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국풍 액션도 괜찮은데? '카르마나이트'

리뷰 | 박광석 기자 | 댓글: 38개 |




⊙개발사: 울트라마린소프트 ⊙장르: 액션 ⊙플랫폼: PC ⊙발매일: 2020년 5월 20일

지난 5월 20일에 출시된 국산 인디 게임 '카르마나이트'는 "왜 우리나라엔 일본의 닌자, 사무라이, 중국의 소림사와 무협처럼, 한국적인 문화를 소재로 한 액션 게임이 없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인디 개발사 울트라마린소프트의 두 개발자는 한국 문화도 충분히 멋진 게임의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생각을 담아 직접 액션 게임 개발에 착수했죠.

물론 액션과 SF, 불교 철학, 한국 문화까지 한데 섞인 이 게임을 보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국뽕코인'을 타려다 실패한 김치 워리어처럼, 게임으로서 부족한 부분을 '한국적 요소'라는 명분으로 덮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것을 우려한 것입니다. 이외에도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액션 게임인데다가, 주인공 캐릭터의 디자인마저 인디 게임 '데드셀'의 주인공과 비슷하다며 일부 유저들 사이에선 '한국 스킨을 씌운 데드셀 표절 게임일 것'이라는 논란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 논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자면, 실제로 플레이해본 '카르마나이트'는 결코 데드셀의 표절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강조한 메트로베니아라는 점은 같지만 로그라이크가 아닌데다가, 데드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액션 요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거든요. 액션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물론,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적인 요소도 게임 전반에 녹아있었죠.




카르마나이트는 전투 파트와 플랫포머 액션 파트로 구성된 스테이지를 진행하며 주인공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횡스크롤 게임입니다. 스테이지에서 획득한 여러 재화를 활용하여 무기를 강화하고, 스킬을 연마하여 계속해서 어려운 보스에게 도전하게 되죠. 여기까지만 보면 평범한 액션게임 같지만, 카르마나이트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게임 플레이에 '마크어택'과 '칼라어택'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더해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강조했습니다.

먼저 '마크어택'은 타겟을 향해 순식간에 접근하는 기술로, 보통 가시 함정을 피해 이동하는 플랫포머 액션 파트에서 주로 활용하게 됩니다. 마크어택은 지상과 공중에 있는 적을 향해서도 발동시킬 수 있는데요. 특히 공중에서 투사체를 날리는 수 마리의 적들을 일망타진할 때의 쾌감이 각별했습니다. 점프와 대시, 마크어택을 동시에 활용하여 적들 사이를 능수능란하게 오가다 보면, 마치 공중에 적을 띄워 끝없이 콤보를 이어나가는 액션 게임의 고수가 된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습니다.

▲ 순식간에 적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마크어택'

▲ 누구나 간단한 조작으로 경쾌한 액션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칼라어택'은 색상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뉘는 특수 공격입니다. 직선 방향으로 강력한 대미지를 주는 '빨강', 공중에 있는 적을 타격하거나 조금 더 높은 발판까지 이동할 때 사용하는 '파랑', 그리고 공중에서 사용하여 체공 시간을 늘리는 '노랑'까지 세 개의 색이 존재하죠. 초반 튜토리얼만 거치면 세 개의 색상을 모두 획득할 수 있고, 이후에 별도의 게이지를 사용하여 언제든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세 가지 칼라어택은 기본 연타에 이어지는 콤보 공격으로도, 몇몇 적들이 가지고 있는 방어막을 깨트리는 퍼즐 기믹으로도 활용됩니다. 이 방어막들은 웬만한 기본 공격 연타로는 쉽게 깨지지 않으므로, 상황에 따라 빨강, 파랑, 노랑 칼라어택을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해야만 합니다. 또한 칼라어택에는 슈퍼아머 기능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강력한 보스를 상대할 땐 어떤 칼라어택을 연계하느냐가 중요한 공략 포인트가 되곤 합니다.

이외에도 적을 경직시키는 '스턴'과 이를 활용한 마무리 일격인 '크리티컬 스턴', 공격과 방어, 소환으로 분류되는 '마법', 장비와 마법에 장착할 수 있는 세 가지 속성 룬까지, 카르마나이트에는 전투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공격 버튼 하나만 눌러도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맛볼 수 있지만, 조작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 수록 더욱 화려한 전투가 연출되는 것이 카르마나이트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물론 이 게임에도 아쉬운 부분들이 다수 존재하는데요. 그중 첫 번째는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운 스코어 시스템에 있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액션을 펼쳐도 별도의 스코어나 추가 보상이 존재하지 않고 오직 클리어 타임으로만 평가가 매겨지기에, 한번 클리어한 뒤에는 다시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는 편입니다. 현재 버그 때문인지 게임을 클리어해도 도전과제가 달성되지 않는 문제도 남아있습니다.

두 번째는 피곤함을 야기하는 플랫포머 액션 파트입니다. 카르마나이트에는 가시와 전기, 용암처럼 '살짝 닿기만 해도 죽는' 오브젝트들이 여럿 존재하는데요. 이때의 판정이 상당히 악랄한 편입니다. 하나의 스테이지에도 다수의 세이브 포인트가 있어서 평소엔 체력을 조금 잃는 것으로 끝나지만, 플랫포머 액션 파트에서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플랫포머 액션 파트에서는 길게는 40초까지 쉴새 없이 이어지는 함정의 밭을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지나가야 하는데, 만약 캐릭터가 미세하게라도 함정에 닿게 되면 여지없이 해당 파트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할 때마다 캐릭터의 체력 역시 크게 깎이므로, 몇 번을 도전하다 보면 목숨을 모두 잃기 십상입니다. 다행히 쉬움 난이도에서는 즉사 기믹에 체력이 소모되지 않으니, 플랫포머 액션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면 먼저 쉬움 난이도로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진중한 스토리와 어울리지 않는 대사들도 몰입을 어렵게 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신이라고 생각했던 존재들에게 속아 한을 품게 된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싸운다는 어두운 설정과는 달리, 주인공이 다른 캐릭터들과 나누는 대화는 하나같이 가벼운 분위기입니다.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운 한국적인 요소들을 글로벌 유저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게임인 만큼, 게임 내 대사들도 시나리오 설정에 맞춰 진중하게 만드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곳곳에 숨겨진 소소한 연출들은 유쾌하고 좋지만...



▲ 얼마 나오지도 않는 보스들과의 대화는 몰입을 방해하는 편입니다



▲ "5252, 믿고 있었다고! 즈엔~장"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카르마나이트는 치킨 한 마리 가격에 다섯 시간 이상의 볼륨을 보장하는 꽤 괜찮은 액션 게임이었습니다. 두정갑을 갖춰 입은 장수와 하회탈, 기생, 삿갓, 돌하르방 등 한국적인 색감이 물씬 느껴지는 캐릭터들 또한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번 똑같은 닌자와 사무라이 대신 무당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벌써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을 정도죠.

개발사인 울트라마린소프트는 지난 24일, 몇몇 국가에서 발생하는 버그를 수정함과 동시에 플레이어의 피격 판정과 가시 트랩의 공격 판정을 축소하는 패치를 게임 내에 적용했습니다. 가끔 불합리하다고 느껴졌던 플랫포머 액션 파트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준 셈입니다. 이처럼 유저 반응에 대한 빠른 대응이 계속 이어진다면, 아쉽게 느껴졌던 나머지 부분들 역시 이른 시일 내에 하나둘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스타일리시한 플랫포머 액션을 좋아한다면, 그리고 한국적인 문화 요소를 게임 속에 어떻게 녹여냈는지 궁금하다면, 스팀을 통해 출시된 신작 게임 '카르마나이트'를 꼭 접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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