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저한테 게임은 '별' 같은 존재에요", 서울 디지텍 고등학교

인터뷰 | 원동현 기자 | 댓글: 9개 |
'꿈'이란 단어는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 좋은 설렘이 느껴지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못 이룬 꿈에 대한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하죠. 어쩌면 현실과 이상 속에서 갈등하다 놓쳐버린 아쉬운 꿈도 있을 테고, 이미 멋지게 쟁취해 낸 자랑스런 꿈도 있을 겁니다.

이번 지스타 현장에는 아주 멋진 꿈을 간직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 이미 확고한 신념을 갖고 게임 개발의 길로 한 발짝 일찍 들어섰다는 '서울 디지텍 고등학교' 친구들, 인벤에서 그들이 꾸는 다채로운 색깔의 꿈과, 그 너머의 꿈까지 전달해드립니다.







▲ 위에서부터 고주형 교사, 문해원, 최정익, 박동욱 학생

최정익 학생(이하 최정익) :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디지텍 고등학교 2학년 최정익이라고 합니다.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해원 학생(이하 문해원) : 저는 서울 디지텍 고등학교 2학년 문해원이고요. 마찬가지로 게임영상과에서 프로그래밍 공부하고 있습니다.

박동욱 학생(이하 박동욱) : 저는 같은 고등학교 소속 2학년 박동욱이라고 하고, 현재 동아리 학교 기업 팀장으로 있습니다.

고주형 교사(이하 고주형) : 저는 서울 디지텍 고등학교 게임영상과에서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고주형이라고 합니다.

원동현 기자(이하 원동현) : 반갑습니다. 지스타에 참가한 부스를 둘러보면서 대학교나 스타트업 부스는 많이 봤었지만, 고등학생들이 출전한 학교 기업은 정말 드물었던 거 같아요. 인벤 독자분들을 위해 서울 디지텍 고등학교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박동욱 : 음, '마음껏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요.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열의는 있지만, 지식과 환경이 받쳐주지 않는 학생들이 많은데, 저희 학교에서는 게임 제작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어요.

최정익 : 특이하게도 동아리 단위로 협력해 게임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문해원 : 확실히 학교 자체가 동아리 위주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취향이나 성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동아리를 이루고, 그 동아리를 중심으로 게임들이 제작되요.

고주형 : 워낙 욕심 많은 친구들이 있는 곳이다 보니 교내에 다양한 동아리가 존재하고, 활동량도 엄청나죠. 그리고 이 친구들이 손수 제작한 게임을 학교 기업이란 형태로 '퍼블리싱'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학교기업반'을 별도로 설립해 운용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많은 친구들이 참가 의사를 밝혀서 "아 최대한 많은 친구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야겠구나."라는 생각에 퍼블리셔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동현 : 동아리 같은 경우에는 '프로그래밍' 동아리, '그래픽 디자인' 동아리 등으로 구분되어 운영되는 건가요?

최정익 : 음, 굉장히 다양하게 있어요. 일단 저희 학교 게임영상과 동아리를 소개해드리자면, 프로그래밍과 그래픽 디자인 모두 소화하고 있는 '오엔(ON)'이 있고요. 그리고 2D와 3D 그래픽 작업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루' 동아리가 있습니다.

고주형 : 이외에도 소수 인원으로 운영되는 소모임들이 존재합니다.

원동현 : 뜻이 맞는 친구끼리 소모임을 개설하고 후에 인원이 많이 모이면 동아리로 발전하는 건가요?

고주형 : 네네

원동현 : 아까 부스에 있던 '이세계 알바생' 등의 작품들이 앞서 말한 동아리에서 제작이 된 거군요.



▲ 현재 출시가 되어있는 '이세계 알바생'

고주형 : 아 방금 말씀하신 '이세계 알바생' 같은 경우는 작년도 '학교 기업 반'에서 제작이 됐습니다. 현재 졸업반 학생들 작품이죠. 이외에 '오엔'과 '루'에서 제작한 3개의 게임 역시 부스에 출전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BtoB 부스에 출전한 VR 동아리도 있습니다.

원동현 : 아! 어제 인사드리고 왔었어요. 그런데 정말 놀랍더라고요. 고등학생들이 VR 게임을 손수 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이 친구들이 자신들의 게임을 위한 콘트롤러까지 직접 제작한 걸 보고 크게 감탄했습니다.






▲ 자신들의 VR 게임을 위해 손수 제작한 콘트롤러

고주형 : 학생들을 보다 보면 참 대단하다고 느껴요. 정말 욕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게임에 대한 이해도도 상당하고요. 그래서 게임 인재단에서 매년 저희한테 의뢰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 아이들이 진행하는 QA 수준이 상당하거든요.

원동현 : 들을수록 대단한 친구들인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제가 저 나이 때 뭘하고 살았는지 기억조차 안 나는데 말이죠. 그러고 보면, 친구들은 '언제', '어떤' 계기로 서울 디지텍 고등학교에 진학하겠다고 결심했나요?

최정익 :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이 고등학교에 와야겠다고 결심했었어요.

원동현 : 아, "이 길이 내 인생의 길이다!"라고 느낀 건가요?

최정익 : 하하, 워낙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그렇게 결심했습니다.

문해원 : 저 같은 경우는 게임에 대한 흥미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가져왔지만, 진로를 결정한 건 중3 때 즈음이었던 것 같아요.

원동현 : 중 3때... 친구는 자신의 진로 결정이 되게 늦은 듯이 말했지만 사실 저 같은 경우는 중3 때 대체 뭘 하고 살았는지 기억조차 안 나요. 눈물이 날 것 같네.

고주형 : 하하, 저도요. 그저 당연히 중학교, 고등학교 진학하고 수능 쳐서 대학 간다는 생각 밖에 안 해봤어요. 그래서 저도 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참 존경스러울 때가 많아요. "이 아이들은 벌써 자기 꿈을 찾아가는구나".

박동욱 : 저는 공부를 꽤 잘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사실 제가 왜 공부하는지도 모르겠고, 대학 진학에도 큰 의미를 못 찾아서 방황하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특성화 고등학교 홍보를 보다가 서울 디지텍 고등학교를 접했어요. 그때 갑자기 "아 나도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로 지원했죠.

고주형 : (웃음) 잘한 거 같아?

박동욱 : 후회 안 해요.

최정익 : 완전 재밌어요.

박동욱 : 만족도를 100점 만점이라 하면, 98점을 주고 싶어요.

원동현 : 나머지 2점의 행방은 어디로 간 건가요?

박동욱, 문해원, 최정익 : 과제가 아무래도 좀...

원동현 : 하하, 학생들이 '야자'가 아니라 '야근'을 하는 거 같아요.

최정익 : 저희도 농담 삼아 그렇게 부르긴 합니다. 학교 오는 걸 출근, 집 가는 걸 퇴근이라고 하거든요.

원동현 : 그런 와중에 교과과정도 따라가야 할 텐데, 정말 시간이 없을 거 같아요.

고주형 : 확실히 빠듯하죠. 학생들이 본인이 좋아해서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전공 교과목 과제로 만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이들이 집에서 밤 새는 경우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원동현 : '학교' 기업이 아니라 학교 '기업'이군요...

박동욱 : 맞아요. 그런 거 같아요(웃음).





원동현 : 이렇게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고생도 하다 보면 추억이 많이 쌓일 거 같아요.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있을까요?

최정익 : 음, 고르기가 어렵네요. 정말 다 기억에 남아서요. 일단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만든 '크랙슈터'인 거 같아요. 기한이 다가오면서 애들끼리 카페에 가서 다 같이 밤새면서 피드백도 주고받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들하고 그렇게 작업하니까 굉장히 재밌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피폐해져 가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런지 뭔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어요.



▲ 길지 않은 개발 기간이었지만, 영혼을 갈아 넣은 첫 작품

문해원 : 아 저는, 아 근데 이거 선생님이 들으면 안 되는 건데... 사실 그래픽 팀 친구랑 동아리실에서 몰래 밤을 새운 적이 한 번 있어요.

고주형 : 야, 그런 걸 말하면 어떡해.

박동욱 : 그런데 이게 학교에서 학생들을 붙잡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남을려하는 거라서요. 어떻게든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더 작업할려고 필사적이에요.

문해원 : "어떻게든 학교에 남고 말겠다!" 이런 거죠.

고주형 : 수위실 분들한테 항상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아이들이 도망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남을려고 나오질 않으니까... 찾아내느라 고생이 많으시죠.

원동현 : 듣다 보니까 정말 풋풋함도 느껴지고 '청춘'이란 두 글자가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그런데 '게임을 만드는 고등학교'라는 게 부모님 세대한테는 다소 낯선 개념일 거 같아요. 혹시 반대 같은 건 없었나요?

최정익 : 저 같은 경우는 중학교 당시 내신이 13% 정도였어요. 저희 친형이 자사고 출신이라 부모님도 제게 자사고 진학을 권했는데, 저는 앞서 말했듯 어릴 적부터 이미 이 학교에 오리라 마음을 먹은 상태라 부모님을 필사적으로 설득해서 진학하게 되었죠.

문해원 : 저는 사실 외고 준비생이었어요. 그러다 중3 때 진로를 갑자기 변경하니까 부모님이 많이 당황스러워 하시더라고요. 반대도 많이 하셨죠. 그런데 그냥 미리 원서까지 써버리고 부모님을 설득하니까 결국 납득해주셧어요.

박동욱 : 저희 부모님은 좀 '자유로운' 분들이세요. '네가 뭘하든 알아서 해라' 하시는 분들이라 큰 반대는 없었어요. 부모님이 회사를 운영하시는데, 나중에 정 안 풀리면 여기 와서 땜빵이나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고주형 : 저희 학교에 오는 학생들을 보면 3가지 케이스가 있습니다. 부모님이 진학을 별로 반대하지 않으셨거나 오히려 응원해준 케이스, 부모님을 필사적으로 설득해 온 케이스, 그리고 몰래 원서를 접수해 일방 통보하는 케이스.

최정익 : 하하, 맞아요.

고주형 : 사실 부모님들의 반대에 부딪혀봤던 아이들이 대다수입니다.

원동현 : 아무래도 '게임 특화 고등학교'라는 게 아직까진 조금 낯선 개념이라 그러신 거 같아요.

최정익 : 저희 부모님들은 이제 굉장히 만족해하세요. 제가 학교 다니면서 굉장히 즐거워하니까 보기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문해원 : 저도 처음에 이 학교에 합격했을 때는 축하조차 못 받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부모님들이 먼저 게임 언제 출시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박동욱 : 저희 부모님은 앞서 말씀드렸듯 제게 신경을 안 쓰세요.

고주형 : 하... 너 괜히 데리고 왔어.





원동현 : 보니까 이번 지스타에 출전한 학생들이 전부 2학년생이던데, 학년 별로 역할 분담이 다 되어있는 거 같아요. 전반적인 커리큘럼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고주형 : 1학년 때는 C언어를 비롯해서 프로그래밍의 기본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겨울방학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알고리즘과 보다 심도있는 프로그래밍 언어 등을 습득하게 되죠. 3학년이 되면, 직접적으로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엔진'을 다루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있는 학생들 같은 경우는 조금 일찍 '엔진'을 접했죠. 수업 외에 방과 후 활동에 따라서 학생별로 수준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원동현 : 여기 있는 학생분들은 실제로 이번 지스타 출품작 개발에 참여를 하신 거죠?

박동욱, 문해원, 최정익 : 네, 근데 저희 셋 다 참여한 게임이 달라요.

원동현 : 그럼 간단히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최정익 : 제가 개발한 게임은 '크랙슈터'라는 핀볼과 RPG의 보스레이드를 합친 독특한 느낌의 게임입니다. 평범한 핀볼을 하듯이 게임이 진행되는데, 알고 보면 맵 전체가 하나의 보스인 거죠.

원동현 : 아, 맵 위에 드래곤이 앉아있던 그 게임이군요!

최정익 : 네네, 실제 핀볼에 있던 반사판, 블랙홀 기능 등을 활용해서 맵 상의 보스를 격퇴하는 게 목적인 게임입니다.

원동현 : 상당히 색다른 느낌의 게임이네요. 만들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최정익 : 저희가 이 게임의 최종 기획안을 내기까지 총 6번이 엎어졌어요. 처음부터 컨셉 자체는 '핀볼'이었지만, 저희가 '학교 기업'으로 출품하는 만큼 수익을 창출할 요소가 있어야 해서 손을 볼 필요가 있었죠. 다양한 사람들한테 피드백을 받으면서 여기까지 왔던 거 같아요.

문해원 : 저희가 개발한 게임은 '젤리 헌터'라는 이름의 캐주얼 모바일 액션 게임이에요. 공격, 방어, 회복으로 나눠진 블록을 이용해서 고양이가 젤리를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목적입니다.

원동현 : 그런 설정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문해원 : 게임을 제작하기 전에 저희는 다 같이 모여서 칠판을 하나 두고 브레인스토밍을 해요. 그러면 친구들이 아이디어를 막 쏟아내는데, 그중 괜찮은 거 몇 개를 뽑아내는 거죠. 그 당시 나왔던 아이디어 중의 하나가 '동물이 사람을 사냥하는 세계'였는데, 너무 잔인하지 않냐는 말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걸 좀 많이 순화시키다 보니 고양이가 젤리를 사냥하는 걸로 바뀌었죠.

사실 이 게임은 '기획안'으로만 공모전에 출품한 적이 있어요. 그 과정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후에 개발을 시작할 때 어긋난 설정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걸 다시 꼼꼼하게 다잡는 작업이 힘들었던 거 같아요.



▲ 아기자기한 아트가 돋보인다

박동욱 : 저희가 개발한 게임은 '세이브 더 포레스트'라는 디펜스류 모바일 게임이에요. 앞의 두 친구들의 게임이 '스테이지'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과는 다르게 저희는 날짜를 중심으로 진행돼요. 날짜가 바뀌면서 게임상의 이벤트가 발생하고 다양한 변화가 생기는 게 특징이죠.

이 게임을 개발하면서 실력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세이브-로드 과정에서 데이터가 제대로 송수신이 안 된다던가, 잡다한 버그들이 계속 발생한다던가, 이런 걸 보면서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죠.



▲ 인상적이었던 도트 그래픽

고주형 :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이들이 고3이 되면 취업 활동을 하게 되니까 프로젝트가 미완성으로 남겨지는 경우가 있어요. 졸업하고 난 뒤에 자기가 개발한 게임을 관리 하고 싶어도 여유가 안 되다 보니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죠.

최정익 : 그래도 저희는 이번에 게임을 개발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했어요. 졸업한 뒤에도 꼭 이 게임을 계속 만들어나가자고. 애들이 다 그 의견에 동의해줘서 정말 고마웠죠.

문해원 : 저희 팀도 마찬가지였어요. 절대 졸업했다고 이 게임을 방치하고 싶진 않았어요. 우린 이 게임을 너무 좋아하니까요.





원동현 : 아무래도 굉장히 큰 애착이 있을 거 같아요. 처음으로 만든 작품인 만큼, '첫 자식'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요? 그리고 학생들이 자신의 게임에 자부심도 있고, 욕심도 있어서 앞으로 더욱 좋은 게임으로 발전해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니 방금 졸업 이야기가 나왔는데, 혹시 진로에 대해서 생각해둔 게 있으신가요?

박동욱 : 저는 취업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만약 취업을 못 하면 진학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문해원 : 이 학교에서는 조금 특이한 편인데, 저는 애초에 대학 진학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심리학 쪽으로 전공해보고 싶더라고요.

원동현 : 아, 대부분 학생들이 취업을 우선시하는군요?

고주형 : 네 아무래도 저희 학교는 대부분 졸업 후 취업을 합니다.

최정익 : 저 같은 경우는 초등학교 때부터 꿈이 쌓인 게 너무 많아요. 일단 첫 목표는 군대를 정리하고 일본으로 나가보고 싶어요.

원동현 : 혹시 '꿈 너머 꿈'이란 말 들어본 적 있나요? 단순히 어떤 직업이 되고 싶다, 어디가 가고 싶다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직업을 갖고 무엇을 이룰 건지, 그곳에서 어떤 목표를 달성할 건지, 말 그대로 '꿈 너머 꿈'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요.

최정익 : 꿈이 너무 거창해서 뭐라 말해야 될지 감이 안 잡혀요(웃음). 일단 저는 제 마음에 드는 게임이 잘 없었어요. 그래서 정말 만족스러운 게임을 찾아보려고 온갖 게임을 다 해봤는데도 찾질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이럴 거면 직접 만들자고 결심을 했죠.

게임 개발자가 돼서 나를 만족시킬 게임을 만드는 게 제 '꿈 너머 꿈'인 거 같아요.

고주형 :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은데?

최정익 : 말하기 너무 부끄러운데... 저는 '엘더스크롤: 스카이림' 같은 오픈월드 RPG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플레이어의 자유도가 굉장히 높고, 다양한 상호작용이 존재하는 그런 게임을 꿈꾸고 있어요.

원동현 : 최근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역시 비슷한 느낌이었죠.

최정익 : 네네, 제가 생각하는 그런 게임에 가까워요. 하지만 아직 닌텐도 스위치가 없어서 플레이 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뭐라 말씀드리기가 애매하네요.



▲ 어쩌면 이 친구가 훗날 '엄청난 걸'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문해원 : 저는 '라테일'이란 게임을 되게 오랫동안 했어요. 오픈베타부터 시작했으니까 현재 12년 차 유저인데요.

원동현 : 잠깐, 몇 살이죠?

문해원 : 18살이요. '라테일'을 6살인가부터 시작했어요. 그 게임을 정말 좋아했는데, 커가면서 어렸을 땐 안 보였던 각종 '운영' 관련 문제가 보이는 게 안타까웠어요. 게임의 재미란 게 단순히 그래픽과 전투에서 오는 게 아니라 '운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깨달았죠.

원동현 : 보다 긴장감 있는 유저 경험을 설계하는 '레벨 디자인'을 말하는 건가요? 아니면, 순수한 의미의 '운영'을 말하는 건가요?

문해원 : 운영이요. 저는 그래서 심리학을 전공해 보다 체계적이고 유저 친화적인 게임 운영을 해보고 싶어요.

박동욱 : 저는 부모님이 '아이온'을 하셨었어요. 어릴 적에 그게 너무 신기하고 멋있어 보여서 안 계실 때 몰래 해봤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사람들하고 채팅을 하는 것도 신기하고, 화려한 마법을 쓰면서 전투를 하는 것도 너무 멋있었어요. 나중에 보스 레이드도 해보고, 진영전도 해봤는데 '와 나도 나중에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원동현 : 몰래 한 것 치고는 꽤 많이 했네요(웃음). 혹시 아쉬웠던 점도 있었나요?

박동욱 : 저는 제 캐릭터의 '강함'과 '돈'이 비례하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지금 제가 목표로 하고 있는 건 게임의 과금 모델을 설계하는 기획자가 되는 거에요.

원동현 : 친구들 모두 꿈이 다 다르네요. 색깔이 확연하게 보여서 멋집니다. 그러고 보면 자신을 '게임의 길'로 빠져들게 한 '인생 게임'들이 하나쯤 있을 법한데 뭔지 알려줄 수 있나요?

최정익 : 저는 '마비노기'요. 다양한 직업과 다채로운 전투 방식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자유로움이 너무 좋았어요.

원동현 : 아, 난 이제 친구가 어떤 게임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 거 같아요.

최정익 : 네, 전 아무래도 자유도 높은 게임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문해원 : 저는 포켓몬스터 시리즈를 제 인생 게임으로 꼽고 싶어요.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아왔고, 생명력을 잃을 법한데도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박동욱 : 혹시 '트릭스터' 아시나요? 드릴이 굉장히 인상 깊은 게임이었는데 이 게임이 저를 이 길로 이끌었어요. 왠지 모르게 묘한 매력이 있었거든요.

원동현 : 다들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시작하셨군요.

고주형 : 저는 이 학교에 와서 게임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어요. 제가 프로그래밍을 전공하고 가르치지만, 처음엔 게임에 대해 잘 몰랐거든요. 게임에 시간과 돈을 쓰는 것도 잘 이해를 못 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다 보니까 게임의 매력을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학생들이 제게 '게임'을 가르쳤죠.





원동현 : 마지막으로 질문드릴게요. 여러분에게 있어서 게임이란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시나요?

최정익 : 저는 게임이란 개인의 인생을 바꿀만한 힘을 가진 문화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제가 그 산증인이니까요.

문해원 : 저는 게임은 '별'이라 생각해요. 생각보다 저는 되게 무감각한 사람이라 무언가를 할 때 몰입도 잘 못 하고, 재미도 잘 못 느껴요. 그런데 게임을 하거나, 만들 때는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보는 것처럼 빨려들어가요.

박동욱 : 저에게 게임이란 '베스트 프렌드', 뗄래야 뗄 수 없는 그런 존재죠. 인생 내내 같이 붙어갈 친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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