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크래프톤의 야심작 '에어', 1년 반 절치부심의 결과는?

게임소개 | 정재훈,윤홍만 기자 | 댓글: 57개 |



지난 4일, 크래프톤 본사에서는 2차 CBT에 앞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에어(A:IR)'를 한발 앞서 체험해볼 수 있는 미디어 시연회가 진행됐다.

재작년 1차 CBT를 진행한 '에어'의 첫인상은 빈말로도 좋게 볼 수 없었다. 최적화도 미흡했고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 역시 지루하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메인 콘텐츠랄 수 있는 공중전 또한 지루하고 어렵다는 불평불만이 속출했다. 여러모로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었다. 이후 크래프톤은 절치부심한 듯 약 1년 반 동안 침묵을 지키며 묵묵히 개발을 이어갔다.

그러던 와중 최근 태국에서 '에어' OBT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국내 서비스에 앞서 태국에서 먼저 진행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게임이 원활한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는 것은 눈치챌 수 있었다. 크래프톤은 2차 CBT에 앞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1차 CBT 기준으로 80% 이상이나 바뀌었다고 자부했다.

이번 미디어 시연회는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과연 2차 CBT를 앞둔 '에어'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캐릭터 생성을 비롯한 초반 콘텐츠부터 비행선 체험, 그리고 RvR 등 새롭게 바뀐 시스템을 체험해봤다.


기본은 다 갖췄다
'에어'만의 컨셉과 감성이 잘 녹아든 게임 플레이, 그리고 공포의 너굴맨


50석이 넘어 보이는 큰 규모의 크래프톤 테스트룸 컴퓨터에 앉았다. 시작은 역시 커스터마이징. '에어'의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은 일반적인 MMORPG의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에서 크게 거스르지 않는 느낌으로 만들어져 있다. 신체 부위를 카테고리화해 내가 원하는 부위를 보다 직관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포인트.

다만 종족 별 특징은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어떤 종족을 골라도 같은 등장 씬을 보여주는 것은 살짝 어색하긴 했다. 아... 외모에서는 확실히 종족 별 특징이 나타났다. '에어'의 아인종은 지금까지 등장한 어떤 게임의 아인종과 비교해도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이상은 몬헌 월드의 아이루인데 현실은 이족보행짐승이랄까. 공허한 눈빛의 라쿤은 솔직히 좀 무서울 정도였다.



▲ 앗... 아아...


'에어'의 기본 플레이에 대한 감상을 축약하면, '전체적으로 무난'하다. 특출나게 멋진 포인트는 없지만, 모든 면에서 기본적인 부분은 갖췄다고 해야 할까? '논타겟'을 표방한 전투 시스템은 사실 완전한 논타겟팅은 아니다. 플레이어의 조작에 따라 가장 가까운 상대를 타겟으로 잡아주는, 유동적 오토 타겟 시스템에 가깝다.

흥미로운 점은 각 직업이 두 가지 태세를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싸울 수 있다는 것. 시연 캐릭터였던 어쌔신의 경우 단검을 주로 사용하는 기본 스탠스가 있지만, '탭'키를 눌러 태세를 변경할 경우 표창 위주로 전투를 진행하는 원거리 캐릭터로 변모한다.

'에어'만의 컨셉이 양념처럼 잘 녹아들었다. 오랫동안 한국 MMORPG의 뒷그림을 책임져온 판타지에 '스팀펑크'라는 조미료를 듬뿍 끼얹었다. 필드 곳곳에 세워진 거대 철제 구조물과 첨탑은 에어의 세계에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모르지만 누가 봐도 태엽이 가득 차 있을듯한 기계뭉치들이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면서도, '마법'이라는 정통 코드를 잃지 않은 세계관이다.



▲ 정통 판타지에선 보기 힘든 모습

주목할 것은 공간의 활용이다. '에어'는 게임 이름처럼 Z축 공간을 활용하는 콘텐츠가 굉장히 많다. 전투용 '비행선'과 비행 탈것, 그리고 플레이어가 단독으로 조작하는 '윙슈트'까지 게임 내 여러 부분에서 공중이라는 공간을 활용했다. 이 '공중'은 최고 '800m' 고도까지 구현되어 있는데, 고도에 따라 소모되는 연료나 등장하는 몬스터가 다르다. 필드 또한 지상 외에 수많은 '부유섬'이 등장해 부유섬에서만 채취할 수 있는 자원이 분류되어 있기도 하다.

이는 MMORPG라는 장르에서 꽤 주목할만한 변화라 할 수 있다. 기존의 MMORPG는 필드를 날 수 있든 활공을 하든 필드의 넓이를 '제곱미터'로 계산했다. 어디까지나 '공중'은 크게 중요한 공간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에어'의 세계는 '세제곱미터'로 계산된다. 수직 확장을 통해 MMORPG의 공간 개념을 새로 내세운 셈이다.



▲ 고도에 따라 지역이 나뉜다.


'에어'의 하우징 콘텐츠는 여타 온라인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게 있다면 모든 유저에게 주어지는 인스턴스 공간인 일반 주택과 필드에 배치되는 고급 주택으로 나누어진다 뿐, 그 외에는 특출날 게 없었다. 꾸미기 요소와 다양한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다는 기본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다만, 어디까지나 기본에 충실했을 뿐 딱히 차별점이랄까 강점을 느낄 수 없단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약간은 미묘한 공중전
'에어'의 차별화 포인트, 그 본모습은?


다만, 그 공중전 자체는 약간 아쉬운 모습이다. 공중전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되는데, 하나는 '탈것'을 타고 진행하는 공중전이고, 다른 하나는 '비행선'에 탑승한 채 치르는 공중전이다. 탈것'은 날개 달린 사자나 말, 그리핀 등을 말하는데, 사실상 전투는 지상 전투와 다를 바가 없다. 몬스터와의 싸움 공간이 지상에서 공중이 된다는 것만 다르다. 몬스터의 뒤로 순간이동하는 기술을 쓰면 탈것도 뒤로 이동하고, 땅을 강하게 내리찍는 기술을 쓰면 탈것의 머리통(?)을 내려찍는다.

이 '탈것'에는 약간 애매해보이는 '체력 시스템'이 적용되는데, 타고 있는 동안 빠른 속도로 체력이 소모되며, 타지 않을 때 천천히 회복된다. 자연회복이 된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소모 속도가 워낙 빨라 플레이 도중 의식되는 것은 어쩔수 없었다. 차라리 후술할 비행선의 종류를 늘려 용도와 행동 반경에 따라 분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탈것 전투는 지상전을 그대로 옮긴 수준

'에어'의 아이덴티티라고 볼 수 있는 '비행선'은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비행선은 함종에 따라 조작 인원이 달라지고, 좌익과 우익, 중앙부에 원하는 무기를 배치할 수 있는데, 각기 따로 과열 게이지가 적용된다. 좌익 무기가 과열되어 못쓴다면 선체를 돌려 우익 무기나 중앙부 무기로 공격을 하는 식이다. 무기는 함선의 방향과 타겟이 이루는 각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으려면 선회 기동이 요구된다.

아쉬운 점이라면, 비행선 간의 공중전이 꽤 루즈하다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에어'의 공중 공간을 굉장히 신경써서 만들었지만, 공중이라는 공간에 대한 해석은 평면의 확장에 머물렀다. 빠른 속도의 기동전이나 숨막히는 도그파이트, 하다 못해 대항해시대 함선끼리 벌이는 전술적 대함전의 느낌조차 주지 못했다. 비행선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움직임이 둔탁하고 사거리도 짧은 편이기 때문이다.


'에어'의 진수 RvR
게임의 핵심 재미, 이곳에 있었다.


미디어 시연회의 대미는 30:30 RVR인 '요새전'. 방어팀과 공격팀이 나눠지고, 정 중앙의 '성물'을 파괴하면 공격팀의 승리, 시간 동안 지켜내면 방어팀이 승리하는 간단한 룰이다.

전투의 시작은 '비행선'을 타고 외벽을 폭격하면서 시작된다. 외벽의 보호막 수정을 깨버리면 건물 안으로 돌입할 수 있는데, 이때부터는 비행선이 아닌 '마갑기'가 활약한다. 마갑기는 맵 상에서 스폰되기도 하지만, 플레이어가 개인적으로 소환할 수 있는데, 한 번 파괴되면 두 시간 이상의 긴 수리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술적으로 써 주는 판단이 필요하다.



▲ 비행선이 활약하는 시간은 길지 않다.

'마갑기'마저 파괴되면 그때부턴 맨몸 전투가 시작된다. 이번 미디어 시연회에서 가장 감탄한 부분은 바로 이 세 가지 장비 간의 밸런스였다. 비행선은 강한 화력을 보여주지만, 건물 내에서는 영 쓸모가 없다. 간혹 고도를 낮춰 건물 안에 레이저포를 쏟아붓는 경우가 있지만 드문 경우.

일반적으로 큰 스케일의 전장에서 '장비'의 유무와 밸런스의 문제는 게임의 의욕과 직결된다. '배틀필드'에서 리스폰과 동시에 전차포에 맞아 날아가본 게이머라면 알 것이다. '에어'는 그 밸런스를 잘 잡았다. '비행선'은 강하지만 활동 범위가 제한적이고, '마갑기'는 튼튼하지만 느리고,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 정해져 있다. 맨몸 상태는 마갑기보다는 약하지만,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모일 경우 마갑기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 의외의 재미요소였던 '마갑기'

'에어'의 RVR은 '전력전'을 표방한다. 비행선과 마갑기, 그리고 맨몸과 각종 맵 장비들까지, 게임 내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싸운다. 맵 디자인도 직관적이고 단순하지만 균형이 잘 잡혀 있어 어느 한 팀이 압도적으로 이기는 모습도 보기 힘들다. 플레이어 수준이 비슷비슷한 상황에서, 승패를 가리는 것은 지휘관의 역량과 팀워크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그 전투 과정이 재미있다. 비행선 페이즈에서는 본격적인 공격에 앞서 융단폭격으로 지상에 쑥을 키우는 재미가 있고, 지상전에 돌입하면 전투 병기인 '마갑기'와 맨몸의 플레이어들이 뒤섞여 싸우는 난장판이 펼쳐진다. 이 모든 과정에서 스릴과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끝내 승리 시의 카타르시스로 승화된다. 전장이 넓지 않으니 사망 시의 '현자타임'도 없는 편. 한 번 죽으면 먼 거리를 뛰어야 할 필요가 없다.



▲ 이 난장판이 '에어'의 RVR 감성

크래프톤은 '에어' 개발 과정에서 이미 RVR을 메인 콘텐츠로 내세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플레이 감상 또한 '역시나'. 수많은 MMORPG의 RVR 콘텐츠를 경험해보았지만, 이 정도 수준에 이른 게임은 썩 많지 않았다. 최대 60명의 플레이어가 난입하는 전장임에도 텍스쳐가 깨지거나 심한 랙이 일어나는 경우도 없었다. 시연에 쓰인 컴퓨터가 보급형 상급 정도의 사양임을 감안하면 최적화도 훌륭하게 해낸 셈이다.



▲ 으어!

총평을 남기자면, '에어'는 전체적으로 무난하지만, 톡톡 튀는 재미요소를 갖춘 MMORPG이다. 최초의 기획 의도대로 '공중전'을 메인 콘텐츠로 내세우기엔 조금 약하지만, RVR을 주력으로 삼는 노선 변경은 충실히 해냈다. '테라' 부터 다져온 MMORPG로서의 기본기도 확실하다. 시연은 만족스러웠다. 실제 서비스 이후는 두고 봐야 아는 것이겠지만, 지금의 '에어'는 충분히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에 이른 게임이다. 그리고, 킬러 콘텐츠인 RVR은 확실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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