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직업탐방] 리그 어떻게 기획될까 - 아프리카TV 강구열 e스포츠 PM

인터뷰 | 김병호 기자 |
e스포츠의 인기가 나날이 커지면서 e스포츠 업계에서 직업을 구하는 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e스포츠 분야에서 일을 찾다 보면, 어디부터 그리고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업계의 성장에 따라 다양한 능력의 사람들을 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은 편입니다.

인벤은 e스포츠 업계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려는 이들을 위해 e스포츠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직업을 설명해주는 기획 기사를 준비해봤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직업을 찾았고, 직업을 얻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일하면서 느낀 보람과 고충을 들어 봤습니다. e스포츠 업계에서 종사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엿볼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열세 번째로 만나볼 사람은 대회 기획자입니다. 대회 기획은 대회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모두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아프리카TV에서 게임 및 e스포츠 기획 운영을 맡은 강구열 PM은 전 프로게이머 출신의 리그 기획자입니다. 우리에게는 아프리카TV 스타리그와 스타크래프트 대학대전 등으로 친숙한 분입니다.



▲ 아프리카TV 게임 및 e스포츠 기획 강구열 PM

Q. 글을 읽는 독자를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아프리카TV e스포츠 콘텐츠 팀이라는 대회 기획 운영 팀의 과장이다.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이 알아봐 주신다. 정말 감사드린다. 인터뷰는 오랜만이라 기분이 좋다.


Q.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업무를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아프리카TV에서 ASL같은 스타크래프트 콘텐츠와 리그 오브 레전드 콘텐츠 등을 만들고 있다. 그 외적으로 전 프로들이 활동할 수 있는 대회도 기획하고 있다.


Q. 리그는 처음에 어떻게 기획하고 운영될까?

ASL을 가지고 예를 든다면, 2015년 즈음에 회사에서 스타크래프트 콘텐츠로 대회를 열고 싶어 했다. 그래서 당시 운영진을 통해 대회가 기획됐고, 2회부터는 아프리카TV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대회를 기획한다는 건 굉장히 넓은 의미의 개념이다. 내가 생각하는 기획은 시청자가 어떻게 하면 방송을 재밌게 볼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에 걸맞은 콘텐츠를 구성하는 일이다. 중계진 섭외하고, 선수들을 섭외하고, 대회 공식 맵을 지정하고, 예선과 본선, 결승을 진행, 준비하는 일 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가 대회 기획에 포함되어 있다.


Q. 대회를 기획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만약 ASL 15 시즌의 기획을 시작한다고 가정하면, 맵부터 먼저 구성을 하는 편이다. 되도록 새로운 맵을 시청자에게 보여줘야 리그도 개편된 느낌이 나고, 새로운 양상도 보여줄 수 있다. 시청자가 리그에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는 거다.

맵 구상이 완료된 후에는, 전 시즌 시드자들의 참여 부분을 진행한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참가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와일드 카드전을 준비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예선전을 준비하고, 대행사를 통해 온라인 대회 예선 일정을 공유하고 대회 진행을 체크한다.



▲ 국내 유일의 스타크래프트 리그 아프리카TV 스타리그

Q. ‘성공적인 대회 기획은 무엇이다’라는 정의가 있나?

성공적인 대회 기획은 ‘재미있는 대회, 보는 맛이 나는 대회’를 만드는 거다. 보는 사람들이 재미가 없으면, 대회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구체적인 예시를 든다면, 대회의 재미를 위해 종족 밸런스를 최대한 맞춘다. 한 종족만 나오게 되면 대회를 보는 맛이 많이 사라진다.


Q. 대학리그 기획도 궁금하다. 어떻게 스타크래프트로 대학 리그를 생각하게 됐을까?

프로 리그와 같은 대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이미 자생적으로 진행된 대학 리그가 있었고, 아프리카TV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Q.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많이 오래된 게임이다. 젊은 BJ들이 참여하면 감회가 새로울 듯하다.

어린 친구들도 생각보다 참가 신청을 많이 한다. 그런 걸 보면 많이 신기하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 새로운 유입이 많진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ASL를 하면서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Q. ASL, 대학 리그를 즐겨보는 이들의 연령층, 시청층은 어떻게 되나?

20, 30대, 남자가 98% 정도다. 굉장히 신기한 일이다. 카트라이더 같은 다른 e스포츠 대회를 가면 여성 분들이 많더라. 그런데 우리 대회에는 남자분들이 정말 많다. 스타크래프트를 매번 사랑해주고 시청하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Q. 리그를 기획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시즌 6에서 김정우 선수가 이영호 선수를 3:1로 이기고 우승한 적이 있다. 그때 가슴이 많이 벅찼다. 선수들의 스토리가 좋았다. 힘든 상황에서 보여준 플레이로 역전하고 우승하는 성장 스토리 같은 대회였다. 나를 포함해 많은 분이 몰입하고 봤던 기억이 있다.

요즘에는 대회 결승 예매를 시작하면, 1분이 되지 않아 티켓 예매가 완료된다. 마치 유명 가수의 콘서트 같은 열기를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Q. 반대로 리그를 기획하면서 느낀 고충이 있다면?

코로나 때문에 거의 2년 동안 관중을 받지 못했다. 관중이 없으니 게임이 많이 정적이더라. 관중들의 환호가 있어야 진짜 대회 같은 느낌이 든다. 코로나가 많이 없어졌다가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하루빨리 코로나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 화제가 된 2022 떡참 스타크래프트 BJ멸망전 대학대전 시즌1

Q. 리그 기획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나?

그런 분들이 SNS나 메신저를 통해 나에게 종종 연락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해준 조언은 비슷하다.

일단 자기가 잘 아는 게임, 재미있어 하는 게임을 먼저 기획해보라고 한다. 기획자는 누구보다 게임을 잘 알아야 한다. 나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이라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의 재미가 어떤 부분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물론, 막상 실전에 투입되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게임도 기획을 하는 일이 생길거다. 그런 상황에는 그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두 번째로 대회를 만드는 건,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장소 대관부터 중계, 선수 선발, 방송 제작 및 송출 등에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대회를 기획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기획을 현실로 옮기는 건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기획자라면 대회와 관련된 사람들과 두루 친해야 한다. 그래야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회 기획은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프리젠테이션 등을 통해 대회를 잘 보여주고 설명할 수 있다면 도움이 많이 될 거다. 그리고 대회를 진행할 때는 체크리스트를 잘 짜서 꼼꼼하게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을 때 나중에 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생길 수 있는 변수들에 대해 미리 생각해 놓는 것도 필요하다. 갑자기 생길 수 있는 변수가 많다. 코로나가 생기거나, 중계진에 이슈가 생길 수도 있고, 선수가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런저런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들은 가장 먼저 리그 기획자를 찾는다. 그때 기획자는 문제를 해결할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대회와 관련된 사람들이 당황하지 않고 대회가 진행될 수 있다.


Q. 인터뷰를 통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스무살때 내게 e스포츠 기획에 관해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지금 기획자로서 더 잘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지금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어 행복하다.

대회 기획을 꿈꾸고 있다면 정말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열정적으로 일에 빠져들면 일이 잘 풀리는 경우가 많다.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마지막으로 이런 인터뷰를 하게 되어 영광이다. 끝으로 스타크래프트를 더 많이 좋아해 주시고 ASL도 더 많이 사랑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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