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2017] 나이언틱은 세상을 바꾸고 싶어했다

게임뉴스 | 이현수 기자 | 댓글: 29개 |


▲ 마사시 카와시마 수석 프로듀서 겸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업 이사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마사시 카와시마(Masashi Kawashima)는 나이언틱(Niantic Inc)의 수석 프로듀서(EP) 겸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업부 이사로 인그레스의 비주얼 및 UX를 설계했다.

어째서 사람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을까? 나이언틱의 ‘걸어다니는 모험(adventures on foot)’은 무슨 뜻이고 사용자가 어떻게 이 개념을 받아들이게 만들었을까?

나이언틱은 '인그레스'와 '포켓몬 GO'를 통해 현실 세계를 게임 보드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나이언틱의 마사시 카와시마 수석 프로듀서는 그 전까지는 단순히 '기술'에 그쳤던 AR을 어떻게 게임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는지 왜 이러한 도전을 하게 됐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겪은 이야기를 청중에게 전했다.



■ 강연주제: GO OUTSIDE! Adventures on Foot

⊙ 세상을 바꾸고 싶다

50명이 채 안 되는 나이언틱의 로고는 '세계 일주'를 의미한다. 나이언틱의 미션이자 비전 그 자체를 뜻한다. 지금이야 나이언틱이 '인그레스', '포켓몬 GO'로 세계 제일의 AR 게임 개발사의 대표격이 되었지만, 그들의 시작은 구글 사내벤처였다. 그리고 그 시작도 굉장히 작은 생각에서 시작됐다.

나이언틱의 대표 존 행크는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밖에 나가지 않고 '마인크래프트'만을 온종일 즐기는 아들이 걱정이었다. 그래서 밖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었다. 단순히 밖으로 내모는 게 아니라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이용해 가족이 밖에서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많은 이들이 세상을 바꾸고 싶어한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절대로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항상 거창한 것에서 변화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기술 덕분에 편리해졌다. 그런데 그 기술 때문에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됐다. 통상적으로 성인들은 9시간을 스크린 앞에서 할애하고 어린이들도 3시간 정도 스크린 앞에 앉아있다. 이러한 이유로 80%의 어린이들이 자신의 연령에 맞는 운동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으며, 5억 7천만 명이 운동부족으로 죽어가고 있다.

존 행크는 이러한 현상을 보며 과연 기술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됐다. 기술을 좀 더 바른 방향으로 사용하고 싶었다. 그는 일단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내면 조금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술을 사용하여 사람들을 밖으로 나가게 할 동기를 유발하고자 했다. 그렇게 나이언틱은 현실과 기술의 연결에 뛰어들었다.





⊙ 일단 밖에 내보내 보자!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운동'을 수반한다. 그리고 걷는 행위는 또 다른 행동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탐색 및 탐험이 대표적이다. 삶은 일상적이다. 집에서 직장으로,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행위는 매우 반복적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최단 거리를 선택한다. 구글맵도 경로를 설정할 때 최단거리만 알려준다.

나이언틱은 사람들을 밖에 나간다는 행위 자체가 귀찮고 반복적인 요소로 인지되지 않기를 바랐다. 최단거리로 15분이 걸리는 거리라면 이를 1시간 반 동안 가기를 바랐다. 사람들이 더 많이 걷고, 더 많은 풍경을 보기를 원했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항상 같은 풍경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기를 원했고 사용자들이 이를 경험하기를 바랐다. 그들은 이런 행위가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믿었다.

나아가 '밖으로 나가 걸으며 탐험'하는 과정에 사람들의 관계를 얽고 싶었다. 마사시 디렉터가 어렸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은 거리에서 인사를 나누고 담소를 나눴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심지어 나이가 많은 사람이 소녀에게 말을 걸면 범죄를 의심하기까지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는 일본도 미국도 다르지 않다. 그만큼 사람들은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

나이언틱은 이를 바꾸고 싶었다. 한곳에 모여서 함께 즐기는, 함께 나누는 행동을 만들고 싶었다. 모두를 모아 '무언가'를 해보게 하고 싶었다.

밖으로 나가서 걷고, 탐험하는 과정에서 상호 교류를 얽고 싶다는 목표를 세운 후 나이언틱이 시작했던 첫 번째 일은 '필드 트립(Field trip)'을 만드는 것이었다. 필드 트립은 역사적인 장소나 의미 있는 장소를 방문하면 그곳의 연혁과 정보를 표시해주는 앱이었다.

나이언틱은 이 앱을 개발, 서비스하며 '인그레스'와 '포켓몬 GO'의 기반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어떻게 알림을 푸시해야 하는지, 어떤 타이밍에 정보를 사용자에게 전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였다. 유저가 원할 때 정보를 보내는 것은 마법과 같은 놀라움을 남기지만, 반대의 경우는 귀찮음을 전달하기에 정보 전달의 시의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나이언틱은 필드 트립을 통해 이를 체득했다.

[Field trip on glass]


⊙ 인그레스는 누군가의 삶을 바꿨다

필드 트립 앱 자체는 큰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나이언틱은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인그레스'를 개발한다. 인그레스는 역사적 장소, 미술관, 도서관, 동상 등을 포털로 만들어 일종의 '땅따먹기'를 즐길 수 있는 AR 게임이다.

인그레스의 특징 중 하나는 게임의 중요한 요소인 '포털'을 사용자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는 점이다. 사용자들이 직접 걸어서 발견한 곳을 나이언틱에 보내면 나이언틱이 승인을 하는 방식이다. 즉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특정 장소로 이동을 해야만 한다.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하며 이곳저곳 탐험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셈이다.

2천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인그레스'는 현재 200여 개국에서 플레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인그레스를 플레이하기 위해 지역 곳곳을 걸어 다니며 함께 협동하여 포털을 연결한다. 나이언틱이 꿈꿨던 '기술을 통한 사회화'를 실현하는 순간이었다.

[인그레스는 사람들을 밖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인그레스는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끼쳤다. 포탈 점령을 위해 등산을 하고,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건 예사였다. 밖으로 나가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신체가 불편하여 우울증에 빠졌던 사람들을 밖으로 불러내어 다른 사람들과 상호 교류를 하게 만들었다.

특히 사지가 마비되는 병을 얻어 절망적인 삶을 살고 있던 사용자는 인그레스를 통해 자력 보행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200보를 걷는 것도 힘들었지만, 꾸준히 게임을 즐기면서 나중에는 20,000보를 걸을 수 있게 됐다. 결국에는 병을 회복하기에 이르렀다. 기술이 긍정적인 동기를 유발한 것이다.

인그레스 플레이어들은 3억 킬로미터를 걸었다. 이는 지구와 태양을 왕복할 수 있는 거리에 필적한다. 인그레스를 즐기는 사용자들의 91%는 게임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 친구를 만들었고, 15%는 50명 이상의 상호 교류를 맺었다. 85%의 사용자들은 정적인 활동보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또한, 30%의 사용자들은 인그레스를 통해 데이트하는 사이로 발전하기도 했으며 결혼에 성공하는 사례도 나왔다. 인그레스 베이비는 이들의 사랑의 결과물 중 하나였다. 게임을 하기 위해 35%의 사용자들은 10개 이상의 다른 도시를 방문했다. 15%는 1,000 킬로미터 이상을 걸었으며 60% 이상은 체중 감소를 경험했다. 밖으로 나가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 인그레스를 통한 교류는 가정을 만들기도 했다.

호주에서온 열쇠 - Operation Matahari

인그레스는 포털끼리 연결하면 필드를 획득할 수 있다. 연결을 위해서는 열쇠가 필요하고 이 열쇠는 포털을 해킹할 때 획득할 수는 없다. 그리고 다른 포털과 연결을 하기 위해서는 직접 이 열쇠를 가지고 다른 포털에 방문해야 한다.

호주의 한 플레이어는 한국과 호주를 포털로 연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열쇠를 가지고 한국을 방문했다. 이런 식으로 한국과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 16개국의 플레이어들이 일치단결하여 아시아에 필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이언틱이 원했던 탐험과 사회적 교류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나이언틱은 위와 같은 행동을 강제하거나 이벤트를 강요한 적이 없다.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하며 즐기며 생긴 일이다. 인그레스의 꽃인 '인그레스 어노말리'는 이러한 맥락의 정점을 찍는다. ‘인그레스 어노말리’는 인그레스 사용자들이 특정시간, 특정장소에 모여 현실 공간의 가상 포털을 상대 진영보다 더 많이 점령하는 것이 목표인 오프라인 행사다.

2014년 26명의 참가자로 시작한 행사는 2016년에는 만 명 이상이 모이는 거대한 행사로 성장했다. 나이언틱이 한 건 사용자들에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 것이 전부다. 사용자들은 스스로 명소를 발견하고, 사람들 간의 상호 교류를 이어간다. 그들이 생각한 '세상을 바꾸고 싶다'라는 생각은 실제로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것으로 이어졌다. 게임이라는 AR 기술로써 말이다.



▲ Operation Matahari는 인종과 언어를 뛰어넘었다.


⊙ 걸어서 태양계 밖으로

'포켓몬 GO'는 구글의 만우절 '장난' 중의 하나였지만, 나이언틱에 의해 실제화됐다. 노무라 타츠오 구글 엔지니어의 장난스러운 생각에서 시작한 이 게임은 7억 5천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는 거대한 성공을 거둔다.

사람들이 '포켓몬 GO'를 하기 위해 걸은 거리는 158억 킬로미터에 달한다. 태양에서 명왕성까지의 거리가 60억 킬로미터라는 것을 고려해보면 인류는 걸어서 태양계를 넘어선 셈이다.

많은 이들은 포켓몬 IP의 강력함으로 인해 아주 간단하게 '포켓몬 GO'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나이언틱은 구글 사내벤처 3년이 지나 중대한 결정을 해야만 했다. 여러 고민 끝에 완전히 독립하기로 했지만, 그 과정에서 엔지니어의 반이 구글에 남겠다고 했다. 엔지니어도 자금도 없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나이언틱은 우선 포켓몬회사를 찾았다. IP 홀더 입장에서는 구글이라는 거대한 회사와 하려고 했는데 40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회사가 오니 당황스러워했다. 그래도 이와타 닌텐도 대표 등의 도움으로 자금을 투자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고 2016년 무사히 런칭했다. 물론 현실적인 한계로 구현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담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사람들을 밖으로 나가게 하고 밖에서 상호 교류를 할 수 있게 만드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개발 소식을 알린 영상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포켓몬 GO'는 현실 세계에 나타난 포켓몬을 잡는 굉장히 간단한 게임이다. 산책할 때, 친구와 공원에서 놀 때, 출퇴근하면서도 즐길 수 있다. 물가 주변에서는 물 포켓몬이, 전기 포켓몬은 발전소 근처에서 나타나는 등 현실세계와 연결하여 놀 수 있다. 기술을 통한 현실 세계와의 연결. 나이언틱이 바꾸고 싶어했던 세상의 모습과 맞닿아 있었다.

포켓몬고는 많은 인기를 끌었다. 절정기에는 구글 홈페이지 조회 수를 웃돌았다. 40명에 남짓한 인력으로 이를 제대로 소화하기 힘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구글 클라우드는 '포켓몬GO'를 위한 팀을 편성, 나이언틱의 게임을 지원했다.



▲ 구글 클라우드에서 공개한 실제 트래픽, 구글 페이지뷰를 넘어서기도 했다.

'인그레스'를 통해 이뤄낸 긍정적인 이야기는 '포켓몬 GO'에서도 이어졌다. 밖으로 나가 걷고, 탐험하고, 교류를 이끌어냈다. 이 긍정적인 변화의 규모는 인그레스 보다 훨씬 컸다. 가족 모두가 공원에 나가 즐기고 함께 시간을 보냈다.

'포켓몬GO'는 사회 현상에 대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핵가족화로 인해 노년층을 부양하는 사회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노인층이 병에 걸릴 경우 부담이 몇 배로 늘어난다.

노년층이 하루에 30분씩만 햇빛 아래를 걸으며 담소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는 걷기를 통해 부양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이언틱은 게임을 통해 이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많은 고민을 했다. 덕분에 지금까지 게임을 즐기지 않았던 노년층의 반응도 좋았다.

일본 동북지역이 쓰나미 피해를 입었을 때는 희귀 포켓몬스터인 라프라스를 동북지역에 나타나게 하여 10일간 10만 명의 플레이어들을 피해 지역에 운집하게 하였다. 복구가 진행 중인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다. 이들은 동북지역에 들러 20억 엔의 경제효과를 발생시켰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Pokemon go park'이벤트에는 7일간 2백만 명이 모였다.



▲ 쓰나미 피해를 입은 지역을 돕기 위해 라프라스를 등장시켜 사람들이 찾게 만들었다.
경제효과는 20억 엔에 달했다.


⊙ 꿈은 이뤄진다

나이언틱은 꿈을 가지고 있다. 평소 갈 일이 거의 없는 역사적 장소, 도서관, 미술관 등에 사람들을 보내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 그곳에서 사람들과 교류를 하게 만들고 싶다는 꿈 말이다.

이를 위해 나이언틱은 AR을 활용하고 있다. VR은 가상을 더욱 역동적으로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기술인 데 비해 AR은 현실 세계에서의 교류를 풍부하게 해주는 기술이다. 그래서 나이언틱은 AR에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 시장 규모도 VR의 4배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많은 사람은 안경형태의 AR 기기를 생각하고는 한다. 비싼 기기 말이다. 물론 이런 기기도 좋지만, 나이언틱은 가격이 적당하면서 사용하기 편한 것들부터 시작하여 부드럽게 AR을 대중화 하고 싶어한다. 이를테면 애플워치나 포켓몬고플러스 같은 기기들 말이다.

즉 나이언틱은 AR을 특정 디바이스에 연결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현실 체험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 digi- capital에서 발표한 자료

시애틀에 사는 80세 플레이어는 인그레스의 최고레벨인 16레벨 에이전트다. 그녀는 당뇨병을 앓고 있고 척추도 좋지 못하다. 그럼에도 인그레스에 재미를 느꼈고, 1,500 킬로미터 이상을 걷게 됐다. 그녀는 애플파이를 만들어 동료 에이전트들에게 나눠주기도 하며 젊은 에이전트와 시니어 에이전트를 연결해주는 중간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기술은 삶을 변화시켰다. 80세 에이전트의 경우처럼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나이언틱은 기술을 통해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있다.

'포켓몬GO' 출시 때에 'Dreams come true(꿈은 현실이 된다)'라는 말이 함께했다. 현실과 꿈이 뒤섞여 있는 것. 그것이 나이언틱의 이상이다.

나이언틱이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언제 해산돼도 이상하지 않을 조직이었지만, 결국에는 '인그레스'와 '포켓몬GO'로 사람들을 밖에서 묶는 데 성공했다. 나이언틱의 행보는 그들의 미션과 비전을 그대로 말하고 있다. "GO outside to change the world toge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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