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4] "퀘스트, NPC 없는 오픈월드 MMO" 이은석 디렉터가 '듀랑고'에 도전한 이유

게임뉴스 | 오의덕 기자 | 댓글: 44개 |



이은석 디렉터의 신작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다. 화이트데이, 마비노기, 마비노기 영웅전을 거쳐온 게임 경력 20년의 네임드급 개발자 ‘파파랑’.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기자들의 중요 체크리스트임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내 관심의 이유는 약간은 복잡했는데 현재 처한 넥슨의 상황과 관련이 있다.

국내 온라인 시장을 LoL이 점령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표면적인 주도권이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넥슨의 포지션이 애매해진 게 사실이다. 국내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보였고, 특히 자체 개발작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물론 넥슨 전체 수익은 매년 증가했지만, 덩치가 비대할수록 뚜렷한 성장동력이 없을 경우 쇠락의 낙차폭은 클 수밖에 없다. 넥슨 조직 전체가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넥슨 자체 개발조직의 대명사였던 데브캣까지 ‘마비노기2: 아레나’를 접은 상황. ‘강력한 한방’이 필요한 넥슨에게 이은석 디렉터의 신작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구원투수가 돼야만 한다. 과연 그는 ‘꿈꾸던 혁신’과 ‘절실한 성공’ 중에 어떤 것을 선택했을까? 아니면, 신작 ‘듀랑고’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이례적으로 신작의 첫 공개 자리를 기자들의 카메라가 쇄도하는 화려한 간담회장이 아닌, 개발 제작론을 탐구하는 NDC로 옮긴 이은석 디렉터. 그가 꺼내 든 비장의 카드는 이름 하여 ‘창발적 플레이’(Emergence Gameplay)였다.



■ 이은석, 창발적 플레이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창발(Emergence)의 개념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은석 디렉터는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 즉 '전체를 분해해도 부분에는 속성이 남아있지 않는다'는 최근 이론을 언급하며 ‘개미집 이야기’를 사례로 들었다. 수만 마리의 개미들이 복잡한 기능성 도시를 만들고 생활하지만, 여왕개미는 모든 일개미에게 일일이 지시하지 않는다. 이 고차원적이고 복잡한 도시를 설계한 지능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


창발(創發) 또는 떠오름 현상은 하위 계층(구성요소)에는 없는 특성이나 행동이 상위 계층(전체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이다. 또한, 불시에 솟아나는 특성을 창발성(emergent property) 또는 이머전스(emergence)라고도 부른다. 자기조직화 현상, 복잡계 과학과 관련이 깊다.” - 한국어 위키백과


이런 창발의 효과 덕분에 각각의 개미는 아주 단순히 행동할 뿐인데 전체 개미 집단은 마치 지능이 있는 듯 고차원적인 행동이 벌어지는 것이다. 모래알들의 물리적 특성과 바람, 중력이 '모래언덕 물결무늬'라는 거시적 패턴을 만들어 내듯이 저마다 모양이 다른 '눈송이 결정', '주상절리', '새떼의 움직임' 등이 창발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도 창발의 예로 들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정체가 발생하면 각 개인은 도로가 막히면 멈추고, 뚫리면 이동하는 단순한 행동을 하지만 거기서 도로 전체의 거시적인 흐름이 발생한다.

창발은 하위에서 상위 수준으로 발생한다. 입자물리학은 화학이 되고, 화학은 생물학이 되며 신경생물학은 심리학으로 발전한다. 각각의 인간들의 행동은 거대한 시장(market)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는 심리학이 경제학으로 발전한 경우다.




자, 그렇다면 창발의 개념을 게임에 적용해 볼 차례다. 이은석 디렉터가 말하는 창발적 게임플레이(Emergent gameplay)란 무엇일까?

단순한 게임메카닉이 모여서 복잡한 상황이 창발 되는 것으로 메카닉 수준에서는 없던 특성들이 플레이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연하는 것을 말한다. 고정된 시나리오를 가진 게임과는 달리 창발적 게임은 변화무쌍한 게임플레이가 벌어지기 때문에 덜 질리고, 오래 플레이할 수 있으며 자신만의 고유한 내러티브가 생기는 것도 특징이다.

이은석 디렉터는 GTA 시리즈와 엘더스크롤 시리즈를 창발적 특성을 가진 싱글 게임의 예로 들었다. 개발자가 제공한 미션, 퀘스트는 정해져 있지만 거대한 오픈월드와 NPC들의 인공지능, 근저에 깔린 물리효과들이 상호작용해 상상하지도 못한 전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엘더스크롤: 오블리비언에서의 이은석 디렉터, 본인의 경험을 에피소드로 잠깐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런 창발적 게임에서는 누구나 똑같은 플레이가 아닌 나만의 드라마, 스토리가 생성된다. 즉, 직관적인 하위수준의 게임 룰들이 모여서 창발적 플레이를 발생시킨다.

심즈 시리즈도 창발적 내러티브가 있는 대표적인 게임이며 이은석 디렉터가 개발한 화이트데이도 선형적 스토리 진행의 어드벤쳐 게임이지만 일부 NPC들의 행동은 비선형적이어서 약간의 창발성이 존재하게 됐다.

창발성을 지닌 소규모 멀티플레이로는 마비노기 영웅전과 마인크래프트를, 대규모 멀티플레이로는 울티마 온라인과 리니지2의 바츠 해방전쟁, 이브 온라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의 ‘오염된 피’ 사건을 예로 들었다.

특히, 마비노기 영웅전의 보스전에서 보스 뒤에 있던 졸개 몬스터가 우연히 막타로 보스에게 피해를 줘 보스가 쓰러지고, 게임상의 카메라 시점이 플레이어가 아닌 졸개를 비추며 전투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장면이 창발적 플레이의 예시로 등장할 때는 강연장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 게임에 '창발적 플레이'가 필요한 이유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왜? 어째서? '창발적 플레이가 유용한가’

재미이론의 저자 ‘라프 코스터’에 의하면 노이즈 속에서 패턴을 파악하려는 우리 두뇌의 습성 때문에 패턴 파악이 끝나게 되면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고정된 게임 콘텐츠는 금방 질리게 되는데 ‘변화하는 게임세계’는 비교적 덜 질리게 된다. 장기, 바둑, 스타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가 그런 게임들의 예다. ‘창발성’ 또한 게임세계를 계속 변화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한편, 게임을 '처리집약 게임'과 '자료집약 게임', 두 특성으로 나누는 관점에서 MMO 게임은 '샌드박스형'과 '테마파크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운동장과 놀이공원, 레고블럭과 완제품 장난감과의 관계와 유사하다.

[관련기사] [NDC2014] 듀랑고, 혁신의 핵심은 계산 프로세스! 양승명 리드 디자이너

이은석 디렉터는 MMO 게임이 울티마온라인을 시작으로 에버퀘스트, 그리고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대중화로 이어지며 테마파크형 MMO가 최근 10년 동안 대세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밝혔다. 퀘스트 기반으로 하한성이 보장되고, 특별한 능력자가 아니라도 재밌게 놀 수 있는 게임이 테마파크형 MMO이다.

테마파크형 MMO의 끝판왕 “WoW”가 MMO 시장의 파이를 크게 늘렸지만, 시간이 흐르고 엄청난 콘텐츠를 누적, 보유 (현재 약 1만개의 퀘스트)하게 되면서 WoW의 경쟁작들은 볼륨을 키우기 위해 높은 개발비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WoW를 절대로 넘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개발비가 무려 2천억 원에 가까운 EA의 스타워즈 구공화국 마저도 WoW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WoW의 경쟁작들이 하나, 둘씩 쓰러져가면서 WoW 자신도 차츰 저물어 가고 있는 요즘, 여기저기서 ‘퀘스트 기반의 MMORPG는 이제는 끝인가?’라는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개발사들의 리스크는 높아져만 가는데 유저들은 MMORPG에 질려가는 상황. WoW가 점점 하락하며 LoL이 급격히 상승하는 구글트랜드 검색 추세 그래프도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이 시점에서 앞서 설명한 창발성이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테마파크 MMO는 대중화에는 성공했지만, 창발성은 낮기에 물량 승부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창발성이 뛰어난 온라인 게임은 MMORPG에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게임 속에서 창발성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 창발적 플레이를 이끌어내는 방법들


게임 디자인을 두 가지 형태,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하향식'(top-down)과 정 반대의 '상향식'(bottom-up)으로 구분할 때 하향식보다는 상향식이 창발의 원천이 된다. 특수한 상위 룰 하나 보다는 일반화된 하위 룰 여러개가 유용한 것이다.

이은석 디렉터는 고전게임 '윙즈 오브 퓨리'(Wings of Fury)를 예로 들었다. 윙즈 오브 퓨리는 전투기를 조종해 항공모함에서 이륙해 적들과 싸워야 하는 게임으로 비행 중에 연료가 바닥이 나면 아군 항모에 착륙해 급유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게임은 끝이 나는데 그 끝을 내는 방법에서 ‘창발성’을 엿볼 수 있다.

만약 적에게 우리 항모가 부서진다면 ‘하향식’ 게임에서는 화면에 곧바로 게임오버 메세지가 표시되며 게임은 종료된다. 하지만 ‘상향식’ 게임이라면 게임 시스템은 플레이어에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계속 플레이할 수 있도록 놔두게 되는데 언젠가는 추락해서 죽음을 맞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창발적 플레이가 발생한다.





“실제로 윙즈 오브 퓨리는 상향식을 택했고 그래서 창발적 플레이가 유도되었습니다. 바로 게임오버가 아니면 뭐라도 해볼 수 있습니다. (적 기지에 착륙해서 급유를 시도, 적 배를 향해 가미카제 실시, 우리 항모를 부활시킬 방법은 없나 궁리, 등등) 결국은 전부 게임 진행에 아무 소용 없는 플레이인 것은 변함이 없고 '상향식 형태’ 때문에 전체 게임 시스템에 구멍이 생길 수도 있지만, 특수한 룰로 ‘바로 게임오버’ 시키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우아한 게임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됐던 마영전의 ‘졸개 몬스터의 팀킬 사건’에서 만약 하향식의 특수한 상위 수준 룰, '1) 플레이어는 몬스터를 때릴 수 있고 2) 몬스터는 플레이어를 때릴 수 있고 3) 보스몬스터가 죽으면 막타 친 유저를 멋지게 보여준다.’가 존재했다면 그런 창발적 플레이는 나올 수 없다.

'1) 엔티티는 엔티티를 때릴 수 있고 2) 보스 엔티티가 죽으면 막타를 친 엔티티(다른 보스든 플레이어든 무엇이든)를 멋지게 보여줌’이라는 상향식의 일반화된 하위수준 룰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향식과 상향식 구조는 목록을 정해놓고 이것만 허용하는 ‘화이트 리스트’와 금지할 몇 가지 목록만 주고 나머지 것은 전부 다 허용하는 ‘블랙 리스트’와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은석 디렉터는 스티븐 존슨의 저서 ‘이머전스’에서 배운 교훈을 게임에 적용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1. 많을수록 달라진다. - 하위요소의 수가 많을수록 창발성이 생기기 좋다. 그래서 다수의 플레이어가 그 역할을 해주는 MMO 게임이 더욱 유리하다.

2. 무지가 유용하다. - 특수한 상위요소 보다는 단순한 하위요소의 집합으로 설계해야 한다. 개미 개체들이 서로 주고받는 메시지의 종류는 몇 가지 안 되지만 개미떼의 행동은 훌륭하다.

3. 무작위적인 마주침을 조장하라. - 하위요소들끼리 상호작용이 있어야 창발이 발생한다. 격리 게임공간(인스턴스) 보다는 공유 공간 (오픈월드)이 좋다.








■ 창발적 플레이가 발생시키는 문제들, 어떻게 해결할까?


창발성을 온라인 게임에 도입할 때 여러 가지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해도 역시나 문제는 존재한다. 창발의 본질은 상향식이기 때문에 예측 불가능한 현상이 많고 온라인 게임에서는 운영 이슈로 확대될 수 있다. 또한, 이는 유저들에게도 높은 진입 장벽으로 다가갈 수 있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밸런스와 공정성이 중요하므로 창발적 게임플레이의 균형을 맞추고 개발자가 상향식 세계를 통제할 수 있는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은석 디렉터는 TV 예능 프로그램을 예로 들며 돌발상황에 제작진이 '불공정하게 개입한 사례' (나는 가수다의 김건모 사건), '불공정하게 방치한 사례' (지니어스 시즌2)를 언급했다. 창발적 게임에서도 마찬가지. 개발자가 문제를 방치해도 문제, 개입해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막장 사태를 통제할 수 있는 비상 열쇠를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창발의 본질은 상향식이다. 과연 통제가 가능할까?

“혼돈의 가장자리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질서와 혼돈 사이에 급격한 상전이가 이뤄지는 곳인데요. 물리, 생물, 경제, 사회에서 나타나는 창발 지점입니다. 진화와 생명도 여기에서 나왔다고 보는 관점이 있습니다. 바로 여기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자기 조직화’가 발생하게 됩니다.”






자기 조직화(Self-organization)란 창발현상과 관련이 깊은 개념으로 무질서 속에서는 피드백을 통해 ‘자발적인 질서와 조직’이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자기 조직화와 함께 창발적 세계를 통제하는 방법으로 '보이지 않는 조정자'도 언급했다.

대표적인 창발성 게임인 심즈3도 완전한 상향식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심들이 사는 마을 자체가 메타수준 욕구를 가지고 있어서 마을 전체의 성비와 취업률을 유지하고, 이 욕구 만족을 위해 주민을 만들고 없애거나 취업하고 해고한다. 또 하나 '보이지 않는 조정자'의 예로 레프트4데드의 ‘AI 디렉터’가 있다. 영화감독 같은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로직이 적당한 페이스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좀비 수, 보스 출현, 타이밍, 레벨 흐름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은석 디렉터는 ‘거시적인 조정자’ 개념을 언급하며 유전 알고리즘, 신경망, 데이터 분석 / 집단 지성을 응용하는 방법을 응용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유저들의 재미, 유저간 공정성, 자원의 올바른 배분, 적절한 플레이타임 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개발자가 반응할 '피드백(되먹임)의 기준'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개발자가 얼마나 개입할 것인가? 개발자는 과연 정부인가, 게임 세계의 기저 법칙을 제공하는 (God)인가?

“개발자가 정부인가, 신인가 하는 문제는 하향식과 상향식의 관점 차이 같은데요. 어느 한쪽 100% 만으로는 성공하는 게임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저희 왓 스튜디오도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중입니다.”







■ 최초로 밝혀지는 창발성 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의 세부적 특징


“저희가 현재 개발 중인 신작 ‘야생의 땅: 듀랑고’도 오늘 소개한 창발성 원칙을 많이 따랐습니다. 놀이공원보다는 운동장을 콘셉으로 잡았고요, NPC도 없고 퀘스트도 없는 MMORPG입니다. NPC가 없으니 시장거래는 플레이어끼리만 가능하죠”

듀랑고에는 개발자가 미리 만들어 놓은 마을도 존재하지 않는다. 플레이어들이 직접 마을을 건설해야 한다. 격리된 인스턴스 던전이 아니라 공유된 넓은 필드에서 플레이어들끼리 만나게 되며 서버마다 생성되는 지형도 모두 다르다. 플레이어들이 탐험해서 정보를 모으고 교환하며 게임을 풀어가는 방식이다.

“오픈월드에 광범위한 생태계 시뮬레이션을 구현하는 게 목표입니다.”

자료집약적 아닌 처리집약적 게임으로 수십만 개의 엔티티(플레이어, 식물, 동물)들이 상호작용한다. 식물에서 초식동물, 다시 육식동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이 있으며 이 생태계 속에서 플레이어들이 살아남아 자원을 획득해야 한다.

“화이트리스트보다는 블랙리스트를 추구합니다. 예를 들면 건설도 ‘여기에만 건설 허용’이 아니라 ‘여기만 빼도 다 됨’ 이런 식이죠."

당연히 '야생의 땅: 듀랑고'는 상위수준 규칙보다는 하위수준 규칙이 게임의 틀을 잡는다. 이런 특징은 특성 기반의 아이템 크래프팅 체계에 잘 나타나는데 철괴와 나무막대를 조합하며 ‘쇠도끼’가 딱 나오는 스타일이 아니라, 도끼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날붙이’ 아이템과 ‘막대기 형태’ 아이템, 그리고 ‘접착’ 아이템을 조합해야 하며 각 재료의 속성이 도끼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식칼과 나무막대에 갈대를 엮은 도끼가 있는 반면, 반달돌달과 공룡뼈, 청테이프로 만든 도끼가 있다. 전자가 날카롭고 민첩하지만 대미지가 적은 반면, 후자는 육중하고, 내구도가 갈대로 엮은 도끼 보다는 떨어지지만 대미지는 비교적 우위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가죽장화를 먹게 해달라’ 이게 지금 NDC에서 유행어처럼 되고 있는데요. (웃음). 이걸 '야생의 땅: 듀랑고’에 구현한 이유는 창발성의 이점도 있지만 견고한 경제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마영전은 단일서버였고 소위 ‘큰 손’ 유저의 장난으로 매점매석 사건이 빈번했습니다. 그때부터 더 나은 방법은 없을지 고민했었죠.”

*관련기사: [NDC2014] 야생의 땅: 듀랑고 기획자의 고민 "가죽장화를 먹게 해주세요"







이은석 디렉터는 ‘다양성’이 생태계를 튼튼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게임세계의 경제 역시 일종의 생태계기 때문에 대체재가 많으면 독과점에 휘둘리지 않고 유연하고 안정적인 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는 설명.

과연 '야생의 땅: 듀랑고’가 대중적 접근성을 가질 수 있을까? 이은석 디렉터의 표현을 빌리자면 ‘초 샌드박스형 게임 같은데 살벌하고 하드코어해서 진입장벽이 절망적이진 않을까? 게다가 이런 걸 코딱지만한 모바일기기에서? 로망만 있고 흥행에 참패할 우려는 없을까?'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네, 솔직히 말랑말랑한 게임은 아닙니다. ‘모두를 위한’ 게임이 아닌 것을 인정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되고 싶어서 (원수 같은 터치스크린과 싸워가며) 모바일로 만들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이머를 위한 모바일 게임이 목표입니다. '야생의 땅: 듀랑고'는 PC 온라인 게이머의 눈높이에 맞춘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입니다."

이은석 디렉터는 높은 진입 장벽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만들고 공정성, 밸런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 생태계의 적응형 밸런싱 관리자 - AI 산신령 시스템(가칭)’과 상향식과 하향식이 공존하는 균형적인 샌드박스 게임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인이 몸 담은 '왓 스튜디오'의 최종 목표를 밝히며 청중들의 큰 박수 소리와 함께 강연을 마무리했다.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싶습니다. 온라인 게임과 그 플랫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가상 세계를 즐길 줄 아는 게이머들이 현실세계 투표장으로도 나가게 하는 그런 게임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저희 왓 스튜디오의 시도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 파파랑 이은석 디렉터 강연 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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