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원 칼럼] 확률형 아이템 문제, 법으로 해결될까?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31개 |



정정원 박사는 IPG LEGAL 자문위원으로 국가인권위원회 현장인권상담위원, 게임문화재단 게임이용자보호센터 전문위원, 법제처 연구원 등을 지낸 법률 전문가다. 지난 한국법정책학회 동계 정기학술대회에서는 '게임 이용행위의 질병적 취급의 문제점에 관한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또한 '사행성게임물에 대한 이해', '온라인게임 아이템의 형사법적 취급' 등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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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률형 아이템'을 두고 지금 게임 생태계 구성원들 및 국회, 관련 정부부처 등의 관심과 논의가 뜨겁다. 중심에는 지난 2020년 12월 15일 이상헌 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전부개정 법률안(이하 전부개정안)이 있다.

전부개정안을 대하는 시각과 온도 차는 게임 생태계 구성원간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다수의 사업자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은 해당 사업자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므로 그 공개가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따라서 전부개정안에 대하여 반대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와 달리 상당수의 이용자는 최근 발생한 트럭시위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부개정안에 대하여 찬성하는 입장에 서 있다.

과연 전부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사업자에게는 영업비밀이 침해되는 결과를 가져오지만 이용자에게는 종래의 불만사항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고 나아가 이용자는 철저하게 보호될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부개정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전부개정안을 대표발의 한 이상헌 의원

전부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개념을 정의하고,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및 종류별 공급 확률정보 등의 내용을 게임과 게임의 광고 및 선전물마다 표시하도록 사업자에게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개념 정의에 있어 유상으로 구매하거나 유상+무상 아이템끼리 결합을 통해 갖는 아이템까지 확률형 아이템의 개념에 포섭시키고 있는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다만, 해당 게임 및 그 광고 및 선전물마다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정보 등의 표시의무를 사업자에게 부과하고 있는데, 광고 등의 경우에 있어 그 표시가 가능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현실적으로는 사업자에게 상당한 수준의 제약으로 작동함으로써 때에 따라서는 확률형 아이템이 존재하는 게임은 광고시장에서 사라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전부개정안이 시행되어 사업자의 확률정보 공개 의무가 법제화되면, 소위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싸고 진행되었던 종래의 여러 논란과 이용자들의 불만사항 등은 확실하게 해결될 수 있을까?

자율규제의 방식으로 현재에도 상당수 게임사업자들은 게임 내에서 혹은 게임 커뮤니티나 홈페이지 등을 통하여 구매 후 확률적 요소에 의하여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아이템뿐만 아니라 강화나 승급 등의 경우에서의 확률도 상당 부분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전부개정안은 현재의 확률정보 공개를 제한적 범위에서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이상의 의미가 있기는 어렵다.



▲ 최근 기구는 강화된 자율규제 안을 내놓은 바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원인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논란을 해결함에서도 같다. 다시 말해 기존 이용자들이 어떤 이유로 어떤 점에 대하여 종래 불만을 느끼고 개선을 요구했는지, 그러한 불만과 개선 요구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인지, 사업자에게 이용자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한 법적 의무를 부과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해답을 찾기 전에 우선 검토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야 비로소 법률상 강제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기존 이용자들은 이른바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나 종류별 획득확률만이 궁금하였고 그것을 알지 못해 불만이 발생하였던 것일까? 개인적으론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이견이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최소한 기술적 측면에서 게임은 나날이 외형적으로는 발전적 진화를 거듭해 왔다. 와 동시에 게임 내에서도 이용자들이 과거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확률적 요소들이 작동하고 있다.

예로 RPG에선 아이템의 획득에서 결합, 강화, 승급 나아가 임무의 수행 완료 등의 지점에 이르기까지 확률적 요소가 복잡하게 작동한다. 다양한 이용자가 이와 같은 확률적 요소의 작동과 관련하여 여러 의문을 제기하고 다양한 불만들을 표시했다고 할 수 있다.

게임에 있어 확률적 요소의 작동과 관련하여, 대략 다음과 같은 점들에서 특히 이용자들의 의문과 불만이 문제 되는 것으로 보인다. ① 현재 자율규제의 방식으로 여러 사업자가 아이템의 획득 확률, 강화 확률 등을 공개하고 있는데, 그 확률은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인가? ② 사업자가 고지하는 확률은 언제나 변경될 수는 있으나, 최소한 고지가 유지되는 동안은 이용자 혹은 이용시간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일정하게 작동하는 것인가? ③ 확률 요소의 작동이 고지된 것과 동일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이용자가 신뢰할 방법은 무엇인가?

물론 이외에도 다른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논의의 본질은 확률형 '아이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게임 요소로서 확률 작동이 논의의 핵심이다. 따라서 '확률형 아이템'의 표현은 듣는 이에 따라서는 논의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그 대상을 협소하게 인식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야기의 범위를 조금 더 확장하여 본다면, 이 같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사업자뿐만 아니라 이용자에게도 일정 부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례로 근래에 이르기까지 몇몇 사업자들은 1인 방송 운영자(일명 BJ)들과 게임 홍보 계약을 체결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1인 방송 운영자는 매우 단기간에 상당한 수준의 비용을 들여 게임에 존재하는 다양한 확률형 아이템들을 구매하며 게임을 이용하는 모습을 영상을 통하여 보여주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점들이 다수 나타난다.

통상의 게임들은 그 이용약관이나 운영규정 등을 통하여 가입자 계정의 다수인 공유 등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인 방송 운영자는 속칭 '부주'를 통해 대리 육성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을 영상을 통하여 보여준다. 게임 내 확률적 요소의 작동 등으로 인하여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인 경우에도 청소년이 해당 영상에 접근하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가 상당수 발견되며, 심지어 1인 방송 운영자가 자신과 같이 게임을 즐기고 싶으면 타인의 계정을 구매하여 게임을 이용하라고 권하기도 하고, 게임 홍보 계약 기간이 종료한 후에는 영상을 통하여 자신의 계정을 판매한다고 광고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 중 일부는 게임산업법 위반행위로 충분히 포섭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사업자가 이와 같은 사실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1인 방송 운영자가 이용약관 등에 따라 게임사로부터 제재를 받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생각건대, 통상의 이용자가 이와 같은 행위를 하면 게임사가 곧바로 제재할 것이다. 그리고 게임의 운영과 개선방안 등에 대한 이용자와의 소통을 1인 방송 운영자들과만 하는 예도 있다. 통상의 이용자들이 차별적 취급을 당한다고 느끼게 되는 지점이다. BJ와 일반 이용자들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다.

그리고 일부의 이용자에 국한된다고 할 것이지만, 게임산업법이나 게임의 이용약관 및 운영규정 등에 의하여 금지되어 어떠한 보호를 받기 어려운 행위들(예컨대, 금지된 불법적인 매크로 프로그램이나 게임 핵의 활용, 게임 아이템 매매를 업으로 하는 행위 등)을 하는 이용자도 있다. 이는 절대 다수의 선량한 게임 이용자들의 정상적인 게임 이용을 방해하고 나아가 사회적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 오는 행위다. 배경이 쌓여 확률 요소가 이용자의 신뢰를 저하하는 원인으로 지목된 것으로 보인다.



▲ "핵심은 이용자-게임사 사이 신뢰"

다시 전부개정안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자. 전부개정안이 시행된다면 위와 같은 문제들은 과연 충실하게 해결될 수 있을까? 사업자의 확률정보 공개의무가 법제화됨에 따라, 게임에 있어 확률 요소의 작동과 관련하여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적정한 방안의 마련을 요청하는 이용자의 합리적인 문제 제기는 관련된 논의에서 사라지고 때에 따라서는 이용자의 불만을 덮는 사업자의 무적의 면죄부로 작동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게임 이용자 모두의 의견이 같을 수는 없으니 이에 관한 판단은 이용자 각자에게 맡겨져 있다고 할 것이다.

전부개정안 중 확률형 아이템 규정은 게임에 존재하는 확률 요소를 둘러싸고 오랜 기간 제기되어 온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함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해당 법률안의 형성과정에서 문제의 본질을 명확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이 다소 부족하였던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다시 말해 이용자의 목소리가 거의 배제되었고 그로 인하여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 논의가 이루어지고 해당 법률안이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금하기 어렵다. 해결의 필요성을 가지는 문제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제를 제기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그 과정이 시작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점에 대한 인식과 노력이 다소 부족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점에서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으나, 전부개정안의 통과와 시행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남은 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전부개정안이 시행되면 그것을 다시 재개정하는 것은 매우 지난한 일일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이라도 국회와 유관 정부부처는 게임에 있어 확률 요소의 작동과 관련하여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의 지점을 명확하게 하여 그 실질적인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확률 요소의 작동 등에 대한 아무런 이해 없이 현재에서도 과거의 이른바 캡슐형 아이템이나 컴플리트 가챠를 이야기하는 몇몇 전문가(?)와 이용자 대표를 자처하는 몇몇 사람들의 이야기에만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용자를 대표하는 개인이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더 늦기 전에 진정한 이용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청취하여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파악하여야만 한다. 소비자가 자신의 소비를 위하여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줄 것과 그 신뢰도 확보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그 핵심은 벗어난 채로 ‘법적 규제’ 대 ‘자율 규제’라는 이용자와 무관한 대결 프레임으로 형성될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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