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현 교수 "부모가 게임을 알수록, 게임과몰입 확률 낮아져"

게임뉴스 | 이두현 기자 | 댓글: 31개 |


▲ 한덕현 교수

한덕현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가 지난 9년 동안 게임과몰입자를 치료한 경험을 오늘(3일) 진행된 '게임과몰입힐링센터 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상세하게 전달했다. 센터는 지난 2011년 중앙대학교 병원 내에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로 처음 문을 열었으며, 이후 2014년에 '게임과몰입힐링센터'로 명칭을 바꿨다. 게임문화재단은 현재 전국 5개 지역에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한덕현 교수는 WHO가 정한 명칭인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라는 명칭보다 기존에 자신이 사용한 '게임과몰입'을 주로 사용했다.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화 근거가 부족할뿐더러 본인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게임과몰입이 더 적합한 용어여서다. 일반적으로 게임과몰입은 몰입에서 더 빠졌다는 의미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한 교수에 따르면 게임과몰입은 관계적 문제로부터 출발한 수많은 결과 중 하나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한 교수의 발표는 다른 정신의학과 의사 주장과 비교해서 수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를 근거로 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최근 ICD(국제질병분류)-11과 DSM(미국정신의학회 진단 및 통계 편람)-5의 게임이용장애 항목을 자세히 살피면,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여지를 남겼다. 발표 중 한덕현 교수는 자신이 DSM-5에 논문을 제출한 교수와 '도장깨기'를 한 경험을 들려주면서, 그들이 자신들의 논문에 근거가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반면, 한덕현 교수는 지난 5년간 17,000여 건의 상담과 6,000여 건의 진료 건수, 1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 데이터가 쌓였다. 한 교수는 이러한 데이터가 전 세계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센터에서는 다른 곳을 경험한 뒤 치료에 어려움이 있어 상급기관 방문 형식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정신의학적 진단, 치료, 추적 시스템을 통해 생물학적 심리평가 및 치료를 실시했다. 또한 생물사회심리학적 매트릭스를 통해 개인의 취약성과 가족 및 주변 환경에 대한 조사와 환자 맞춤형 치료, 교육 및 홍보가 진행됐다.

한덕현 교수는 자신이 쌓아온 자료가 지금까지 근거가 부족했던 WHO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 "아무래도 남자아이가 게임과몰입 위험이 더 높고, 부모가 통제하기 더 어렵다"



▲ 대부분 게임보다 더 큰 문제가 함께 있었다

이어 한 교수는 센터에 내원한 환자의 통계와 생물심리사회적 매트릭스 자료를 공개했다. 현재까지 센터에 내원한 남녀 비율은 98:2이며, 연령은 10대가 41%, 20대 초반이 28%, 중반이 24%를 차지한다. 이후 연령대에는 웹보드게임 중독자가 있어 일반적인 게임과몰입자와 차이가 있다.

한 교수는 게임과몰입 내원자 중 88.5%가 공존질환을 보였다고 전했다. 함께 보인 공존질환은 주의력결핍과행동장애(ADHD), 가족환경 문제, 우울증, 조울병, 불안장애, 아스퍼거 장애 등이다. 가족환경에 문제가 있던 환자는 63.3%이다. 이들은 부모의 과잉기대, 부모의 게임에 대한 무지 및 과도한 두려움, 부부간의 불화가 문제였다. 직업 문제도 82.4%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성인이 무직인 상태가 오래갈수록 게임과몰입에 빠질 위험이 높았다. 한덕현 교수는 "이들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면, 게임과몰입 위험이 크게 해소됐다고 덧붙였다.

1.1% 정도는 아예 게임과몰입이 문제가 아니었는데, 부모가 게임을 지나치게 두려워해 아이를 병원에 끌고 온 경우였다.

내원자의 호전을 돕는 요소로 한덕현 교수는 공존질환 호전, 가족관계 회복, 학교성적 향상, 대인관계 호전, 구직 등을 꼽았다. 공존질환을 가진 경우 이를 해결하면 극적인 호전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관계에 문제가 있으면 부모 개별 상담, 공동 상담 등을 같이 하므로 단기간 해결이 힘들었다. 이어 한 교수는 산업자원통상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취업이 해결되면 게임과몰입 문제가 곧바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현재 한 교수는 연구 누적을 통해 게임과몰입 인지행동 치유 매뉴얼을 제작했다. 그는 "부모가 게임에 대해 알고 있을수록 게임과몰입 확률이 낮아지며, 이로 인해 게임 리터러시 교육이 정말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게임 리터리시 활성화를 바랐다.

이외에도 센터는 국제 공동 심포지엄을 열어 각국 학자들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특히 미국심리학회(APA)의 DSM과 WHO의 ICD 등에서 다루는 게임과몰입 진단기준의 장단점을 살피고, 공동연구 방안을 제안했다.

끝으로 한덕현 교수는 "상상이나 논문, 글로만 전하는 학자가 아니라, 실제 의과학적 증거와 검증을 제시하는 의사가 되겠다"라며 "센터는 게임에 대한 이해와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가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에 앞장서 불쾌한 것들을 몰아내는 데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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