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2015] 블록버스터급 스토리텔링에 도전한 메이플스토리 '블랙헤븐'

게임뉴스 | 양영석 기자 | 댓글: 32개 |
블록버스터란 말은 흔히 영화를 지칭할 때 쓰는 말입니다. 원래 '블록버스터'는 2차 세계대전 중에 쓰이던 폭탄의 이름입니다. 4, 5톤이나 되는 엄청 무거운 폭탄인데, 한 구역(Block)을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는(Bust) 위력을 지녔다고 해서 이 폭탄의 이름이 '블록버스터'가 된 것이죠.

'블록버스터'가 영화계에서 쓰이면서 좀 뜻이 애매해진 게 있습니다. 처음에는 큰 흥행을 거둬 단기간에 대성공한 영화를 가리켰는데, 지금은 '큰 흥행을 올리기 위해 엄청나게 비용을 들여 만든 대작'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뭐, 일반적으로는 간단히 다른 영화보다 훨씬 스케일이 큰, 제작비가 압도적으로 높은 영화라고 지칭하기도 하지요.

거대한 제작비, 큰 흥행이라는 두 키워드. 이 두 가지를 들어 영화뿐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블록버스터'를 사용하곤 합니다. 게임에서도 예외는 아니고요. 흔히 블록버스터급 대작이라고들 하지요. 보통은 큰 제작비가 투입되어 오랜 기간 개발한 신작들이 '블록버스터'를 사용하곤 합니다. 기존에 서비스되거나 출시된 게임이 사용한 적은 거의 없지요.




온라인으로 서비스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 이름을 사용한 게임이 있었습니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입니다. 메이플스토리가 영화의 감동을 줄 수 있을 만한 도전을 한 것이죠. 바로 메이플스토리의 대형 업데이트, 2D 시네마틱을 표방한 '블록버스터:블랙헤븐'입니다.

메이플스토리하면 가장먼저 귀여운 캐릭터가 떠오르죠. 그리고 보통은 2D로 블록버스터를 표현한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실 것 같아요. 하지만 메이플스토리는 단순히 블록버스터급의 이야기를 만든 것뿐 아니라, 이용자들에게서도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메이플스토리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사람도 흥미를 보일 정도의 파급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게 정말 쉽지 않았을 겁니다. 메이플월드의 세계관이 방대하고 캐릭터들이 개성이 있다고 해도, 라이브 서비스중인 게임에서 이런 시도는 그야말로 '모험'이라고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블록버스터에 도전한 메이플스토리. 과연 대체 왜 이런 도전을 한 걸까요? 그리고 얻은 성과는 무엇일까요. 그 후일담을 넥슨 메이플스토리 개발실의 전상민 기획자가 들려주었습니다. 조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블랙헤븐'의 스토리도 공개되는 부분이 있으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라이브 서비스 중인 온라인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 이건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게임을 개발하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전상민 기획자는 이것을 '변화하는 상황에 맞는 열쇠를 찾는 것'이라고 비유했습니다. 이용자 수가 점점 줄고 있다면 그들을 다시 게임으로 이끌어 올 만한 컨텐츠를 다뤄야 하고, 튜토리얼에서 빠져나가는 유저들이 많다면 그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튜토리얼을 개선해야 하죠.

말하자면 '그때그때 게임에 맞는 패치'를 찾는 겁니다. 하지만 기획자란 어떤 직업이죠? '콘텐츠를 창조해내는 직업'입니다. 창조를 업으로 삼은 만큼, 자신이 만들어내는 컨텐츠에 대해서 끊임없이 가치가 어떤지 질문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때그때에 맞는 패치, 컨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하다 보면 궁극적으로 자신이 만들고 있는 컨텐츠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망각할 수도 있죠. 이는 아주 위험한 일입니다.




메이플스토리는 열 두 살이나 되는 게임입니다. 최대 레벨도 250이나 되죠. 그리고 캐릭터들도 엄청 많아요. 세계관도 상당히 방대합니다. 태초에 오버시어가 세 개의 세계를 만들고 각 세계에서는 빛과 생명의…중략…검은 마법사가 힘의 균형을 깨트리…이하 생략하죠.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메이플 월드를 지키기 위해 검은 마법사에 대항하는 '용사'들의 이야기".

여기서 '용사'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뜻합니다. 그런데 열 두 살이나 됐잖아요? 그만큼 캐릭터들도 참 많아요. 검은 마법사는 단 한 명인데, 용사들은 스무 명이 넘어요. 여기에 임시직이지만 최근에 몬스터 출신의 '핑크빈'도 추가됐죠? 캬, 이 정도면 어지간한 마왕들은 그냥 쪽수로 밀어붙여도 될 것 같아요.




여기서 메이플스토리의 일차적인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캐릭터 수는 많아서 좋은데, 시나리오가 부족하다는 거죠. 깊숙이 파고들지 못하고 옆으로만 넓어진 시나리오. 플레이어블 캐릭터들이 대부분 100레벨이 되기 전이나 조금 지난 후에 메인 스토리가 끝나버립니다. 250레벨까지 있는데 말이에요.

'내가 서사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이 너무 이른 레벨에 단절되어 버리죠. 그리고 캐릭터가 이렇게 많은데, 악의 근원인 검은 마법사는 대체 언제 나올까 하는 의문도 생기고요.

이 문제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것은 강력한 메인 스트림'이었죠. 메이플월드를 위협하는 검은 마법사와의 전면전. 그 장대한 서막을 여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두 번째는 문제는 '보상'이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노력에 대한 '보상'이니까요. 하지만 게임사가 제공할 수 있는 보상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사람들이 추천하면 그냥 볼 수도 있는데, 게임은 보상이 어지간하면 답변이 바로 나오죠. "안 해."




12년간 살아온 메이플스토리는 그동안 축적된 보상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에 따른 보상 인플레이션이 높았어요. 새로운 보상이 필요했습니다. 그것을 "재미와 감동"으로 제공하고자 했지요. 그런 컨텐츠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순수한 개발자의 욕심 또한 '블랙헤븐'을 제작하는데 작용했습니다. 메이플스토리라는 게임에서 블록버스터급의 멋진 스토리를 보고 싶다는 것이죠. 온라인게임에서 스토리 컨텐츠를 밀어붙여 영화 못지않은 감동을 주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블랙헤븐'이 등장하기 전에도 메이플스토리는 스토리에 대해 어느 정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선례가 있었습니다. 먼저 검은 마법사의 전신인 하얀 마법사(...)의 이야기를 다뤘던 '차원의 도서관' 컨텐츠가 좋은 호응을 얻었고, 시트콤스러운 컨텐츠인 '프렌즈 스토리'도 호불호가 있었지만 소비층에서는 인기가 있었고요. '메연시'(메이플스토리 연애 시뮬레이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이런 이유들로 메이플스토리의 도전은 "괜찮을 것 같다. 해보자."는 의견이 힘을 얻었습니다. 이제 메이플스토리의 블록버스터, '블랙헤븐'의 제작이 결정됐습니다.






자, 이제 '블랙헤븐'의 제작이 결정됐고요. 얼추 그림도 그려졌습니다. 그런데 이걸 콘텐츠로 구현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죠. 언제 구현할지, 어떻게 만들지, 시간 배분은 어떻게 하고 패치는 언제 할건지…문제가 복잡합니다. 그래도 나름의 해결책이 있었으니 '블랙헤븐'이 등장할 수 있었겠지요. 메이플스토리 개발팀이 겪었던 문제는 일곱 가지 정도로 나눠볼 수 있겠습니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업무 프로세스
- 라이브 중인 게임의 개발진은 영화 제작사나 콘솔 개발사들의 업무 프로세스를 따르는 게 불가능
- 따라서 시나리오 완성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기 어려움.→"쪽대본"으로 해결!
- 컨텐츠를 구현하면서 필요한 시나리오 씬들을 함께 구현하는 방법.


2) 시스템
- 12년 된 2D 온라인 게임이라는 메이플스토리의 역사. 이는 '역발상'으로 해결!
- "기본 시스템은 구현되어있으니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에 집중.
- 2D는 2D만의 연출 방식이 있는 법.
- 이미 플레이어는 '메이플월드의 주민이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장점으로 작용.


3) 리소스
- 리소스는 한정되어 있고 패치 날짜는 정해져 있다.
- 시스템 정비, 이벤트 진행, 다른 콘텐츠도 신경 써야 하고…분배해야 하는데 리소스는 한정되어 있음.
- '블록버스터'라고 선언해버림. 이 스케일에 맞도록 표현도 신경 써야함.
- 기존의 리소스를 활용하지만, 신규 리소스를 개발할 때는 전력을 투자하는 것으로 결정!
- 이후 나오는 신규 리소스는 재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4) 컨셉
- "2D 캐릭터 주제에 웬 블록↗버↘스↗터~?", 우려되는 미스 매칭
- 인물과 사건보다는 배경을 타이틀로 사용. 그 배경으로 '블랙헤븐'을 선택.


5) 스토리
- 온라인 게임의 주인공은 한 명이 아니라는 점.
- 거기에 메이플스토리는 워낙에 주인공이 많음. 단순 무식한 방법(?)으로 해결!
- 캐릭터별 시나리오와 연합 스토리라인으로 구성.
- 캐릭터마다 서로 다른 동기로 전쟁에 참여하지만 메인 스트림에 참여하게 되는 구조.


6) 연출
- 기억에 남을 만한 '카타르시스'.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 모든 씬을 균등하게 보지 않고 키 씬의 연출력에 집중.
-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음악과 음성까지 첨가. "이 장면을 꼭 기억하도록 하자!"


7) 작업량
- 답X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마침내 메이플스토리의 블록버스터 '블랙헤븐'이 탄생합니다. 바로 모든 스토리가 공개된 건 아니고, 차근차근 공개됐지요. 개발자 노트에 먼저 공유하고, 여섯 개의 액트로 나뉘어 공개됐습니다. 그리고 클라이막스로 가는 5, 6번째 액트에서는 본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고요. 그렇게 '블랙헤븐'은 마침내 유저들에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유저들의 반응이 놀랄 정도로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폭발적이었다고요. 그는 각지에서 좋은 반응들을 모아서 PPT에 공유하기도 했어요. 큰마음을 먹고 결정한 도전이었고, 그 결실을 보았다고 볼 수 있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요. 그가 발표자료로 쓴 PPT에 내용 중 하나를 여기에 적어봅니다.

"메이플스토리에 '스토리'가 어딨냐고 묻거든 고개를 들어 블랙헤븐을 보게하라.
블랙헤븐은 메이플스토리 11년 역사의 가장 큰 사건이자 분기점"


'블록버스터:블랙헤븐'은 목적을 이뤘습니다. 극한의 스토리 텔링을 통해서 유저들에게 영화를 본 것과 같은 감동을 전달했습니다. 소기의 목적을 이룬 것이지요.

사실 '블랙헤븐'은 태생적으로 한계가 좀 있는 컨텐츠였습니다. 일단 스토리를 보지 않는 게이머들에게는 하등 쓸모가 없는 귀찮은 컨텐츠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6개월의 시간을 들여 만든 컨텐츠의 플레이 타임은 7~10시간이라는 건 치명적으로 낮은 효율이라는 것. 그리고 시네마틱 플레이가 주된 컨텐츠였던 만큼 멀티플레이의 부재가 큰 약점으로 다가왔죠.

그는 태생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유저들의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블랙헤븐의 "스토리텔링의 힘"이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테마" - 일관성 있는 테마는 많은 것을 결정해준다
그는 블랙헤븐을 제작하면서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점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첫 번째는 '테마'입니다. 일관성 있는 테마는 잡기가 어렵지만, 제대로 잡히고 나면 정말 유용하다는 것이죠.

여기서 한 번 블랙헤븐의 스토리를 살펴봅시다. 메이플월드에 갑자기 블랙헤븐이 나타나고, 이를 조사합니다. 그리고 위협이 된다는 걸 알고 연합을 맺고 블랙헤븐과 싸우죠. 하지만 연합군은 블랙헤븐을 이길 수 없었고, 어렵사리 모인 팀은 분열됩니다.

그중에 누군가(플레이어나 주인공)는 반격의 실마리를 찾아냈고, 희망을 찾은 영웅들은 다시 단결하여 블랙헤븐과 싸웁니다. 이 와중에 희생이 생겼지만, 결국 최후의 전쟁은 연합측의 승리로 결말이 납니다. 솔직히 시나리오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다른 블록버스터급 영화들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캐릭터 중심으로 돌아보면 조금 다르게 돌아갑니다. 먼저 시그너스 기사단과 레지스탕스로 구성된 연합군 측입니다. 시그너스 기사단은 '이상적이며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집단'이고, 레지스탕스는 '감정적으로 행동하지만, 현실적인 집단'입니다. 대화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시종일관 갈등이 일어나죠. 쉽게 말해 연합군은 '인간적인 갈등을 내포한 집단'입니다. "인간성"을 표현한 집단이지요.

반면에 블랙헤븐의 블랙윙 군단은 어떨까요. 일단 이들은 악당 '겔리메르'를 중심으로 뭉친 강력한 기계군단으로 편성이 되어있습니다. '스우'와 '오르카' 쌍둥이가 이 집단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오르카의 배신으로 블랙헤븐 밖으로 밀려납니다. 스우는 겔리메르 박사에게 영혼을 빼앗겼고요. 결국 '겔리메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집단이죠. 내부의 갈등이 없어요. "기계성"으로 대표되는 집단입니다.

그리고 액트4에서 등장한 기계 무덤의 기묘한 기계들. 여기는 겔리메르로부터 버림받은 기계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겔리메르 박사가 창조했지만, 감정을 가지면서 버림받은 안드로이드들이 모여있는 곳이었죠. 이곳에서 연합군은 반격의 실마리를 얻게 됩니다.




캐릭터를 중심으로 보면 '블랙헤븐'은 인간성 캐릭터들과 기계성을 가진 캐릭터들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성을 가진 기계들이 하나의 키워드가 되지요. 이렇게 블랙헤븐의 테마는 "인간성 vs 기계성"이라고 뚜렷하게 잡힐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테마는 많은 것들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먼저 시나리오 부분. 블랙헤븐의 결말은 겔리메르가 만든 안드로이드들이 쉽게 명령을 들을 줄 알았는데, 그들이 감정을 가지면서 겔리메르에게 거역하게 되고 결국 겔리메르는 자기 꾀에 자기가 당하게 되는 결말을 가지게 됩니다. 뚜렷한 테마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말이지요.

이렇게 뚜렷하고 일관성있는 테마는 시나리오와 아트, 음악까지도 결정해줄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플레이어가 처음으로 기계군단과 맞서게 되는 전장의 BGM은 인간성을 대표하는 '세미 오케스트라'와 기계성을 대표하는 '락'이 교차하는 컨셉으로 완성이 됐습니다. 이게 또 테마를 뒷받침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유저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죠.

그가 강조한 테마. 그 중요한 부분은 게임 외적으로도 나타납니다. 바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대화의 근거를 마련해주기 때문이지요. 대표적으로 완성도가 아주 높다는 평가를 받은 블랙헤븐의 BGM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죠.




경험화 - "게임 시나리오는 유저 경험 디자인이다"
스토리, 이야기의 본질은 어디에 있을까요? 듣는 것, 읽는 것, 보는 것 중 어디일까요. 물론 정답은 그때그때마다 다릅니다. 정답이 없지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있습니다. 바로 이야기는 '직접 겪을 때' 가장 큰 공감과 호응을 얻어낼 수 있지요. 그렇기에 게임은 이야기의 본질을 살리기에 가장 적합한 매체입니다. 다만 이 것은 '게임 시나리오'가 유저가 경험할 수 있는 디자인일 경우에만 성립하는 명제가 됩니다.

메이플스토리의 블랙헤븐에서도 유저 경험과 시나리오를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졌습니다. 그는 사례로 영상을 하나 소개하기도 했지요. 바로 모두가 희망을 버리고 퇴각을 이야기하던 무렵, 플레이어가 블랙헤븐에 침투하는 전투입니다. 영상으로 한 번 보시죠.



그는 이 시나리오 작업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유저가 영웅이 된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고요. 블랙헤븐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는데, 그 와중에 용기 있는 유저가 혼자서 적들을 쓸어버리면서 블랙헤븐에 침투해 연합군을 승리로 이끄는 짜릿한 기분을 느끼도록요.

실제로 해당 씬의 전투는 굉장히 깁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적들의 체력을 낮춰서 무쌍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었지요. 거기에 플레이어를 저지하러 온 강력한 기계는 오히려 빼앗아서 플레이어가 사용해버리기도 합니다. 이 전투의 설계는 유저들에게 아주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왜냐고요? 평소에 비실거리는 내 캐릭터가 절대로 낼 수 없는 어마무시한 대미지를 뽑아내면서 시원시원한 맛이 일품이었거든요. 말 그대로 "와장창!"

다 때려 부수면서 침투에 성공한 플레이어는 이제 고민에 빠집니다. 연합군을 불러도 그들이 제때에 블랙헤븐으로 침투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결국 연합군에게 신호탄을 보내기로 하고, 하늘에 신호탄을 쏘아 올립니다. 그리고 시네마틱 영상이 뒤를 잇죠.



그는 유저의 행동과 서사를 맞추려고 노력했고, 이렇게 이야기와 플레이 경험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한 부분에서는 유저들의 호응이 높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야기와 게임 경험을 분리하면 시나리오 라이터의 역할이 아주 단순해집니다. 단순히 퀘스트 대사를 작성하고 설정 자료를 작성하는 일이 되죠. 물론 이 업무가 아주 하찮다는 게 아닙니다. 중요한 일이죠. 하지만 시나리오 라이터의 역할은 여기에 한정되는 게 아닙니다.

이야기와 게임 경험을 일치시키면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는 유저들이 게임에서 맛보는 경험을 설계하는 멋진 디자이너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유저 경험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겠죠.





강연자의 멘트로 마무리를 지어보겠습니다. 쉽지 않은 도전을 해낸 메이플스토리, 앞으로도 이런 가치 있는 도전은 응원하고 싶네요.

"블랙헤븐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빡셌던 경험으로 남아있어요. 하지만 블랙헤븐이 가치 있는 도전이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유저들의 호응과 성원, 그리고 감동 글입니다. 제가 이거는 여기서 꼭 정독을 한 번 해야겠습니다(웃음).




저마다 가슴속에 어릴 때 플레이했던 게임, 그리고 이 자리에 나를 이끌어준 인생 게임이 하나씩 있을 것 같아요. 블랙헤븐을 제작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인생 게임이 될 수 있을 만한 경험이기를 바랬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스토리 컨텐츠를 계속 패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확답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른 프로젝트에서 쉽게 도전하지 않는 도전적인 작업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때는 그렇다고 대답하겠습니다.

메이플스토리는 12년 된 게임입니다. 선발대격 게임이 있다기보다는 이제 선발대에 선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죠. 우리가 하는 일은 계속 무엇인가를 개척하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그게 바로 패스파인더라고 생각합니다."


메이플스토리 '블랙헤븐' 뮤직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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