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토스, 이집트로 갈 뻔했다? - '갓 오브 워' 개발기

게임뉴스 | 정필권 기자 | 댓글: 6개 |


▲ 소니 산타모니카 스튜디오의 코리 발록 디렉터

유럽 최대의 게임 쇼인 '게임스컴 2018'에 앞서 진행되는 행사, 데브컴 2018(Devcom 2018)'에서는 전 세계 다양한 개발자들을 만날 기회가 된다. 이번 데브컴 2018의 첫 강연에서는 갓 오브 워를 개발한 소니 산타모니카 스튜디오의 코리 발록 디렉터가 자리했다.

지난 4월 20 출시된 '갓 오브 워'는 시리즈 정식 후속작이자, 시리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액션과 캐릭터에 변화를 주면서, 동시에 장기간 진행된 게임 프랜차이즈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증명한 작품이기도 했다.

전사에서 아버지로. 새로운 액션과 이야기로 호평을 받았던 '갓 오브 워'. 코리 발록 디렉터는 갓 오브 워를 개발하며 있었던 경험과 유명 프랜차이즈에 변화를 주며 느낀 점을 청중에게 전했다.




먼저 코리 발록 디렉터는 갓 오브 워를 제작했던 시기를 회상했다. 당시 갓 오브 워 프랜차이즈에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주인공인 크레토스는 물론이고 그리스 이야기를 마무리 지은 시리즈에 새로운 발상과 이야기가 요구됐다. 따라서 코리 발록은 후속작 제작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많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컨셉을 정하는 등 기본적인 기획 작업이 진행됐다. 시네마틱을 삭제하고 한 씬으로 게임을 구성하는 것도 이 단계에서부터 구상되어 있었다. 코리 발록 스스로가 큰 도전 (Super Challenging)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큰 변화였으니까.

컨셉 구상 단계에서 팀원의 인력은 약 11명으로, 이들과 함께 게임의 기본적인 뼈대를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프랜차이즈의 주인공 크레토스의 성격에서 유지해야 할 것, 변화해야 할 것들을 정리해야만 했다. 후속작의 크레토스는 그리스 시대 이야기의 이야기가 프롤로그처럼 느껴질 정도로 캐릭터의 성격을 변화시켰다. 기존 시리즈에서 보여준 인상은 남아있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변화와 유지점을 확실히 인식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했다.




동시에 마무리를 지은 그리스 신화 기반에서 새로운 신화로 스토리를 이끌 필요성도 있었다. 다양한 지역의 신화들이 언급되었으나, 최종적으로 고민한 것은 이집트 신화와 북구 신화였다. 두 신화 모두 다른 신화들과 다른 독특한 캐릭터들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많은 수의 신들, 신화적 존재들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에서 결정적인 선택이 된 것은 ‘아트’였다. 강연자는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를 구상했을 때처럼, 각 세계관의 일러스트를 먼저 그려보고 개발팀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후 각 신화를 배경으로 나온 컨셉 아트는 결정적인 차이를 보여줬다.

이집트 신화에 기반하여 제작된 아트는 컨셉이 명확했다. 거대한 신화적 짐승들, 사막 지역의 건조하면서 강렬한 분위기로 표현됐다. 북구 신화의 일러스트 또한 필멸적인 종말이 예정된 북구 신화를 그렸다.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 종말을 앞둔 암울한 분위기를 보여줬다. 두 컨셉 아트를 두고 코리 발록은 최종적으로 북구 신화를 선택했다. 프랜차이즈에 어울리는 분위기이자 크레토스의 아들 아트레우스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적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성격과 세계관이 선정되었으니, 크레토스의 아들 아트레우스의 성격을 설정하는 단계에 돌입했다. 아트레우스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성장이었다. 게임 초기에 겁을 잔뜩 먹은 모습에서 한 명의 전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AI 프로그래머와 협력하여 인공 지능을 점검했으며, 캐릭터의 성격이 변하면서 표정과 행동 또한 달라질 수 있도록 개발하기 시작했다.

다음으로는 이번 타이틀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노컷 카메라’의 컨셉과 구현을 고민했다. 노컷 카메라를 이용하면 별도의 로딩이나 영상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고, 다른 무엇보다 플레이어들이 흐름이 끊기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와 게임 플레이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를 게임 속으로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영화에서 사용하는 롱테이크가 참고가 될 수 있었지만, 게임과 영화는 본질에서 차이가 있었다.

게임에는 플레이어의 조작이 들어가므로, 영상을 보고 받아들이는 영화와는 수용 방법에 차이가 있었다. 영화의 롱 테이크를 게임에서 그대로 구현하는 것은 플레이한다는 게임의 특성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코리 발록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90년대 홍콩 영화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90년대 하드보일드 장르 홍콩 영화는 롱 테이크를 잡으면서도 액션과 드라마를 전부 전달했다. 영화에서는 액션에 이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드라마 씬, 다시 액션, 드라마 씬이 반복된다. 분명히 화면 전환이 없는 롱테이크로 촬영되었으나, 액션과 드라마는 중간마다 슬로우 모션을 주어 명확하게 구분됐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액션과 이야기가 부드럽게 섞여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코리 발록은 홍콩 영화의 롱 테이크 촬영처럼 이번 갓 오브 워의 노컷 카메라를 만들고자 했다. 결과적으로는 분명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게임 플레이라는 흐름과 드라마 진행이라는 두 지점을 하나로 담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 예시로 들었던 영화는 1992년작, 첩혈속집.

강연자가 생각한 세계관, 캐릭터 설정의 방향성, 노 컷 카메라에 대한 구상과 영감 등은 주로 아트 북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리고 단순히 생각을 얻는 것을 넘어서 책 자체를 개발에 활용하기도 했다. 떠오른 아이디어들은 다시 책으로 정리했으며, 이를 새로운 개발자들이 팀에 합류할 때마다 보여줬다. 프로젝트의 방향성과 개발의 방향성을 일일이 설명하는 것보다, 오히려 책으로 정리해서 알리는 것이 개발 전체로 보자면 이득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개발을 시작하며 뼈대를 붙여나가는 얼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탐험 콘텐츠에 집중해서 개발을 진행했다. 프렌차이즈의 명운이 걸려있기에, 팀의 부담감은 높아져만 갔다. 강연자는 그럴 때마다 팀원들에게 프로젝트는 물론 자신에 대한 믿음을 줘야만 했다. 게다가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후속작만의 독립적인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앞으로를 준비하고 확인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 기간에서는 디자인과 아트에서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키트’들과, 아이디어를 간단한 형태의 플레이어블 버전으로 구현해서 확인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첫 번째 플레이어블 버전에서는 확인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적을 공격하고 처치하는 기본적인 플레이만을 담았고, 도끼 투척과 같은 후속작만의 액션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




긴 맵을 배경으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전투와 액션의 연속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게임을 계속해서 발전시키는 과정에 착수했다. 엔진 자체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하며 개발 인력을 늘려나갔다. 반사와 광원, 자연환경 표현 등 게임은 더욱 세밀해져 갔다. 그리고 2016년 E3. 코리 발록과 그의 개발팀은 달라진 크레토스를 처음으로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처음으로 플레이를 공개하는 것은 개발팀은 물론 강연자인 코리 발록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첫 번째 데모는 강연자가 ‘최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네가 프렌차이즈를 망쳤어”와 같은 커다란 부담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리고 결과물이 공개된 2016 E3 소니 컨퍼런스, 코리 발록은 행사장 베란다에서 영상이 공개되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다.

당시 소니 컨퍼런스의 첫 작품으로 공개된 갓 오브 워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행사장에 모인 청중은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고, 반응을 보던 코리 발록 또한 당시의 정확한 기억을 하지 못할 정도로 흥분했다고 회상했다. 후속작에 들인 노력, 그리고 프랜차이즈와 크레토스의 변화가 인정을 받는 순간이었다.

데모 공개 이후, 갓 오브 워의 개발은 더욱 속도를 붙였다. 출시를 앞둔 시점까지 계속해서 콘텐츠를 늘려나갔으며, 때로는 세밀한 지시들을 하기도 했다. 요르문간드의 크기를 무지막지하게 키운다거나, 구상한 세계관을 게임으로 키우는 과정 등 디렉터로서의 역할에 집중하여 게임을 완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 뱀 크기를 키워요 / 얼마나요? / 크게크게크게크게...

하지만, 이 시기에도 위기는 찾아왔다. 스토리를 완전히 변경하면서 두 번째 시나리오를 작성하게 됐다. 시나리오 일부를 수정하는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새로 작성한다는 큰 결정이었다. 이후 개발진은 시나리오를 새로이 작성하면서 전체 과정을 직원들에게 설명하며 확인하는 과정을 프로세스로 확립했다.

이외에도 모션 캡쳐를 위한 배우의 섭외 과정, 실제 테스트에서의 부정적인 반응 등 해결해야 할 것들이 남아있었다. 특히, 게임 시작 이후 큰 인상을 주는 발두르 캐스팅에 난관을 겪었다. 액센트나 발음 등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최적의 배우를 찾아야만 했다. 게다가 모션 캡처를 위한 장면 하나하나가 원 테이크로 진행되어야 하기에, 촬영 난이도의 상승을 동반하는 문제도 감내해야 했다.

이후 테스트에서는 변화한 크레토스에 대해서 부정적인 피드백이 지속해서 나왔다. “크레토스가 꽃을 꺾는다고? 왜? 꽃? 꽃이라고?”과 같은 반응들은 게임 출시 직전까지 강연자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변경된 액션, 시점 등은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으나, 캐릭터에 대한 변경은 팬들의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게임을 시장에 출시하기 직전의 단계에서, UI와 UX, HUD 시스템 등 게임의 인터페이스를 다듬는 마무리 과정을 수반했다. 해당 부분은 단기간에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던 요소이기도 했다. 최초 가장 지저분한 수준의 UI에서 점차 개선해갔으며, 디자이너들의 도움을 받아 편의성과 미적 감각을 갖춘 형태로 마무리를 지었다.






▲ 최후에, UI는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부분이다.

자, 이렇게 새로운 변화를 보여준 ‘갓 오브 워’가 세상에 탄생했다. 산타모니카 스튜디오가 만들어낸 후속작은 시장에 놀라움을 던졌다. 거대한 호수를 통해 세계가 변경되는 형태를 보여줬고, 시네마틱 없이 진행되는 액션과 스토리의 흐름은 뛰어난 흡입력으로 완성됐다. 팬들의 부정적 의견을 받았던 크레토스의 변화도 충분히 이해를 시킬 수 있었다.

강연자는 몇 년간 갓 오브 워를 개발한 과정을 돌이켜 보며, 처음부터 끝까지 항상 거대한 부담감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타인과의 충돌도 많았고, 기대감에 따른 팬들의 시선에 직면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강연자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있었고,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강연의 마지막, 매우 직설적인 한마디를 던지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부담감은 사실 언제나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부담감 때문에 미리 걱정하고 포기하지 마세요. 그저 즐기세요.
그리고 그저 계속해서 실행하세요.
포기보다는 일하는 게 먼저입니다. 계속해서 원하는 바를 실행하고 닥치게 하세요.”







8월 21일 개최되는 게임스컴(GAMESCOM) 최신 소식은 독일 현지에 나가 있는 정필권, 김강욱, 석준규 기자가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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