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캐릭터에 빠져든다... '시노앨리스'

리뷰 | 허재민 기자 | 댓글: 27개 |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진짜 백설공주 이야기, 진짜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떠돌던 괴담. 개인적으로 자세한 스토리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름다우면서도 동시에 무서웠던 느낌만은 강렬히 남아있다. 왠지 이면에 숨겨진, 봐서는 안 될 현실을 엿본 비밀스러운 즐거움. '시노앨리스'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의 문체로 전달되는 잔혹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니어 오토마타' 요코오 타로 감독의 잔혹동화, '시노앨리스'. 요코오 타로 감독이 선보이는 모바일 타이틀이라는 점으로 이미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모바일 수집형 RPG로, 앞서 언급했듯 전혀 다르게 해석된 동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실 제목인 '시노앨리스(SINoALICE)'부터 사실 심상치 않다. 앨리스의 죄(Sin of Alice)일까, 죽음의 앨리스일까.

'시노앨리스'는 현재 일본, 홍콩, 대만에서만 출시되어있는 상태다. 언어장벽 때문에 그동안 플레이를 해보지 못했던 유저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올여름 한국 및 글로벌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이라는 것. 퍼블리싱은 넥슨이 맡았다.

그럼 '시노앨리스' 어떤 게임일까. 아직 정식 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본 버전을 기준으로 체험하고 소감을 정리해봤다.


꿈도 희망도 없는 절망의 동화, '시노앨리스'
'시노앨리스'가 모바일 게임에서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법




소재목에서 '스토리'를 언급했지만, 사실 모바일 RPG에서 스토리를 꼼꼼하게 읽고 넘기는 유저가 몇이나 될까. 개인적으로도 스토리는 자주 스킵해버리는 편이다. 특히 컷씬과 함께 감상만 해야 하는 부분이면 더욱.

스토리를 스킵하게 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크게 영향을 주지도 않을뿐더러 크게 흥미를 자극하지도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만들어졌든, 수려한 필력으로 적혔든, 스토리에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큰 동력은 자극이다. 자극적인 제목의 글들이 계속 남용되는 이유를 보면, 다른 글들과 조회 수만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왠지 자극적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읽히는 감이 있지만, 모든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감성이든, 추억이든, 욕망이든 자극하기 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시노앨리스'의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유저들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소재부터 흥미롭기도 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만든 작가를 부활시키기 위해 동화의 모든 캐릭터를 제거해나간다"는 기본 스토리.

'시노앨리스'에서 등장하는 동화 캐릭터들은 목숨을 모아 작가를 부활시키려 하지만, 모두 의도가 같은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목표나 욕망을 가지고 작가의 부활을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무차별 학살도 단행하는 것. 문제는 그 욕망이 꿈과 희망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것이다. 살인 자체가 즐거운 빨간 망토부터 융통성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백설공주, 오빠인 헨젤에 대한 삐뚤어진 애정을 가지고 있는 그레텔까지. 그 외의 캐릭터들도 어두운 욕망에 이끌려 캐릭터들을 제거해나간다.


자극이 이루어지고 나면 이제 전달하는 방법이 중요해진다. 아무리 흥미로운 이야기라도 필력이 아쉬우면 그 빛을 발하지 못하니까. '시노앨리스'는 초반 설정은 애니메이션 씬으로 연출되기는 하지만, 그 외의 스토리는 간결하게 진행된다. 긴 컷씬이나 지루한 대화가 오가는 캐릭터 대화 씬이 아니라, 짧고 간결한 문장만으로. 모든 스테이지는 캐릭터의 생각이나 상황을 다루는 스토리와 함께 시작하게 되는데, 정말 '짧기 때문에' 스킵할 필요도 없이 보게 된다. (애초에 스킵을 누르는 것보다 타이핑 효과만 끝나게 화면을 터치하는 게 더 빠르게 넘어간다)



▲조금 길게 연출될 때도 있고, 오른쪽처럼 단순하게 넘어갈 때도 있다.

스토리는 메인 스테이지 외에도 곳곳에서 깨알같이 들어가 있다. 이벤트 던전은 물론이고 파견 콘텐츠에서도 꾸준히 컷씬이 등장한다. 심지어 가차할 때도 인형들의 대화와 함께 여러 가지 헤프닝들이 일어난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나와 있듯이 게임 속 요소들은 모두 세계관과 얽혀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는 요코오 타로 감독 특유의 시니컬한 코메디와 함께 어우러져 '시노앨리스'의 전체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10연차를 돌리게 해주면서 어차피 리세마라할 것 아니냐고 하는 것부터, 중간마다 진행을 하기 위해 등장하는 두 인형. 개인적으로 일본어를 못해서 파파고를 하나하나 돌리고 나서야 그 매력을 알게 되었지만 한국어로 정식 출시되면 깨알 같은 요소를 더욱 만나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스토리에서 자연스럽게 캐릭터로
전투보다는 난이도 높은 성장

스토리에서 접하게 되는 캐릭터들은 성장으로 이어진다. 쉽게 이해가 됐던 스토리와 다르게 캐릭터 성장은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직업에 따라서 캐릭터 일러스트가 달라지는 부분이다. 캐릭터마다 직업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캐릭터도 다양한 직업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예를들어, 빨간망토는 거너, 신데렐라는 브레이커, 이런 식으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검을 사용하는 브레이커 백설공주가 있는가 반면, 악기를 사용하는 민스트럴 백설공주도 있는 식이다. (캐릭터 - 직업)으로 가짓수가 여러개가 되는 구조인데, 직업마다 일러스트가 아예 달라지는 만큼 수집하는 재미는 있다.



▲직업에 따라서 외형도 달라진다.

직업은 크게 검, 해머, 창, 건 및 활 등으로 나뉘는 전위직, 그리고 악기, 지팡이, 마도서, 마도구를 사용하는 후위직으로 구성되어있다. 전위직 직업은 전위직 무기만, 후위직 직업은 후위직 무기만을 장착할 수 있다. 캐릭터마다 특성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장착하고 있는 장비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가챠를 통해서 무기를 뽑고 나면 나면 자신이 많이 가지고 있는 무기의 직업군을 자연스럽게 주력으로 키우게 되는 형식이다. 브레이커라도 검 외에 해머, 창 등을 장착할 수 있지만, 일치할 경우 더욱 높은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인데, '시노앨리스'는 캐릭터부터 무기까지 어떤 던전에서 버프를 받는지, 어떤 시너지가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해보면서 플레이하도록 유도한다. 브레이커를 키운다면 특정 캐릭터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캐릭터도 함께 키우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도검 외에도 해머나 창도 추가할 수 있지만 좀 더 세밀하게 확인하고 추가할 필요가 있다.

성장은 '시노앨리스'가 재미있는 부분이자,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성장 재료 던전은 기본적으로 스토리 던전보다 많은 AP(게임 진행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수급에 한계가 있는 만큼, 무기마다 가지고 있는 스킬을 확인해서 쓸모있는 무기부터 성장시켜야 효율이 높다. 개인적으로는 브레이커와 민스트럴을 플레이해보았는데, 후위직의 경우 힐이나 버프 등 스킬의 중요도가 더 높아지는 만큼 잘 확인해 성장시킬 필요가 있었다.

재료 수급 속도에 비해 필요한 재료는 많아지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하기는 쉽지 않은 편이다. '시노앨리스'의 관련 공략 글에서 초반을 진행하는 유저들에게 효율적인 성장방법을 알려주는 글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에 따라서 무기의 기능도 많이 달라져 아무 생각 없이 무기를 진화했다가 후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반면 전투 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캐릭터마다 여러 개의 무기를 장착하고 시작하게 되는데, 쿨이 돌 때마다 무기를 클릭하면 스킬을 사용하게 되는 방식이다. 전투에는 캐릭터 5명이 참전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만이 자신의 캐릭터고, 나머지는 AI나 난입한 유저로 구성된다. 자신의 능력치에 맞춰서 비슷하게 매칭되는 방식이다.


사실상 전투 자체는 무난한데다가 이펙트나 모션도 단순해서, 플레이는 실질적으로 성장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캐릭터 자체의 레벨업부터, 아르카나를 통한 추가 업그레이드, 무기와 방어구, 그리고 전투에 도움을 주는 나이트메어 소환수까지. 장비와 재료, 재화의 양을 염두에 두고 효율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정에 기반을 둔 길드와 난입
뻔함에서 당연히 있어야할 콘텐츠로

반면 '시노앨리스'의 주요 콘텐츠인 길드전은 직접 플레이해야 할 필요가 있는 모드다. 길드는 총 15명으로 구성되어있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길드전이 진행된다. 길드원 15명 중 탑5명이 전방에 서서 적들과 대치하게 되며, 나머지 하위 10명은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방식이다.

스토리와 설정에 맞게 길드전은 '누가 더 많은 목숨을 모으는가'를 기준으로 한다. 5대5 전투에서 승리한 팀은 일정 시간 동안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며, 진팀은 회복실에서 대기해야한다. 콤보나 버프, 힐, 그리고 중간중간 SP회복까지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보조 버프나 힐을 일정 횟수 이상하면 신마를 소환해 추가 버프를 받을 수도 있다.


다른 콘텐츠에 비해 후위직의 역할과 조합이 중요해지는 만큼 직접 플레이하는 맛은 있다. 특히 힐 기술을 가지고 있는 무기를 가져가는 것이 중요했는데, 개인적으로 힐이 가능한 악기가 많지 않아 주로 버프를 거는 데에 의의를 두고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힐이 불가능하더라도 공격력은 물론, 아군의 방어력을 높이거나 적의 방어력을 낮추는 등 다양한 보조를 할 수 있다.



▲길드전이 끝나면 분야별로 자신의 기여도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스토리에 충실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시노앨리스'의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목숨을 모으기 위해 일시적으로 협력하는 관계인만큼 길드의 존재 의미나 길드전에서 경쟁하는 이유가 의미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길드전의 플레이 방식도 이 부분과 함께 얽혀져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장은 길드전만이 아니다. 유저들은 다른 유저의 게임에 참가해 함께 플레이할 수도 있다. 설정도 바꿀 수 있는데, 친구만 난입할 수 있도록 할지, 모두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할지, 원하는 대로 지정할 수 있다. 스토리를 진행할 때도 간간이 들어와 있는 다른 유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수집과 성장의 매력은 살렸다
근데, 조금 피로하다

플레이해본 '시노앨리스'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곳곳에 드러나 있는 디테일이 눈에 띄는 게임이었다. 다른 게임에서도 봤던, 익숙한 시스템이더라도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을 주고 있다. 게임 내 설정에 충실하면서도 반대로 4차원의 벽을 넘어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보면, 잔혹동화가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면을 닮았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디테일함은 게임의 구성뿐만 아니라 캐릭터 설정에서도 스며들어있다. 캐릭터마다 가지고 있는 설정과 목적, 직업에 따라서 달라지는 외형, 일러스트의 디테일함까지. 처음에는 외형만 보고 고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캐릭터들이 가진 목적을 괜히 확인하고 지지하고 싶은 캐릭터를 하게 되더라. 잠이나 자고 싶다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성장시키게 된 계기도 이 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일러스트 또한 '시노앨리스'를 하는 이유가 될 정도로 캐릭터 마다는 물론, 직업마다 세분되어 화려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레텔과 피노키오의 컨셉 아트. 요코오 타로 감독의 "귀여워, 잘 팔릴거야!"라는 코멘트가 눈에 띈다.

반면, 각 메뉴에 대한 접근성은 아쉬웠다. 장착한 무기를 보고 바로바로 강화하거나 진화할 수 있게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관련 탭으로 들어가서 진행해야 한다는 점. 메뉴마다 약간의 로딩이 걸리는 만큼 조금 번거롭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성장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서 더욱 불편하게 다가온다. 또한, 기본적인 재화는 물론 사용할 수 있는 코인도 여러 가지가 있어서 직관적이지 않은 메뉴는 플레이하는데 상당한 피로감을 준다.

전투가 지루하게 다가온다는 점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투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스토리모드만 해도 스테이지가 정말 많기 때문에 진행하는 것 자체가 피곤하게 다가온다. 자동전투 기능이 있지만, 스테이지 자체가 빠르게 끝나는 만큼 계속해서 체크해줘야 하므로 실질적으로 눈을 떼고 있을 수도 없다. 한 캐릭터로 다음 장까지 플레이한 다음에 다른 캐릭터의 스토리를 진행하려고 하니 지루하게만 느껴지기도 했다.



▲하나씩 클리어하는 것만으로도 꽤 시간이 오래걸린다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시노앨리스'는 특유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다. 동화를 통해 익숙한 캐릭터에 '시노앨리스'만의 스토리텔링으로 전혀 다른 인물이 된다. 기본적으로 어떤 캐릭터인지를 알기 때문에 지루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어떤 부분에서 달라지는지, '시노앨리스'의 설정에서 동화 속 캐릭터는 어떻게 행동하는지만을 다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시노앨리스'는 잔혹동화와 요코오 타로 감독 특유의 감성을 통해 수집과 성장의 매력은 확실히 살렸다. 성장의 난이도나 인터페이스의 불편함은 있으나, 한국어로 번역될 스토리를 하나씩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잔혹한 표현들이 어떻게 번역될지 조금 걱정은 되지만. 아직 한국에서의 정확한 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내가 지지하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승리해 편안한 잠에 빠져들 수 있기를, 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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