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5] 끓여먹을 가죽도 일단 꿰어야 장화! '듀랑고'의 아이템 4.0 개선기

게임뉴스 | 이명규 기자 | 댓글: 4개 |



지난해 NDC2014에서는 이슈를 끈 강연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야생의 땅: 듀랑고'를 만드는 왓스튜디오의 이정수 개발자가 진행한 '가죽장화를 먹게 해주세요' 입니다. 제목도 충격적이거니와, 무엇을 말하려는지 이름만으로는 의도를 알기 힘든, 흥미진진한 강연이었죠.

실제로 가죽 장화는 긴급시에 끓여먹어 영양분을 보충할 수 있다고 하죠. 사실 기자도 말로만 들었지 정말로 될지는 모르는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 였기에, 어쩌면 왓스튜디오에서는 정말로 시도해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찌됐든, 하나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현실적이고 자유도 높은 아이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신입 기획자의 분투기는 충분히 인상깊었습니다.



지난해 '가죽장화를 먹게 해주세요' 강연을 했던 왓스튜디오 이정수 기획자

그리고 그때 발표를 했던 이정수 기획자는, 이번 NDC2015에서도 한번 더 가죽 시리즈 강연을 꺼내들었습니다. '가죽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장화' 라는 이름의 이번 강연은, 지난 강연에서 추측해보건대 아이템 제작에 관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정수 개발자는 과연 가죽을 꿰어서 멋진 장화를 만들어 냈을까요? 지난해 선보였던 아이템 3.0 버전과 그 이후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았습니다.



지난 이야기 - "가죽장화를 먹게 해주세요"

작년에 '가죽장화를 먹게 해주세요' 라는 강연을 했었어요. 반응이 폭발적이었죠. 이번 강연은 그때 강연과 연작 관계에 있습니다. 그 후로 다들 가죽장화를 먹고 씹고 뜯고 맛보시려고 하더라구요.




우선은 지난해 강연을 정리해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듀랑고에서 플레이어는 풍요를 떠나 척박한 환경에 적응해나가야 합니다. 야생에서의 생존의 로망을 느껴보고 싶었죠. 그리하여서 아이템에 높은 자유도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도구라고 해도 물건을 만드는 도구로 쓰다가도 위험해지면 무기로도 사용하는, 그런 유연성이 있었으면 했죠. 그렇다고 말이 안되는 것은 안되는 거고요. 여튼 그렇게 가죽장화가 자유롭고 창발적인 플레이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아이템이 그런 플레이를 위한 도구가 되어야 했죠.




그래서 아이템 1.0 부터 3.0까지 버전별로 몇가지 새로운 시도들을 해왔습니다. 처음에는 특성을 부여해서 먹을 수 있다면 먹을 수 있다는 특성을 부여하고, 이러한 여러 특성을 각각의 아이템에 맞게 설정했죠. 그 특성에 맞는 성질이라는 하위 개념과 수치를 가집니다. 아이템으로 액션을 할 때 이런 특성은 조건 체크가 되고, 속성은 제한이 됩니다. 가공과 제작이 이 특성과 속성을 변경하고 추가하죠.

그러다 이게 디자인 요소가 너무 많고, 자동화되지 못해 문제가 있었습니다. 또 초기에 가공 자유도가 너무 높아 무한 가공이 되어서 음식 하나에 칼로리가 3000까지 가고 그런 사례가 발생했죠. 그래서 2.0 버전에서는 제작과 가공을 좀더 엄격하게 가고자 했습니다.




관련 속성과 특성을 묶어서 관리하고, 분해를 통해 각각의 특성을 분리할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니 또 너무 제한적이고, 분리된 아이템을 제때 사용하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3.0 버전에서는 속성과 특성을 묶되, 강제성을 줄였습니다. 그리고 레시피의 가능성을 보다 넓게 잡았죠. 이러한 레시피와 특성을 관리할 수 있도록 특성 관리자를 배치했습니다. 디자이너의 수작업이 줄어들었죠. 여기까지가 지난해 발표한 내용의 요약입니다.






아이템 3.0 그 이후

그렇다면 지난해 발표 이후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요?

지난해 이후 그당시 발표한 3.0 버전의 구현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테스트도 거쳤죠. 그 결과는 소득도 있었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있었습니다.




특성 관리자가 모든 아이템에 같은 기준을 두고 원하는 범위를 설정하기가 매우 어려웠어요. 그래서 재질별로 다시 특성을 세부 분류 했습니다. 결과는 좋았어요. 가죽을 먹을 수도 있었고, 꼬치구이로 싸울 수도 있었습니다. 잘튀긴 스밀로돈 생가죽 튀김을 먹고, 거대한 콤프소그나투스 꼬치구이로 무장을 하면 되죠.

사냥하고, 채집하고, 재료로 쓸 수 있게 가공하고, 이것으로 제작을 합니다. 제각각이 다양한 특성을 가지게 되죠. 제작의 다양성이 확보되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테스트를 거치며 걱정이 생겼습니다. 이 시스템이 과연 라이브 서비스를 감당할 수 있을 까하는 것이었죠. 원하는 요구조건은 많이 채웠지만, 아직도 문제점은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세가지가 있었어요.




낮은 예측성, 낮은 생산성, 그리고 높은 시스템 난이도가 문제였습니다. 제작 아이템이 어떤 성능을 가지게 될지 예측하기가 너무 힘들고, 아이템의 종류는 적은데, 한 종류의 아이템에서 너무나 많은 범위의 성능을 가진 물건이 나왔습니다. 비용이 너무 컸어요. 또 개발자들이 투입되야하는 시간도 많았죠.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접근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한 예로 곡괭이 문제가 있는데, 곡괭이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협업이 잘 안됐고, 이런저런 데이터가 꼬이다보니 다른 무기를 제치고 이게 최강의 무기가 되는 사태가 발생했어요. 이때도 일일히 사용자의 DB를 뒤지면서 곡괭이를 회수해야 했습니다. 곡괭이가 제각각 달랐거든요.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가, 하니 너무나 완벽하게 만들어내려고 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적층식으로 시스템을 만들다보니 로우레벨 의존도가 높아졌고, 이걸 해결하기 위해 구현이 불가능한 툴과 UI에 의존하려 했지만, 개발이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초심으로 돌아갔습니다. 플레이 자유도, 개연성, 창발성. 이 모든건 플레이의 재미를 위한 것이니까요. 플레이어가 가치판단하기 쉽고, 자원 특성에 맞춰 행동할 수 있도록 직관적이어야 했습니다. 또 개발자도 즐겁게, 적절한 코스트를 들여 개발 할 수 있어야했죠,. 이것이 4.0에서의 밥상 뒤집기의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아이템 4.0은?

아이템 4.0에서는 자유도와 창발성보다 제어와 생산성에 투자했습니다. 모든 문제는 복잡성에서 시작하기에, 최우선 목표를 단순화로 잡았죠. 기존에는 특성별로 너무나 많은 속성이 있고, 그 속성의 수치도 제각각입니다. 때문에 높고 낮음, 좋고 나쁨의 가치판단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수치를 없애고, 특성별로 해당 특성 레벨에서 도드라지는 특징을 가지도록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특정 특징들의 조합이 마음에 든다면, 그 특성 원형을 만들어서 이 스테레오 타입을 만들어 모을 수 있도록 했죠. 이 방식을 따르니 디자인 목적도 명확해지고, 가치와 용도를 평가하는 것도 쉬워졌습니다.




다음이 아이템 시스템의 끝판왕인 제작입니다. 가죽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장화라는 이 강연의 제목이 여기서 나온거에요. 엑셀 같은 간단한 정리 툴조차 사용하지 못하던 것이 제작이 너무나 복잡하여서 그랬던 문제이죠. 제작은 기본적으로 스크립트로 이루어지는데, 너무 복잡해서 데이터 뎁스 문제가 있어요.




기존의 방식은 어느 수준에서 어느 수준까지 끝에서 끝, 구간을 정하면 그 안에서 자유롭게 조정되는 것인데, 이게 변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 구간을 몇개로 짧게 세부적으로 나누고, 그 결과 값을 가지게 하면 어떨까? 하는거죠. 제작과 가공도 새로운 특성 부여-특성 변경으로 세분화해서 나누고요.




그리고 최대 가공횟수에 제한을 두어 연속성을 절단하고, 무의미한 부분을 잘라내고 유의미한 단위로 남아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예측성이 훨씬 좋아졌어요.

이제 남은 과제는 자동화입니다. 현재는 절차적 아이템 생성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절차적 생성은 이미 지형, 시나리오, 자연환경 등 수많은 부분에서 사용되고 있죠. '듀랑고'에서도 섬의 생성 등 많은 부분에서 절차적 생성이 이루어집니다. 아이템에서의 절차적 생성도 과연 가능할까요? 그 결과는 다음 기회에 공유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강연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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