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트 그래픽의 정취에 소울라이크의 핵심을 더하다, '크로노소드'

인터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21개 |

프롬소프트가 개발한 소울본 시리즈가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너도나도 소울라이크 장르의 게임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런 와중 몇몇 성공한 게임들이 있었으니 바로 2D 액션 게임들이었다. 실패한 게임들 대부분이 소울본 시리즈를 따라 한 3D 게임이었던 반면, 도트 그래픽의 2D 인디 게임들은 성공했으니 아이러니한 셈이다.

그렇기에 우연히 본 '크로노소드'도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쿼터뷰 시점에 도트 그래픽. 일견 소울본 시리즈와 큰 연관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공개한 영상을 보면 볼수록 여러모로 소울본 시리즈를 떠올리게 했다. 미묘한 핵심은 놓치지 않은 모습이었다.

과연 '크로노소드'가 2D 소울라이크 게임의 명성을 이을 수 있을까? 아직 개발해야 할 것들이 산처럼 쌓인 '크로노소드'지만 21세기덕스의 이정희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21세기덕스 이정희 대표


Q. 먼저 21세기덕스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21세기덕스는 부부개발사로 시작한 개발사다. 둘 다 게임업계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사귈 때 아내가 그러더라. 결혼하면 같이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고. 그래서 결혼 후 한 1년 정도는 인디 게임 개발을 연습하고 2015년, 21세기덕스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개발에 나섰다.

첫 게임은 '용사는 타이밍'이라는 모바일 게임으로 '용사는 진행중'을 개발한 버프스튜디오를 통해서 출시해 무료 100만, 유료 100만 다운로드라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러다 두 번째 게임으로 '슈퍼 픽셀 레이서즈'라는 도트 그래픽의 레이싱 게임을 PS4로 개발했는데... 사실, 좀 힘든 일이 있었다. 멀티플레이 기능을 넣었는데 온라인 요소가 들어가면 검수할 게 엄청나게 많아지더라. 검수에만 2년이 더 걸려서 작년에야 간신히 출시했다. 지금은 세 번째 작품이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타이틀로 '크로노소드'를 개발 중이다.

처음에 부부개발사로 시작했다고 했는데 '크로노소드'를 개발하면서 좀 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2명의 개발자를 더 영입해 이제는 부부개발사가 아니게 됐다(웃음). 우리 모토가 '개발자가 해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자'인데 앞으로도 인디 개발사지만 재미있는 콘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Q. '용사는 타이밍'부터 '슈퍼 픽셀 레이서즈'에 걸쳐 '크로노소드'까지 전부 도트 그래픽이다. 이런 그래픽을 좋아하는 건가?

나도 이제 마흔이 다 되어간다. 올드 게이머다 보니까 이런 도트 그래픽에 대한 향수가 있다. 하지만 무작정 향수 때문에 도트 그래픽만 추구하는 건 아니다. 최근 북미 인디 게임씬을 보면 도트 그래픽이지만 단순히 추억에 의존하는 게 아닌 최신 기술을 접목하는 형태의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도트 그래픽의 장점을 가져오는 한편, 최신 기술을 접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크로노소드'도 겉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겠지만, 실제 해보면 일반적인 도트 그래픽 게임에선 느낄 수 없던 경험들을 안겨주리라 생각한다. 그걸 위해서도 자체적으로 많은 툴을 만들었다.


Q. 복셀로 만들 생각은 하지 않았나?

내가 너무 올드 게이머인가 보다. 복셀은 정취가 느껴지지 않더라. 그리고 복셀이나 로우폴리곤을 채용한 게임들을 보면 유저들의 거부감이 심한 것 같다. 이도 저도 아닌 것처럼 받아들인달까? 그래서 그냥 도트로 만들었다.


Q. 도트는 수작업이 필수여서 그런지 장인정신 같은 게 떠오른다. 힘들었을 것 같다.

당연히 많이 힘들었다(웃음). 도트 그래픽 게임이 거의 없지 않나. 개발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안 맞는 것도 있겠지만 엄청 공을 들여야 하는 게 사실이다. 약간 땜빵 처리하듯이 몇몇 모션을 돌려막는 방법도 있지만 정말 완성도를 높이려면 그 모든 걸 하나하나 만들어야 한다. '크로노소드'도 이렇게 수작업을 다 해야 했다면 못 만들었을 거다.





Q. 그렇다는 건 '크로노소드'의 모션은 일일이 만든 게 아니란 건가?

기본적으로는 2D 도트 그래픽에 3D 애니메이션을 접목한 형태다. 덕분에 하나의 도트 그래픽을 만들면 다양한 각도에서 대응할 수 있다. 만약 기존 방식대로 했다면 8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션 전부를 만들어야 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었다.

이렇게 툴을 만드니 또 좋은 게 애니메이션을 공용으로 쓸 수 있다는 거다. 덕분에 생산성이 크게 증가한 건 물론이고 기존 도트 그래픽 게임들보다 액션성이 발전했다. 여기에 3D 애니메이션을 쓴 덕분에 모션을 블렌딩할 수도 있다. 생산성은 물론이고 퀄리티 전체를 올릴 수 있었다.


Q. 여러모로 소울 시리즈가 떠오르는데 본가인 프롬소프트 외에는 대부분 재미를 못 봤다. 그럼에도 개발한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한 명의 게이머로서 소울 시리즈를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 나도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개발하게 됐다. 그렇다고 베끼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울 시리즈의 장점은 가져오되 갇히고 싶진 않다. 시스템적으로는 여러 차별화를 꾀할 생각이다. 대표적으로는 기력이 없다는 것과 전투에서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식으로 해서 '크로노소드'만의 매력을 보여줄 생각이다.





Q. 도트 그래픽을 제외한, 다른 소울라이크 게임과 다른 '크로노소드'만의 차별점은 뭔가?

아무래도 능동적인 전투가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액션 게임에서의 스킬을 보면 한번 베는 게 두 번 벤다거나 크게 베는 식인데 우리는 그런 것보다는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다양한 액션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벽을 향해 적을 튕겨낸다거나 적이 죽는 순간 발로 차서 광역 데미지를 준다든가 하는 식이다. 도트 그래픽이지만 액션만큼은 여느 게임 못지않다고 자부한다.


Q. 개발한 지 얼마나 됐나? 그리고 완성도는?

맨 처음 구성하고 프로토타이핑을 한 건 2014년부터다. 그러다 2018년 3월 정도였나 그때부터 아까 말한 2D 도트 그래픽에 3D 애니메이션을 적용하기 위한 툴을 개발했다. 그런 툴들을 개발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나선 게 작년 12월로 개발한 지 얼마 안 됐다. 완성도는 한 5% 정도 완성한 것 같다.


Q. 5%? 데모를 해보니 도저히 그렇게 느껴지진 않았다.

이제 핵심 시스템을 구현한 셈이다. 게임 분량을 늘리고 폴리싱하고 디버그까지 해야 할 게 아직도 많다.





Q. 얼마 전 비트서밋에 출전했는데 반응은 어땠나?

전체적으로는 좋은 분위기였다. 놀랐던 건 개발자나 참관객들이 트위터를 통해서 '크로노소드'를 접하고 해보고 싶어서 찾아온 거였다. 트위터를 열심히 하길 잘했구나 싶었다. 반응도 나쁘지 않았는데 인상적인 참관객으로는 서툴지만 한 시간이 넘도록 게임을 플레이하더니 끝내 보스를 잡던 분과 7살도 안 돼 보이는 꼬마가 부모와 함께 와서 게임을 즐기는 게 기억난다.

한편,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많은 도움이 됐는데 현장에서 닌텐도 라이센스 매니저를 만난 덕분에 스위치로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는 스위치 개발킷을 받기 어려운데 현장에서 라이센스 매니저를 만나서 게임을 보여줬더니 시연해보고는 마음에 들었는지 연락처를 주더라. 사실 그때 우리 부스를 닫은 상태여서 소니 부스에서 시연할 수밖에 없었는데 좋게 봐준 것 같다. 사실 비트서밋에 나간 가장 큰 목적 중 하나가 닌텐도 라이센스를 얻는 거였는데 달성해서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 됐다.


Q. 비즈니스적인 것 외에도 이런 행사에 나가면 개발자가 얻는 게 있나?

유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리트가 있다. 우리만 해도 비트서밋 전날 개발자들끼리 '크로노소드'를 해봤는데 예상보다 게임 진행에 어려움이 발생해서 밤새워서 레벨 디자인을 싹 뜯어고쳤다. 그리고 유저들이 직접 하는 걸 보면서 어떤 부분을 좋아해 주는지 그런 부분을 날것 그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행사에 참가하는 게 유용한 것 같다.


Q. 흔히 소울라이크라고 하면 길모퉁이에 어떤 적이 나올지 모르는 그런 긴장감이 있지 않나. '크로노소드'는 쿼터뷰라서 그런 긴장감은 없는 것 같다.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한 부분 같다. 쿼터뷰는 위에서 바라보는 시점이다 보니 적과 대치하면서도 전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상항을 파악할 수 있으니 위압감을 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적이 기습적인 패턴을 쓴다든가 상자에서 튀어나오던가 갑자기 철창이 닫혀서 적과 갇히게 하는 식으로 긴장감을 보강했다.





Q. 전장의 안개로 시야를 제한한다거나 하면 안 될까?

현재 빌드에는 퍼포먼스 문제로 들어가지 않았는데 지하에서는 앞만 보여서 모퉁이는 보이지 않는 식으로 시야를 제한할 생각이다. 조명이 들어가고 한다면 긴장감이 더욱 커질 거다.


Q. 나름 스토리 비중이 높은 것 같은데 플레이 타임은 어느 정도인가?

최소 10시간에서 20시간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소울라이크 게임이다 보니 단순히 책정하긴 어렵다.


Q. 등신대가 작아서 그런지 뭔가 캐주얼한 느낌이다. 좀 더 등신대를 크게 해서 리얼한 느낌을 살릴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의도한 디자인인가?

일부러 의도한 거다. 처음에 프로토타이핑할 때 픽셀 수와 등신대를 다양하게 만들었는데 그때 가장 마음에 든 게 지금의 디자인이었다. 그런데 캐릭터가 작다 보니 모션 가독성이 떨어지더라. 그래서 적이 공격할 때는 우선 움직임을 멈추고 공격한다거나 각각 상황에 따라 다른 색으로 반짝이게 해서 플레이어가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노란색으로 반짝이는 공격은 주의를 요한다


Q. 장비가 고정된 것 같던데 다른 무기를 쓴다거나 마법을 쓸 수는 없나?

고려 중이다. 게임의 전투 시스템은 계속 확장할 생각으로 룬문자를 무기에 박아서 캐릭터를 특화하는 쪽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룬문자를 박으면 강공격이 아니어서 방패를 튕겨낼 수 있다던가 하는 식이다. 이런 특화하는 것 외에도 검, 창, 도끼, 망치 등 다양한 무기를 넣을 생각이다.


Q. 크로노라는 게 접두사로 시간을 뜻하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보면 '크로노소드'는 시간의 검이란 의미인데 무슨 뜻인가?

게임에 등장하는 검으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크로노소드'는 북유럽 신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 라그나로크 멸망한 세계가 배경이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은 이 세계를 고치기 위해 크로노소드를 찾아 나서는데 처음에는 수동적이고 세계를 고친다는 대의에 따라 움직이지만 이후 점점 개인적인 이야기로 바뀌게 된다. 이 과정에서 스토리로 유저들에게 감동을 줄 생각이다.


Q. 코옵 플레이를 한다든지 혹은 소울 시리즈처럼 암령으로 침입해 방해한다거나 하는 등의 멀티플레이 요소는 없나?

없다. 처음에 말한 것처럼 콘솔에서 멀티플레이 요소는 안 넣는 게 좋은 것 같다. 정말 힘들다. 인디 게임은 말할 것도 없다. '슈퍼 픽셀 레이서즈'만 해도 전반적으로 평이 좋은데 멀티플레이에 대해서는 대부분 안 좋게 말한다. 애초에 유저 수가 적다 보니 매칭도 안 되고 평가를 깎아 먹는 요인이 되기에 십상이다.


Q. 앞으로도 계속 콘솔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했는데 모바일로 안 내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모바일이 싫다거나 그런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 스토리가 있고 완결이 있는 게임을 좋아한다. 엔딩을 봤을 때 만족감이 든달까? 물론, 모바일에서도 스토리가 있는 게임을 못 만드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모바일 유료 시장이 많이 죽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 보니 콘솔이나 PC로 만들게 됐다.


Q. 언제쯤 출시 예정인가?

2021년에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 빨리하고 싶다는 말씀들이 많은데 게임의 완성도 측면에서 더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 괜히 서두르다가 어설프게 완성하는 것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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