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표현의 자유 침해일까?

게임뉴스 | 박광석,윤서호 기자 | 댓글: 15개 |



사단법인 오픈넷과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오늘(21일), 선릉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WHO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화와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황성기 오픈넷 이사장,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태원 경일대 교수, 이상욱 한양대 교수, 김학진 고려대 교수, 김호경 서원대 교수, 이경화 학부모 정보감시단 대표 등이 참석했다.

지난 5월 28일 WHO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가 ICD-11에 질병 코드로 등재됐다. 이번 토론에서는 WHO의 결정이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사회 규범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박경신 교수와 오태원 교수의 강연을 통해 먼저 짚어보았다. 그리고 패널들이 서로 의견을 주고 받은 뒤, 방청객들과 질의응답을 통해 좀 더 폭넓게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이슈에 대해서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황성기 의장 인사말



▲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황성기 의장

"게임이용 장애를 질병코드에 등재하는 WHO 국제질병사인분류의 11차 개정판이 지난 2018년 6월 18일에 개정되고, 최근 최종 확정되어 오는 2022년 1월 1일에 발효될 예정이다. 게임은 자율성과 다양성을 핵심 본질로 하는 문화 콘텐츠이자,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다. 게임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문화 콘텐츠인 영화, 비디오물, 음악, 웹툰 등에 대해서 그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

사단법인 오픈넷과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WHO에 의한 게임이용 장애의 질병코드 등재가 문화와 표현의 자유의 관점에서 매우 심각한 일이라는 점에 인식을 공유했다. 이에 '표현의 자유'와 '규범 조화'의 관점에서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화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향후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기 위해 이번 세미나를 마련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게임은 문화 콘텐츠이자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이라는 점이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인식되고 자리매김될 수 있기를 바란다."



■ 박경신 교수 -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표현의 자유 침해 여지 있다"



▲ 박경신 고려대 교수

박경신 교수는 우선 대다수 헌법에서 표현의 자유를 왜 보장하는가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법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사상과 감정 표현은 다른 동물과 차별화되는 인간의 특징이자, 권리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 어느 정도 보장해야 하는가는 여러 가지 이론이 있다. 사상과 감정에 대해서 표현의 자유, 물리적 행위에 대한 표현의 자유, 그리고 이를 국가 권력이 어느 정도 통제해야 하나 등등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이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재 법학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이론은 '해악 이론'이라고 꼽았다. 이는 존 스튜어트 밀이 "한 사람의 자유는 타인에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보호되어야 한다"라고 주창한 것에 의거한 것이다. 표현은 상호적이기 때문에 발화자와, 청취자의 반응 차이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가 있다. 그렇지만 이 이론은 미국 연방법원에서 물리적 피해를 발생시킬 명백한 위험이 없는 한, 표현 규제가 허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정립한 뒤로 음란물 규제 외에 대부분의 표현의 자유 규제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박경신 교수는 설명에 앞서 게임에서 어떤 점에서 표현의 자유가 적용될 수 있을지 살펴보았다. 우선 게임은 개발자의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있다. 출판물을 일례로 들면, 출판물은 저자의 표현의 자유가 적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창작물로 볼 때, 게임 역시도 개발자의 표현의 자유가 적용되는 대상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게임 규제는 게임 개발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가 된다.

박경신 교수는 전통 미디어, 출판물과 달리 게임에서는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도 부각되고 있다고 조명했다. 일반적으로 '게임'하면, 사람들은 누군가가 게임을 만드는 것을 먼저 상상하기보다는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의 모습을 먼저 상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책을 보고, 게임을 하는 것도 표현인가? 하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어떤 정보에 접근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의 일부라고 규정하고 있다. 어떤 표현에 접근할 수 없다면, 저자가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개발자의 자유는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인정했으며, 이용자의 자유 역시도 알 권리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보호되고 있다.




박경신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셧다운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헌법재판소의 셧다운제 논의를 보면, 청소년이 게임을 할 자유에 대해서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게임이용자에 대해서는 이용자가 게임을 자유롭게 할 권리, 그런 것이 규제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우선 일부 출판물 규제 등 다른 사례를 보면 표현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 때문에 규제를 한다. 그러나 게임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자신, 즉 이용자가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에 규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는 음란물과 비슷할 수 있지만, 음란물 규제는 본인의 도덕적 해이 조장보다는 타인에게 미치는 해악, 즉 지역사회의 도덕적 수준의 타락을 규제의 동인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게임만 유달리 이용자 본인에게 미치는 해악을 규제의 이유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해악'을 입증해야 규제의 타당성이 생기는데, 판례로 보면 이를 확실히 입증하기 어렵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브라운 대 EMA(Entertainment Merchant Association) 케이스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청소년에게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법을 제정했는데, 이것이 미국 대법원에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 판례를 살펴보면, 게임을 만든 사람의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특히 일부 동화에서 잔인한 결말이 이미 나와있는데, 그것들이 이미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수용되고 있는 판에 폭력적 비디오 게임이 그 이상의 해악을 준다고 확정짓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연구 결과에서도 폭력 성향이 나타난 아이들이 폭력적 비디오 게임을 많이 한 기록이 나왔지만, 그들의 폭력적 성향 때문에 비디오 게임을 많이 하는지 아니면 많이 해서 폭력적 성향이 나왔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고 나왔다. 그에 따라서 미 대법원에서는 그 해악성을 명백히 입증하지 못했고, 표현의 자유를 해친다고 보아서 캘리포니아 법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 외에도 동물학대영상 금지법을 위헌으로 판정한 스티븐스 판례가 있는데, 여기에서 미 연방대법원은 '새로운 금지 내용의 인정은 신중해야 한다'라는 취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그 해악, 위험이 명백하게 드러났을 때에만 금지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게임이용장애가 게임, 그리고 표현의 자유를 직접 침해하나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박경신 교수는 취지로 보았을 때는 그렇지 않다고 보았다. 우선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는 게임을 과도하게 해서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취지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를 좀 더 살펴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선 게임 외에 다른 것을 대입해봤을 때, 모든 행동을 중독으로 규정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경신 교수는 공부, 일, 낚시 등 몰입을 하게 되는 무언가를 대입해보면 이런 현상이 좀 더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 관점에서 살펴보았을 때, 게임이 유달리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인터넷게임실명제, 셧다운제, 사전등급제, 대리게임처벌법 등 다른 미디어, 출판물에 없는 여러 가지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게임이라는 특정 표현물에 대해서만 이용장애를 지정한다는 것이 갖고 있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나 게임을 주류, 마약과 같은 급으로 여긴 중독관리법이 발의된 적도 있는 만큼, 이는 문제가 될 여지가 굉장히 높다.




주류, 마약은 이미 명백하고 현존한 위험이 되었고, 사회적 합의가 발생하면서 규제가 생겼다. 그러나 게임은 그 위험성과 합의에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박경신 교수는 지적했다. 또한 '게임'이 생각보다 더 폭넓게 쓰이는 단어라는 것도 언급했다. 예를 들어서 트위터로 하는 틱택토, 빙고 역시도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하는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게임이라는 대상이 굉장히 폭이 넓은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섣불리 규정한 것도 문제가 된다고 언급한 것이다.




박경신 교수는 특정 대상으로 인한 몰입 행위에 대해서 규제하고자 하면,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게임을 보면, 질적으로 보나 양적으로 보나 이를 규제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게임에서는 게이미피케이션 마케팅이나 교육적 활용 등 긍정적인 사례도 보고 되고 있다. 즉 그 특정 대상이 규제해야만 하는 근거와는 다른 경우들이 여러 가지 보고가 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경신 교수는 게임은 미디어 콘텐츠와 동일하게 표현물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맞춰서 등급분류 시스템이나 사후 심의적인 시스템으로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는 게임을 표현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용자로 하여금 어떤 장애,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 즉 도박이나 마약 등에 가깝게 여기게 될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그로 인해서 표현의 자유가 궁극적으로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조명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 오태원 교수 - "게임은 네 가지 규범요소가 가장 완벽히 작동하는 영역이다"



▲ 경일대학교 오태원 교수

경일대학교 오태원 교수는 발표에 앞서 게임이라는 것이 인류학적으로 봤을 때 미래 사회에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공존하게 되는 것이며, 인간의 행위규율요소가 다이나믹하게 작동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 두 가지 논거를 바탕으로 게임 이용 문제와 관련하여 미래 세대에 어울리는 조화로운 규범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주제에 대해 감정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차분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별도의 PPT 자료 없이 자신의 논거를 소개했다.

전통적으로 인간이 어떤한 행위를 선택하는 데에 작동하는 요소로는 법, 사회규범, 시장원리라는 세 가지 요소가 있는데, 정보사회에서는 이 세 가지 이외에도 '코드'라는 요소가 매우 효과적인 행위규율요소로 작동한다. 그는 정보사회의 네 가지 행위규율요소가 가장 잘 작동하는 영역이 바로 디지털 게임이라며, 관련된 네 가지 행위규율요소에 대해 이야기했다.


1. 법과 디지털 게임

현대사회에서 법이 작동하지 않는 영역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법치주의를 중요한 이념으로 하는 사회에서 어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디지털 게임의 영역에 작동하는 법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청소년보호법'이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등에서 게임 이용에 연령 제한을 가한다든지, 강제 셧다운제, 게임물 관련 사업자의 게임물 이용자에 대한 이용시간 및 주의사항 고지 의무 등 많은 규제가 존재하고 있다.

오태원 교수는 이때, '법의 관할권의 한계'를 짚고 넘어가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나라의 법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내에서만 효력을 갖기 때문에, 국경을 뛰어넘는 연결이 기본인 정보사회에서 법이 갖는 관할권이라는 특성에 의해 본질적인 한계를 마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자연히 디지털 게임의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만약 외국 게임이 외국 호스트에서 제공될 때, 그 게임에 대하여 우리나라의 법을 강제하는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그는 우리가 디지털 게임에 대하여 어떤 규제를 법적으로 강제할 때, 우리나라 업체와 외국 업체간의 역차별의 문제, 규제의 실효성 문제를 반드시 고려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2. 시장원리와 디지털 게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쾌락'을 얻기 위해 게임을 즐긴다. 그리고 그러한 게임을 즐기기 위하여 일정한 비용과 시간을 소요한다. 만약 어떤 게임으로 얻는 쾌락이 투여하는 비용이나 시간보다 우월하지 못하다면, 그 사람은 그 게임을 계속하지 않게 된다.

디지털 게임 시장은 현대사회의 어떤 재화보다 시장 원리가 원론적으로 작동하는 시장이다. 시장에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쉼없이 쏟아지고 있으며, 이용자들은 본인의 취향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선택할 수 있다. 오태원 교수는 게임 시장의 수요가 매우 다양하고 변화가 빠르므로,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둔 게임이라도 수명이 그리 길지 않으며, 이것은 곧 시장원리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3. 사회규범과 디지털 게임

윤리나 관습과 같은 법 이외의 사회규범 또한 디지털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소다. 여기서 법과 법 이외의 사회 규범을 구분짓는 것은 국가적 강제력이 작동하는가의 여부다. 그는 '공부를 해야하는 학생이 게임을 하느라 공부를 게을리 하면 안된다'는 윤리적 명제를 제시하며, 사회규범에 대한 일탈행위의 제재수단은 사회적 비난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게임과 관련하여 작동하는 사회규범은 이처럼 매우 단순하고 직접적인 윤리 이에도 매우 다양한 방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비록 사회적 비난이라는 제재수단이 강력한 것이 아니기에 그 실효성은 항상 의심받지만, 우리나라에서 게임 개발자와 이용자를 위한 윤리 형성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그는 이러한 노력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사회에서 사회규범이 주목받고 강조되는 이유는 앞에서 언급된 '법의 한계'와 관련이 있다. 특정 게임의 유형이나 방식을 법적으로 금지하거나 제약을 가해도,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는 현실에서 실효성에 한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윤리다. 물론 국제적인 디지털 게임 윤리가 얼마나 형성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나, 법의 관할권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 있어서 윤리의 역할이 강조될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4. 코드와 디지털 게임

특정 게임의 아이템 거래가 사회적 문제가 되어 아이템 거래를 금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생각해보자. 법적으로 이를 해결하려면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고, 이에 대하여 형사적 벌칙을 규정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수사, 공판, 형집행이라는 복잡한 형사 절차가 수반되기도 한다.

사회규범적으로 이를 해결하려면 '특정 게임의 아이템을 거래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좋지 않으니, 아이템 거래를 하지 않아야 한다'라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생겨나야 한다. 하지만 아이템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있다면 시장원리는 원론적으로 이를 제어할 수 없다. 반면, 코드를 활용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아이템을 다른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기능만 없애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게임에 존재하는 룰은 '코드'로 구현된다며, 디지털 게임에 작동하는 모든 규범 요소 중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이 바로 '코드'이고, 코드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영역이 바로 디지털과 연결되어 있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 물론 사회규범적인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디지털 게임을 둘러싼 네 가지 행위규율요소들에 대해 소개를 마친 오태원 교수는 디지털 게임이라는 영역에서 이 네 가지 규범 요소가 매우 잘 작동하고 있으며, 다른 영역에 비해 윤리와 코드가 법의 작용에 견줄 만큼 제대로 작동하는 영역이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게임이용 장애는 질병이다'라는 명제로부터 과감히 탈피하여 게임 이용에 관한 조화로운 규범 문화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논의와 정책을 발전시켜나가야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야만 법뿐만 아니라 자율적인 게임 개발자와 이용자의 윤리와 건전한 윤리를 반영하는 코드가 능동적으로 작동하는 '규범 조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오태원 교수는 끝으로 미래사회 게임 이용에 관한 문제는 단지 '질병 예방'의 문제로 풀어야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사회의 시민들을 위한 디지털 시민성 배양의 문제로 풀어야한다고 주장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 심층 토론 -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약이 될까 독이 될까?




발제 이후 이상욱 한양대 교수, 김학진 고려대 교수, 김호경 서원대 교수, 이경화 학부모 정보감시단 대표와 앞서 발표를 마친 두 연사들이 참여해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가 갖는 의미와 그 효용성 등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패널토론에서 이상욱 교수와 이경화 대표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대해서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으며, 김학진 교수와 김호경 교수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리고 패널들이 발제에 대해 반박하거나 의문을 제기한 부분에 대해서 연사들이 답하는 식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 한양대학교 철학과 이상욱 교수

이상욱 교수: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화하는 것과, 게임을 규제한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런데 정부 기관에서 이를 혼동해서 동일시하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된다. 이 두 가지는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 때문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가 게임 이용자를 사회적으로 좌안시하고, 정부에서 또 다른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하는 등의 행위는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또 그 근거를 무조건적으로 제공한다는 것도 섣부른 판단이라고 보고 있다. 이 역시도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화하는 것과, 게임을 규제한다는 것을 동일시하는 오류이기 때문이다.

WHO 웹페이지를 보면, 게임 자체를 문제 삼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우선 게임을 하는 다수의 이용자가 게임이용장애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WHO에서 규정한 바에 따르면 게임이 사회적 모든 활동, 즉 밥 먹고 회사를 가고 사회활동을 하고 그런 모든 것보다 게임이 우선시되고, 그런 행동 패턴이 12개월 이상 나타났을 때, 또 그로 인해서 다른 사회적 기능에 지장이 생겼을 때에만 게임이용장애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현실적으로 봤을 때, 게임 이용자 중에서도 게임 과다 이용으로 인해서 피해를 보고 있는 현상이 보고가 되고 있다. 물론 이를 아예 장애, 질병이라고 보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은 동의한다. 질병 지정은 여태까지의 사례로 보았을 때 완벽히 객관적이지도 않고, 여러 이유 때문에 질병으로 지정되고 환자를 늘리는 이른바 의료화가 진행되는 케이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게임이용장애를 규정하기 위해서 WHO는 오랫동안 증거를 수집했고, 게임 이용자 중에서 모든 행위에 우선해서 게임에 몰두해서 그 피해가 상당한 경우가 많다는 것도 지적했다. 그리고 이 데이터가 과학적으로 축적되었기 때문에 ICD-11에서 적용했다고 본다. DSM-5에서 아직 적용되지 않은 건, 모든 의사들이 다 동의한 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고 보고 있다.

물론 게임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자율적 규제가 되어야 하는데, 현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자꾸 정부 기관이 나서고, 또 게임이용장애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다수의 게이머들과 상관없이 게임 이용 자체를 죄악시하려는 태도가 나오고 있다. 이건 확실히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이것 때문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 자체가 문제시되는 것은 옳지 않다.

게임이용장애 지정을 대증 요법이라 의미가 없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또 게임이용장애의 문제가 게임 때문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다른 이유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 게임에 몰두하게 되는 것인데, 원인이 아닌 그 결과에 초점을 둬서 게임이용장애라고 부르는 것이 옳지 않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그러나 사실 의학적으로 보면 대증요법을 쓰는 경우는 많다. 현재 의학적으로 처리가 불가능한 질병은, 증상만 완화시키는 약이나 혹은 치료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용장애 역시도 게임이 원인이 아니라 사회적 원인 때문에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게임을 좀 덜하고, 치료를 하고, 상담을 하고, 그 부작용을 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는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본다.



▲ 서원대학교 김호경 교수

김호경 교수: 미국에서 10년 동안 연구하고 한국에 돌아와서 느낀 것이 있다면, 우선 한국에서는 ‘중독’이라는 단어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 단어가 갖고 있는 위력, 파급력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는데 말이다.

WHO에 대해서 여러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 그래서 한국 기관처럼 친숙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WHO는 한국 기관도 아니고, 게임 유저, 개발자에 대해서 연구하는 기관도 아니다. 기존의 게임 관련 연구를 보면, 게임 개발자에 대해서 너무 간과해오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게임 개발자들은 유저가 더 재미있게 즐기도록 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나름의 내러티브, 세계를 담아내고 있다. 그런데 게임 이용 관련 연구를 보면, 개발자들은 빠져 있다. 그들이 만들어낸 세계에서 유저들이 새로운 관계를 생성, 유지하고 그 나름의 세계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것이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또 특정 개인이 어떤 사회 문제적 행동을 했을 때, 그 사람의 개인적이고 전반적인 환경 모두에 대해서 파악해야 하는데 그것보다는 특정적인 무언가에만 집중해서 노출하는 경향이 있다. 이 역시도 문제가 된다. 특히 게임 때문이라고, 그렇게 단정적으로 초점을 맞춰서 노출되는데 그렇게 되면서 편향된 인식만 남게 될 우려가 있다.

그리고 의학과 게임이 대척점에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꼭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게임 중독 연구라는 측면에서 보면 적대적인 시각으로 보인다. 국내의 다수 게임 중독 연구 사례를 보면, 그 패턴이나 척도를 이야기할 때 국내 유저의 사례를 토대로 만든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몇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을 기반으로 해서 적용되고 있다. 즉 국내 실정, 혹은 대상자의 현재 상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독 연구자들이 구분 없이, 무분별하게 게임에 대해 적대적으로 연구를 진행한다는 인식이 생겼다.

그러나 의학계 전반으로 보면, 게임이 갖고 있는 재활치료나 여러 가지 대안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따라서 의학계가 환자 창출을 위해서 게임을 타겟으로 잡았다고 보는 관점은 너무 비약적이지 않나 싶다.

현재 게임 중독 연구에 대해서 좀 더 심층적으로 언급하자면, 게임 이용자, 개발자에 대한 접근이 다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까지의 연구는 그 척도나, 의도가 게임 이용자나 개발자들을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앞으로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김학진 교수

김학진 교수: 뇌과학자로서, 중독과 관련되어 우리 뇌가 보상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중독과 연결될 수 있는지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흔히 뇌의 기능에 대해 이야기할 때 뇌가 우리 신체를 통제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 반대에 더 다깝다. 쉽게 설명하자면 신체가 주인이고, 뇌가 하인인 꼴이다.

통증을 느낄 때 뇌는 반사적으로 이에 반응하는 조절 기능을 만드는데, 나이가 들며 발달이 진행되면 외부 환경을 더 많이 활용하게 된다. 미리 예측하고 방지하는 것이다. 이게 계속되면, 이후에는 내부 신호에 둔감해지고, 외부 신호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전에 학습했던 방식으로 신체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것을 통해 다양한 보상을 만들어 낸다. 1차적인 보상은 '물'과 같은 것이고, 가장 강력한 2차 보상에는 '인정', '타인으로부터의 존중' 등이 해당한다. 오늘날 이러한 것들은 SNS의 '좋아요' 버튼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우리가 기존에 추구했던 사회적인 인정보다 이러한 것들에 몰입하면서 중독 증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게임이 발전하는 과정을 보면 사회적인 인정, 타인으로부터의 보상 같은 것이 지속되고 몰입하게 만드는 효과를 금방 찾아볼 수 있다. 게임 시장이 포화 상태에 가깝게 성장했기 떄문에, 이제 기업은 자신의 게임에 더 많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계속 남아있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열중하게 됐다. 이때 타인으로부터의 인정, 호감을 얻기 위해 게임 장치가 도입되면, 사실 점점 더 벗어나기 어려운 방향으로 우리의 뇌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금 이 시점은, 게임계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야하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산업계와 의료분야의 양자택일 문제로 몰아가기보다, 협업을 통해 과몰입과 중독의 원인을 밝히고,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솔루션을 찾아가야한다.




박경신 교수: 질병코드화 자체보다는, 규제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언급하고 싶었다. 질병코드 지정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발제 내용에 의문이 갈 수 있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질병코드 지정은 의학계 내에서 의사들이 언어를 지칭하는 문제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법학자 입장에서는 개입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법학자 입장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고, 질병코드 지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번 발제의 핵심 내용이다. 질병코드화 자체가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미 게임에 대한 규제 시도가 있었던 상황에서 또 다른 규제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좀 더 심층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오태원 교수: 윤리적 가치 판단과 질병코드화는 다르다는 점은 인정한다. 질병코드화가 됐다고 해서 게임이 윤리적인 가치를 어겼다거나, 혹은 그릇된 것이라고 지정하는 것은 아니다. WHO에서도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 역시도 사실이다. 게임이용장애 대상으로 적용되려면,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상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데도 이를 떼어놓지 못하는 상황을 보고서 질병이나 장애 요소가 아니라고 하는 것도 어불성설이긴 하다. 다만 목적어를 바꿔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왜 ‘게임’만 그런가? 라고 말이다. 인류 역사를 다 통틀어서 살펴보면, 게임보다 더 극단적으로 과의존 상태로 주는 대상들은 여럿 있었다. 그런데 왜 게임만 유달리 그렇게 보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게임이 너무 보편적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게 질병코드화의 또 다른 문제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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