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벼랑 끝 하스스톤 e스포츠, 이제부터 시작이다

칼럼 | 이시훈 기자 | 댓글: 12개 |



e스포츠 흥행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보는 재미'다. 보는 재미가 없다면 선수들이 아무리 명경기를 선보여도 시청자는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게임 자체의 재미와 e스포츠로서 보는 재미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런 점에서 하스스톤은 e스포츠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게임이다. 메타에 따라 인기의 변동이 크지만, 여전히 보는 재미만큼은 뛰어나기 때문이다.

28일 종료된 2019 하스스톤 챔피언십 투어(이하 HCT)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을 통해 하스스톤 e스포츠의 성장판이 아직 열려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HCT 월드챔피언십은 HCT라는 이름으로 펼쳐지는 마지막 대회였다. 마지막에 걸맞게 화려한 명승부의 향연이 펼쳐졌다. 특히, 결승전 5세트는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주술사와 흑마법사의 대결에서 '헌터레이스'의 핵심 카드인 마녀 하가사는 덱의 거의 마지막에 있었던 반면, 그의 상대인 '바이퍼'는 대악당 라팜으로 생성한 카트리나, 아잘리나 등 최고의 밸류를 가진 전설 하수인들로 필드를 장악했다. 보통 하스스톤 유저라면 그 시점에서 "사기를 당했다" 혹은 "역시 운빨 게임!"을 외치며 항복 버튼을 눌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헌터레이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매턴 최선의 수를 찾은 '헌터레이스'는 결국 역전승에 성공하며 25만 달러 상금과 함께 세계 최강자 칭호를 얻었다. 또한, 그는 하스스톤이 여전히 e스포츠로서 보는 재미가 뛰어나고, 운보다 실력이 더 중요한 게임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 출처 : 트위치 방송 화면

사실 하스스톤 e스포츠는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엄청난 위기를 겪었다. 승패가 극명하게 갈리는 '가위바위보' 메타가 계속됐고, 무한 밸류 카드와 벽 덱이 끊임없이 등장하면서 게임의 재미뿐만 아니라 e스포츠로서 보는 재미도 크게 떨어졌다. 새로운 확장팩 '라스타칸의 대난투'가 나왔지만, 개선된 건 전혀 없었다. 많은 유저가 큰 실망감을 느끼고 하스스톤을 떠났고, 하스스톤 e스포츠의 위상은 벼랑 끝까지 몰렸다.

블리자드의 효자 게임이었던 하스스톤 휘청거리자 위기를 느낀 블리자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새로운 정규력인 용의 해에 발맞춰, 아직 출시 1년도 되지 않은 마녀숲 확장팩의 메인 카드인 '달을 삼킨 구렁이 바쿠'와 '겐 그레이메인'을 과감하게 명예의 전당으로 보내버렸다. 홀수-짝수 콘셉트가 오버 파워이며 실패한 콘셉트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었다.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 정규력이 바뀌면서 많은 카드가 야생으로 전환되었고, 신규 확장팩 '어둠의 반격'이 출시되면서 하스스톤 메타가 크게 변했다. 초반에 폭탄 전사와 졸개 도적이 성행했지만, 현재 비교적 다양한 직업과 덱이 등장하고 있다.

확실히 하스스톤 개발진은 과거보다 유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고, 밸런스 패치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과거 '크툰 도적' 덱이 개발진 내부 평가 1위라며 폐쇄적으로 밸런스를 평가를 진행하던 때와 비교하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하스스톤 e스포츠는 기존의 HCT 방식과 정복전 룰을 버리고 새로운 대회 방식인 그랜드마스터즈와 사이드 보딩 룰인 '스페셜리스트'를 도입했다. 아직 바뀐 룰로 대회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흥행 여부를 쉽게 예상할 수 없지만, 많은 하스스톤 유저가 기대감보단 걱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스스톤 선수 출신 해설자 '레니아워' 이정환은 "정복전 룰은 픽 순서 가위바위보 싸움이었기 때문에 선수들이 선호하는 룰은 아니었지만, 시청자들은 다양한 매치업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라고 말하며 "스페셜리스트 룰은 OP덱 미러전 등장 가능성이 높아 시청자들이 염려하고 있는 것 같다. 5장의 사이드보딩도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든다"며 신규 룰에 대한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행되던 기존 체제를 버리고 새로운 체제를 도입한 만큼, 블리자드는 책임감을 갖고 대회를 완성도 높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아직 하스스톤 e스포츠는 벼랑 끝에서 탈출한 것이 아니다.

2019년은 하스스톤 e스포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한 번 유저들의 마음이 떠났던 게임이기 때문에 한 번 더 유저들에게 실망감을 안길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미 오토체스 등 랜덤 요소를 포함한 다양한 캐주얼 게임이 하스스톤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하스스톤은 올해 WESG, 그랜드마스터즈, WCG 등 엄청난 규모의 국제 대회를 앞두고 있다. 하스스톤이 e스포츠 인기 장르로서 제2, 제3의 전성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