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넘치는 매력을 불편한 그릇에 담다, '에어'

리뷰 | 문원빈,원동현 기자 | 댓글: 96개 |

하늘을 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일입니다. 인간이 꿈꿀 수 있는 가장 큰 자유로움 중 하나죠. 지상에 있는 번거로움들을 벗어던지고 새처럼 날아오르는 상상을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겁니다. 그 푸른 하늘이 내게 가져다줄 자유와 행복을 상상하면서 말이죠. 그만큼 하늘은 인류에게 있어서 자유로움의 기호이자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오늘날 인류는 하늘을 정복했습니다. 물론 어릴 적 그린 '미래의 도시 풍경'처럼 로켓 슈트를 입고 훨훨 날아다니지는 못하지만, '비행'이란 이제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닙니다. 그래서일까요? 분명 하늘은 아직도 설렘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전과 같은 로망과 신비감은 느끼기 어려워졌습니다.

블루홀의 A:IR(Ascent : Infinite Realm, 이하 '에어')는 우리가 잊어버린 하늘의 로망을 담은 게임입니다. 자유롭게 날고, 자유롭게 탐험하며, 자유롭게 꿈꿀 수 있는 세계를 그려냈습니다. 많은 게이머가 사뭇 기대했던 '에어'의 하늘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수준급의 커스터마이징과 '그래픽'
"약간은 아쉬운 디테일"



'에어'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MMORPG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이 수준급의 디테일을 보여줬거든요. 신체 각 부위를 세부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다양한 컬러 스펙트럼을 갖췄다는 점에서는 꽤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너무 불편합니다. 커스터마이징의 옵션이 상당히 많은 반면 정확히 어떤 부위와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지 상세히 보여주는 기능이 없습니다. 조금만 늘리거나 줄여도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는 부위가 있는 반면, 대체 어떤 차이를 보여주는지 알 수 없는 부분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한 가지 더 아쉬웠던 건, 아무리 조정해도 대다수 캐릭이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초반 튜토리얼을 진행하면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일 직업군 캐릭터들은 어느 정도의 느낌 차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비슷한 생김새를 가졌어요. 커스터마이징의 종류는 디테일하게 나눠졌지만, 그 깊이가 부족합니다. 캐릭터들이 몰개성해지는 거죠.



▲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연출과 그래픽

그런데 막상 게임 내 그래픽은 상당히 미려한 편이었습니다. '언리얼3' 기반으로 만들었다기엔 분명 수준급의 그래픽을 선보였습니다. 전반적인 오브젝트 디자인 역시 상당히 '잘 뽑혔다'는 인상을 줬어요. 이 부분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문제는 최적화였습니다. 상당한 양의 투사체와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 탓에 꽤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아직 1차 CBT인 만큼 불안정한 요소도 많을 테고요. 하지만, 권장 사양을 충족시킨 PC에서 마저 30~35프레임이 나온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특히, '에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공중전을 펼칠 때 유독 프레임 드랍이 심각했습니다. 공중전의 핵심인 '탄막 슈팅'을 제대로 구현할려면 다음 테스트까지 최적화가 시급해 보였습니다.


나만의 스킬을 만들다 '유물'
"평범함 속에 방점을 찍다"





아이템, 던전, 스토리, PVP 등이 어우러져 거대한 세상으로 유저들을 초대하는 장르 MMORPG.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꼽자면 바로 자신의 캐릭터의 외형을 바꿔주거나 강력하게 성장시켜주는 '아이템'일 것입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획득했을 때의 쾌감은 어느 게임에서나 말로 전부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안겨주죠.

'에어'의 아이템은 일반 등급부터 전설 등급까지 총 6가지 등급으로 구성됐습니다. 영웅 등급 이상의 높은 등급 아이템은 상위 콘텐츠를 공략하거나 구하기 어려운 재료로 제작하면서 구할 수 있었는데요. 스킬 능력을 변형시키는 '유물 등급'은 아이템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었습니다.

유물 등급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면 '에어'의 장신구를 담당하는 아이템입니다. 던전이나 필드에서 드랍되거나 다양한 인장을 모아 특정 NPC에게 교환하여 얻을 수 있죠. 앞서 언급했듯이 이 아이템은 자신의 캐릭터가 가진 스킬 1가지에 특성을 부여해줍니다.

예를 들면 시전 시간에 움직이지 못했던 기술을 움직이면서 사용할 수 있다던가, 단일 타겟 공격을 넓은 범위 공격으로 바꿔주는 형식이죠. '디아블로3'의 룬 특성을 알고 계신 분들은 그것이 아이템으로 구현됐다고 생각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유물 장신구는 레벨 제한이 따로 없기 때문에 낮은 레벨에 획득한 아이템을 30레벨까지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같은 유물 장신구의 조각으로 강화시켜 더욱 강력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도 하죠. 6개까지 장착할 수 있는 유물 아이템으로 같은 클래스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운용을 뽐낼 수 있는데요. 무엇보다 일부 스킬에서 느꼈던 답답함이 유물 아이템으로 해소하여 쾌감을 느낀 만큼 '에어'가 가진 재미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상과 공중을 아우르는 '전투'
"부족한 조작감과 속도감"



'에어'의 전투는 크게 지상과 공중으로 나눠집니다. 캐릭터 본연의 능력을 활용해 전투를 펼치는 '지상 전투', 그리고 공중선에서 포탑 등을 이용해 탄막 액션을 펼치는 '공중 전투'가 있죠. 가장 처음 접하게 되는 건 '지상 전투'였습니다.

지상 전투는 MMORPG의 어법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습니다. 각 역할군에 충실한 컨셉과 적당한 템포감의 전투 덕에 그야말로 '무난하다'는 느낌을 줬어요. 사실 처음에는 약간 밋밋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어느 정도 육성이 된 후 '전술 전환' 기능이 열리면서 색다른 재미를 느꼈습니다. 상황에 맞춰 전술을 변환해가면서 스킬을 쏟아붓는 재미가 나름 각별했거든요.

그런데 의아했던 점은 전술에 따라 나뉘어져있는 스킬들의 용도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거너의 경우 속사 전술과 저격 전술로 나뉘어져 있는데, 사거리와 딜링 능력이 거의 똑같아요. 타격감이나 속도감 등의 '멋'은 분명 다르지만, 실질적인 기능 같은 '맛'이 비슷합니다. 결과적으로는 그저 '폭딜'을 위해 전술을 전환해가며 스킬을 빠르게 소모해줄 뿐이죠. 전술에서 보여주는 색깔이 너무 옅습니다.


공중전의 경우는 확실히 아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에어(A:IR)'라는 타이틀 명에서부터 '공중전'이 핵심 콘텐츠라는 걸 강조하는 데 비해 완성도에서 아쉬운 부분이 상당히 남아있었어요. 다른 요소를 다 제쳐두더라도 '조작감'이 가장 큰 문제로 와닿았습니다. 그저 붕 떠 있는 기분이었거든요.

어떤 맛과 멋을 보여주고 싶은지 의도는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지상 전투와는 달리 각종 오브젝트가 끊임없이 날라오기 때문에 회피 기동을 쉼없이 해줘야 합니다. 공중에서 분산되는 산탄형 오브젝트, 천천히 날라오는 유도형 오브젝트 등 '탄막 슈팅'의 '멋'은 분명 있어요. 하지만 '맛'을 느끼기에는 뭔가 2% 부족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일단 공중전의 중심이 되는 비행선의 액션이 너무 둔합니다. 비행한다는 느낌을 전달해주는 연출이 부족하고, 비행선 자체가 플레이어 캐릭터에 비해 너무 크기 때문에 속도감이 자연히 떨어지죠. 기본적인 조작과 운행의 재미가 떨어지니 공중 전투 역시 긴장감이 부족했습니다. 탄막이 전개되고 회피를 해야하는 타이밍이 오는 건 맞지만, 그럴만한 긴장감도 동기 부여도 없으니까요.

몇몇 파티 혹은 솔로 던전의 경우, 플레이어가 비행선에서 함포를 담당하게 됩니다. 빙결탄, 충격파 등의 특수 포탄을 적절히 이용해 적의 침입을 막고 보스 몬스터를 격파하는 형태죠. 플레이어가 직접 이동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행선은 자동으로 진행 상태에 맞춰 이동하게 되고, 플레이어는 오롯이 함포를 이용한 사격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실제로 플레이하게 되면,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연출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플레이어가 이동을 못 하는 만큼, 360도 전 방향에서 다채로운 패턴과 연출이 등장하거든요. 다만 아쉬운 건 마치 VR 게임 같다는 거죠. 제자리에서 360도 방향으로 시야를 휘저으며 단순 조작만을 반복하고 있으니 쉽게 질려버립니다. 능동적으로 '플레이'한다기보다는 '체험'하는 기분에 가까웠어요.

개인적으론 "왜 '함포'만을 고집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명의 플레이어가 하나의 함포를 담당하게 되는데, 보다 다양한 함포나 기타 상호작용 오브젝트를 구비하고 상황에 맞춰 가변적인 사용이 가능했다면 더욱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전략적인 요소가 더욱 강화된다면 아주 독특한 맛의 파티플레이가 탄생할 거 같아요.


언제 어디서나 즐기는 '생활과 제작'
"훌륭한 접근성"



'에어'의 생활 콘텐츠는 기본에 충실합니다. 채집하고 제작하고 팔거나 버리지 않고, 실제로 사용하게 됩니다. 있으나 마나 한 허울뿐인 콘텐츠는 아니에요. 생각보다 더 실용적으로 와닿습니다.

일단 생활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훌륭한 편이에요. 나무 원목이나 암석 등의 채집품들은 필드 곳곳에서 채집이 가능하고, 제작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가능합니다. 기본적으로 주거지가 언제 어디서든 포탈을 통해 이동 가능하고, 기존 위치로 돌아가는 기능도 있기 때문에 이용하는 데 부담이 없습니다. 상당히 캐쥬얼하고 편리하게 만들어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편의성을 잘 갖춰놓은 주거지

주거지의 경우, 기본적으로 무기 제작대, 비행선 제작대 등 기본적인 제작 도구들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별도의 수고 없이 와서 바로 제작에만 몰두하면 되죠. 이후보다 상위 아이템이 필요하게 되면 주거지 관리인을 통해 시설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일정 레벨 이상이 되면 '농장'이나 '수목원' 등의 다양한 부가 시설들을 주거지 내에 설치할 수 있습니다. 주거지 내에서도 꾸준히 채집품을 수확할 수 있는 거죠. 후에 본격적인 인테리어 기능까지 도입되면 본격적인 '내 집 마련의 꿈'이 실현될 거 같습니다.

하지만, 채집하는 보람이 다소 떨어졌던 건 아쉬웠습니다. 낚시도, 벌목도 손맛이 거의 없다 보니 모으는 재미는 있어도 채집하는 재미는 떨어지더라고요. 그리고 필드 곳곳에 산발적으로 채집 포인트를 배치하여 자연스레 채집을 접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약간 밀도가 떨어진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대충 "어디 지역에 어떤 채집물이 있겠지"하는 예상이 들지 않고, 무작위적으로 흩어져있기에 집중적으로 채집에 몰두하기는 어려웠어요. 후에 필드와 지형지물에 따라 보다 세심하게 채집물이 배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캐릭터 성장의 감초 '월드퀘스트'
"레벨업에 지친 이들이여 떠나라!"



'에어'를 즐기다가 갑자기 어딘가에 참여하라는 메시지가 나타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기자는 무턱대고 달려들다가 강력한 적에게 죽어버리는 상황도 맞이했는데요. 바로 '월드 퀘스트'입니다. 거대한 MMORPG 세계에서 누군가와 함께 게임을 한다고 느끼게 하는 요소라고 볼 수 있죠.

월드 퀘스트는 참가한 인원에게 서로 경쟁하거나 협동하여 거대한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는 식의 다양한 임무를 부여하고 성공할 시 그에 따른 보상을 지급합니다. 캐릭터를 육성하는 과정에서 메인 퀘스트가 막혔을 경우 월드 퀘스트를 이용하면 큰 도움이 되죠.

월드 퀘스트를 성공하면 월드 퀘스트의 인장이라는 화폐 아이템을 받을 수 있는데요. 해당 아이템은 특정 NPC를 통해 영웅 등급 아이템이나 유물 장신구로 교환할 수 있어 캐릭터가 빠른 시간에 좋은 장비를 착용할 수 있었습니다.



▲ 상당히 쏠쏠했던 월드퀘스트 보상

하지만, 많은 인원이 모여 어려운 난이도의 월드 퀘스트를 도전했을 때 많은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하게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이럴 경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해 시간을 낭비했다는 허무함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임무 기여도 혹은 실패에 대한 보상 지급을 체계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와 함께 우측에 갑자기 등장하는 월드 퀘스트 메시지를 보면 초보자들은 이것이 중요한 것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해 당황하게 만들곤 합니다. 무턱대고 들어갔다가 죽어버리면 오히려 게임 진행에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이 부분에 대해서는 세부 안내를 통한 배려가 필요해 보였죠.


본격적인 탄막 슈팅 '크라서스'
"색다른 필드 레이드"





30레벨을 달성했다면 RvR 전장에서 적과 마주하거나 주거지에서 평화로운 생활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에어'의 RvR은 인스턴스 던전 형태로 직접 입장하여 온타리와 벌핀 진영 간의 싸움을 펼치는 방식뿐 아니라 필드에서도 전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자신의 비행선으로 적의 비행선을 요격하는 싸움, 마갑기로 적을 불태우는 싸움 등의 여러 가지 RvR 중에서 유독 눈길을 끈 콘텐츠는 바로 필드 레이드 '크라서스'였습니다. '에어'에서 가장 강력한 보스 몬스터인 '크라서스'는 무려 1억 700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HP를 보유했기 때문에 많은 수의 인원이 모여야만 처치할 수 있죠.

크라서스를 만나면 주변에 파란색 원이 뿌려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크라서스의 사념'이라는 투사체로 닿으면 피해를 입게 되죠. 생각보다 촘촘하게 배치된 바람에 먼저 제거해서 활로를 만들지 않으면 이후 다가오는 크라서스의 공격을 피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미리 제거하거나 크라서스의 사념을 전담하는 인원이 있으면 도움이 됩니다.




사실 권장 인원이 20명으로 표기된 것을 보고 금방 잡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실제 크라서스를 제거하기 위해 약 3~40명의 인원이 모였고 처치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정도였습니다. 20명으로 무찌르려면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 같네요.

필드 레이드인데 왜 RvR이라고 했는지 궁금하신 분도 있을 텐데요. 필드 자체가 분쟁 지역이기 때문에 크라서스를 앞에 두고 온타리와 벌핀 진영이 서로 싸우는 상황도 발생하기 때문이죠. 하나의 보스 몬스터를 제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뒷공간의 세계가 또 다른 매력 요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보상을 넘어 '에어'만의 공중전 요소를 가지고 많은 인원이 협력하여 거대한 적을 무찌르는 쾌감은 분명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전투 상황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돌발 상황과 크라서스만의 특별한 보상이 앞으로의 정식 서비스를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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