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게임을 통해 치료한다' 게임 놀이 치료, 접근법과 효과는?

게임뉴스 | 허재민 기자 | 댓글: 5개 |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17’의 3일 차에는 '2017 게임학회 및 임상게임놀이학회 추계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이번 학회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게임이 게이머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기능에 대하여 다양한 주제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 게임을 무조건적으로 나쁘게만 보는 시선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게임의 순기능, 아이들의 정서발달과 협동심을 길러주는 것은 물론, 간접적인 체험을 제공하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등 다양한 긍정적인 요소들이 주목받고 있다.

두 번째 주제로 발표한 대전대학교 아동교육상담학과의 박성옥 교수는 이러한 게임의 단순한 순기능에서 더욱 나아가 게임을 이용한 심리치료에 대하여 그 접근법과 효과는 어떠한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게임이 아이들과 성인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와 게임이 정신적으로 어떠한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지, 그리고 게임 놀이 치료의 접근법은 어떠한지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었다.





▲대전대학교 아동교육상담학과 박성옥 교수

이전까지 심리 치료에서 내담자에게 상담자의 역할은 무언가를 줄 수 있는 권위적인 역할로 이해되어왔다. 인간 중심의 심리치료로 그 방향성이 변화하면서 상담자, 치료자는 권위자가 아닌, 상담자가 가져온 문제에 대한 가이드를 주는 역할로 변화됐다. 상담자는 에너지를 끌어올려 내담자가 스스로 문제를 통찰하여 해결해나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게임’은 이 과정에서 가장 적합한 요소다.

왜냐하면 놀이 자체 행위가 치료 행위이기 때문이다. 치료사가 내담자에게 접근할 때 아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이 게임이다.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그 도구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여기서 치료자의 역할은 게임을 하면서 내담자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읽는 것이다.

게임이 치료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이전부터 관심받아온 분야다. 그리고 '게임 놀이 치료'라는 단어가 생겨나면서 점차 치료의 한 요소로 정론화되어왔다.




■ “놀 줄 아는 인간은 우울하지 않다” - 게임의 긍정적인 영향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조건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놀 수 있는가' 이다.

인간은 자발적으로 놀잇거리를 가져오고 자신이 왜 그 게임을 하는지, 무엇을 얻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한다. 이전까지 놀이의 반대말은 ‘공부’라고 이해되어왔다. 놀이가 아닌 것은 공부요, 공부가 아닌 것은 놀이라는 것이다. 박성옥 교수는 이 이분법적인 관념에서 조금 다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놀이의 반대말은 ‘우울증’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특징은 에너지가 없고, 무능력에 빠지게 된다. 이에 따라 신체적 활동, 활발한 활동이 필요해진다.




“놀 줄 아는 인간은 우울하지 않다.” 그럼 좋은 게임을 하면 무엇이 좋을까?

게임에서 하는 것들은 잘 보면 위험천만한 일들이 많다. 아슬아슬한 긴장감 속에 괴물이 등장하고, 유저는 그 상황을 피해야 하는 것이다. 게임에서 유저는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를 피해서 나간다. 그 외에도 반복적인 일과 함께하는 일까지, 온갖 종류의 콘텐츠가 게임 안에 숨겨져 있다.

치료적인 목적에서 박성옥 교수는 게임의 이러한 요소가 현실 속의 에너지와 활력으로 이어진다면 충분히 치료의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게임의 효능은 우리가 자발적으로 장애물에 맞서게 하는 힘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게임을 통해 얻는 희열은 ‘역경을 극복하고 느낄 수 있는 기분’이다. 박성옥 교수는 게임에서 이기고 지는 것보다 ‘한 단계 올라갈 때, 어려운 것을 극복했을 때의 기쁨’에 초점을 맞춘다. 어제의 나보다 한 단계 레벨업된 모습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지금까지 게임 놀이 치료에 대해서 게임의 특징인 ‘승패’는 치료의 측면에서 봤을 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여겨졌다. 이제 승부가 아니라 ‘Step by Step’으로 나아간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면 충분히 치료가 될 수 있다.



■ 즐거운 실패 - 게임이 재미있는 이유는 '선택' 에 있다




이어, 게임의 난이도와 몰입감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졌다.

아이가 학교가 재미없다고 말했을 때 대부분의 어른은 ‘네가 공부를 못해서겠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재미없다는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자신의 능력에 비해 과제의 난이도가 너무 높아 재미없을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의 능력에 비해 과제가 너무 쉬워서 따분해지는 것이다. 여기서 해야하는 일은 레벨을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레벨을 쪼개서 목표를 확실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게임이 치료에 효과적이고 재밌는 이유가 있다. 게임은 스스로 선택한다. 게임의 규칙 안에서 유저는 스스로 조절한다. 무조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해내는 긍정적인 과정이 게임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요소다.

‘게임을 하면 재밌어’라는 말에는 사실, 게임 속에는 자신에게 맞는 레벨, 내 능력에 맞춰 내가 도전해볼만하게 만들어주는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이 선택한 챌린지를 스스로 달성하고 더 높은 차원의 목적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성취감을 느낀다.




즐거운 실패

게임의 메커니즘은 당연히 정서 및 사고 발달에 도움이 된다. 최근 게임들은 역발상을 해야 할 만큼 창의적이고 논리 분석의 요소가 포함되어있다. 더 중요한 것은 실패를 겪고, 이기고 지는 과정에서도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게임을 하면서 아이들은 게임에서 지더라도 두 번, 세 번을 하면 그 다음 번에는 이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과정 자체에서 재미를 느낀다.

점차 학교에서 자기주도학습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스스로 자기주도통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과제다. 과제처럼 아이들에게 할 일이 던져지는 것이 아니라, 팀 단위로 언제든지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내가 이 선택을 했을때 어떻게 될지를 스스로 생각해보고, 전략과 목표를 설정한다.

보드게임에 비해 모바일 및 온라인 게임은 ‘아이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오해받아왔다. 점차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이 흔치 않아지면서 모바일 및 온라인 게임에 대한 다른 시각이 필요해졌다. 노년층을 위한 게임들이 주목받아야 하고, 이는 세대 간의 소통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게임을 특히 좋아하는 시기, 아동, 청소년 시기에는 사회화 과정이 일어난다. 아이들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을 게임 속에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인간은 본래 공격적인 동물이다. 인간의 공격성은 상대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많은 힘을 가지기 위해서 이용된다. 게임에서는 공격, 수비, 방어가 계속해서 번갈아 일어난다. 성장 과정에서 게임은 아이들로 하여금 삶 속의 행동 양상을 실습하는 본능적인 도구가 되어준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게임은 노년층에게도 치매예방,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지속적인 관심, 집중력, 지구력, 논리적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게임은 치매환자의 집중력, 사고력의 유지 및 촉진적 역할을 한다.



■ 치료를 위한 게임 선정




그럼 어떤 게임들이 치료에 적합할까?

게임 선정은 게임의 친숙성, 게임의 적용성, 게임에 기대되는 효과 등 몇 가지 조건을 고려해 선정된다. 얼마나 게임이 친숙하고 익히기 쉬운지를 보며, 연령수준 및 방당 수준 면에서 적절한지, 기대하는 교육, 치료의 목적에 적합한 게임인지 등을 확인한다.

박성옥 교수는 몇 가지 예를 들어 게임 선정에 대해서 설명했다.

먼저 ADHD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주의 통제 강화게임이 적합하다. 특정한 자극에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 상황에 요구되는 적절한 반응보다 우세한 반응을 억제하도록 도와주는 게임이 적합하다.

또한 불안, 정서표현에 어려움에 대해서는 긴장에 직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들을 선정한다. 게임을 하면서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기고 싶다, 이런 정서 표현을 통해 긴장감을 밖으로 표출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불안감이 높은 아이들에게 ‘이 게임을 어떻게 해야 재미있을까’에 집중하도록 하며, 성취한 부분에 대해서 지지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학습에 부진한 아이들을 위해서는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하고, 큰 목표까지 도달하는 데의 목표를 잘게 쪼개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어 박성옥 교수는 예시로 성적 학대를 받은 아이들을 상대로 게임 ‘오퍼레이션’이 어떻게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오퍼레이션’은 조각을 끼우고 핀셋으로 들어내는 등 수술의 과정을 퍼즐 형식으로 만들어낸 게임이다. 사람의 몸을 수술하는 게임을 통해 아이들에게 몸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유도한다. 또한, 분노와 불안감을 완화하는 동시에 아픔과 감정을 밖으로 표출해내도록 하는것이다.

정신적 질환을 지연하는 데에 그쳤던 약물치료의 한계에서 벗어나 이제 더 효과적인 심리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그 효과가 확실한지 이견이 많았던 심리치료가 점차 정론화되고 기술 또한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꼽으면서 박성옥 교수는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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