 유지하는 플레이어 캐릭터가 대단하다.



▲ 뒤틀린 황천에서 끄집어낸 것 같은 첫 번째 보스.


하드코어 감성을 그래픽으로만 풀었다면 그저 겉멋에 불과했겠지만, 다행히 매드월드는 특유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여러 구성 요소를 다채롭게 활용했다. 그중 네러티브가 가장 대표적인데 메인 퀘스트는 물론, 서브 퀘스트 역시 매드월드만의 색감을 위해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한평생 손자만을 바라본 할아버지의 마지막 유언으로 '영원히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아, 죽었군요?' 대답하는 손자, 세금을 낼 수 없어 밤마다 성추행에 시달리는 여자, 노인들을 돕는 척하며 남몰래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사이코패스 청년의 이야기 등, 각 퀘스트는 기존의 국산 MMORPG에서 보기 드문 사연으로 가득 채워졌다. 심지어 메인 퀘스트를 주는 치안대 대장조차 권력에 취해 마을 주민들을 하대하는 '썩은' 인물로 묘사된다. 수십여 개의 퀘스트를 진행했지만, 밝은 분위기로 마무리되는 퀘스트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매드월드가 어떤 유저층을 지향한 게임인지, 또 개발진이 그들의 니즈에 맞추기 위해 어디를 강조했고 어디를 희생했나 보이는 단면이다.



▲ 개발팀은 뒤가 궁금해지는 스토리가 무엇인지 잘 알고있는 게 분명하다.


대부분의 퀘스트에 선택지가 주어진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흐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선택지도 있지만, 몇몇 퀘스트는 선택에 따라 결과 자체가 바뀐다. 특히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이러한 선택지가 단순히 선과 악의 논리가 아닌, 플레이어의 양심과 가치관을 자극한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비추어보면, 이런 유형의 퀘스트를 탑재한 MMORPG는 드물었다. 주로 패키지 게임, 특히 '발더스게이트'나 '위쳐' 같은 서양식 RPG에서 자주 보였다. 매드월드가 그 작품들만큼 깊이 있는 시나리오를 보여준다는 말은 아니다. 그래도 최소한 기억에 남는 시나리오를 짜고자 노력했다는 점에서 박수받을 자격은 충분하다.

결론을 내보자. 이제 알파 테스트 버전임에도 매드월드의 분위기는 충분한 깊이감을 보여줬다. 그래픽, 사운드, 네러티브를 포함한 게임의 핵심 구성요소를 분위기 구현에 모두 쏟아부은 결과인 데다, 하나하나 그려서 완성한 특유의 아트 덕분에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아이덴티티를 확보했다. 물론, 이런 하드코어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는 유저도 분명 있기에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자신의 취향에 맞는다면 그것만으로도 한 번쯤 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른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






HTML5
서문에서 말했듯, 매드월드는 개발 토대가 HTML5라는 면에서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다. PC와 모바일을 넘나들며 동일한 퀄리티의 MMORPG를 즐길 수 있고, 웹 브라우저가 켜지는 환경이라면 별다른 제약 없이 게임플레이가 가능하다. 덕분에 요즘 게임들과 비교하면 기기 요구 사양도 낮은 편이다. 보급의 용이함만 놓고 본다면, 딱히 단점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다.

특히, 별도의 설치 과정이 없다는 점은 기대 이상으로 편리했다. 검색창에 '매드월드' 치고 사이트 들어가 게임에 접속하기까지 2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거대한 용량의 PC MMORPG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만족감은 배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SSD 설치하고 윈도우 부팅했을 때의 그 감정과 비슷했다.

HTML5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은 아니며, 이를 활용한 게임이 없었던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다만, HTML5 게임 대다수가 방치형 혹은 디펜스 같은 간단한 형태에 머물러 있었고, 매드월드 수준의 볼륨감을 보여준 작품은 사실상 없었다. 매드월드가 성공할 시 HTML5 게임의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후발주자들이 따라올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수 있다는 면에서 매드월드가 짊어진 짐은 절대 가볍지 않다. 이번 테스트에 모바일 버전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다음 테스트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길 바란다.



▲ 사실, 대다수 게이머들에겐 이것이 가장 큰 장점일지도 모른다.







게임플레이
분위기 면에서 호불호가 갈리지만, 어쨌든 취향만 맞는다면 충분히 평가받을 가치는 있다. 하지만, 게임플레이로 넘어가면 이야기의 온도는 달라진다. 다소 고전적인 게임플레이를 차치하더라도, 현시점 매드월드의 시스템에는 여러 문제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작은 것부터 꺼내 보자. 미니맵을 비롯한 전반적인 인터페이스는 요즘 스타일의 게임과 큰 차이가 없다. 핵앤슬래쉬 MMORPG 해본 유저라면 1분 안에 적응할 수 있다. 다만, 고기나 버섯 뭉치를 요리할 때 하나하나 클릭해서 구워야 한다는 점, 전체화면을 한 상태에서 ESC키를 눌러 캐릭터 창을 닫으면 전체화면까지 풀리는 점 등 편의성 부분에서 보완해야 할 게 눈에 보였다. 물론, 정식 테스트 전까지만 해결된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



▲ 오케이, 적응 완료.


이제 좀 더 큰 문제를 얘기해보자. 실제 게임을 해본 결과, 캐릭터 이동속도가 너무 느리게 느껴졌고 덕분에 전반적인 게임 진행 속도까지 늘어지는 듯했다. 아이템 옵션 중 이동속도를 올려주는 게 있기는 하나, 몇 개를 착용해도 별 차이는 없었다. 아니, 애초에 아이템으로 증가되는 이동수치는 '적당함'을 '쾌적함'으로 바꿔주는 걸 기준으로 잡아야 하는데, 매드월드는 '불편함'을 '적당함'으로 맞춰주는 수준이다.

이는, 후술할 전투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클래식 MMORPG에서 모티브를 따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성인 지향 MMORPG에 친숙한 3040 세대를 조준했다 하더라도, 그들이 과거의 불편함까지 이해해주길 바라면 안 된다는 점에 있다. 옛날에 불편했던 건 지금 해도 불편하다. 매드월드의 필드 곳곳에 이동속도를 올려주는 식물이 있는데, 이 효과를 받아야만 그나마 납득할만한 이동속도가 나온다. 물론, '불편'하지 않은 수준이니 그 이상을 바라진 말자.



▲ 저 풀이 게임 진행 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타격감은 무난한 편으로, 크게 흠잡을 부분은 없다. 다만, 게임 내 액티브 스킬의 효율은 기대 이하로, 평타 위주의 전투가 반쯤은 강제됐다. 스킬을 평타처럼 쓰는 '디아블로'같은 게임을 바란 건 아니지만, 전투 상황을 좀 더 극적으로 만들어주는 스킬을 초반에 더 많이 배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스킬 사용 후 미묘하게 공격이 입력되지 않는 키렉 비슷한 게 있기에, 그냥 스킬 포기하고 평타 계속 쓰는 게 누적딜 면에선 더 좋게 느껴졌다.

클래스는 시작할 때 정하는 게 아니라, 육성 방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분된다. 패시브 스킬 트리는 '패스 오브 엑자일'의 그것과 유사하며, 스킬 포인트를 어느 가지에 투자하냐에 따라 캐릭터의 클래스가 지정되는 형태다. 특정 패시브 스킬 트리에 투자한 스킬 포인트 수량에 따라 액티브 스킬이 열린다.



▲ 멀리서 보면 이런데...



▲ 확대하면 꺾이는 점 하나 하나가 다 스킬이다.


기자는 늘 해오던 대로 첫 캐릭터를 전사로 키웠는데, 매력적인 액티브 스킬이 없었다. 그래서 궁수 클래스를 새로 육성했는데, 여기에도 눈에 띄는 스킬이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졌다. 디아블로나 패스 오브 엑자일, 토치라이트 등에서 보였던 개성 넘치는 스킬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지나치게 정적인 스킬 효과는 게임의 느린 템포와 맞물리며 궁극의 심심함을 완성했다. '고렙 되면 개성 있는 스킬 많아요!'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난 그런 개성적인 스킬, 저렙부터 쓰고 싶다. 나만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스탯 포인트는 캐릭터가 레벨업 할 때마다 일정량이 제공되지만, 스킬 포인트는 맵에 퍼져있는 비석을 만져야만 얻을 수 있다. 비석은 캐릭터 육성 동선에 맞춰 배치됐고, 이를 따라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알파 테스트 기준으로 스킬 포인트 제공량은 약간 짠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이는 개발 과정에서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밸런스
현재 매드월드의 가장 큰 문제는 각 클래스의 밸런스 편차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거리 클래스가 마법사, 궁수와 같은 원거리 클래스와 비교하면 지나칠 만큼 불리하다. 원거리 클래스에 비해 맷집이 압도적으로 좋은 것도 아니요, 대미지 차이도 유의미할 정도라 부르긴 어렵다. 근접전 특성상 한 방에 죽이지 못한다면, 어느 정도 대미지 들어오는 걸 각오하고 싸워야 하는데, 매드월드의 몬스터는 처음 만나는 거미부터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대미지를 선사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몬스터가 선공형으로 봐도 될 만큼 호전적이다. 이렇다 보니 필드에 기어 다니는 유저들이 어딜 가나 보였고, 서로서로 일으켜주며 끈끈한 정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은 개발진조차 의도하지 않았던 장점이긴 하다.

대미지를 극대화해 한 방에 몬스터를 죽일 수 있다고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컨트롤에 온 신경을 집중하지 않는 이상, 일단 붙으면 어떻게든 한 대 맞는 경우가 흔했다. 이에 따라 원거리 클래스와 비교해 체력 회복 아이템 소모량이 훨씬 많은데, 이는 성장 과정에서 모은 재화의 총액 차이로 귀결된다. PvE에서 궁수가 유리한 MMORPG는 그전에도 있었지만, 매드월드의 격차는 기존 게임들과 비교해도 훨씬 크다.



▲ 일단 두 마리 이상 붙으면 손가락이 바빠진다. 잠깐 쉬면 이렇게 된다.


이동과 공격 사이의 딜레이가 거의 없다는 점은, 안 그래도 강한 궁수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매드월드의 평타 공격 조건은 두 가지로, 하나는 몬스터를 직접 클릭하는 방법이며 다른 하나는 스페이스 바를 눌러 가장 가까이 있는 적을 자동 공격하는 것이다.

문제는 마우스로 이동하면서 스페이스 바를 연타할 경우에 발생한다. 이러면 화살 쏘는 동작이 사실상 스킵 되어 이동과 공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데, 쉽게 말해 근거리 클래스가 절대 못 잡는 몬스터를 궁수는 단 한 대도 안 맞고 죽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동 - 공격 간 동작에 구분감을 두던가, 근거리 클래스 육성 스킬 트리에 대미지 감소 관련 어드밴티지를 주던가, 클래스에 필요한 스탯을 세분화해 재조정하는 방향으로 밸런스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 "아, 전사!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지"








미쳐서 멋진 게임
작금의 매드월드를 뛰어난 게임이라 말하긴 이르다. 다만, 개발사에서 강조했듯 아직은 알파 테스트에 불과하므로 상기한 문제점들 대부분 정식 버전에선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번에 테스트해 보니, 밥상부터 뒤엎어야 할 만큼 커다란 문제점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 편으론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고백하고 싶다. 요즘 게임 시장에서 독창성 찾는 게 무슨 의미인가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아이디어는 실종됐고, 설령 기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하더라도 이를 실행에 옮기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게임 평가하며 사는 직업인 만큼 쉬지 않고 참신함을 찾아 헤맸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런 게임 안 나오더라도 누굴 탓할 수 없다는 현실에 점차 적응해가던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인원 50명도 안 되는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데뷔작으로 이런 미친 게임(물론, 좋은 의미로)에 도전한다는 사실은 내게도 새로운 자극이 됐다. 이들은 기존의 국산 MMORPG와는 근본부터 다른, 대중의 시선으로 볼 때 '제정신이야?'라는 생각이 들 만큼 선 굵은 게임을 만들고 있다. 말이 쉽지,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다.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이후 국내 게임업계를 되짚어볼 때 누군가에게 한 번 쯤 회자될 수 있는 게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잔디소프트에 감사와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고 싶다.

* 핵심 요약

+ 어느 곳 하나 평범함을 거부하는 그래픽.
+ 높은 시나리오 몰입도.
+ HTML5는 기대 이상으로 편리하다.

-- 어딜 봐도 평범한 액티브 스킬.
-- 느린 캐릭터 이동속도.
-- 클래스 간 밸런스 편차는 꼭 고쳐야 한다.


▲ '매드월드' 사냥 및 보스전 게임플레이 영상 (약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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