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스토브] 한 필 붓으로 그려낸 퍼즐

리뷰 | 김수진 기자 | 댓글: 3개 |

먹으로 그려낸듯한 아름다운 퍼즐


린, 퍼즐에 그려진 소녀 이야기는 수묵화의 느낌이 물씬 나는 게임이다. 아니 물씬 수준이 아니라 정말 그냥 먹에 담갔다 뺀 듯한 정도로 동양적인 색채가 가득하다. 그렇다고 그래픽만 뛰어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사운드에, 아름다운 작화에, 먹으로 그려낸 배경 속에서 붓으로 슥슥 칠한 퍼즐을 풀고 있자면 직접 화첩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게임 속에서 풍류를 즐긴다면 마치 이런 게 아닐까.




게임명: 린, 퍼즐에 그려진 소녀 이야기
장르: 퍼즐
출시일 : 2020. 12. 1.
개발 : DOTORIS
배급 : CAPERS
플랫폼: PC(Stove, Steam)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퍼즐




부드럽고 아름다운 그래픽이 눈을 홀리지만, 린은 퍼즐 게임이다. 게임 명부터 ‘린, 퍼즐에 그려진 소녀 이야기’다.

그런 만큼 메인 콘텐츠인 퍼즐에 신경을 꽤 많이 썼다는 것이 느껴진다. 난이도는 개인적으로 어려운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못 풀 정도로 극악의 난이도는 아니다.

일단, 힌트를 마음대로 볼 수 있다. 물론 힌트가 직접적으로 답을 주는 건 아니다. 그러나 풀이 방법에 대해 은근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충분히 유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퍼즐의 방식은 간단하다. 한붓으로 슥 그려낸 듯한 프레임을 움직여서 린을 탈출시키면 된다. 프레임이 도착하면 린은 자동으로 움직이는데, 페널티라고도 볼 수 있는 동글동글한 외눈 도깨비들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이동한다. 이에 프레임을 어떻게 움직일지 찬찬히 고민해보는 재미가 있는 편이다.

게임에 등장하는 퍼즐의 종류는 딱 한 가지지만, 린은 그 한 가지를 여러 방식으로 응용했다. 덕분에 챕터가 진행될수록 퍼즐의 복잡성 자체도 올라가지만, 추가적인 장애물이나 개체가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난이도가 상승하게 된다.




독특하게도 게임 초반부 의미 없이 쉬운 구간이 매우 적다. 아니 그냥 없다고 보면 된다. 이게 장점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것이, 사실 퍼즐 게임에서 초반부는 튜토리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걸 소수의 스테이지로 패스해버렸기에 퍼즐 게임의 초보자라면 급격히 어려워진 스테이지로 인해 당황할 수 있다. 물론 퍼즐 게임을 구매할 유저들이라면 오히려 지루할 수 있는 ‘초보자’구간을 아예 넘길 수 있어 좋아할지도.

개인적으로는 챕터 1과 2 정도가 무난하게 풀어갈 수 있는 구간이다. 하지만 챕터 4쯤 되면 꽤나 어려워진다. 뭐 하지만 퍼즐 게임이라면 어려운 걸 풀어나가는 그게 바로 재미 아니겠나.

퍼즐 게임의 콘텐츠는 결국 퍼즐의 완성도와 ‘난이도’가 좌우한다고도 볼 수 있다. 퍼즐을 얼마나 독특하고 어렵게, 하지만 분노로 인해 게임을 꺼버리지 않을 정도의 수준에서 만들어내는가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린의 퍼즐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여러 번 시도하다 보면 풀리는 경우가 많다. 마우스를 집어 던지기 직전에 멈추는 그런 난이도랄까. 물론 ‘경우가 많다’고 했지 반드시 풀 수 있다고는 하지 않았다.





뛰어난 작화와 잘 풀어낸 스토리




하지만 이 게임의 매력은 사실 퍼즐보다는 그래픽이다. 전체적으로 먹으로 그려진 화첩 한 권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색감 역시 흑색과 황색, 여기에 가끔 다른 색상이 어우러져 차분하면서도 단아한 분위기가 나는 편이다.

사실 린은 개발 시기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던 게임인데, 이유는 다름아닌 그래픽 때문이다. 다양한 인디 게임들이 선보이던 행사에서, 동양적인 분위기를 확 풍기는 메인 일러스트가 정말 눈에 ‘번쩍’ 하고 들어오더라.

게임이 퍼즐이었다는 건 그 이후에 알아차렸고, 퍼즐 게임을 그리 즐기지 않지만 이 게임이라면 꼭 출시된 후 플레이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래픽이 좋았다. 그리고 실제로 출시된 뒤 마주한 게임의 그래픽, 엄밀히 말해 일러스트는 그 기대를 충분히 채워줬다.

물론 전체적인 그래픽 완성도가 엄청나게 높다고까지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작화, 색채 등의 퀄리티가 워낙 좋았기에 게임의 첫인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래픽’은 꽤 괜찮은 편.




스토리구간은 일러스트와 성우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구간과, 전통 종이인형 놀이처럼 진행되는 대사 구간으로 나누어진다. 개인적으로는 두 구간 모두 한국적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어 정말 좋았다.

특히 작화의 퀄리티가 매우 뛰어나다. 일러스트 구간은 크게 연출이랄 것이 없이 일러스트 한 장을 줌인 줌아웃하며 보여주는데 워낙 작화 퀄리티가 좋다 보니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겨질 정도다. 여기에 성우의 연기가 더해져 마치 구연동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인형놀이처럼 캐릭터가 등장해 스토리가 진행되는 구간은 반대로 연출의 장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실제로 사람이 이어진 부분을 잡고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두 가지 요소가 잘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아름다운 전래동화를 읽는, 아니 보는 느낌이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일단 퍼즐 자체에 대한 설명이 매우 부족하다. 어떤 방식으로 퍼즐을 풀어야 하는지 단편적인 이미지를 통해 보여줄 뿐, 텍스트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기에 정확하게 뭐 어떻게 움직이라는 건 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좀 더 명확한 방식의 가이드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비록 스킵 기능을 제공하지만, 스토리가 함께 있는 스테이지를 재도전할 경우 매번 스토리까지 같이 재생되는 것 역시 편의성 부분에서 좀 아쉬운 편이다.







동양적인 색채 속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풍류를 즐기듯 퍼즐을 풀고 싶다면 이만한 선택이 없다. 물론, 계속 말했다시피 퍼즐은 절대 쉽지 않다. 하지만 화가 올라올 때쯤 그래픽와 사운드를 찬찬히 보고 들으면 그 폭발할 것 같던 화가 쑥하고 내려가는 걸 느낄 수 있다.

린, 퍼즐에 그려진 소녀 이야기는 퍼즐, 스토리, 연출, 작화, 사운드 등 모든 것이 합쳐져 한 편의 전통 설화, 전래동화 같은 게임이 됐다. 물론, 퍼즐이 가장 메인인 만큼 퍼즐을 풀지 못하면 스토리도 볼 수 없다. 그래픽에만 홀려서 게임을 구매하기엔 퍼즐의 난이도가 꽤 있는 편이다. 그러니 꼭 자신의 인내심이 어느 정도인지 체크한 뒤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대신 퍼즐게임이 그렇듯 매 스테이지가 단판이기 때문에 시간 날 때마다 가끔 플레이하기에 매우 좋다. 마치 책 읽듯 한 번 들어가서 풀고, 막힌다면 잠시 쉬었다가 가면 된다. 한 장 한 장 천천히 읽어내리듯 느긋한 마음으로 플레이하기에 딱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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