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2018] 녹음부터 가공까지, 나만의 '사운드' 연출하기

게임뉴스 | 정재훈 기자 | 댓글: 1개 |


▲ 팀 SUB 윤민 디렉터

[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인디게임 팀 SUB의 대표이자 디렉터로 사운드 연출을 강조한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게임 디자인의 학문화에 관심이 많으며 관련 서적을 기획 중이다.


솔직히 없어도 게임을 할 수는 있는데, 있으면 좋고. 좋으면 좋을수록 좋다. '사운드'가 그렇다. 게임의 구성 요소에서 빼놓을 수는 없지만, 자신만의 영역이 있는 녀석이다. 오죽하면 게임이 망해도 사운드가 살아남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겠는가.

팀 SUB의 윤민 디렉터는 아직 씬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개발자는 아니다. 앳된 외모 탓인지 처음 봤을땐 강연자인지, 패스를 끊고 들어온 학생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어랍쇼? 연단에 서니 분위기가 달라진다. 연단에 서는게 처음이 아닌 것 같은 능숙함이다. 베테랑 강연자들도 타이밍을 못잡는 개그를 치는가 하면, 어휘도 고급지다. 분명 개발자인데, 학자의 강연을 듣는 기분이다.

지금껏 여러 컨퍼런스에서 사운드 강연을 들을 때마다 솔직히 크게 어렵다고 느끼지 않았다. 현장이 아닌 연단에서 사운드를 설명하는데는 한계가 있으니까. 이번에도 비슷하리라 예상했는데 아닌 것 같았다. 눈앞의 젊은 개발자에게서 왠지 모를 오오라가 보이는듯했다. 강연 보조재로 효과음도 엄청나게 챙겨왔다. 강연 시작도 전에 걱정이 앞선다. 이걸 다 어떻게 기사로 옮기지...






■ 강연주제: 나만의 사운드 제작하고 연출하기

⊙ '사운드', 그 원론에 대한 접근

윤민 디렉터의 강연은 '기본'부터 시작했다. '사운드'가 무엇이며, 게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부터다. 게임을 이루는 요소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게임을 '게임'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로는 세 가지(이미지 참조)가 있는데 사운드는 그중 'Polish'의 영역에 해당된다. 쉽게 말하면, 게임을 관찰이 아닌, 체험으로 느끼게끔 하는 인지적, 감각적 요소다.




사운드는 인간의 오감 중 '청각'에 할당되는 부분이고, 당연히 감각적인 요소다. 그리고 이 감각은 세가지 층위로 분류된다.

본능적 층위: 본능적 층위는 말 그대로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영역에 해당된다. 갑작스럽게 재생되는 위험 알림음이나 날카로운 경고음 등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소리다.

행동적 층위: 소리의 수용과 이에 따른 결과가 반사적으로 이어지는 영역. 훈련된 영역을 자극하는 소리다. 기능을 갖춘 사운드로, 소스의 환경 등을 표현한다.

인지적 층위: 사건과 관계의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사운드다. 행동적 층위와의 구분은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가 생각을 하게 되는지, 아닌지로 구분된다.

사운드의 구분을 이해했다면, 이제 '좋은 게임 사운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 차례다. 기본적으로 게임 사운드는 게임이 제공하는 인지적 정보와 사운드가 물리적으로 영향력을 끼쳐 일어나는 플레이어의 생리적 반응이 일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박진감 넘치는 음향을 가미해 플레이어어를 긴장하고, 집중하게 만들었지만, 게임 상에서는 더없이 평화로운 상황이라면 이 두가지 요소가 합치되지 않은 것이다.

슬라임을 벨 때는 유체를 베는 소리가 나야지 프라이팬으로 쇠를 두들기는 소리가 나서는 안된다. 쉽게 말하면, 상황에 맞는 소리가 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합치'기 제대로 이뤄질 경우, 사운드는 게임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게임 내적인 플레이 공간의 현장감을 살릴 수 있고, 시각적 정보가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게임 플레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며, 플레이어의 감정을 좌우하는 순간(아이템 획득 순간, 버프나 디버프가 적용,해제되는 순간)을 극대화할수 있다.



▲ 사운드로 인한 생리적 반응과 게임 내적 인지 정보가 합치되어야 한다.


⊙ '사운드',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그럼 이제 의문점은 '좋은 게임 사운드'를 어떻게 만드는가로 넘어간다. 게임 사운드의 종류는 크게 다섯 가지 분류로 나누는데, 게임 내적으로 현실감에 영향을 주는 '환경음'(앰비언스)과 연출을 위한 소리인 '효과음', 그리고 게임 외적인 면에서 완성을 돕는 '배경 음악'과 'UI음', 마지막으로 연출에 따라 게임 내외를 넘나드는 '보이스'가 있다.(보다 세분하면 훨씬 다양한 방향으로 나눠진다)

이 모든 사운드는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이뤄지는데, 쉽게 분류하면 '음원 취득'과 '가공'의 과정을 겪는다. 음원은 보통 네 가지 경로를 통해 얻는데, 직접 필요한 사운드를 녹음하는 '레코딩', 이미 만들어진 라이브러리에서 필요한 음원을 따오는 '샘플 라이브러리', 가상 악기를 통한 녹음과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녹음이다.




이렇게 얻은 음악은 DAW(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에서 이펙터를 사용해 가공한다. 사운드 디자인은 음원 취득 과정을 이용해 확보한 식재료를 DAW라는 조리 기구로 가공하는 일종의 요리라 할 수 있다.

음원 취득 과정부터 설명하면, 레코딩은 힘이 들고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지만 훨씬 생동감 있는 음원을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이다. 위의 요리 비유를 계속 써먹자면 직접 농사를 지어 필요한 식재료를 확보하는 셈이다. 반면 샘플 라이브러리는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형태인데, 상용화된 샘플 라이브러리는 돈을 주고 사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돈 주고 사는 만큼 마음에 드는 소리가 없을 수도 있고, 굉장히 비싸므로, 경제적인 사용을 원하면 매년 GDC가 끝난 후 소니스(Soniss)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



▲ 샘플 라이브러리는 굉장히 비싸다(...)

음원을 확보했다면 이제 이펙터를 사용해 음원을 주물러 가공할 때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펙터는 네 종류인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필터: 음원을 음역대에 따라 소거할 수 있다. '로우패스 필터'로 저음역대만 걸러내거나, 반대로 '하이패스 필터'로 고음역대만 통과시킬수 있다. '밴드패스 필터'로 원하는 음역대를 특정할 수도 있다.

이퀄라이저: 여러 필터를 하나로 합쳐둔 이펙터로, 특정 음역대를 죽이거나, 더 비중을 높이는 등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다.

컴프레서: 음원의 볼륨을 통일할 수 있는 이펙터로, 볼륨 조절의 반응 시간이나 미적용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요한 순간에 볼륨을 줄이거나 키울 수 있다.

리버브: 사운드가 매질에 닿아 반사되는 잔향을 재현해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이펙터. 이또한 원음이 매질에 도달하는 시간과 총 시간, 기준 주파수 등을 조절할 수 있다.



▲ 성대도 일종의 '필터'다


⊙ '사운드', 만들어도 끝이 아니다.

사운드를 만드는 것에서 그친다면 윗 단계에서 끝이 난다. 하지만 사운드를 게임에 연출하고자 한다면 끝이 아니다. 사운드를 다 만들고 나면 '믹싱'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믹싱은 굉장히 중요한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덜 중요한 소리가 중요한 소리를 씹어먹는다거나, 너무 많은 사운드가 겹쳐 게임 플레이 상황을 파악할수 없는 경우가 생겨버린다.

이를 위해서 미리 사운드를 추출할 때 일정한 데시벨로 음량을 통일해줘야 한다. 그리고 돌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개발 환경과 인게임 상의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충분한 헤드룸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사운드를 역할에 따라 버스(Verse)를 나누어 구분하는 것도 중요한데, 상황에 따라 특정 버스를 낮추거나, 높여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화 장면에서는 보이스의 버스를 높이고, 배경음의 버스를 낮춰 두 소리 간의 다이나믹 레인지를 확보해 주어야 한다.



▲ 다이나믹 레인지의 확보가 중요하다

기억해야 할 것은, 소리를 잘 들리게 하는 것이 무조건 음량의 크기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정 사운드의 경우 음량보다는 다른 버스의 사운드간의 다이나믹 레인지에 따라 잘 들릴 수도 있다. 때문에 '나중에 안들리면 볼륨 키우면 된다'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사운드 간의 밸런스를 잘 잡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펙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구분되는 음역대를 나누는 것도 신중히 이뤄져야 할 과정이다. 게임 상에서 사운드는 음역대에 따라 역할이 나뉜다. 저음역대는 공간감이나 본능적 층위에 해당하는 사운드에 어울리고, 중음역대는 게임의 중심을 이루는 콘텐츠의 존재감을 나타낼 때, 고음역대는 사물이나 상황의 디테일을 표현할 때 쓰인다. 너무 많은 사운드가 하나의 음역대에 섞이게 될 경우, 이 구분이 모호해지고 결국 플레이어가 사운드를 통한 게임 정보 취득에 불편을 겪을 수도 있다. 이때, '멀티밴드 컴프레서'를 사용해 전체적인 음역대 밸런스를 지켜낼 수 있다.



▲ 음역대도 일종의 자원이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사운드를 이용한 연출에는 다양한 기법이 도입되는데, 여러 사운드를 레이어화해 조합하는 '레이어링'을 사용할 수도 있고, 파형 모델로 사운드를 분석하고, 단계별 길이를 조절해 같은 사운드로도 여러 느낌을 연출할 수도 있다. 물리학 시간에 흔히 배우는 '도플러 효과'도 사운드 디렉팅에 있어 중요하게 적용되는 물리 법칙 중 하나다.



▲ 들이는 시간에 따라 훨씬 다양한 사운드 연출이 가능하다.

이 과정을 거쳐, 우리가 1초가 채 안되는 시간에 듣고 넘어가는 하나의 사운드가 완성된다. 사실 없어도 게임은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족하긴 힘들다. 게이머라면 다들 알고 있다. 사운드 빠진 게임은 잘해봐야 60점 정도의 만족도만 줄 수 있다는 것을. 사운드의 비중이 40%를 차지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운드 빠진 게임은 60점짜리 게임이다. 사운드가 있어야 게임의 다른 부분들도 더 살아나고, 결과적으로 100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조금은 아쉬운 강연이었다. 강연자의 수준이나 강연 내용의 아쉬움이 아닌, 강연 시간의 아쉬움이었다. 일반적인 사운드 강연은 사운드 디자인의 여러 과정 중에서도 특정 부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분이 많다. 이번 강연처럼 '총론'을 다루는 상황에서 1시간이라는 시간 배분은 약간 부족한 감이 들었다. 달리 생각하면, 아쉬움은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윤민 디렉터는 언제고 다시 한번 연단에서 볼 사람이란 확신이 들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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